당나귀 귀 레이몽
집에서는 학대와 폭행을 당하고 학교에서는 놀림받고 따돌림 당한다. 수요일 아침 빵집 아저씨의 용달차를 타고 마을을 돌면서 빵을 배달 하는 것은 이 모든 것들로부터 유일하게 해방되는 행복한 시간이다.
레이몽이 학대 받는 것을 알게된 빵집 아저씨는 레이몽을 조수로 데려가 주중에는 빵집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쎄르쥬 뻬레즈의 3 부작 中 1부

"자! 레이몽 라구스뛰르가 한 번 대답해 봐. 맘모스 백화점에는 주차장이 세 군데 있단 말이야. 첫번째에는 열두 줄이있는데 각 줄마다 열네 자리가 있고, 두 번째에는 열여덟 자리씩 여섯 줄, 그리고 세 번째에는 열세 자리씩 아홉 줄이 있어.
여기까지는 확실히 알아들었지? 어려울 게 없잖아?" - P7

아이들이 요란스럽게 웃어 댔다. 교실 구석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간이 부은 거위처럼 소리를 꽥꽥 질러 댔다. 자로 잉크 병을 두드리는 소리, 교실 마룻바닥을 발로 동동 구르는 소리 들로 교실 안은 마치 마을 축제가 열린 것 같았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바보같이 엉뚱한 대답을 한 것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0

엄마는 죠슬린을 팔에 안고 바로 두 발짝 거리에서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 보는 사람은 없는지 망을 보며 그렇게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공중으로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거듭했다.
아빠가 발이며 손으로 마구 쳐대는 몰매를 피할 길이 없었다.
어쩌면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눈물이 범벅이 되어서 목으로 넘어 왔고, 나는 더 이상 비명도 지를 수가 없었다.
한꺼번에 너무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나오지 않았다. 아빠는 내 몸이 미처 땅에 닿기도 전에 때리고 또 때렸다. 모든 게 너무 빨리 일어난 일이라, 내 몸은 가냘픈 토끼 한마리가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흔들거렸다.
머리가 아팠다. 아빠가 내 머리채를 거머쥐고 있어, 뒤통수가 참을 수 없이 아팠다. 나는 발버둥을 치며 내 몸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틈을 타 아빠의 손길을 피하려고 해보았다. 내 자신을 보호해 보려고, 방어해 보려고 말이다. - P103

"아빠가 나를 때릴 때는 살살 때리는 게 아니에요. 죽은 사람손으로 패는 법은 없죠. 매일매일 그렇게 온 힘을 다해서 날 때려요. 엄마도 때로는 아빠 매에 맞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엄마를 불쌍하게 생각하실 것은 없어요. 왜냐하면 거의 언제나 엄마가 아빠를 부추기는 편이거든요. 나를 때리라고요."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빵집 아저씨는 화제를 바꾸어 내가 다시 웃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아저씨는 내게 그냥 바보 같은 농담을 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해서 웃기려고도 했다. - P150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것이 두려웠다. 내가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아빠가 혹시 마음이 변할까 봐 무서웠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침착하게 냉정하게 곧은 자세로 서 있으려고 했다. 어떤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사나이처럼 처신하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 P158

나는 노래까지 부르며 설거지를 했다. 죠슬린을 어깨에 메고라도 설거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행복했다. 처음으로 내 인생에도 미소라는 것이,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보인것이었다.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참다운 진짜 인생이었다.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는, 매 순간순간마다 매 맞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진짜 인생 말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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