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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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들어서 아는 것과 실제로 체감하는 것의 간격은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그런 것이다. 아마도 실제로 그 지진의 참사를 겪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은 무심하면서도 잔인하게 들릴 것이다.

 

반면 내가 살았던 동네는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한 번 비가 많이 와서 학교 좀 안 가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그랬다. 이 책을 읽고 돌이켜보면... 그때 참 어렸다.

 

일본 고베 대지진 참사는 사진은 못보고 들어만 봤다. 그래서 얼마나 엄청난 참사였는지는 실감하지 못했다. 아니, 지금도 못한다. 사진을 봤다면 좀 달랐을까?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설프게 아는 것은 모르는 것만 못하다고 도리어 그 참사를 잘못 이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림책 착가인 지은이가 처음으로 텅 빈 스케치북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하니 어렴풋이 짐작해볼 일이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지은이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음악이란 것이 얼마나 그 참사를 겪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솔직히 물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내가 삐딱한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회의적인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음악의 힘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이세 히데코의 아름다우면서도 따뜻한 그림 때문이다. 거기에 자신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러니 마임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주인공 소년의 첼로 소리가 대지진 위문 연주회 참여를 결정한 후 달라진 것처럼 음악은 단순히 기교가 아닌 진심을 담는 그릇이다. 나도 기교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서툴러도 진심이 담긴 그런 연주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즐겁게 연주하는,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

힘이 넘쳤지만, 왠지 화를 내는 것 같은 연주였다.
나는 아직 그레이를 잊지 못했다. 그레이가 사라지고 나서 날마다 울고만 있던 내게 아빠가 사다 주신 것은 새 강아지가 아니었다. 이 첼로였다.



그 진지한 얼굴에 이끌려, 나도 케이스에서 첼로를 꺼냈다.
그렇게 혼자서 열심히 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단다.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느끼면서 연주하면 돼.
하지만 그날, 순식간에 우리 마을도, 집도, 가족도, 친구도, 형태가 있는 것도, 없는 것은 모두 부서졌단다. 60년이나 친구였던 소중한 첼로도.....
이 첼로? 이건 그때 지진으로 세상을 떠난 내 친구의 유품이란다.
모두 학교 체육과이나 텐트에서 살았어. 동물까지 돌볼 수는 없다고 해서, 울면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버린 사람도 있었어. 나는 하늘로 보내 주었어. 나의 플로르, 피노, 민트.... 모두 저녁놀이 진 하늘로 날아갔지. 하지만 정말 그래야만 했던 걸까,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어.

내 첼로 소리가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을까?
모두 자신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중한 또 하나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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