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 - 십대들의 창조적인 인생 밑천 만들기 프로젝트
김종휘 지음 / 양철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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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리 사회의 발달속도가 빨라지면서 세대차이가 빠르게 그리고 넓게 생기는 것 같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나는 50대 분들의 정서를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도 이해도 할 수 있다. 그분들과 공유하고 있는 몇몇 부분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아이들, 대한민국 10대 초반 아이들은 도통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도 공감도 되지 않는다.

 

물론 30대라도 다 같은 30대가 아닌 만큼 나만의 문제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터넷 댓글들을 봐도 10대 아이들에 대해 감정적 대응 또는 피상적 인식만 있는 것으로 봐서는 최소한 현 대한민국 10대는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신인류인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 듯싶다.

 

10, 흔히 사춘기라고 부르고, 교과서에서는 질풍노도의 시기, 과도기라고 불리는 이 시기는 예전에 보았던 뇌과학 서적에 따르면 호르몬 분비가 불안정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시기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이 사회의 기득권인 어른들은 그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그들을 마냥 어린아이로 여기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정쩡한 잣대로 그들을 대하게 된다.

 

과거에는 학생이라는 명확한 정체성과 기준이 있었다.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도 않았고 10대 역시 극히 일부가 탈선을 할 뿐 대개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체성과 기준이 무너졌다. 학생? 어쨌다는 것인가? 주변의 학생들을 볼 때 과연 그들이 같은 학생이라고 할 만한 어떤 기준이 분명하게 있는가? 유감스럽지만 같은 학생 사이에서 파벌이 생기고 권력관계가 형성되는 지금 시점에서 학생이라는 말로 그들을 가두는 것은 무리다. ‘청소년이란 단어는 어울릴 수 있지만 청소년이 어떤 존재인지 우리 사회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 학교가 더 이상 폐쇄적일 수 없다는 것이 과거 학생이라는 정체성이 무너진 중요한 이유다. 물론 지금도 학교는 다른 기관에 비해 폐쇄적이고 보수적이긴 하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정보혁명의 시작으로 이미 학교 내에 바깥의 문화가 들어온 지 오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교의 체제에 순응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따름이다.

 

10대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저자는 다양한 프레임을 사용하여 10대에 대해 설명한다. 산업혁명 세력을 핫세대, 386 민주화 세력을 쿨세대, 지금 10대를 웜세대로 부르는 데 전적으로 동의가 되지는 않지만 제법 그럴듯하다.

 

저자는 10대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라고 요구한다. 지금 10대는 부모세대의 과보호를 받아 자기결정력을 상실한 세대다. 그들은 모든 결정을 부모에게 미루고 부모의 명령에 순응한다. 그러다보니 20대가 되어 사회에 나서야할 시기에도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한다. 이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경험의 축척이다. 그러기 위해서 어른들이 그들의 멘토 역할을 해줘야 한다.

 

프랑스에는 은퇴한 노인들과 불량 청소년이 짝을 이루어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 프로그램을 끝내고 나면 불량 청소년은 변하게 된다. 자신보다 많은 인생을 겪은 노인들과 같이 부딪히고 어울리며 그들은 삶의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고 정복해나가는 경험을 쌓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인 결과 성장하게 된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다.

 

오늘날 10대는 과거와 다르다. 정보의 홍수로 이미 알 것은 다 아는 나이고, 어른들의 부조리함도 명확히 알고 있다. 지금 정권의 횡포에 맞서는 고등학생도 존재하며 정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미성숙한 인간으로 취급하며 저쪽에 가서 공부나 하라고 하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 오만일 따름이다. 오히려 10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필요가 있는 쪽은 바로 그 어른들이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10대와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 그들의 잠재력이 폭발하고 창의성이 발휘되며 사회적 기업들이 성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긴 하지만 몇몇 성공적인 사례를 보면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시킨들 학력인플레만 초래할 뿐이고 소수의 승리자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시킬 따름이다. 오히려 그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니 어울려야 한다.

 

제목만 보면 놀이에 대해 설명하는 책 같지만 이 책은 10대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그들의 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책이다. 물론 제목에 어울리게 10대의 특성 중 놀이정신이 나온다. 그들은 일과 놀이, 학습을 구분하는 존재가 아니다. 어른과 달리 이 셋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일이 놀이고, 학습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학교 교실에서 교사의 수업을 받는 것만이 교육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어른들의 고정관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문득 뇌리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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