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밥상 - 농부 시인의 흙냄새 물씬 나는 정직한 인생 이야기
서정홍 지음 / 우리교육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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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이자 시인인 서정홍 저자는 이 책에서 농촌에 대한 강한 그의 신념을 드러낸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나오고 있는 주제는 바로 농촌, 농업, 생명, 땅이다. 이 주제들은 저자에게 있어 하나와 같은 것으로 저자는 농촌이 희망이며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정직한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돈이다. 농촌이 쇠망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농업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대다수의 농가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수입농산물과 겨뤄야 하기 때문에 가격만 보면 경쟁력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이 희망이라는 저자의 말은 왠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내 생각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나 역시도 자본주의라는 거대 담론에 포섭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우리나라 헌법은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있으며 사람들 대다수가 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것이 나쁠 것이야 없다. 문제는 이를 넘어서 재산을 불리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런 집중을 하는데 최적인 제도이며 또한 이러한 행동을 부채질하고 정당화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부채질과 정당화가 인간이란 존재를 한없이 추락시킨다는데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과거의 봉건적 신분제는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속박은 해결되지 않았다.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라는 말로 대변되는 경제적 계급이 생겨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주의가 이를 허용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에 일어난 백혈병 환자나 쌍용차의 경우만 봐도 노동자와 자본가의 격차가 사실상 과거 봉건적 신분제와 별 다를 바 없음은 분명하다. 아니, 사람들이 그 격차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신과 비슷한 계급에 있는 사람에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더 최악이라 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의 최고 근본인 땅까지 사유화시킴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집 문제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땅이란 다른 물건과는 다르게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품목(?)이다. 필요하다고 더 만들 수도 없기 때문에 독점이 쉽게 가능하고 가격 역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 17%60%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을 팔면 미국도 살 수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환경이다. 자본주의의 철학에서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은 인간의 이기적인 행위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념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현실과 들어맞는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 이념이 자연의 유한함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자연은 인간의 모든 행위를 받아줄 만큼 강인하지 못했다. 인간의 지속적인 개발과 성장은 자연이 소화하기 힘들 정도였고 그 결과 지구 환경은 파괴되고 자원은 고갈되어가고 있다.(아메리카에서 셰일 가스 층이 터졌다고 하니 이야기가 좀 다를 수 있겠다.)

 

자본주의가 비록 공산주의를 이겼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난점들이 산재해 있는 이상 완전한 제도라고 볼 수 없으며 비인간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사악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농부이자 시인인 서정홍은 다시 농촌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그는 농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아는 사람이다. 도시에서부터 농업과 관련된 사회운동을 해온 그는 직접 농사지어 얻은 작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잘 역설한다.

 

그에게 있어 땅은 생명과 같은 것이고 그 땅을 경작하는 농부는 성직자다. 땅과 하늘은 거짓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농부는 정직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몸을 부단히 움직이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쁜 생각을 먹을 겨를도 없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그는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미친 돈바람으로 인해 농촌이 붕괴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확실히 농촌이 붕괴되어가고 있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 이는 국가적 위기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할 문제다. 저자의 말만 따라 수입농산품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건강을 떠나서 식량주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불리하며 제대로 된 주권국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농촌이 가지는 존재의미와 그 필요성을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결심이 무엇보다 중요하긴 하겠지만 저자와 다르게 현대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대다수고 나는 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어찌되었든 인류가 이룩한 진보를 누리는 것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과거 수렵채취 생활로 돌아가는 게 정답이라는 극단적 결론까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60억이 넘는 인구가 농업에만 종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 책의 근본 목적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대안적 길을 제시하는 것이고 저자가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러한 나의 아쉬움은 투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저자의 생각에 동조한다 하더라도 과연 이를 행동으로 옮길 사람이 몇이나 될지 회의적이다. 그리고 농촌과 도시를 도식적으로 이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력적이다. 자신의 여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편한 길을 버린 농부로서 느끼는 감정을 글로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저자의 모습은 너무 편한 길만 가고 있는 나에게 왠지 열등감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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