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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사진첩 - 기념사진으로 보는 18인의 삶과 기억의 공간, 5.18기념재단 아카이브기획전
5.18 기념재단 엮음 / 아카이브북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의 천안함 사건은 기록과 해석의 문제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공식 사실들이 천안함 사건처럼 특권층의 이해관계 때문에 날조되거나 왜곡된 허위임은, 참 아찔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근대 이후 무수한 이들의 죽음이 사진에 의해 찍혀졌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의 이미지는 어떤 공적 의미로 역사화되었다. 사진의 공공성은  참혹한 전쟁터의 피를 먹으며 자라난 괴물과도 같다. 홀로코스트, 한국전쟁,...그리고 우리에겐 광주의 사진들이 있다.  광주항쟁을 표상하는 몇 개의 판에 박힌 사진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표상금지된 몇 개의 참혹한 사진들. 이 두 이미지 계열에 의해 광주항쟁은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5월의사진첩>은 제3의 이미지 계열과 또다른 기억법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학살당한 자들로서의 광주시민이 아니라, 죽음이 닥치기 직전까지, 지금의 우리처럼 자신과 가족의 소중하고 자잘한 일상의 즐거움을 기념하는 사진들을 가족앨범 속에 고이 간직해 두며 하루하루 살아갔던 사람들의 광주항쟁 이전의 모습과 대면하기...  그러므로 죽은자로서라기보다 산자로서 그들을 기억하기...  그리고 그들의 평온한 일상을 엄습한 그 어느날의 공포가 바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공통된 미래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그리고 광주시민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이 처한 공통 조건, 그 구조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하기, 실천하기...

참혹하지도 격앙되지도 않은, 평온한 만족감에 찬,  반듯한 기념사진들을 바라보노라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슬픔이 밀려오는데, 그 슬픔은 한국 현대사뿐 아니라 언어와 이미지와 기억의 문제, 그리고 우리 삶의 윤리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까지 동반하는 그런 슬픔이다.  

나는 광주항쟁에 관한 이 한 권의 사진첩이 모든 한국인의 책꽂이에 꽂혀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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