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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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아그네스 그레이> 등 빅토리아 시대 가장 뜨거운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 브론테 자매는 작품에 붙는 수식어들과 달리, 실제 그녀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고 가난으로 고통받았다. 브론테 자매는 그 역경을 딛고 글쓰기를 통해 삶을 구원하고 운명을 개척한 강인한 여성들이었다. 이 책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작가의 기질을 가진 천제적인 세 자매의 모든 순간을 담았다.

이 책은 자매의 편지와 일기, 주변인의 증언 등 다채로운 기록을 수록했으며, 국내 도서 중에서도 유일하게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 주는 빅토리아 시대 130여 점의 삽화를 실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브론테의 삶을 그 어느 책보다 입체적으로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세 자매가 유년 시절부터 지어낸 상상 속 이야기, 소설 속 등장인물을 창작하는 데 영감을 준 인물의 이야기 등 자매가 상상하고 쓴 창작의 순간이 담겨 있다. 외부와 단절된 목사관에서 일평생을 살면서도 어떻게 걸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 브론테 자매가 가진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 역시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가난한 경제 형편과 시대적 난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작품을 탄생시킨 브론테 자매의 문장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갈 용기,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에서 샬럿이 에밀리에 관해서 쓴 글이 인상적이다. 에밀리는 로헤드에서 3개월밖에 견디지 못했다. 샬럿 이외에는 누구하고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며, 먹지도 않아서 날이 갈수록 야위고 창백해졌다. 샬럿을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내 동생 에밀리는 황야를 사랑했다. 그 애의 눈에는 어두침침한 히스 들판에서 장미보다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는 광경이 떠올랐고, 검푸른 산비탈의 음침한 골짜기도 그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에덴동산이 되었다. 에밀리는 쓸쓸한 고독 속에서 소중한 기쁨을 무수히 찾아냈고, 자유를 적잖이, 그 무엇보다 사랑했다. 자유는 에밀리가 코로 들이쉬는 호흡과도 같아서 그것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고향 집에서 학교로 옮겨 오며 생긴 변화, 자신만의 고요하고 은둔적이지만 구속과 강요가 없는 삶의 방식에서 규칙을 따라야 하는 일상으로의 변화를 견디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에는 그녀의 천성이 너무 강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집과 황야의 환영이 눈앞으로 몰려오는데, 정작 그녀의 앞에는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밀리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나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이런 사투를 벌이느라 그 애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은 수척해졌으며 체력도 약해져서 금세 위독한 상황이 되었다. 나는 에밀리가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저대로 죽으리라 확신했기에 그 애의 학업을 중단시켰다. 에밀리는 학교에 온 지 겨우 3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갔고, 그 애를 다시 집 밖으로 내보내는 실험이 시도되기까지는 그 후로 몇 년이 걸렸다."

브론테 자매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고,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고 일 때문에 정신없이 바쁠 때도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브론테 자매는 각자의 시를 몇 편씩 모아서 가능하다면 출판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을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브론테 자매는 실체가 알려지는 게 싫어서 진짜 일므 대신 커러(샬럿), 엘리스(에밀리), 액턴(앤) 벨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이처럼 모호한 이름을 선택한 것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성적 색채가 강한 기독교식 가명을 쓰는 건 양심상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여성 작가들은 편견에 좌우되기 쉽다는 막연한 인상이 있었고, 비평가들이 때때로 비판을 위해 인신공격을 하며, 보상을 위해 진정한 칭찬이 아닌 아첨을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샬럿이 쓴 <폭풍의 언덕> 서문이 눈길을 끈다. 언니인 샬럿이 훗날 다른 판본의 서문에 썼듯이 <폭풍의 언덕>에서 황야는 단순히 책의 무대나 배경이 아닌 극의 행위자 자체였다.

"<폭풍의 언덕>이 시골풍이라는 소리가 있는데, 나는 그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비난을 인정한다. 이 책은 시종일관 시골스럽다. 황양투성이고, 야생적이고, 히스 뿌리처럼 울퉁불퉁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작가 자신이 황야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엘리스 벨은 그저 눈으로 보고 감상하며 그런 경관에서 기쁨을 찾아 묘사한 게 아니다. 그녀에게 고향 언덕은 단순한 자연경관 그 이상이다. 그녀는 들새처럼, 그곳의 동물들처럼, 아니면 야생화처럼, 농작물처럼 그 안에서, 옆에서 살아왔다. 따라서 그녀는 그 풍경을 묘사해야만 하고 그것만을 묘사할 수밖에 없다."

샬럿은 두 여동생의 건강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했고, 훗날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에밀리는 1848년 12월 22일, 어머니와 오빠를 따라 하워스 교회의 납골당에 묻혔다. 뿐만 아니라 에밀리의 장례식을 치르고 며칠이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샬럿은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인 동생을 위해 애도의 시를 써 내려갔다.

"먼저 내 동생 에밀리의 병세가 악화되었다....... 그 애는 급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서둘러 우리 곁을 떠나갔다. 하지만 육체가 쇠하는 가운데서도 정신은 이전에 우리가 알던 것보다 더욱 강해졌다. 에밀리가 하루하루 고통과 마주하는 걸 지켜보면서 나는 그 애를 향한 사랑과 경이감으로 괴로웠다. 그런 모습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나는 그 애에게 필적할 만한 사람은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 에밀리는 남자보다 강하고 어린아이보다 천진했으며, 늘 홀로 있는 걸 즐겼다."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던에서 쓴 편지>는 브론테 자매의 삶과 작품 세계를 가장 솔직하고 사적인 문학인 편지글과 다채로운 일러스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처럼 이 책은 글쓰기의 열정을 키워내고 싶은 작가 또는 지망생들에게 힘이 되는 글이 담겨있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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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필독서 30 - 조지 버나드 쇼부터 아니 에르노까지 세기의 소설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4
조연호 지음 / 센시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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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품들의 이해와 문학적 깊이를 고찰할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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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필독서 30 - 조지 버나드 쇼부터 아니 에르노까지 세기의 소설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4
조연호 지음 / 센시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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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19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셀마 라겔뢰프부터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까지 역대 119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중 30인의 대표작을 엄선해 소개한 책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0명의 대표작에 관한 핵심 내용과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수상 이유를 담은 심사평까지 쉽게 정리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연호가 수많은 문학 작품 중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대표작을 선택한 이유는 노벨문학상은 누구나 인정할 법한 명확한 기준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벨문학상은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보편화시키면서 그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한 작가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우선 읽고는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했던 작품을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며,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으로 문학의 세계를 맛보고 이를 계기로 더 넓은 문학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1901년부터 2023년까지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어, 시대별로 어떤 작가가 수상했는지 보는 것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등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들 속 주인공들이 빚어내는 사람, 시간, 공간, 문화, 사회, 시대의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깊은 울림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193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펄 벅의 소설 <대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대지> 속에 나타난 땅의 의미는 첫째, 땅은 바로 애정이고, 둘째, 죽음을 극복하고, 셋째 진실하며, 넷째,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땅의 의미는 아들 세대에서 상실되거나 소멸하고, 결국 몰락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펄 벅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유는 "인종을 분리하고 있는 큰 장벽을 넘어 인류 상호 간 공감을 나누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주목할 만한 작품들과 위대하고 생동감 있는 언어 예술을 창조하려는 인간의 이상을 향한 노력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인 펄 벅이 쓴 중국 농촌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인종, 다른 지역, 다른 문명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이런 작가의 노력을 곧 지역과 성별에 상관없이 상을 수여해야겠다는 노벨상 정신에 부합했던 것이다.

"작가는 삶의 본질을 땅으로 생각했다.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 땅 위에 지어진 집에서 살고, 땅을 발로 디디면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땅은 인간에게 재산 이상의 가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치가 물질적 가치로 전환되면, 땅에서 얻을 수 있었던 생명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방인>에서 알베르 카뮈는 네 가지 부분에 걸쳐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인간상을 제기한다고 말한다. 첫째, 관습에 얽매이는 삶을 거부하고, 둘째, 결혼과 연애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관습을 거부하고, 셋째,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피고 뫼르소가 부조리한 상황과 소외에 놓여 있다는 것의 부당함, 마지막으로 삶을 종교에 귀속하거나 보이지 않는 신에게 의지하는 것을 거부하고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순응하는 인간에 대해서 비판한다. 저자는 1942년에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첫 소설인 <이방인>은 종교, 과학,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낡은 체계가 되고 만 오만했던 유럽 사회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기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줬다고 말한다. 당시 유럽의 분위기는 좌절감으로 가득했다. 계몽의 양심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1억 명 이상이 사망했고, 그 이상의 사람들이 다친 다쳤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한 지역이었던 유럽은 이후 세계 1위 타이틀을 미국에 내주고 되찾아오지 못했다. 저자는 대중들이 봤을 때 알베르 카뮈는 탁월한 작가이자 사상가였다고 이야기한다. 작가의 자전적 성격을 넘어서 모든 사람이 이방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의 무조리함을 비판함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인 뿐만 아니라 <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이야기하여 흥미롭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카뮈의 또 다른 역작 <페스트>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이방인>이 세상에 속하지 못한 개인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을 고발하고 있다면, <페스트>는 공동체를 통해 전염병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탐욕으로 얼룩진 사람에게 철퇴를 가하고 정의를 외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의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역시 전작과 유사하게 종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데, 실존주의자였던 카뮈에게 신은 망상이었고, 모든 문제의 시작도 해결도 모두 인간에게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197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소설가 페트릭 화이트의 <전차를 모는 기수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났고,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고, 미국에서 작품 활동도 했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해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인권문제에 관심 가졌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지원을 한 작가 페트릭 화이트의 이력에 집중한다. 저자는 페트릭 화이트의 작품을 관통하는 기독교 정신에 대한 비판과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행해지는 인종 차별 문제는 비단 작가가 정착한 오스트레일리아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이런 보편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작품으로 드러냈기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인권, 여성 인권,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 등 정말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현재의 시점에서, 페트릭 화이트의 <전차를 모든 기수들>은 이런 우리 사회에 "잠시 멈춰서 뒤를 바라봐! 그리고 달려가야 할 방향을 살펴봐!"라고 조언한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하나의 큰 축을 중심으로 네 가지의 작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큰 축은 인간에 대한 차별로 사회 안에서 결코 평등하지 않은 소외된 인물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그리고 이 큰 주제를 다음의 네 가지 주제로 변주하여 보여준다. 첫째, 외무지상주의다. 못생긴 등장인물에 대한 차별과 무시를 통해 한 여인의 삶을 일상적이지 못하게 한다. 둘째, 종교적 핍박이다. 유대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고난을 겪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죽음과 관련해서 어떤 법적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다. 셋째, 인종 차별이다. 이름이 있어도 이름이 아니라 '검둥이'로 불린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그의 예술성도 인정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자에 대한 차별이다. 어떤 사람도 가난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사회는 가난한 자를 무시하고 핍박한다."

"노벨문학상 작품은 문학적 탁월성과 더불어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문학적 아름다움과 인기만을 가지고 수상할 수 있는 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들 대부분 특이한 삶을 살았고, 굳이 이중 국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국가에 살았던 이력이 존재한다. 화이트 역시 이런 조건을 충분히 갖춘 작가였다."

저자는 200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 소설가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소개한다. 저자는 헤트라 뮐러의 <숨그네>는 수용소에서 나왔지만 현실 속에서 수용소의 삶을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전쟁 후유증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거대한 세상 속에서 작은 호흡을 하면서 살아가는 소외된 자의 삶을 그린 소설이라고 말한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의 현대적 의미는 여전히 세상의 많은 사람이 현실의 부조리 속에서 힘겹게 헐떡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숨을 이어가며 생존하며, 작가는 이런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연민을 느끼면서 동시에 존경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뮐러는 작품을 통해서 전쟁의 부당함과 더불어 전후 처리 과정에서 소외 계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정의롭지 못한 승전국의 처사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존하기 위해서 애쓰는 인간의 존엄한 생명 의지도 담아낸다. '숨그네'가 천천히 움직이면 평안하다는 의미이고, 빨리 움직일수록 힘든 상황이라는 뜻이다. 잠시하도 그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숨그네>를 통해서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뮐러의 작품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차별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일부로 구분 지었기 때문이다. 권력의 유무, 전쟁의 승패, 어떤 국가, 어떤 지역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이다. 권력이 있는 자는 죄를 지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반대로 권력이 없으면 사소한 잘못에도 철퇴가 내려진다. 아울러 어떤 부모를 만났는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지위를 보장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면서, 사회의 수직적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직적 이동이 없는 사회는 발전은 요원하고 낙심과 절망이 가까이 서 있을 뿐이다."

저자는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소개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 100만 명이 넘는 여성이 전쟁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름과 얼굴이 기억되지 못하는 작가의 인식에서 시작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허구가 아니라 논픽션으로, 한 주인공의 시점으로 전개되지 않고 200여 명의 여성들 각각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전쟁에 참여한 여성의 시각으로 전쟁의 고통, 공포, 슬픔 등등 생생하게 보여주며, 남성과 동등하게 전쟁을 경험한 여성들이 소외된 전쟁담을 서술한다. 저자는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로 전쟁의 무용함을 보여주었고, 잊히거나 보이지 않았던 전사들을 발견해서 세상에 알렸다고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은 재해석된다. 남성만의 전쟁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고, 원래부터 존재했으나 지워졌던 여성이 새롭게 등장한다. 그래서 전쟁은 남성적인 것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전쟁에는 승패가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전쟁의 후유증과 슬픔, 아픔, 고통, 근심 등으로 인한 폐해는 승전국 소련에서도 계속해서 존재한 문제점이었다."

"작품은 생생한 리얼리티를 갖추고 있다. 인터뷰 모음집이다 보니 작품 형식을 평가할 수 없고, 작가의 기준에 따라 편집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품에 왜 노벨문학상을 수여했을까?

우선, 노벨상 제정 목적에 부합한다. 작품은 인류의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했다. 전쟁의 무용함을 지적해서 평화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으며, 보이지 않았던 참전 여성을 발견해 전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기했다.

다음으로 새로운 문학 장르의 개척이다. '목소리의 소설'이라는 장르는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문학 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과거 수상자들의 면모를 보면 유행했던 사조를 반영한 작가도 있는데, 낭만주의, 사실주의, 상징주의, 마술적 사실주의, 미니멀지름 등 다양한 문학적 트렌드를 반영했다. 작가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형식을 정립합 업적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활동이다. 체제 비판, 그것도 공산주의 국가에 살면서 공산당을 비판한 작가의 용기, 게다가 여성의 재발견 등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른 어떤 작가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드라마틱하다. 아울러 체제의 억압과 감시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벨라루스에 돌아갔던 작가의 용기는 감히 다른 작가와 견줄 수 없을 정도의 혁명성도 지니고 있다."

저자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를 소개한다. <방랑자들>은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100편의 에피소드를 모은 일종의 모음집이며, 소설 속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어딘가를 향하거나 피해서, 혹은 자기 자신을 더 알고자 떠난다. 저자는 토카르추크의 머뭄에 대한 비판은 부정과 부패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며, 다시 국경을 닫고 고립주의로 변하는 세계 현상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방랑자'의 개념은 유목민처럼 재산을 불리고 생존 터전을 넓히기 위해서 철마다 옮겨 다니는 게 아니라, 정주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아서 움직여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대인을 표현한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작가가 말하는 '방랑자'의 개념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순례자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하늘을 지붕 삼고, 바닥을 방으로 삼으면 그만이다. 뭔가 더 가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더 가지려고 하는 순간, 그들에게는 고정된 공간이 필요해진다. 멈추려 하기에 상대적으로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고, 그래서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욕망 등이 생기는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는 이 욕망의 시대에 작가가 제안하는 '방랑자'는 우리에게 버림과 비움의 가치를 생각하게 해준다."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의 저자 조연호는 문학을 접하는 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셔가 되었으면 하고, 이 책을 읽고 사고의 범위를 좀 더 넓혔으면 하고, 조금이나마 문학적 상실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독자에게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현시대와 접목하여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에 고찰한 저자의 인상적인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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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 인간관계가 어려운 당신에게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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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글들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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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 인간관계가 어려운 당신에게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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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신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쓴 책 <사람을 얻는 지혜>는 위대한 지성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인생 전략서’로 평가받는다. 이 책의 저자인 그라시안은 사람의 본성과 관계의 본질을 꿰뚫고, 모두가 틀에 박힌 듯 이야기하는 ‘참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을 적이 아닌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그 어느 곳에서도 필요한 존재가 되는 법, 내게 도움되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법, 작은 요령으로 최대의 결실을 얻는 법, 능력을 인정받고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등 인생 심리전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인생 실전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그라시안의 시선은 세상과 나를 직시하는 지혜를 안겨주고, 일상의 작은 문제에서 인생의 최대 고민까지 최고의 해답을 안겨준다.

이 책은 '1장 삶의 무기가 되는 관계의 지혜, 2장 어떤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것인가, 3장 내가 선택한 것만이 나의 태도가 된다, 4장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5장 견고한 인생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그라시안은 사람은 재능보다 땀에 호의를 보인다고 말한다.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로 성공을 거둔 사람에게는 친근감을 느끼고 호의를 품는다.

"천부적인 재능이란 토대와 같은 것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더해야 비로소 훌륭한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다. 그것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이다. 단,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성윈을 받아야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라시안은 사람은 결핍이 있을 때 마음에 틈이 생긴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충족된 사람의 마음은 평정을 유지하여, 삶을 뒤흔들만한 큰일이 아니면 동요하지 않고, 감언이설에도 속지 않는다. 무언가가 부족할 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없을 때, 사람의 마음에 틈이 생긴다. 그라시안은 정치가는 충족되지 않은 서민의 욕망을 자극해서 기대감을 부추기며 절대로 만족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며, 항상 불만을 품게 하고 기대감을 이어간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교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는 방법이라는 그라시안의 글이 인상적이다.

그라시안은 통찰력이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혹은 빙산의 일각을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것과 같은, 만사의 본질을 간파하고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통찰력을 단련하먼 진실의 이면에 숨겨진 거짓을 간파할 수 있고, 대화 중에 상대방의 본심과 진짜 목적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는 그라시안의 글에 공감한다.

그라시안은 나쁜 소식만 전하는 사람을 멀리하라고 말한다. 잠깐 나눈 대화라도 나쁜 기운은 금세 따라붇는다.

"나쁜 소식만 전하는 사람은, 모든 말에 비난이 섞여 있다. 누군가가 노력으로 일궈낸 일에 대해서는 깍아내리며, 행동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한다. 좋은 소식일이린도 나쁘게 말할 뿐이다. 그런 사람과 웃고 떠들어봤자 내게 득이 되는 게 무었이겠는가? 나쁜 소식을 꺼내려 하는 순간에 딱 잘라버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라."

그라시안은 반성은 한 번으로 충분하며, 다음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범한 잘못을 언제까지나 후회해도 본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으며, 작은 잘못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그라시안은 타인의 잘못을 언제까지나 책망해서는 안 되며 작은 잘못은 보완해주고, 그릇이 큰 사람의 되고 싶다면 도량을 보여줄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라시안은 명예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는 것이기에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라시안은 명예의 신이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비범함을 보이는 것, 기괴하고 신비로운 것, 기적을 불러들이는 것, 박수의 대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명예는 시간이 지난 후에 훈풍을 타고 잔잔하게 다가오며, 세상에서 오래도록 불멸로 남는다는 자체만으로도 명에는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그라시안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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