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필독서 30 - 조지 버나드 쇼부터 아니 에르노까지 세기의 소설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4
조연호 지음 / 센시오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19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셀마 라겔뢰프부터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까지 역대 119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중 30인의 대표작을 엄선해 소개한 책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0명의 대표작에 관한 핵심 내용과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수상 이유를 담은 심사평까지 쉽게 정리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연호가 수많은 문학 작품 중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대표작을 선택한 이유는 노벨문학상은 누구나 인정할 법한 명확한 기준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벨문학상은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보편화시키면서 그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한 작가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우선 읽고는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했던 작품을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며,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으로 문학의 세계를 맛보고 이를 계기로 더 넓은 문학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은 1901년부터 2023년까지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어, 시대별로 어떤 작가가 수상했는지 보는 것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등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들 속 주인공들이 빚어내는 사람, 시간, 공간, 문화, 사회, 시대의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깊은 울림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193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펄 벅의 소설 <대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대지> 속에 나타난 땅의 의미는 첫째, 땅은 바로 애정이고, 둘째, 죽음을 극복하고, 셋째 진실하며, 넷째,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땅의 의미는 아들 세대에서 상실되거나 소멸하고, 결국 몰락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펄 벅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유는 "인종을 분리하고 있는 큰 장벽을 넘어 인류 상호 간 공감을 나누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주목할 만한 작품들과 위대하고 생동감 있는 언어 예술을 창조하려는 인간의 이상을 향한 노력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인 펄 벅이 쓴 중국 농촌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인종, 다른 지역, 다른 문명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이런 작가의 노력을 곧 지역과 성별에 상관없이 상을 수여해야겠다는 노벨상 정신에 부합했던 것이다.

"작가는 삶의 본질을 땅으로 생각했다.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 땅 위에 지어진 집에서 살고, 땅을 발로 디디면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땅은 인간에게 재산 이상의 가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치가 물질적 가치로 전환되면, 땅에서 얻을 수 있었던 생명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방인>에서 알베르 카뮈는 네 가지 부분에 걸쳐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인간상을 제기한다고 말한다. 첫째, 관습에 얽매이는 삶을 거부하고, 둘째, 결혼과 연애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관습을 거부하고, 셋째,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피고 뫼르소가 부조리한 상황과 소외에 놓여 있다는 것의 부당함, 마지막으로 삶을 종교에 귀속하거나 보이지 않는 신에게 의지하는 것을 거부하고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순응하는 인간에 대해서 비판한다. 저자는 1942년에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첫 소설인 <이방인>은 종교, 과학,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낡은 체계가 되고 만 오만했던 유럽 사회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기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줬다고 말한다. 당시 유럽의 분위기는 좌절감으로 가득했다. 계몽의 양심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1억 명 이상이 사망했고, 그 이상의 사람들이 다친 다쳤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한 지역이었던 유럽은 이후 세계 1위 타이틀을 미국에 내주고 되찾아오지 못했다. 저자는 대중들이 봤을 때 알베르 카뮈는 탁월한 작가이자 사상가였다고 이야기한다. 작가의 자전적 성격을 넘어서 모든 사람이 이방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의 무조리함을 비판함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인 뿐만 아니라 <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이야기하여 흥미롭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카뮈의 또 다른 역작 <페스트>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이방인>이 세상에 속하지 못한 개인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을 고발하고 있다면, <페스트>는 공동체를 통해 전염병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탐욕으로 얼룩진 사람에게 철퇴를 가하고 정의를 외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의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역시 전작과 유사하게 종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데, 실존주의자였던 카뮈에게 신은 망상이었고, 모든 문제의 시작도 해결도 모두 인간에게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197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소설가 페트릭 화이트의 <전차를 모는 기수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났고,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고, 미국에서 작품 활동도 했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해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인권문제에 관심 가졌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지원을 한 작가 페트릭 화이트의 이력에 집중한다. 저자는 페트릭 화이트의 작품을 관통하는 기독교 정신에 대한 비판과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행해지는 인종 차별 문제는 비단 작가가 정착한 오스트레일리아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이런 보편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작품으로 드러냈기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인권, 여성 인권,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 등 정말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현재의 시점에서, 페트릭 화이트의 <전차를 모든 기수들>은 이런 우리 사회에 "잠시 멈춰서 뒤를 바라봐! 그리고 달려가야 할 방향을 살펴봐!"라고 조언한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하나의 큰 축을 중심으로 네 가지의 작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큰 축은 인간에 대한 차별로 사회 안에서 결코 평등하지 않은 소외된 인물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그리고 이 큰 주제를 다음의 네 가지 주제로 변주하여 보여준다. 첫째, 외무지상주의다. 못생긴 등장인물에 대한 차별과 무시를 통해 한 여인의 삶을 일상적이지 못하게 한다. 둘째, 종교적 핍박이다. 유대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고난을 겪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죽음과 관련해서 어떤 법적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다. 셋째, 인종 차별이다. 이름이 있어도 이름이 아니라 '검둥이'로 불린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그의 예술성도 인정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자에 대한 차별이다. 어떤 사람도 가난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사회는 가난한 자를 무시하고 핍박한다."

"노벨문학상 작품은 문학적 탁월성과 더불어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문학적 아름다움과 인기만을 가지고 수상할 수 있는 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들 대부분 특이한 삶을 살았고, 굳이 이중 국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국가에 살았던 이력이 존재한다. 화이트 역시 이런 조건을 충분히 갖춘 작가였다."

저자는 200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 소설가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소개한다. 저자는 헤트라 뮐러의 <숨그네>는 수용소에서 나왔지만 현실 속에서 수용소의 삶을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전쟁 후유증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거대한 세상 속에서 작은 호흡을 하면서 살아가는 소외된 자의 삶을 그린 소설이라고 말한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의 현대적 의미는 여전히 세상의 많은 사람이 현실의 부조리 속에서 힘겹게 헐떡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숨을 이어가며 생존하며, 작가는 이런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연민을 느끼면서 동시에 존경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뮐러는 작품을 통해서 전쟁의 부당함과 더불어 전후 처리 과정에서 소외 계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정의롭지 못한 승전국의 처사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존하기 위해서 애쓰는 인간의 존엄한 생명 의지도 담아낸다. '숨그네'가 천천히 움직이면 평안하다는 의미이고, 빨리 움직일수록 힘든 상황이라는 뜻이다. 잠시하도 그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숨그네>를 통해서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뮐러의 작품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차별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일부로 구분 지었기 때문이다. 권력의 유무, 전쟁의 승패, 어떤 국가, 어떤 지역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이다. 권력이 있는 자는 죄를 지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반대로 권력이 없으면 사소한 잘못에도 철퇴가 내려진다. 아울러 어떤 부모를 만났는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지위를 보장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면서, 사회의 수직적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직적 이동이 없는 사회는 발전은 요원하고 낙심과 절망이 가까이 서 있을 뿐이다."

저자는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소개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 100만 명이 넘는 여성이 전쟁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름과 얼굴이 기억되지 못하는 작가의 인식에서 시작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허구가 아니라 논픽션으로, 한 주인공의 시점으로 전개되지 않고 200여 명의 여성들 각각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전쟁에 참여한 여성의 시각으로 전쟁의 고통, 공포, 슬픔 등등 생생하게 보여주며, 남성과 동등하게 전쟁을 경험한 여성들이 소외된 전쟁담을 서술한다. 저자는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로 전쟁의 무용함을 보여주었고, 잊히거나 보이지 않았던 전사들을 발견해서 세상에 알렸다고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은 재해석된다. 남성만의 전쟁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고, 원래부터 존재했으나 지워졌던 여성이 새롭게 등장한다. 그래서 전쟁은 남성적인 것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전쟁에는 승패가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전쟁의 후유증과 슬픔, 아픔, 고통, 근심 등으로 인한 폐해는 승전국 소련에서도 계속해서 존재한 문제점이었다."

"작품은 생생한 리얼리티를 갖추고 있다. 인터뷰 모음집이다 보니 작품 형식을 평가할 수 없고, 작가의 기준에 따라 편집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품에 왜 노벨문학상을 수여했을까?

우선, 노벨상 제정 목적에 부합한다. 작품은 인류의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했다. 전쟁의 무용함을 지적해서 평화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으며, 보이지 않았던 참전 여성을 발견해 전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기했다.

다음으로 새로운 문학 장르의 개척이다. '목소리의 소설'이라는 장르는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문학 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과거 수상자들의 면모를 보면 유행했던 사조를 반영한 작가도 있는데, 낭만주의, 사실주의, 상징주의, 마술적 사실주의, 미니멀지름 등 다양한 문학적 트렌드를 반영했다. 작가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형식을 정립합 업적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활동이다. 체제 비판, 그것도 공산주의 국가에 살면서 공산당을 비판한 작가의 용기, 게다가 여성의 재발견 등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른 어떤 작가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드라마틱하다. 아울러 체제의 억압과 감시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벨라루스에 돌아갔던 작가의 용기는 감히 다른 작가와 견줄 수 없을 정도의 혁명성도 지니고 있다."

저자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를 소개한다. <방랑자들>은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100편의 에피소드를 모은 일종의 모음집이며, 소설 속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어딘가를 향하거나 피해서, 혹은 자기 자신을 더 알고자 떠난다. 저자는 토카르추크의 머뭄에 대한 비판은 부정과 부패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며, 다시 국경을 닫고 고립주의로 변하는 세계 현상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방랑자'의 개념은 유목민처럼 재산을 불리고 생존 터전을 넓히기 위해서 철마다 옮겨 다니는 게 아니라, 정주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아서 움직여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대인을 표현한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작가가 말하는 '방랑자'의 개념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순례자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하늘을 지붕 삼고, 바닥을 방으로 삼으면 그만이다. 뭔가 더 가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더 가지려고 하는 순간, 그들에게는 고정된 공간이 필요해진다. 멈추려 하기에 상대적으로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고, 그래서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욕망 등이 생기는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는 이 욕망의 시대에 작가가 제안하는 '방랑자'는 우리에게 버림과 비움의 가치를 생각하게 해준다."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의 저자 조연호는 문학을 접하는 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셔가 되었으면 하고, 이 책을 읽고 사고의 범위를 좀 더 넓혔으면 하고, 조금이나마 문학적 상실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독자에게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현시대와 접목하여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에 고찰한 저자의 인상적인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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