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 학교 1 - 꼬마 산신령들 샘터어린이문고 43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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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 꼬마 산신령들>은 산신령 학교 시리즈 첫권이다. 산신령들은 여덟 살에 산신령 학교에 입학하여, 산속의 동물과 식물을 다루는 방법이며, 인간의 습성, 여러가지 변신술 등을 배워나간다.

 

"산봉우리를 감추고 펼쳐진 넓은 구름바다가 있다면 그 위에는 틀림없이 산신령 학교가 있을 거야. 이제부터 너희가 들을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몇 십 년 전에 그 산신령 학교 학생들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야"

 

산신령 학교 시리즈 1편인 꼬마 산신령들에서 산신령 학교에서 대장 노릇을 하던 귀선이는 전학 온 장군이가 영 못마땅하다. 친구들 앞에서 자길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이상한 별명까지 지어 부른다. 귀선이와 장군이가 싸우는 꼴을 보다 못한 두레가 시합을 제안하고, 둘은 도깨비와의 씨름 대결을 거쳐 이웃 나라에까지 가게된다.

 

 

산신령 학교 사람들로 달봉(귀선), 장군, 두레, 빼빼, 동글, 단군 교장 선생님, 조왕할머니, 변신술 선생님, 식물학 선생님 등 아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산신령 학교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펼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조왕할머니가 불 변신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조왕할머니는 변신술을 익히는 것보다 변신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잘못하면 영원히 자기 몸으로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뛰어난 산신령만이 불 변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저주가 될지도 모르는 불 변신이 최고로 꼽히는 것이다.

 

"다들 이 작은 불꽃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알게다. 평화로울 때는 유익하지만 조금만 성이 나도 모든 것을 집어삼켜 돌이킬 수 없게 되지. 불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잘 간직하기는 더 어렵다. 마찬가지로 변신술도 몸에 익히기가 쉽지 않다.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너희가 까마귀로 변신하고 싶다면 적어도 까마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건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아. 좀 더 완벽하게 변신하고 싶다면 그 순간 왜 까마귀여야 하는지, 까마귀는 어떤 새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산신령에게 미술은 매우 중요한 과목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돋보인다.

 

"산신령에게 미술은 매우 중요한 과목 중 하나였어. 아무리 동물이나 식물에 대해 잘 알아도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만들지 못하면 산은 망가지고 마니까 말이야."

 

이 책을 읽고나니 '산신령 학교' 시리즈의 다음 편이 궁금하다. 꼬마 산신령들은 과연 어떤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아이들이 모험과 도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창작동화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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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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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눈물>은 최인호의 영적 고백을 담은 에세이이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환자가 아닌 작가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집념이 돋보인다. 책 끝부분의 작가 최인호의 지인들의 추도의 글이 실려있어 뭉클하다.

 

"2008년 여름, 나는 암을 선고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절망하고, 가톨릭 신자로서 기도하고, 가톨릭 신자로서 희망을 갖는 혹독한 할례 의식을 치렀습니다. 나는 이 의식을 '고통의 축제'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암  부위를 정확히 파괴하기 위해 나는 중세의 검투사들이 섰을 법한 가면도 써 보았습니다. 그래도 기도와 희망만은 늘 나를 지켜 주는 수호천사였습니다. 기도를 통해 나는 지금의 나의 고통과 두려움은 주님의 그것과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나는 너무나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저보다 훨씬 더 고독하셨습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

 

최인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지개',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부활', 알퐁스 도데의 '황금의 머리를 가진 사나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영국의 시인 프란시스 톰슨의 '하늘의 사냥개', 미국 작가 스타인벡의 대표작인 '분노의 포도', 덴마크의 사상가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등 다양한 작품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주님을 위한 영적 고백을 담았다.

 

최인호 작가는 '신앙과 사랑과 희망은 모두 기다림 속에 있는 것'이라고 노래한 T.S.엘리엇의 시처럼 전능하신 하느님과 그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들의 신앙은 결국 먼발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기다리는 계시는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 '돌아온 탕아'로 잘 알려진 두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은 기다림의 진정한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물론 집으로 돌아오는 작은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돌아옴'이지만 그 아들을 맞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기다림'인 것입니다. 그래서 루카는 '집으로 돌아오는 작은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라고 표현합니다. 집으로 오는 아들을 멀리서 보았다면 아버지는 언제나 어디서나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큰아들은 아버지와 항상 함께 있었지만 '집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듣고서야 아우가 돌아온 것을 알았습니다. 한마디로 형은 아우를 기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멀리서 본 아버지'와 '가까이에서 본 형'의 차이는 기다림의 차이이며, 기다림의 차이는 결국 사랑의 차이인 것입니다.

사랑은 기다림입니다. 밤은 낮을 기다리고 낮은 밤을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하루가 흘러가는 것입니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고 봄은 겨울을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일 년이 흘러갑니다. 일 년이 흘러가서 세월이 되며 세월이 흘러가서 영원이 됩니다. 삶은 죽음을 기다리며 죽음을 삶을 기다립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기다리며 인간은 하느님을 기다립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한다는 생각 없이 사랑하시고 하느님은 인간을 기다린다는 생각 없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사랑 그 자체이신 것입니다."

 

"주님의 나라에는 먼저 온 사람도 나중에 온 사람도 없습니다. 하늘나라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사는 이 지상의 포도밭은 남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도원에 빨리 도착하여야만 첫째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가 되어야만 우리는 더 많은 권력과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보다 많이 소유함으로써 늦게 온 사람들을 멸시하고 착취합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보다 많은 것을 소유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며, 늦게 온 사람들은 좀처럼 가난과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지상 위의 포도밭은 스타인벡의 소설처럼 '분노의 포도'만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을 뿐입니다."

 

최인호 작가는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의 상처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자비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영혼의 아픔 없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눈물을 동반하지 않는 울음은 그저 슬픔일 것입니다. 그것은 고통을 나타내 보이는 몸짓이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해 보이는 투정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하나의 신호일 뿐입니다."

 

최인호 작가는 결국 인간의 용서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존재이자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발견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으로부터 똑같이 비를 맞고 똑같이 햇빛을 받는 용서 받은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들 인간이 할 수 있는 용서의 시작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 있어서는 이미 용서받은 자들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용서는 '내가 너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너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남을 용서한다는 것은 사랑의 행위인 것 같지만 실은 교만인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남을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남을 단죄할 수 없듯이 내가 남을 용서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최인호 작가는 자신이 고통이 아닌 고행을 하고 있다고 주님께 고백한다. 목청이 터져라 큰 소리로 기도한다고 했던 최인호 작가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전해진다.

 

"저는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행을 하고 있음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고통은 수동적인 것이지만 고행은 자발적인 것입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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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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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처 다 하지 못한>은 20여 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김광석의 67개의 육필 원고와 64곡의 미완의 노래를 담은 에세이이다. 33세라는 짧은 생을 살고 간 가수 김광석은 그가 고인이 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1부의 기록들은 김광석이 아직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 전의 생활과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음악에 대한 꿈, 곤궁한 일상에 대한 걱정 등이 핍진하게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돈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아버지의 기록에선 ‘신화’에 가린 한 생활인으로서 김광석은 어떠했는지 진솔하게 기억하게끔 한다. 이 파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인간은 늘 기대했다 후회하면서 살아가지.

지나는 사람 사람들마다 자신의 하루를 애써 돌아보며 쳇바퀴 돌 듯 똑같은 날에 길어진 그림자 고개를 들지 않고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뒤엉킨 생활은 돌이킬 수 없는.

많고 많은 사람들의 문제, 그 모두가

자신의 눈, 자신의 마음, 자신의 행동에 달려 있는 걸.

좀 편하게 살기 위해 저리도 괴로울까."

 

'세상에 밤뿐이라도 나는 사랑을 택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김광석, 가슴이 파이고 흐느끼는 밤이 있더라고 사랑하는 쪽을 택하겠다는 그의 말은 사랑을 두려워만 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일반적 사랑의 결론은?

스스로 선택한 사랑의 방법이 어렵더라고, 그 누군가 만든 기준에 의해 우리 사랑의 방법을 평가할 것인가? 가장 솔직해야 할 사랑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힘들어하는가. 사랑함, 주저함이 없는 것, 사랑함에 떳떳할 수 있는 것,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사랑하는 것을. 마음의 평안이나 그저 안일한 평화가 주는 심심함보다, 가슴이 파이고 흐느끼는 밤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쪽을 택하리라. 적어도 내 자신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솔직한 사랑을 위해 요구하지 않으며, 내 스스로 사랑함을 그 누가 모르겠는가."

 

김광석은 자신의 예민함을 스스로 말한다. 제자리 걸음을 하고 특별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컴플렉스가 많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컴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회의해보며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그대한다. 주관적 기대. 하지만 난, 늘 그자리인걸. 별로 특별한 게 없는 거야. 뭘 바랄까 고민하기 전에 내가 고민하는 것에 충실함이 중요하다. 나더러 뭔가 하길 바라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그저 그 자리일 뿐. 별로 특별하지 않은 내 모습."

 

김광석의 '문(門)'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익숙해지고 싫증난다는 것, 나눌 대화나 함께할 관심사가 없어서 지루해하며 답답해하는 것. 인간이라면 이런 순간을 맞이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결국 자신이 그 문을 열어야 할 일이다.

 

"참 쉽지 않은 만남이다.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나눌 대화나 함께할 관심사가 없어서 지루해하며 답답해하는 것. 당분간 잊고 살련다. 사람이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것만큼 징그러운 것이 있을까? 싫증난다는 말은, 아니 느낌은 별 새로움이나 재미가 없다는 아주 자명한 이치다.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시각이 고정되어가고,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은 닫혀 있을 뿐. 그로 인해 답답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서부터 추스를지도 모르게 되는 것. 끊임 없이 버리고, 깨고, 질타하여야 되는 것.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닫혀 있을 뿐. 지독히도 답답하다. 나는 지금 답답하다. 누군가가 아니다. 내가 가서 열어야 한다."

 

'안개 방향'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뉴욕 피가로 카페 한구석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쓴 김광석의 글이 공감갔다. '삶의 터전과 인생의 본질보다 주변이 더 중요해져버린 사회에서 스스로의 무게는 외적 상황에 따라 오히려 가감되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그의 생각을 나누어본다.

 

"어쩌면 인생이란 것이 새벽과 아침 사이에 잠시 암울과 침묵의 세계를 만들고 늦은 아침 햇살로 사라져버리는 안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우연과 우연 속에 벌어지는 필연들은 마치 한 밤의 꿈처럼 허망한 것일지로 모른다. 뉴욕 피가로 카페 한구석에서 마셔본 카푸치노를 마시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삶의 터전과 인생의 본질보다 주변이 더 중요해져버린 사회에서 스스로의 무게는 외적 상황에 따라 오히려 가감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익숙해져버린 순간 우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궁금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익숙함을 버리고 어색함을 찾으려는 김광석의 말이 인상적이다.

 

"요즈음엔 내가 자꾸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세상 일을 모두 인정해버리고, 단순히 느낌이 없고 감동이 없고 모든 일들이 그저 그러니 말이야.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생기질 않으니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술안주는 어색함이라던 친구의 말처럼 내 삶 속에 남아 있는 모든 익숙함을 버리고 어색함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일들을 새롭게 세상 모든 일들을 신비롭게 살아가는 법. 내겐 어색함이 필요하다.

익숙해진 것 쉬운 것은 나를 잃게 하고 규정짓는 것 구분하는 것은 주위를 잃게 한다. 나로 인해 시작된 세상 모든 것, 그 모든 것들이 쉽지만은 않은 것은 나 자신도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일까. 좀 더 쉽게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때로 나태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리 어렵게 살아가고 쉽진 않다. 새상 모든 것 새롭게 세상 모든 것 신비롭게 살아가는 법. 어색함을 찾아야지. 내 삶 속에 남아 있을 익숙함을 버리자."

 

 

2부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김광석의 뒷모습이 때로 가슴 아리게 드러난다. 세상에 눈뜬 대학 시절, 큰형님의 죽음, 딸을 의사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받아내게 된 사연, [사랑했지만]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이등병의 편지] 등의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 등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그의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큼 화려하진 않다. 그는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행복했지만 그만큼 쉼을 갈구했다.

 

'젊음의 특권'이라는 글을 보며 사랑과 이별, 방황과 고민은 젊음의 특권이라는 김광석의 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청춘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 방송 녹화에 나가 청소년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단 자신이 선택했으면 끝짱을 봐라.'는 요지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침 입시를 눈앞에 둔 시점이어서 그랬는지 그 얘기는 방송에서 잘렸습니다. 공부는 못했지만 흔히 하는 말로 모범생이었던 내 십 대 시절을 후회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때 내가 좀 더 많은 생각과 경험을 했더라면 지금 내 음악이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젊었을 때 많이 사랑하고 많이 이별하세요. 방황과 고민은 젊음의 특권이니까요."

 

김광석이 자신의 노래인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나른한 오후', '외사랑'을 부르는 까닭을 각각 이야기한다.

 

"나도 서른을 넘어설 무렵 심한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이십 대에 가졌던 기대나 가능성이나 이런 것들이 많이 없어지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허무가 몰려왔습니다.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서른은 인생의 전환점이자 처음으로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는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적으로 늘 서른 즈음인 것처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며 살아야지 다독이면서도, 스스로 가진 한계들을 느끼면 다시 답답해집니다. 답답한 느낌이 들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마지막 3부는 그런 김광석이 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들을 모은 것이다. 기타를 몸의 일부처럼 여긴 싱어 송 라이터였던 만큼 그는 60곡이 넘는 미완성곡의 음표와 가사들을 악보와 노트, 메모지 할 것 없이 곳곳에 남겨놓았다. 아마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기록이 아닌 아름다운 노래로 듣고 있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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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 샘터어린이문고 42
정옥 지음, 정은희 그림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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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는 꼬마 마녀 송송 시리즈 3권의 완간이다. 달팽이 기차를 타고 도착한 달빛 언덕 마녀 축제에서 송송은 새로 사귄 친구들과 마고할미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며 상상의 즐거움과 함께 신 나는 모험을 경험하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이야기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마법, 마녀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상상력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어린이 창작동화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인 꼬마 마녀 송송를 비롯하여 만화가 엄마, 달빛 언덕의 주인인 위대한 마녀 마고할미, 엄마가 그린 까만 고양이 오디, 마고할미가 낸 수수께끼를 함께 푼 친구 해리, 마녀 축제 가는 길에 만난 쌍둥이 피노와 키오, 달빛 언덕 너머의 호수에 사는 별난 이름을 가진 물고기까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만들어주는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꼬마 마녀 송송은 마고할미가 내는 특별한 수수께기의 힌트를 통해서 협동심과 상상력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친구들과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소원을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우정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첫째, 마녀는 다른 사람의 입보다 자신의 눈을 믿어야 한단다. 둘째, 나와 반대로 행동하지만 결국 나인 친구, 그 친구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셋째, 네가 송송이란 것, 제 친구가 오디란 것을 잊지 마라. 알았니?"

 

책 끝부분에 꼬마 마녀 송송이 수수께기을 풀고 나서 '마법의 빗자루'를 소원으로 말한다. 꼬마 마녀 송송은 마고할미로부터 '싸리나무 화분을 선물로 받는다. 꼬마 마녀 송송이의 소원에는 시간이라는 한 가지가 더 필요했던 것이다. 꼬마 마녀 송송이이는 싸리 나무가 잘 자라서 마법의 빗자루가 될 때지의 시간의 소중함을 간직하리라. 꼬마 마녀 송송이가 빗자루와 함께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멋진 마녀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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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뉴욕 -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샘터 외국소설선 11
그웬 쿠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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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눈동자에 몸에는 호랑이 줄무늬를 지닌 프루던스는 3년 전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중년 여인 사라를 만난다. 처음에는 외면했지만, 그녀의 다정한 노랫소리를 듣고서 비로소 자신이 간택해야 할 인간을 찾았음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프루던스는 사라가 쓰던 물건들과 그 안에 깃든 냄새가 사라지면 사라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불안하다. 결국 프루던스는 로라와 조시와 함께 낯선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아가게 된다.

뉴욕 한복판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로라에게 프루던스는 낯설고 성가신 존재다. 엄마인 사라가 남긴 고양이어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데려왔지만, 늘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유산한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로라에게 있어 부담스럽고 까칠하기만 한 프루던스. 하지만 엄마와 로라를 이어주는 마지막 끈과도 같은 존재이다.

 

까칠하지만 사려깊은 고양이 프로던스를 통해서 로라가 돌아가신 엄마 사라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로라는 결혼 후 남편인 조시와 함께 엄마가 기르던 고양이 프로던스를 함께 키운다. 엄마가 남긴 고양이 프로던스가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다. 점점 로라와 고양이 프로던스는 서로를 따뜻하게 생각하는 사이가 된다. 로라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것과, 고양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라와 내가 함께 살기 때문에 한 가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함께 산다고 해서 무조건 다 가족인 건 아니다. 때로는 '동거인'이기도 하다. 차이가 있다면 가족이란 모두 뭔가를 매일 같은 시작에 함께한다. 가족이 아닌 동거인은 같은 곳에 함께 살지만 각자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그저 수시로 어떤 일이 일어난다.

돈이란 사라가 날 위해 음식을 사거나 아파트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사라는 늘 돈은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고, 그러고 싶지 않다 해도 벌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난 사라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안다. 우리 고양이도 먹잇감이 지나갈 때면, 낮에 정말로 멋진 단잠을 즐기고 있다 해도 쫓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해두어야 하니까."

 

"사라는 지나치게 조용한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항상 음악을 틀어놓거나 TV를 보았을 것이다. 로라가 들렀을 때에도 사라는 말을 멈추면 찾아올 침묵이 두려워서 로라에게 말하고 또 말하곤 했다. 로라는 호응하거나 응답하는 말을 결코 자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라의 물건들을 살피면서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프루던스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는 걸 로라는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로던스가 사라를 몹시 그리워했다는 건 분명했다. 고양이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음식을 거부한 채 계속 토하면서 사라의 물건들 곁에 붙어 있었다. 고양이가 눈에 띄게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로라는 자신이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 비록 엄마의 유언이 있었다 해도 고양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게 낫지 않을지 고심했다. 하지만 사라와 관련된,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와 헤어지는 일만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로라는 언제나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조시처럼 삶이란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반드시 무책임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책임이라는 점에서 그들도 열심히 일하고 지출 비용을 걱정하며 결론적으로 다른 모든 것들이 선행되어야만 삶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일이 아니라면, 그들은 더 이상 그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삶이란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주 조심한다면, 그리고 아주 열심히 일한다면, 진정으로 끔찍한 일 따위는 겪지 않으면서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그것이 그들이 바라는 가장 합리적인 삶의 목표였다."

 

둘째 아이를 잃은 엄마로 인해서 사라는 고요한 집에서 자라야만 했다. 그 고요함으로 인해서 사라의 남편이 닉은 3년만에 어린 로라를 두고 자신을 떠났다. 사라가 어렸을때 노래와 음악을 좋아했지만 배울 수가 없었다.

 

로라에게 삶의 철학은 단순했다. 바로 돈이었다. 은행에 안전하게 안치되어 있는 돈, 모든 청구서들을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만이 젋음이나 명성, 즐기는 것, 예뻐지는 것, 혹은 건강 외의 그 무엇보다 나았고 중요했다. 로라는 돈이 사랑보다 중요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사랑조차 진정한 가난 앞에서 산산히 부서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라는 돈이 없다면 길거리에 방치되거나 형편없는 자율규제기관 중 하나에 수용될 것이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여겼다. 로라는 사치스럽게 살고자 하는 욕구는 없었다. 로라가 원하는 것은 사람답게 살면서 청구서 비용을 제때 지불하기에 충분한 돈을 벌어 들이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엄마로 인해 로라가 14살이 되던 해에 만델바움 아저씨의 고양이를 구하지 못한 사건으로 인해서 엄마와의 사이는 일그러진다. 로라는 엄마인 사라의 죽음 후에 엄마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로라는 고양이 프로던스와 함께 사라의 오래된 물건들을 살피면서 옛 시절을 회상하게 된 것이다 . 책 끝부분에 사라는 딸인 로라에게 삶을 주었고 가족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로라의 엄마는 로라를 충분히 사랑했었던 것이다. 책 <러브 인 뉴욕>은 특히 부모님에게 미움과 원망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가족을 이해할 수 있는 따스한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왜 사랑과 믿음의 문제가 고양이와는 이리도 손쉬운 걸까? 고양이는 당신이 보다 나아지는 모습만으로, 당신이 되고 싶어했고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던 모습만으로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일까? 만약 인간들의 관계가 끝없이 복잡하지만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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