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뉴욕 -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샘터 외국소설선 11
그웬 쿠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초록색 눈동자에 몸에는 호랑이 줄무늬를 지닌 프루던스는 3년 전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중년 여인 사라를 만난다. 처음에는 외면했지만, 그녀의 다정한 노랫소리를 듣고서 비로소 자신이 간택해야 할 인간을 찾았음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프루던스는 사라가 쓰던 물건들과 그 안에 깃든 냄새가 사라지면 사라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불안하다. 결국 프루던스는 로라와 조시와 함께 낯선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아가게 된다.

뉴욕 한복판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로라에게 프루던스는 낯설고 성가신 존재다. 엄마인 사라가 남긴 고양이어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데려왔지만, 늘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유산한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로라에게 있어 부담스럽고 까칠하기만 한 프루던스. 하지만 엄마와 로라를 이어주는 마지막 끈과도 같은 존재이다.

 

까칠하지만 사려깊은 고양이 프로던스를 통해서 로라가 돌아가신 엄마 사라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로라는 결혼 후 남편인 조시와 함께 엄마가 기르던 고양이 프로던스를 함께 키운다. 엄마가 남긴 고양이 프로던스가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다. 점점 로라와 고양이 프로던스는 서로를 따뜻하게 생각하는 사이가 된다. 로라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것과, 고양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라와 내가 함께 살기 때문에 한 가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함께 산다고 해서 무조건 다 가족인 건 아니다. 때로는 '동거인'이기도 하다. 차이가 있다면 가족이란 모두 뭔가를 매일 같은 시작에 함께한다. 가족이 아닌 동거인은 같은 곳에 함께 살지만 각자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그저 수시로 어떤 일이 일어난다.

돈이란 사라가 날 위해 음식을 사거나 아파트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사라는 늘 돈은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고, 그러고 싶지 않다 해도 벌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난 사라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안다. 우리 고양이도 먹잇감이 지나갈 때면, 낮에 정말로 멋진 단잠을 즐기고 있다 해도 쫓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해두어야 하니까."

 

"사라는 지나치게 조용한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항상 음악을 틀어놓거나 TV를 보았을 것이다. 로라가 들렀을 때에도 사라는 말을 멈추면 찾아올 침묵이 두려워서 로라에게 말하고 또 말하곤 했다. 로라는 호응하거나 응답하는 말을 결코 자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라의 물건들을 살피면서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프루던스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는 걸 로라는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로던스가 사라를 몹시 그리워했다는 건 분명했다. 고양이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음식을 거부한 채 계속 토하면서 사라의 물건들 곁에 붙어 있었다. 고양이가 눈에 띄게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로라는 자신이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 비록 엄마의 유언이 있었다 해도 고양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게 낫지 않을지 고심했다. 하지만 사라와 관련된,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와 헤어지는 일만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로라는 언제나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조시처럼 삶이란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반드시 무책임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책임이라는 점에서 그들도 열심히 일하고 지출 비용을 걱정하며 결론적으로 다른 모든 것들이 선행되어야만 삶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일이 아니라면, 그들은 더 이상 그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삶이란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주 조심한다면, 그리고 아주 열심히 일한다면, 진정으로 끔찍한 일 따위는 겪지 않으면서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그것이 그들이 바라는 가장 합리적인 삶의 목표였다."

 

둘째 아이를 잃은 엄마로 인해서 사라는 고요한 집에서 자라야만 했다. 그 고요함으로 인해서 사라의 남편이 닉은 3년만에 어린 로라를 두고 자신을 떠났다. 사라가 어렸을때 노래와 음악을 좋아했지만 배울 수가 없었다.

 

로라에게 삶의 철학은 단순했다. 바로 돈이었다. 은행에 안전하게 안치되어 있는 돈, 모든 청구서들을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만이 젋음이나 명성, 즐기는 것, 예뻐지는 것, 혹은 건강 외의 그 무엇보다 나았고 중요했다. 로라는 돈이 사랑보다 중요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사랑조차 진정한 가난 앞에서 산산히 부서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라는 돈이 없다면 길거리에 방치되거나 형편없는 자율규제기관 중 하나에 수용될 것이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여겼다. 로라는 사치스럽게 살고자 하는 욕구는 없었다. 로라가 원하는 것은 사람답게 살면서 청구서 비용을 제때 지불하기에 충분한 돈을 벌어 들이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엄마로 인해 로라가 14살이 되던 해에 만델바움 아저씨의 고양이를 구하지 못한 사건으로 인해서 엄마와의 사이는 일그러진다. 로라는 엄마인 사라의 죽음 후에 엄마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로라는 고양이 프로던스와 함께 사라의 오래된 물건들을 살피면서 옛 시절을 회상하게 된 것이다 . 책 끝부분에 사라는 딸인 로라에게 삶을 주었고 가족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로라의 엄마는 로라를 충분히 사랑했었던 것이다. 책 <러브 인 뉴욕>은 특히 부모님에게 미움과 원망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가족을 이해할 수 있는 따스한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왜 사랑과 믿음의 문제가 고양이와는 이리도 손쉬운 걸까? 고양이는 당신이 보다 나아지는 모습만으로, 당신이 되고 싶어했고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던 모습만으로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일까? 만약 인간들의 관계가 끝없이 복잡하지만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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