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심리수업
다카하시 가즈미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더 이상의 성장을 거부하는 성인들의 생각과 마음의 능력을 뇌과학과 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심리전문가이자 정신의학자인 다카하시 가즈미가 세상과 자신에 대한 '고정된 해석'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일련의 사건과 상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너무 열심히 노력만 하고 살아온 주부가 자신을 변화한 사연을 들여주어 인상적이다. 그녀 자신은 세상의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보다 깊은 자기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저자는 보다 깊은 자기 자신은 세상의 변화를 알면서도 거기에 휩쓸리지 않는, 보다 확고한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 그녀는 본래의 자신을 되찾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고통스러운 현실적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킨다.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세상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세상의 변동에 휩쓸리지 않고 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나'라는 존재가 보다 확실하게 확립되어가는 이 구조는 인격이 성장할 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정신적 발달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에는 현재의 해석을 초월해 보다 깊은 해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항상 고루한 자신을 초월해 자신을 바꾸어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에 내재된 자신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능력은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며, 두 번째는 절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세 번째는 순수성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첫 번째인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란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슬픈 사건 때문에 울고 있을 때 슬픔 속에서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슬퍼하고 있는 자신에게서 벗어나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두 번째인 '절망할 수 있는 능력'이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방팔방이 꽉 막힌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아이에게는 이러한 능력이 없다. 마음의 강인함을 갖춘 성인에게만 있는 능력이다. 마음의 강인함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인 '순수성을 느끼는 능력'이란 믿음이나 과거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마음의 작용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저자는 감성보다 깊은 수준에 존재하는 것은 사람의 변하지 않는 주관성이라고 말한다. 이 주관성은 보다 세련된 생명의 가치이며 생활에서의 경험이다. 저자는 주관성은 느끼고 행동하고 바라고 생각하고 직감하고 마음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 절망할 수 있는 능력, 순수성을 느끼는 능력은 마음이 최종적인 주관성을 획득하고 자아를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 깊은 부분에 도달해 이 주관성과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운명 전체를 볼 수 있다. 태어나고 활동하고 죽어가는 자신의 운명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이해를 통해서 완성되는 자신이 진정한 자신이다.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주관성이다."

저자는 고루한 해석 안에서의 나는 자신의 외부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객관적인 존재였지만, 내가 마음의 보다 깊은 주관성을 만나고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외적인 사물이나 인간관계를 참조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사람은 주관성을 확립하면 정신적 발달을 이루고 새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고루한 자신은 주변의 가치 있는 사람으로부터 기대를 받는 것에 의해 결정되는 자신이었지만 새로운 자신은 자신의 내적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목적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의해 정해지는 자신이다.

나는 사람들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확립되는 것이다. 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이고 자기 참조적이다. 나는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존재가 아니다.

진정한 나는 아버지, 남편, 과장, 시민 등 모든 역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항상 변하지 않는 나의 주관성이다."

저자는 자신이 실시하고 있는 정신과의 그룹 치료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주관성을 접촉해 심리적 고민에서 회복한 사람은 "저는..."이라는 말로 시작하고,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거나 우리 가족은 이렇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객관적인 말 대신,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 "나는 우리 가족을 이런 식으로 느낀다."라고 말한다라고 전한다. 저자는 그룹 치료에서 이런 발언은 자신의 입장에서의 발언이라고 불리며, 주관성을 자극하고 치유력을 높이는 발언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객관적인 관찰 능력을 향상시킨 사람은 유머 감각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유머란 보통 무언가를 믿고 그 세계 안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만들어진다. 무엇인가를 믿고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자신의 모습과 그런 모습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패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자신의 협소한 믿음과 그로부터 불거져 나온 자신의 폭넓은 사고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실패를 유머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애석함과 포기를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유머 감각은 객관적인 관찰 능력과 표리일체의 관계다.

또 성숙한 사람의 따뜻한 유머는 듣고 있는 사람을 안심시키고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현실로부터 일단 분리시킬 줄 안다. 유머는 행동의 필연성을 분리시켜 관찰하는 여유와 포기의 입장에서 탄생한다. 즉, 주관성과 객관성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새를 이해하게 되었을 대 탄생하는 것이 바로 유머다."

저자는 자신의 주관성을 만나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 탄생하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주관성이 갖추어지면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자신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깨닫는다고 이야기한다. 이 가벼움은 마음뿐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신체적인 가벼움도 동반한다. 자신의 신체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감각이 깊어지면서 가벼움을 느끼는 것이다.

"자유는 자신이 얽매여 있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된 직후에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주관성을 확립했을 때 자신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유롭다는 확신을 가진다. 이 감각이야말로 진정한 해방감이다.

이때 사람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된 것일까? 그때까지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고, 자신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강요하고, 자유로운 마음의 움직임을 억압하고 있던 사회의 상식이나 인간관계나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와 같은 모든 객관성이다. 또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외부의 객관성이 정해주는 것이라고 믿고 있던 고루한 해석과 그것을 수용했던 자신, 고루한 해석에 의지하고 있던 자신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야 비로소 우리는 바뀌기 시작하고, 그때 내가 자신을 바꾸어가는 것 역시 운명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운명이란 처음에 나의 의지와는 동떨어진 객관성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이해했을 때 우리는 주관성을 만나고 이제는 그 주관성을 바타응로 살기 시작한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을 지침으로 삼는다. 주관성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의 순수성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월간 샘터 2020년 04월호 월간 샘터 602
샘터편집부 / 샘터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샘터 창간 50주년 기념호>에는 독자들이 보내온 '샘터의 추억'에 관한 글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잡지에 실려 온 반가운 안부, 미팅에서 만난 사랑의 메신저, 정든 동료에게 전한 작별 선물, 산후우울증을 치유해준 행복일기, 파독간호사의 향수를 달래준 잡지, 샘터 외판원이 꾸웠던 꿈이라는 제목의 독자들이 샘터와 함께 울고 웃었던 사연들이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이밖에도 <샘터 창간 50주년 기념호>에서 "'다송이 자화상' 작가의 인생 굿타이밍"이라는 제목의 정재훈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다송이 그림을 그린 실제 작가 정재훈은 2000년대 초 인기 래퍼 후니훈이다. 자신만의 예술적 색깔을 만들겠다는 래퍼 시절의 꿈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실현한 그는 랩으로 꿈꾸고 그림으로 이루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다. 자화상을 비롯해 그가 그린 열다섯 점의 영화 속 다송이 그림들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그림체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미술적 재능을 자랑하거나 명성 높은 화가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고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좋아서 캔버스 앞을 떠나지 않는다는 작가 정재훈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알 수 있듯 여태껏 '지비지'라는 예명으로 그가 그려온 그림들은 불규칙한 선과 밝은 색감이 특징이다. 미국 자유구상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이 연상되는 그의 동심 가득한 그림들은 마치 아이의 낙서처럼 천진난만한 정서를 전해준다."


"저는 누구에게나 정겹게 다가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래서 그림에 무거운 주제를 담지 않고 해, 동물, 꽃처럼 제가 좋아하는 대상들을 그리죠. 재료도 오일파스텔을 애용하고 있어요. 원래 마커, 크레파스 등 여러 가지를 썼는데 이번에 다송이 그림을 오일파스텔로 작업해보니 크레파스와 질감이 유사하면서도 훨씬 부드러워 좋더라고요."


"꿈을 이루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란 내가 원할 때인 것 같아요. 주변 여건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머릿속에 영감이 떠오를 때 제 느낌대로 그림이나 음악으로 마음껏 표현할 생각이에요. 그러다보면 저만의 고유한 예술적 색깔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는 ‘난데없는 퇴사’에서 시작된 ‘난데없는 도스토옙스키 탐독기’를 담은 소설가 도제희의 신간 에세이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며 삶을 추스른 작가가 전하는 고전의 힘과 매력, 위로와 유머를 만나볼 수 있다.



"이 글은 내가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으며 불안정한 시기를 되돌아본 기록이며, 왜 나는 여전히 삶에 미성숙한지를 점검해 본 사사로운 글이다. 동시에, 불안정해서 자신이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청장년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프리랜서도 일하면서 작업비 지급을 계속 미루는 업체에 화가 나 내용증면을 보내겠다고 하는 등 어리석었지만 솔직하고 선명했던 자신의 사연을 고백한다. 저자는 당장은 미래를 알기 어려우니 자신의 어리석음을 일단 발현해 보고 그 뒤의 자괴감을 견뎌야 한다고 말한다.



"어리석으면 어리석을수록 문제에는 가까이 접근하게 되는 법이니까. 어리석을수록 더 선명해진다는 말이지. 어리석음은 간결하면서도 결코 교활할 수 없는 법이지만, 지성은 요리조리 핑계를 대고 꼬리를 잘 감추지. 지성은 비열하지만, 어리석음은 솔직하고 정직하잖니. 나는 상태를 나의 절망으로까지 몰고 갔으니 어리석게 보일수록 내게는 더욱 도움이 되겠지." -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중에서



저자는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세입자로서 억울한 누명을 쓴 자신의 사연을 전한다.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에서 40대 중년 마까르가 타인에게 모함과 멸시를 받은 이유는 조용하고 착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가난해서였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정당한 대가를 치른 자신의 방에서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안았단 사실은 절대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였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도덕이란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단 말입니다! 제게는 제가 먹을 빵도 있습니다. 사실 평범한 빵 한 조각이지만, 가끔은 말라 비틀어진 빵 한 조각이지만, 제 노동의 대가로 구한 빵입니다. 먹는 데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 저만의 빵이란 말입니다." - 도스토옙스키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



"어제도, 오늘도 많은 세입자가 부당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초라한 공간에서 남루한 감정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고시원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닭장 같은 원룸에서 힘든 하루의 피로를 풀고, 지하의 습한 공기를 견디고, 옥탑방의 더위와 추위를 견디면서 불안한 앞날 걱정에 시름에 빠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방은 당신의 노동의 대가로 얻은 당신만의 방입니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미성년>에서 돈 자체가 아니라 돈으로 얻어지는 것들, 궁극적으로는 '내적 안정이 깃든 인식', '가장 완전한 의미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돌고루끼의 이야기를 전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미성년>에서 하인 신분의 마까르가 진정한 품위를 지닌 인물이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나는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내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 내게 필요한 것은 강한 힘으로 얻어지는 것, 강한 힘 없이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고독하지만 내적인 안정이 깃든 인식이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 인간이 그토록 얻으려고 힘쓰는, 가장 완전한 의미의 자유의 정의인 것이다." - 도스토옙스키 <미성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러한 공손한 태도였어. (...) 그의 흠잡을 데 없는 그런 태도는 오만을 완전히 버림으로써 얻어진 것이었지. 그 정도가 되면 어떠한 처지에 있든, 어떠한 운명에 처하든, 자기 스스로 자신에 대해 흔들림 없는 확신과 같은 신념이 생길 것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상황에서 자신을 존중하는 능력은 이 세상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것으로, 진정한 품위와 마찬가지로 정말로 귀한 것이지." - 도스토옙스키 <미성년> 중에서



"나는 자신만의 소박한 일상을 잘 지켜 나가면서도 품위있고, 지적이며, 편안하고 자유롭게 관계를 맺는 이를 몇 알고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내적 자산을 비교적 쉬이 갖출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보다 대단해 보이고, 그래서 그들을 만날 때마다 질투하고 부러워한다. 그렇게 부러워하다 보면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니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말은 어쩌면 틀렸다. 부러우면 이기는 건지도 모른다."



저자는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백치>에 등장하는 레프 니꼴라예비치 미쉬낀 공작은 단숨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도스토옙스키 소설 주인공들과 달리 새로운 존재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백치>의 미쉬낀 공작처럼 어떤 면모든 특출하다면 그건 타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며, 그 면모가 천진함과 솔직함 같은 긍정적인 조합이라면 상대의 마음은 절로 움직인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용기라는 솔직함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알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솔직함의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두는 것이다.



"무언가 숨기거나 꾸밀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신 상태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럴 수 있다는 건 열등감을 느끼지도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는 뜻일 텐데, 상대적 박탈감으로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 내적 힘을 어떻게 갖추게 되었을까?"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다양한 소설들을 저자의 삶과 연관지어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에세이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안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고민하는 다양한 삶의 질문들을 만나고 각자의 답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 - 시장경제를 알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43
김재수 지음 / 샘터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은 <99%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이자 매일경제신문의 '확신과 과신' 칼럼, 한겨레신문의 '갑을경제학'의 칼럼 등을 쓰면서 활발하게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인디애나 퍼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재수가 쓴 샘터 인문도서 아우름 시리즈 마흔세 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장경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장이 언제 잘 작동하고 언제 작동하지 않는지, 시장이 언제 대다수의 이익을 보호하고 언제 상위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대사수에게 손해를 끼치는지 질문하고 대답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긴 기간 보며 평가하는 것과 짧은 기간 보며 평가하는 일은 다릅니다. 시장경제가 전체 인류에게 가져다준 것과 시장경제가 개인 삶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도 다른 결론을 낳을지 몰라요. 시장경제는 인류를 지독한 가난에서 구출했지만, 시장경제가 삶을 모두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시장경제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복잡한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통찰과 지혜를 얻기 바랍니다."

이 책은 '1장 경제학적 사고방식-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2장 시장경제 앞에서 보기, 3장 시장경제 뒤에서 보기'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경제학 사고방식의 첫걸음은 모든 일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대가'를 확인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언제나 양면을 모두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디어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길 좋아한다면, 경제학은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과 피해를 받는 사람 모두를 통계 데이터로 정리하고 비교합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재빠르게 결론을 내리려고 하지만, 경제학은 모두의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대가를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고, 왜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이는 것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귱형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개념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가르침을 담습니다. 보이는 것만 바꾼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보이는 것 뒤에 똑똑한 인간과 복잡한 세상이 존재하니까요. 균형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성급하게 문제를 분석한 후 간단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서 농민이 고통을 받으면,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높이라고 말합니다. 성별 임극격차가 크다고 하면, 남녀에게 동일한 임금을 주자고 말합니다. 균형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쉬운 대답을 제시해요. 마치 마트 계산대 줄이 너무 길면 계산대 앞에 두 명만 서게 하자는 제안과 비슷합니다."

외부효과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 거래가 또 다른 삼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외부효과는 긍정적 혜택을 낳거나 부정적 비용을 전가한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경제활동이 더 많이 벌어지도록 해야 하며 부정적 외부효과는 경제활동이 더 적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스스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외부효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닌 본질적 문제라고 말한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해라고 불리는 '딥워터 호라이즌' 기름 유출 사고를 기억하나요? 이것도 전형적인 부정적 외부효과입니다. 석유회사 BP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험이 없는 작은 회사에게 관리를 맡겼습니다.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쿄전력이 값싼 용광로를 샀기 때문에 멜트다운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사고에 따른 모든 비용을 기업이 진다면, BP와 도쿄전력은 다르게 선택했을 거예요."

저자는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하고 다들 부러워하는 미국에서 총기 사고, 대량 투옥, 마약성 진통제 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이것은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가 낳은 공유지의 비극 때문이다. 모두가 더 안전해지기 위해 총기를 구매하지만 사회 전체는 더 위험해진다. 저자는 총기와 마약성 진통제 같이 사유재여야 하거나 형사법 같이 공공재여야 하는 것도 얼마든지 공유재로 바뀔 수 있으며 여기에는 통제받지 않은 힘과 이기심이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저자는 모두가 적당하게 소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지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두가 지나치게 소비하면 모두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고 전한다.

"자본주의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유는 공정한 경쟁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경쟁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공유재 성격이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향한 경쟁은 우리를 비극으로 몰아넣습니다. 무엇이 좋은 경쟁이고, 무엇이 나쁜 경쟁인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저자는 갑질의 문제는 나와 타자를 갑을관계로 만드는 상황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도한 친절이 강요되는 곳에서 세상의 을은 서로의 갑에게 항의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갑은 을의 얼굴을 쳐다보고 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는것이 우리 스스로가 갑질하는 사람이 되지 않고, 내 가족과 이웃이 갑질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갑질을 거부하는 것은 바로 외부 대안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다른 대안이 있으면 떠날 자유가 있어요. 갈 곳이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갑질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을은 갑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집에서는 좋은 부모, 좋은 자녀, 좋은 배우자인 사람도 갑을관계로 이루어진 환경에서는 달리 행동할 수 있습니다. 특히 꾸벅꾸벅 인사를 받는 자리인 직장 상사, 원청업체 직원, 매장 소비자, 항공사 승객의 위치에 서면, 갑처럼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기 쉬워요. 갑질에 따른 죄책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 세상을 균혀 있게 보는 눈>의 저자 김재수는 시장경제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강조한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오만과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확률적으로 생각하는 저자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편 가르기 사고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다듬기 - 일상을 깨지 않고 인생을 바꾸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수오서재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다듬기>는 무리하게 일상을 바꾸지 않아도 생활 곳곳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다듬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히로세 유코는 <이제 좀 느긋하게 지내볼까 합니다><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등을 쓴 에세이스트이자 편집자이며 장소를 조성하는 설계 사무소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인생을 가다듬고 싶은 이유는 하루하루 홀가분하고 쾌적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찰나를 꾸준히 가다듬다 보면 자연히 나 자신이 반듯하게 가다듬어지고, 결국 하루하루 홀가분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기 나름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또한 한 번 행하는 것과 꾸준히 끈기를 가지고 행동을 이어가는 것 역시 다르다. 이것이 삶의 본질이다. 매 순간, 마음 편하게, 마음 가는 대로 행하는 삶의 방식이 바로 가다듬기로 이어진다."

이 책은 '1장 지금, 나로 살기, 2장 시간과 공간 가다듬기, 3장 홀가분한 하루를 위한 일상 정리법, 4장 모든 것은 몸에 남는다, 5장 가벼운 쪽으로, 분명한 쪽으로'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상은 매일 새로운 사건으로 가득해진다고 말한다. 태도를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을 할까?'보다 '어떻게 할까?'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은 새로운 자아로 이어지는 열쇠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은 그 일에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이고, 집중한다는 뜻이며, 지금까지 해왔던 일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생각하고 시도하고 가르침을 구하는 것을 꾸준히 반복하며, 매일 실천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공을 들이면 결국엔 조금 더 나아진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 쓸 구석이 늘어나고, 그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정말로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은 '지금, 여기 뿐'이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금 이곳밖에 없다고 말한다. 무엇이 보이는가, 어떻게 느끼는가가 지금 나와 이어지는 세계이다. 지금 이곳에 집중하는 것은 나 자신을 가다듬으며 삶을 생생하게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지금 이곳에 내가 있다는 의식. 매사 나 자신을 가다듬고, 눈앞의 시간에 깊이를 더하는 방법이다. 이런 의식을 계속 하다 보면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다. 새로운 관점과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깨닫고, 조용한 행복이 나를 감싸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바로 그런 순간이다."

저자는 나만의 규칙은 내 삶이 쾌적하고 수월해지도록 랒아낸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수없이 흩어져 있는 무언가 중에서 내 생각과 감성에 맞는 것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사용하는 행위인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차츰 나만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서서히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습관은 나를 가다듬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눈을 떴을 때의 습관, 일하러 나가기 전의 습관,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의 습관, 좋은 습관을 나를 가다듬는다. 또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해주고, 몸을 개운하게 만든다. 우리는 매일 습관으로 삶의 형태를 갖추어 나간다."

저자는 내가 변하는 만큼 가방 속 물건들도 잘 따라오는가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방뿐 아니라 나 자신도, 내 삶의 방식도, 가방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는 생각보다 넓은 세계가 펼쳐진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필요한 물건을 가방 속에 두고 앞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어나가자고 전한다.

"자신의 변화에 마음을 기울이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앞으로 나에게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눈앞에 고요한 풍경이 떠오른다. 미래를 내다보고 대비할 수 있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가방 속부터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면 내가 원하는 미래가 다가온다."

저자는 돈이 고이지 않도록, 유유히 흐를 수 있도록, 때때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도록, 돈으로 나를 가다듬고 내가 보는 세계를 만들으야 한다고 말한다. 돌고 돌아온 돈을 가능한 좋은 형태로 탈바꿈시켜 필요할 때 기분 좋게 사용해야 하며 돈의 본래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돈을 다룰 때도 가다듬기가 필요하다. 돈의 본래 가치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법을 생각하고,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지배당하지 않고 기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

저자는 '가다듬는다'는 행위는 스스로를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모든 아름다운 시간과 생각, 감각을 자신의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둠으로써,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다듬기는 과정이며 우리가 통과해야 할 지점이다. 매일 무엇을 느끼고 살고 싶은가,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생각을 바로잡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손을 움직이고, 정리하며, 과거의 나와 다른 나를 느껴본다. 지금의 환경과 앞으로 바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기분이 전환될 때도 있고, 소중한 것이 떠오를 때도 있다. 그렇게 새로운 생각이 찾아오기도 한다. 가다듬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자신에게 잘 맞는 가다듬기의 방법을 찾아내어 삶을 덜어내고 홀가분해지자. <가다듬기>는 삶을 홀가분하게 만드는 가다듬기로 삶의 흐름을 바꾸고 인생의 여백을 만드는 길을 발견하는 책으로 흥미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