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심리수업
다카하시 가즈미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더 이상의 성장을 거부하는 성인들의 생각과 마음의 능력을 뇌과학과 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심리전문가이자 정신의학자인 다카하시 가즈미가 세상과 자신에 대한 '고정된 해석'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일련의 사건과 상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너무 열심히 노력만 하고 살아온 주부가 자신을 변화한 사연을 들여주어 인상적이다. 그녀 자신은 세상의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보다 깊은 자기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저자는 보다 깊은 자기 자신은 세상의 변화를 알면서도 거기에 휩쓸리지 않는, 보다 확고한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 그녀는 본래의 자신을 되찾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고통스러운 현실적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킨다.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세상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세상의 변동에 휩쓸리지 않고 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나'라는 존재가 보다 확실하게 확립되어가는 이 구조는 인격이 성장할 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정신적 발달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에는 현재의 해석을 초월해 보다 깊은 해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항상 고루한 자신을 초월해 자신을 바꾸어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에 내재된 자신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능력은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며, 두 번째는 절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세 번째는 순수성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첫 번째인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란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슬픈 사건 때문에 울고 있을 때 슬픔 속에서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슬퍼하고 있는 자신에게서 벗어나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두 번째인 '절망할 수 있는 능력'이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방팔방이 꽉 막힌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아이에게는 이러한 능력이 없다. 마음의 강인함을 갖춘 성인에게만 있는 능력이다. 마음의 강인함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인 '순수성을 느끼는 능력'이란 믿음이나 과거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마음의 작용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저자는 감성보다 깊은 수준에 존재하는 것은 사람의 변하지 않는 주관성이라고 말한다. 이 주관성은 보다 세련된 생명의 가치이며 생활에서의 경험이다. 저자는 주관성은 느끼고 행동하고 바라고 생각하고 직감하고 마음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 절망할 수 있는 능력, 순수성을 느끼는 능력은 마음이 최종적인 주관성을 획득하고 자아를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 깊은 부분에 도달해 이 주관성과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운명 전체를 볼 수 있다. 태어나고 활동하고 죽어가는 자신의 운명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이해를 통해서 완성되는 자신이 진정한 자신이다.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주관성이다."
저자는 고루한 해석 안에서의 나는 자신의 외부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객관적인 존재였지만, 내가 마음의 보다 깊은 주관성을 만나고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외적인 사물이나 인간관계를 참조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사람은 주관성을 확립하면 정신적 발달을 이루고 새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고루한 자신은 주변의 가치 있는 사람으로부터 기대를 받는 것에 의해 결정되는 자신이었지만 새로운 자신은 자신의 내적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목적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의해 정해지는 자신이다.
나는 사람들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확립되는 것이다. 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이고 자기 참조적이다. 나는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존재가 아니다.
진정한 나는 아버지, 남편, 과장, 시민 등 모든 역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항상 변하지 않는 나의 주관성이다."
저자는 자신이 실시하고 있는 정신과의 그룹 치료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주관성을 접촉해 심리적 고민에서 회복한 사람은 "저는..."이라는 말로 시작하고,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거나 우리 가족은 이렇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객관적인 말 대신,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 "나는 우리 가족을 이런 식으로 느낀다."라고 말한다라고 전한다. 저자는 그룹 치료에서 이런 발언은 자신의 입장에서의 발언이라고 불리며, 주관성을 자극하고 치유력을 높이는 발언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객관적인 관찰 능력을 향상시킨 사람은 유머 감각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유머란 보통 무언가를 믿고 그 세계 안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만들어진다. 무엇인가를 믿고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자신의 모습과 그런 모습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패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자신의 협소한 믿음과 그로부터 불거져 나온 자신의 폭넓은 사고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실패를 유머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애석함과 포기를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유머 감각은 객관적인 관찰 능력과 표리일체의 관계다.
또 성숙한 사람의 따뜻한 유머는 듣고 있는 사람을 안심시키고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현실로부터 일단 분리시킬 줄 안다. 유머는 행동의 필연성을 분리시켜 관찰하는 여유와 포기의 입장에서 탄생한다. 즉, 주관성과 객관성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새를 이해하게 되었을 대 탄생하는 것이 바로 유머다."
저자는 자신의 주관성을 만나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 탄생하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주관성이 갖추어지면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자신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깨닫는다고 이야기한다. 이 가벼움은 마음뿐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신체적인 가벼움도 동반한다. 자신의 신체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감각이 깊어지면서 가벼움을 느끼는 것이다.
"자유는 자신이 얽매여 있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된 직후에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주관성을 확립했을 때 자신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유롭다는 확신을 가진다. 이 감각이야말로 진정한 해방감이다.
이때 사람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된 것일까? 그때까지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고, 자신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강요하고, 자유로운 마음의 움직임을 억압하고 있던 사회의 상식이나 인간관계나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와 같은 모든 객관성이다. 또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외부의 객관성이 정해주는 것이라고 믿고 있던 고루한 해석과 그것을 수용했던 자신, 고루한 해석에 의지하고 있던 자신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야 비로소 우리는 바뀌기 시작하고, 그때 내가 자신을 바꾸어가는 것 역시 운명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운명이란 처음에 나의 의지와는 동떨어진 객관성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이해했을 때 우리는 주관성을 만나고 이제는 그 주관성을 바타응로 살기 시작한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을 지침으로 삼는다. 주관성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의 순수성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