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 - 시장경제를 알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43
김재수 지음 / 샘터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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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은 <99%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이자 매일경제신문의 '확신과 과신' 칼럼, 한겨레신문의 '갑을경제학'의 칼럼 등을 쓰면서 활발하게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인디애나 퍼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재수가 쓴 샘터 인문도서 아우름 시리즈 마흔세 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장경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장이 언제 잘 작동하고 언제 작동하지 않는지, 시장이 언제 대다수의 이익을 보호하고 언제 상위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대사수에게 손해를 끼치는지 질문하고 대답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긴 기간 보며 평가하는 것과 짧은 기간 보며 평가하는 일은 다릅니다. 시장경제가 전체 인류에게 가져다준 것과 시장경제가 개인 삶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도 다른 결론을 낳을지 몰라요. 시장경제는 인류를 지독한 가난에서 구출했지만, 시장경제가 삶을 모두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시장경제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복잡한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통찰과 지혜를 얻기 바랍니다."

이 책은 '1장 경제학적 사고방식-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2장 시장경제 앞에서 보기, 3장 시장경제 뒤에서 보기'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경제학 사고방식의 첫걸음은 모든 일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대가'를 확인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언제나 양면을 모두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디어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길 좋아한다면, 경제학은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과 피해를 받는 사람 모두를 통계 데이터로 정리하고 비교합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재빠르게 결론을 내리려고 하지만, 경제학은 모두의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대가를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고, 왜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이는 것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귱형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개념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가르침을 담습니다. 보이는 것만 바꾼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보이는 것 뒤에 똑똑한 인간과 복잡한 세상이 존재하니까요. 균형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성급하게 문제를 분석한 후 간단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서 농민이 고통을 받으면,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높이라고 말합니다. 성별 임극격차가 크다고 하면, 남녀에게 동일한 임금을 주자고 말합니다. 균형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쉬운 대답을 제시해요. 마치 마트 계산대 줄이 너무 길면 계산대 앞에 두 명만 서게 하자는 제안과 비슷합니다."

외부효과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 거래가 또 다른 삼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외부효과는 긍정적 혜택을 낳거나 부정적 비용을 전가한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경제활동이 더 많이 벌어지도록 해야 하며 부정적 외부효과는 경제활동이 더 적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스스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외부효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닌 본질적 문제라고 말한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해라고 불리는 '딥워터 호라이즌' 기름 유출 사고를 기억하나요? 이것도 전형적인 부정적 외부효과입니다. 석유회사 BP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험이 없는 작은 회사에게 관리를 맡겼습니다.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쿄전력이 값싼 용광로를 샀기 때문에 멜트다운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사고에 따른 모든 비용을 기업이 진다면, BP와 도쿄전력은 다르게 선택했을 거예요."

저자는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하고 다들 부러워하는 미국에서 총기 사고, 대량 투옥, 마약성 진통제 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이것은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가 낳은 공유지의 비극 때문이다. 모두가 더 안전해지기 위해 총기를 구매하지만 사회 전체는 더 위험해진다. 저자는 총기와 마약성 진통제 같이 사유재여야 하거나 형사법 같이 공공재여야 하는 것도 얼마든지 공유재로 바뀔 수 있으며 여기에는 통제받지 않은 힘과 이기심이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저자는 모두가 적당하게 소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지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두가 지나치게 소비하면 모두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고 전한다.

"자본주의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유는 공정한 경쟁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경쟁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공유재 성격이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향한 경쟁은 우리를 비극으로 몰아넣습니다. 무엇이 좋은 경쟁이고, 무엇이 나쁜 경쟁인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저자는 갑질의 문제는 나와 타자를 갑을관계로 만드는 상황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도한 친절이 강요되는 곳에서 세상의 을은 서로의 갑에게 항의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갑은 을의 얼굴을 쳐다보고 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는것이 우리 스스로가 갑질하는 사람이 되지 않고, 내 가족과 이웃이 갑질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갑질을 거부하는 것은 바로 외부 대안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다른 대안이 있으면 떠날 자유가 있어요. 갈 곳이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갑질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을은 갑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집에서는 좋은 부모, 좋은 자녀, 좋은 배우자인 사람도 갑을관계로 이루어진 환경에서는 달리 행동할 수 있습니다. 특히 꾸벅꾸벅 인사를 받는 자리인 직장 상사, 원청업체 직원, 매장 소비자, 항공사 승객의 위치에 서면, 갑처럼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기 쉬워요. 갑질에 따른 죄책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 세상을 균혀 있게 보는 눈>의 저자 김재수는 시장경제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강조한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오만과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확률적으로 생각하는 저자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편 가르기 사고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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