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미조의 시대
이서수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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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들을 읽으며 깊은 공감과 위로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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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미조의 시대
이서수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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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은 2021년 한국문학을 빛낸 최고의 단편소설을 엄선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들을 수록한 책이다. 올해로 22회를 맞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대상인 이서수 작가의 <미조의 시대>를 포함하여 우수상 수상작품인 김경욱 작가의 <타인의 삶>, 김멜라 작가의 <나뭇잎이 마르고>, 박솔뫼 작가의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 은희경 작가의 <아가씨 유정도 하지>, 최진영 작가의 <차고 뜨거운> 뿐만 아니라 대상 수상작가 자선작인 <나의 방광 나의 지구>, 기수상작가 자선작 <얼굴을 비울 때까지>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의 대상 수상작인 이서수 작가의 <미조의 시대>와 문화평론가 정홍수의 평론도 실려있어 눈길을 끈다. 문화평론가 정홍수는 "2020년대에 '시대착오적'으로, 그러나 더없이 진실되고 감동적으로 회귀한 '노동소설'이 이렇게 여러 겹의 '수기' 형식을 띠는 것은 어떤 면에서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는 소설의 리얼리티에서 반세기 전 구로공단의 시간을 품고 껴안는 것만큼이나, 목소리의 다성성을 구현하고 있는 소설의 화법과 스타일에서도 야심적이고 창의적이다. 출구 없는 현실의 틈새에서 찾아낸 각별한 언어의 충실성은 이 신예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한껏 기대하게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제22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작 중 최진영 작가의 <차고 뜨거운>이라는 단편소설이 눈길을 끌었다. 오랜 상상의 힘으로 우월함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타인을 이용하는 아빠의 존재를 13살에 지워버린 주인공은 어른이 되어 태양이라는 이름의 아이를 낳는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자식을 무시하면서 엄마의 자리를 견고하게 다지는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에게 흡수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다짐을 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과거의 부모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어 깊은 여운이 남는다.

"아빠는 밥솥이 어디에 있는지, 자기 속옷이 어느 서랍에 있는지도 몰랐다. 형광등 하나 갈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세탁기 사용법은 알까? 옷을 빨아서 말려야 한다는 것, 쌀을 씻어서 밥솥에 넣어 취사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것, 식사 후 그릇은 씻어야 한다는 것, 먼지는 쓸고 닦아야 하며 식재료는 시장에서 사 와 냉장고에 채워 넣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고도 잘 살아가는 사람. 가족의 생일은 외우지 못하지만 통장의 잔고는 십 원 단위까지 외우는 사람. 우리 집에서 아빠는 나이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도 어린아이처럼 보호받는 존재였다. 사고를 치고 행패를 부려도 아직 미성숙한 사람이므로 가족의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존재. 아빠는 자기가 누군가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을 것이다. 나는 오랜 상상의 힘으로 아빠를 없애버렸다."

"나는 잘못될 생각부터 하기는 싫어. 나는 복직할 거고 태양이는 잘 클 거야. 물론 아프겠지. 다치겠지. 속상하겠지. 가끔 후회하겠지. 애 아빠하고 나는 싸우기도 할 거고 태양이는 울겠지. 그러면 서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화해할 거야. 중요한 일은 같이 고민하고 약속을 지킬 거야. 특별한 날에는 외식도 하고 여행도 갈 거야. 나는 그렇게 살 거야. 엄마."

"내가 어떤 아이였든 무슨 상관인가.

걸음걸이마저 닮아버린 두 사람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할 테고 나는 이제 누구의 기억에도 엉겨 붇지 않을 것이다. 지금을 생각할 것이다. 고개를 들어 태양을 찾았다. 구름이 빠르게 태양을 가리며 지상에 잠시 그림자를 만들었다. 곧 눈이 부셨다. 우리 중 누구도 아빠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몰랐으며 관심도 없었다. 아빠를 추억하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아직까지는."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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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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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춤추다>는 휴고 상, 네뷸러 상, 로커스 상 등 최고 권위의 장르문학상을 여러 차례 석권하고, 미국 문단에 끼친 공로로 전미 도서상 메달을 수여받기도 했던 어슐러 르 귄의 에세이다. 르 귄이 예순의 나이를 목전에 두었던 1989년에 출간된 이 책에는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전반에 걸쳐 발표했던 강연용 원고, 에세이, 서평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듬해 휴고 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서평을 제외한 각각의 글은 주제에 따라 여성, 세계, 문학, 여행을 나타내는 네 가지 기호가 붙어 있는데, 서문에서는 그 의도를 "특정 경향에 동조하지 않는 독자들이 피해 가는 데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무엇이든 주는 대로 받으려는 독자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위트 있게 밝히고 있다. 폐경, 유토피아, 여행기, <하늘의 물레> 공청회를 둘러싼 문학의 검열 문제, <스타워즈>에 관한 감상 등 밀접한 삶의 단면에서부터 SF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소재를 망라한다. 때로는 쉽게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운 난해하고 추상적인 주제 속에서도 설득력 넘치고 우아한 문장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르 귄의 사고실험에 동참하게 한다. 잔잔한 유머와 날카로운 분노가 곁들여진 폭넓은 주제의 글들은 소설만으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르 귄 특유의 철학과 세계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하고,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거듭나던 시기의 사유 과정을 보여 준다. 르 귄이 자신의 대표작인 어스시 연대기를 마법사 게드가 활약하는 3부작에서 완결하지 않고, 20년 만에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장편 <테하누>(1990)로 다시 이어지게 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는 자각의 기록이기도 하다.

'우주 노파'라는 제목의 글에서 르 귄은 폐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르 귄은 노년기는 처녀기의 회복이 아니라 세 번재이자 새로운 상태라고 말한다. 르 귄은 기꺼이 변화를 이뤄 내려는 여자는 마침내 스스로를 배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스스로의 세 번째 자아를, 노렬기를, 홀로 힘겹게 낳아야 한다는 르 귄의 글에 공감한다.

"몸이 폐경처럼 강렬한 변화 신호를 주는데도 변하지 않고 젊게 남아 있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분명 용감하다. 하지만 어리석기도 하며, 자기를 희생하는 노력이다."

'젠더(성별)가 필요한가? 다시 쓰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르 귄은 자신의 삶과 우리 사회에서 섹슈얼리티의 의미와 젠더의 의미를 정의하고 이해하기 위한 생각을 전한다. 르 귄은 이론가도 아니고, 정치 사상가나 활동가도, 사회학자도 아닌 소설가이기 때문에 <어둠의 왼손>이라는 SF 소설을 통해 자신의 사유 과정을 보여준다. 르 귄은 이 책이 말하는 바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양성적이라면, 남자와 여자가 사회 역할에 있어서 정말로 완벽하게 동등하다면,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동등하고 자유와 책임과 자존감 모두 동등하다면, 지금과 아주 다른 사회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둠의 왼손>에 담긴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고, 대안적인 관점에 마음을 열고 상상력을 확장하려 시도할 뿐이다. 하지만 르 귄의 말처럼 질문 던지기를 통해서 세상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는 SF의 기능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나는 SF의 핵심 기능 하나가 바로 이런 종류의 질문 던지기라고 생각한다. 습관적인 사고방식을 뒤집고, 우리의 언어네 아직 가리킬 말이 없는 것을 은유하고, 상상으로 실험하기."

르 귄은 "서사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라는 글에서 서사는 언어의 핵심 기능으로, 기원상 문화의 산물이나 기술이 아니라, 사회에서 정상으로 기능하는 정신의 근본에 있는 공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설, 일반적으로 서사는, 주어진 사실에 대한 가장이나 왜곡이 아니라 선택지와 대안들을 제기하여 환경에 적극적으로 직면하는 과정이자, 현재 현실을 증명할 수 없는 과거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연결하여 확장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르 귄은 소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롯이라고 정의한 시간 방향성의 심미 각각을 이용하여 가능성들을 연결하고 그렇기에 우리에게 유용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행동과 존재를 허구라는 측면에서 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유롭다는 듯이 행동할 수가 없다라는 르 귄의 글이 인상적이다.

"현재는 압도적인 현실의 무게로 이야기와 맞설 뿐 아니라, 이야기를 시곗바늘이나 심장 박동의 속도에 한정해 버린다. 서사는 과거라는 "다른 나라"에 스스로를 위치시켜야만, 그곳의 미래인 현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르 귄은 "산문과 시의 상호 관계"라는 글에서 자신에게는 시든 산문이든, 작문은 번역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만 끈질기게 남아있다고 말한다.

"저는 갈수록 글쓰기 행위 자체가 번역이라고, 적어도 다른 것보다는 번역에 가깝다고 느끼게 됐어요. 그러면 원본은, 원래의 텍스트는 뭐냐고요? 제게는 답이 없어요. 아마 아이디어들이 헤엄치는 깊은 바다 같은 원천이 원본이고, 작가는 말이라는 그물로 그 아이디어를 잡아서 반짜깅는 모습 그대로 배에 던져 넣는 거겠죠......"

이 책에 실린, 여성 교육의 산실이었던 밀스 컬리지 졸업생들을 위해 했던 르 귄의 "왼손잡이를 위한 졸업식 연설"은 역대 미국 명사들의 명연설을 모은 사이트 아메리칸 레토릭 최고의 연설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전 여러분의 성공을 기원하지 않아요.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전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여러분은 인간이기에, 실패를 겪을 거예요. 실망, 부당함, 배신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겪을 거예요. 스스로가 강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소유하기 위해 일하다가 어느 순간 소유당하고 있음을 알게 될 거예요. 이미 경험했다는 걸 알지만, 여러분은 앞으로도 어두운 곳에서 홀로 두려움에 질리게 될 거예요.

저는 여러분이, 나의 자매이자 딸들, 형제이자 아들들 모두가 그곳, 그 어두운 곳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합리주의 성공 문화가 부정하며 유배지라고,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이질적이라고 하는 그곳에서도 살 수 있기를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여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죄수로 살거나 정신병질적인 사회 체계에 합의한 포로로 살지 않고 그곳의 원래 주민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곳에 편안히 자리 잡고, 그곳에 집을 두고,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기만의 방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그곳에서 예술이든 과학이든 공학이든 회사 경영이든 침대 밑 청소든 뭐든 간에 잘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고, 혹시 사람들이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열등한 직업이라고 한다면 그들에게 꺼지라고 말하고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을 받아 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정복할 필요도, 정복당할 필요도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결코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행사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실패하고, 패배하고, 고통에 사로잡히고, 어둠 속에 놓일 때면 부디 어둠이야말로 여러분의 나라이며 여러분이 사는 곳이고, 어떤 전쟁도 치른 적 없고 어떤 전쟁에도 이긴 적 없으며 오직 미래만 있는 곳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뿌리는 어둠 속에 있어요. 땅이 우리의 나라예요. 왜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대신 위를 올려다보며 축복을 구했을까요? 우리의 희망은 아래에 있어요. 궤도를 도는 감시 위성과 무기들이 가득한 하늘이 아니라, 우리가 내려다보며 살아온 땅에 있어요. 위가 아니라 아래에 있어요. 눈을 멀게 하는 빛이 아니라 영양분을 공급하는 어둠에, 인간이 인간의 영혼을 키우는 곳에 있어요."

이 책에서 르 귄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시나요?"라는 글에서 낭독이나 강연 후의 청중들의 질문에 관한 고찰을 이야기한 글이 흥미롭다. 르 귄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직 체계적으로 반복해서 오랫동안 훈련해야만 소설 쓰기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르 귄은 심상은 상상력에서 일어나고, 상상력이 생각하는 정신과 감각하는 몸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이야기한다. 독자는 읽는 동안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거나 듣거나 느끼고 그 속에 빨려 들어간다. 그 심상들 속에, 그 상상 속에 들어간다. 르 귄은 읽히지 않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며, 소설을 읽는 독자가 소설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낸다고 전한다.

"일단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작가는 그 성스러운 고독을 버리고 작업 전체가 연행이었다는 사실, 이왕이면 좋은 연행이면 좋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작가인 '내'가 내 작품을 다시 읽고, 진정하고 앉아서 다시 생각하고, 고친 다음이라면 독자에 대해 의식하고 또 내가 독자와 협업한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이 적절할 뿐 아니라 필요하기도 하다. 사실 '나'는 신념을 갖고 그 미지의, 어쩌면 다시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친애하는 나의 독자들이 존재하리라 선언해야 할지도 모른다. 창작 시간의 아름다운 오만에서 벗어나 명석하고 예리한 자의식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글이 내가 생각한 대로를 말하나? 내가 생각한 것을 전부 말하나? 바로 이 단계에서 작가인 나는 작품 속에 나타난 대로, 독자들과 나의 관계가 지닌 본질을 물어야 할지 모른다. 내가 독자들을 밀어내고 있나, 조종하고 있나, 가르치려 드나, 독자들에게 과시하고 있나? 내가 독자들을 벌하고 있나? 내가 그동안 마음에 축적한 독을 버릴 쓰레기장으로 독자를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내가 독자들이 믿으면 좋을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나, 아닌가? 내가 독자들 주위를 빙빙 돌고 있나? 독자들이 그걸 즐길까? 내가 겁을 주고 있나? 그럴 의도는 있었고? 내가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흥미를 끌도록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독자들에게 최면을 걸고 있나? 내가 독자들이 나와 함께 작업하도록 작품을 주고, 유혹하고, 초대하고, 끌어들이고 있나? 나의 상상을 완성하는 바로 그 독자가 되어 달라고?"

르 귄은 "시어도라", "여자 어부의 딸"이라는 글에서 남편에 비해 존재감이 가려져 있던 어머니 '시어도라'에 관한 이야기를 건낸다. 르 귄의 어머니 시어도라는 네 아이를 기르고 결혼시킨 후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50대 중반에야 펜을 들었다. 어머니의 삶을 반추하며 여성 예술가의 복합적인 삶에 대해 조명한 르 귄의 글은 큰 울림을 준다.

"어머니의 결혼 전 이름은 시어도라 크라코프였고, 첫 결혼 후에는 시어도라 브라운이었어요. 어머니가 책을 쓸 때 쓴 이름은 두 번째 결혼하고 얻은 이름 시어도라 크로버였죠. 세 번째 결혼 후의 이름은 시어도라 퀸이었어요. 이렇게 여러 이름을 갖는 일은 남자에게는 일어나지 않죠. 불편하지만, 그 성가진 현상 자체가 여자 작가란 '저자'라는 단순한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책임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글쓰기인 다중적이고 복잡한 존재 과정이라는 점을 밝혀 주는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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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이유 - 부당한 세계에서 나를 지키는 본능적 힘
라이언 마틴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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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분노의 이유>에서 세계적인 분노 전문 심리학자인 저자 라이언 마틴은 우리가 왜 분노를 느끼는지 그 심리적ㆍ진화적 원인을 살피고, 분노에서 비롯한 에너지를 어떻게 이롭게 쓸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분노의 실체를 이해하고 삶의 원동력으로 바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1부 분노란 무엇인가, 2부 분노의 나쁜 결과들, 3부 건강한 분노'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분노'의 기본이다. 분노 감정에 대한 개론에 해당한다. 1부에 속한 5개의 장에서는 분노의 정의, 우리에게 화가 나는 이유, 분노로 이어지는 생각의 유형들, 분노의 생물학적 토대, 그리고 인종과 젠더가 성난 사람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개괄한다. 2부 '분노의 부작용'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분노의 주요 결과들을 파악한다. 2부에 속한 4개 장에는 분노와 폭력 간의 복잡한 관계, 분노가 관계를 망치는 이유, 분노가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분노가 비이성적 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논한다. 마지막 3부는 '건강한 분노'를 다룬다. 어떻게 분노를 긍정적이고 친사회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문노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나는 분노관리를 남들과 다르게 본다. 내게 분노는 진정과 회피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분노관리 목표가 단지 화를 풀거나 화를 억누르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분노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통제를 잃는 것이 건강하지 않듯 분노를 무시하는 것도 건강하지 않다. 나는 분노를 연료로 생각한다. 분노는 우리에게 필요한 일들을 실행하기 위한 에너지와 열정을 제공한다. 하지만 다른 연료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제어하고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분노관리를 단지 화를 참거나 화날 때 진정하는 방법이 아닌 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기 바란다고 말한다. 평소의 생각과 분노 당시의 기분, 분노를 유발한 자극이 얽혀서 복잡한 패턴을 형성한다. 이 책은 그 패턴들을 이해하고, 분노의 감정이 일었을 때 그것을 조절하고 분노를 긍정적이고 생산적이고 친사회적인 방향으로 이용할 방법을 모색한다.

"나는 책임 있는 분노관리가 무엇인지 논하고자 한다. 화를 내느냐 마느냐 외에도 우리가 분노에 대해 내릴 수 있는 결정들은 많다. 우리는 화날 때 진정할 방법을 찾는 것 이상을 할 수 있다. 사실 어떤 도발에 얼마나 격분하는지는 더 크고 복잡한 방정식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데펜배처 박사가 1996년 논문 <분노에 대한 인지적, 행동적 접근>에서 소개한 '화나는 이유' 모형에 대해 설명한다. 이 모형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에 대한 전면적인 그림을 제기한다. 데펜배처 박사는 분노가 (1) 촉발요인, (2) 분노 전 상태, (3) 판단 이라는 세 요소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일어난다고 했다. 화나는 경우들은 다양하지만 대개 불공정, 부당 대우, 목표 방해의 세 가지 범주가 많다. 또한 데벤배처 모형의 세 번째 요소인 판단은 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때의 판단이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갖가지 요소를 평가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규칙들은 대개 불문율이며, 따라서 보편적으로 수용되거나 숙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모두가 이 모형을 이해해서 자신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 보다 건강한 정서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분노 경험을 구성하는 여러 생리적 요소는 분노에 대한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분노도 우리의 인간 조상과 비인간 조상에게 생존의 이점을 제공했기에 지금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뇌 부위들, 얼굴 표정, 신체 자세는 그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상들이 적대적인 자연에 맞서 살아남은 수억 년 투쟁의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화났을 때 드는 생각들 중 다섯가지 '성난 생각' 유형은 과잉 일반화, 당위적 요구, 오류귀인, 파국화, 선동적 지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중에서 파국화는 분노의 원인에 대한 우리의 대처 능력을 판단하는 2차판단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부정적 과장, 즉 파국화 경향은 우리가 부정적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을 대처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촉발요인의 결과를 재앙으로 해석하면 불안감과 무기력감이 쇄도한다. 세상이 모두 내게 덤비거나 등을 돌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어찌해볼 도리는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파국화는 부정적 과장, 즉 최악을 예상하는 것을 말한다. 상황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사건에 지극히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다. 이 경우 일이 조금만 틀어져도 "오늘 다 망했어"라고 반응한다."

저자는 분노를 표출하는 최선의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고, 분노 표출은 젠더와 인종 등 분노한 사람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며, 분노 표출의 결과도 젠더와 인종 등 분노한 사람의 사회적 특성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사회가 구조적으로 특정 집단들을 억압하는 것, 분노할 일을 너무나 많이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침착과 평화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어떠한 분노도 드러내지 말 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고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분노가 다른 기본 감정들, 예컨대 슬픔, 공포, 즐거움과 다른 점은 주로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 상황의 맥락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분노는 관계 파탄의 결과를 야기하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화가 자주 그리고 격하게 나는 사람, 특히 그 분노를 외적으로 표출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겁먹게 한다. 한편 화난 사람은 자신의 분노 폭발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저자는 분노의 나쁜 결과들로 '분노'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문제를 야기하고 대인관계를 망치는 등 우리의 삶에 쉽게 분탕을 친다고 말한다. 분노는 푹력적 상호작용과 그 밖의 충동적 행동들로 이어져 우리와 주변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으며 우리는 분노를 못 참고 몰지각하고 비이성적인 말과 행동을 저질러 망신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동시에 이런 문제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분노 평가는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준다. 분노가 부른 비이성적 말과 행동이 오히려 우리의 핵심신념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래서 분노의 말과 행동을 더 깊이 풀어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리가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은 분노가 어디서 오는지 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분노는 나에게 특정 상황에 대한 것들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마음을 쓰는지에 대해 말해준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분노 반응 자체에는 본질적으로 잘못된 건 없다. 분노는 그런 도발에 대한 어쩌면 온전히 합리적인 반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들에 처했을 때 분노가 어디서 오는지 풀어내는 것이다. 일단 생각의 패턴을 분별하는 감각을 기르면, 자신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분노를 전하는 법으로 첫째,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ㅂ전달할지, 상대가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기, 둘째, 내 기분을 말하고 상대에게 전적인 책임을 지우지 않기, 셋째, 어려운 대화에서 침착을 유지하고 프로답게 행동하기, 넷째, 구체적인 이슈를 대화 전면에 내세우고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기, 다섯째,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 상대의 기분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주목하기, 여섯째, 힘든 대화 중에 상황이 너무 과열됐다 싶거나 대화가 더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대화를 멈추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화가 날 때는 이른바 '카타르시스 효과'를 노린 행동-물건 두들기기, 악쓰기, 고함지르기, 폭력적 비디오게임 하기, 폭력적인 미디어 콘텐츠 시청 같은 공격적 수단을 통한 '화풀이' 행동-을 오히려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그런 방법은 분노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문제를 더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저자는 분노는 '나'라는 복잡한 기계를 달리게 하는 강력한 연료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연료들과 마찬가지로 과하게 가열됐을 때는 온도를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때로 긴장 완화와 관심 전환을 꾀하는 이유다. 저자는 그것이 우리가 때로 스스로의 생각을 재평가하고, 분노 신호들을 피하고, 긴장 상태를 인지할 방법을 찾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렇게 열기를 식힐 방도를 모색한다. 하지만 분노를 느끼는 것이 전적으로 자연스럽고 당연할 때는 화내도 괜찮을 뿐 아니라 화내는 것이 옳다는 저자의 마지막 글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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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명상에서 시작된다 - 번아웃 직장인에게 필요한 마인드풀니스 명상 습관!
경서윤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 자신과 진정으로 만나는 명상을 배울 수 있는 책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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