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불편한 진실
안톤 숄츠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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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의 저자 안톤 숄츠는 평범한 한국 사람보다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다채롭고 깊이 있게 경험한 지성인이다. 오랫동안 한국에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사회와 사람들은 그에게 여전히 의문과 궁금증을 일으키는 대상이다. 1994년 ‘한국’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름 행복을 누렸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저자는 한국인들에게 깊은 사랑과 공감을 느끼지만, 때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의아하기만 한 모습들을 목격한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아갈 대한민국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모색과 조언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들의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불편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맵고 쓰고 독한 메시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한국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 그의 글에는 폭 넓은 이해와 애정, 응원이 가득 담겨 있다.

"나는 나의 반생을 이곳에서 살면서 1990녀내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의 사회 변화를 관찰하고 경험했다. 덕분에 한국 사람을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의 행복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을 찾기 위해 이 나라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많은 한국 사람을 불행해 보이도록 만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 책은 '1장 워라벨의 기술, 2장 여행, 모험을 꿈꿔야 하는 이유, 3장 집을 사는 행복, 집에 사는 행복, 4장 교육, 서열과 순위의 덫에 갇혀버린 행복, 5장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한국 사람, 당신에게'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공정성은 중요한 이상이고, 사회는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인생의 불공평함을 이해하고 그 분별력을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해 발휘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공정성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기도 아니고 나의 단점을 감추는 방패도 아니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당연하게도, 스펙을 쌓느라 책상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취준생들은 몇 년 전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을 때 청와대 청원 게시판까지 찾아가 불만을 토해냈다. 당연하게도, 영혼을 끌어모아 내 집 마련을 한 사람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민주택의 특별공급 대상하자 된다는 제도에 항의했다. 나처럼 공부해서 시험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면 정규직으로 채용될 자격도 없고, 나처럼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도 집을 얻을 자격이 없다고 여긴다.

자신만의 공정을 외치는 사회에서 타인의 행운이나 행복은 불공정한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긴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더 강해진 것 같다. 공정은 중요하게 다뤄야 할 주제지만 그 범위가 개인 혹은 특정 집단에게만 국한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진정한 공정에 도달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칼릴 지브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예언자>에 등장하는 베푸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베풂'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부자가 묻자 예언자는 말한다. "그대들은 오직 보답이 있을 때에만 베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수원의 나무와 목장의 양 떼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스스로 살기 위해 베푼다. 서로 나누지 않고 움켜쥐는 것이야말로 멸망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낮과 밤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은 그대들에게 다른 모든 것을 받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들이다." 저자는 내가 할 일에 마음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대상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일에서 록커이자 배우로 활동하며 유명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뮐러 베르턴하겐 마리우스아 아티스트의 자질에 대해 남긴 인상적인 견해를 소개한다. "예술가에겐 책임이 따른다. 예술가는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진실하고 솔직해야 한다. 나 역시 실패보다 성공이 좋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글을 쓰거나 음악을 하면 절대 안 된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예술가라고 말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의견에 덧붙이자면 예술가라면 공적인 영역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연예계의 유명 인사들이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는데, 그들은 부와 명성이라는 성공의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해 영혼에 큰 균열이 벌어졌고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전한다. 저자는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자신이 꿈꾸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복이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에 정착하고 굉장히 낯설었던 것 중 하나는 집의 의미였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 사람들에게 집은 곧 부동산,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저자는 한국에서 '집'은 곧 '값'이 되어 어느 지역의 집값이 얼마나 뛰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집의 얼굴에는 가격, 숫자 명찰이 붙여진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은 집은 사고파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니고, 그러다 보면 집은 '잠시 머무는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엇을 사든 몇 년 후에 팔 거란 걸 감안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이든 집이든 진짜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긴 샀지만 나는 잠시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귀면 헤어지는 것부터 생각하는 것과도 같다. 이런 관계가 온전한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일 리 없다. 관리만 하는 집에 마음을 내주고 정을 붙이기는 힘들다."

저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단기간에 발전시키기 위해 지방 대신 서울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우선시한 정부의 정책과 부동산 투기가 빚은 기형적인 발전, 여기게 부자가 되고 싶은 개인의 욕망까지 더해지면서 서울은 화려하고 세련된 욕망의 도시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 진정한 행복, '삶의 질'을 높이는 관점에서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고 지방 도시와의 균형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모두가 교육을 위해 힘쓰고, 모두가 비슷한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해 자신의 삶과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비슷한 틀 안에서 연마된 사람들, 이제 한국에는 고학력의 머리 좋은 전문가들이 가득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률적인 스펙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대다수라면 스펙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자각하지 못하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 알고 있는 것은 행복한 유년 시절과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애초부터 아이들의 행복의 목적이 아니라, 시험을 통과하고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배우는 것이므로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원하는 것을 배우고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야 진정한 교육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마음이 아픈 것은 이처럼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빼앗으며 이토록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들이는데도 결과가 너무도 시시하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투자를 정당화해 주는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는 얼마나 될까? 한 명도 없다. 노벨평화상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상은 기술이나 지식을 다루기보다 정치적, 윤리적 의미가 큰 상이라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 공부에 쏟아붓는 셀 수 없는 시간과 돈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대학가는 수많은 천재가 활보해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결과는 초라하다."

저자는 나와 다른 견해를 차단하고 심지어 그 견해를 남긴 사람까지 추방하려는 경향, 이른바 '삭제 문화'라고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의 온라인 문화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반대 의견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것을 비난하고 제압하려는 현상은 오래되었으며, 이미 우리는 서소를 감시하고 스스로 검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는 발언의 자유는 어떤 파장이 있을지 고려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우리가 혐오 발언과 모욕적인 언어는 물론 가짜 뉴스의 확산이나 의도적인 역사 왜곡 같은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언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모든 사람이 항상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같은 자유를 제한하면 언제나 전체주의적인 사회로 퇴화한다. 독일과 한국 모두 역사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누구도 그 길을 다시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지난날 심각한 우을증과 공황을 겪으면서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 채 총을 쏘겠다고 위협하는 듯한 공포가 수시로 찾아와 괴롭혔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선불교의 가르침과 명상이 그 암흑 같은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위기를 넘기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도 가끔씩 그런 불안이 찾아오곤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둠과 고통 속에서 자신의 약점과 한계에 대해 깨달았고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은 저자의 경험과 인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법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나온 말을 소개하여 인상적이다. 저자는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 밝은 햇살을 느끼고 싶다면 뒤로 돌아서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고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돌아오는 건 실망과 체념밖에 없다는 것, 우리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무엇에서 만족하며 행복할 수 있는지. 한국은 지옥도 천국도 아니지만, 둘 다 될 수 있고 무엇이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저자의 마지막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내가 그들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다만 그들도 햇빛 아래 서 있지만 태양을 등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뿐

그들은 오직 자신의 그림자만 보고

그 그림자를 자신의 법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란 것을.

그렇다면 그들에게 태양이란 그림자를 던져주는 것 외에 무엇인가?"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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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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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시대에 철학자의 깊은 사유를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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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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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조건>은 이 시대를 가장 위협하는 ‘지식의 적’과 맞서 싸우는 철학자 오사 빅포르스의 대표작이다. 여성 최초로 스웨덴 이론철학 분야 교수 자리에 오른 오사 빅포르스는 스톡홀름대학교에서 진실의 습득을 방해하는 지식 저항의 원인과 그 해결 방안을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 연구가 집약된 대중인문서로, 믿어 마땅한 진실을 좇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 지식 저항 현상을 철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철학이 지난 수천 년간 논의해온 진실의 정의를 짚어가며 그 해답을 찾는다. 그리고 심리, 사회, 언어학의 관점에서 '진실의 적'들이 어떻게 우리를 속였는지, 왜 우리가 그들에게 속을 수밖에 없었는지 밝히고 돌파구를 제시한다. '진실'과 관련한 철학, 심리학, 사회학, 언어학 등 거의 모든 인문학적 지식을 집약한 책 <진실의 조건>은 스웨덴에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라 유수의 사회과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스티븐 핑커를 비롯한 전 세계 지식인들로부터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또한, 탈진실 시대를 헤쳐 나갈 미래 세대의 가이드북으로 선정되어 11만 명의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무상 제공되는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이 책은 정치적 견해가 극도로 양극화된 오늘날 한국의 독자들이 '진짜' 진실을 구별해내는 데 필수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1장 우리는 왜 지식에 저항하는가?, 2장 사실이란 무엇인가?, 3장 사고는 어떻게 왜곡되는가?, 4장 거짓말과 가짜 뉴스, 그리고 선전은 우리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5장 지식과 비판적 사고를 위한 교육 현장의 과제, 6장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6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우리가 사실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저항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식이 확산하려면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주장을 사람들이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철학자들은 지식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첫째, 믿음을 가져야 하며, 둘째, 그 믿음이 진실이여야 하며, 셋째, 그 믿음을 뒷받침할 타당한 근거나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식 저항에 관련해서는 지식이 되기 위한 세 번째 조건이 중요하다. 지식은 우리 모두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해온 인식적 노력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저자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특정한 상황에서 증거 저항적이 된다는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우리 믿음의 기반을 좋은 근거나 증거에 두지 않는다. 증거와 진실 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이 말은 곧 우리가 매우 자주 진실에 다가서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우리가 타당한 반대 증거가 있음에도 뭔가를 계속해서 믿는 이유는 자기 믿음에 대한 반론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우리의 사고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다양한 인지 기제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이를 인지 편향(인지 왜곡)이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든 반증을 피하려는 태도는 지식을 얻기에 좋지 않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저자는 양극화된 사회일수록, 그리고 문화적,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이념적 집단으로 뚜렷하게 분열된 사회일수록, 정치적으로 의도된 합리화의 위험은 더 크게 나타난다고 이야기한다. 이념의 차이는 단지 공익에 대한 가치와 인식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기본적인 사실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를 의미한다. 정치가 양극화될수록 우리는 '상대편'을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끼리끼리 뭉쳐 자신의 집단에 속한 사람들과 그 집단의 믿음을 강화하는 사람들의 말만 믿게 된다. 민주주의가 본질적으로 타협을 전제하고, 우리가 시민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상은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확증 편향은 잘 알려진 왜곡 중 하나다. 우리는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를 추구하고, 자신의 믿음과 모순되는 정보를 외면한다. 이러한 과정은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또 어느 정도는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믿음과 연관된 출처를 찾는 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과 어울리는 신문을 찾고, 자신의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블로그를 팔로우하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이러한 성향은 최근 분열된 언론 상황과 위험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 오늘날처럼 자신의 믿음을 '확인받기' 쉬운 적은 없었다.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출처를 쉽게 발견하고 자신의 믿음에 반대될법한 출처를 쉽게 피할 수 있다."

"지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가로막는 또 다른 중요한 심리적 기제는 심리학자들이 '의도된 합리화'라 부르는 것이다. 이는 진실 추구가 목적이 아니라, 소중한 믿음의 보호가 목적인 유형의 사고와 관련 있다. 믿을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경우 말이다. 이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우리가 받아들이기로 선택한 태도도 아니다. 그보다는 소중한 믿음이 위협을 받을 때 발동하는 무의식 기제다."

저자는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페이스북이 출현하기 이전, 웹사이트가 관심을 끌어모으려면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의 힘을 빌리거나 구독자를 확보해야만 했지만, 이제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혀 다른 방법이 등장했다고 이야기한다. 페이스북이 광고의 수를 늘리고, 더 효과적인 광고 방식을 허용하면서 돈이 흘러들어갔다. 콘텐츠가 더 많이 공유될수록, 광고주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졌고, 공유되는 콘텐츠의 진실을 별로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접하면서 더 이상 적극적으로 정보를 검색할 필요가 없다. 소위 '필터 버블'(제공받은 이용자별 맞춤형 정보로 구성된 필터를 통해 걸러진 정보만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유튜브는 극우 세럭의 선전과 음모론의 진입점을 제공하는 알고르듬을 사용한다. 필터링 과정은 우리의 인지 왜곡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 즉,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의 믿음에 이의를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제거한다.

"나는 우리의 심리 기제에서 믿음이 맡은 중요한 역할을 강조해왔다. 믿음은 다른 믿음으로 이어지고 욕구와 함께 행동을 촉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보다 잘못된 정보를 얻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내가 기후, 백신, 범죄와 관련해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면, 이는 내 세계관과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믿음으로 인해 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관심을 갖지 않게 되거나, 혹은 아이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게 된다."

"필터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친구들도 하나의 필터를 구성한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배경,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는 경향이 있다. (...) 또한 우리는 페이스북에 있는 친구들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 이는 분명 내집단 편향과 관련이 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신뢰하고 다른 집단을 불신하는 성향 말이다."

저자는 가짜 뉴스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정확한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이성을 이용하는 거짓 정보와, 우리의 이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거짓 정보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은 두 사례 모두 조작을 수반하지만, 우리가 통제력을 잃고 독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포기하도록 만들려는 조작이 더 위험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잘못되고 근거 없는 주장이 퍼지고 있던 2019년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벌어진 일을 가장 냉소적으로 해석하자면, 전체주의 국가의 선전에나 어울리는 교묘한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그들이 잘못된 주장을 퍼뜨린 주된 이유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거짓말을 믿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도록, 그래서 단순히 지도자의 말을 따르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트럼프의 목표는 전체주의 지도자의 목표와 동일했다. 즉, 현실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미국을 흑인과 이민자들이 파괴한, 그리고 오직 강한 자만이 구해낼 수 있는 무법 국가로 묘사한 것도 그런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아렌트에 따르면 전체주의 국가에서 거짓말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진실과 이성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지속적인 거짓말의 효과는 거짓을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하고 진실을 거짓이라고 선고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대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근거과 신뢰할 만한 출처, 타당한 논의 등 지식과 행동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허물어뜨리는 것, 이는 가스라이팅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이 용어는 1938년에 초연된 연극 <가스라이트(Gas Light)>"와 1994년에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극중 남성은 자신의 아내가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믿도록 조종한다. 아내의 주변 환경에 사소한 변화를 만들고서는 환경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가 잘못 생각했다고 믿도록 함으로써 그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아내가 자신의 생각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도록 만든다. 결정적인 장면은 집 안의 가스등이 어두워졌다고 아내가 말할 때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믿도록 조작하는 순간이다. (...) 우리의 감각은 일상생활 속에서 지식의 결정적 출처를 담당한다. 자신의 감각을 믿지 못하도록 조종된 사람은 현실 감각을 즉각적으로 잃어버리게 된다."

저자는 정치적 변화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식의 적들에 대해 철저한 방어 태세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철학자로서 자신은 사고에 집중하는 것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더 나은 사고를 위해, 인지 왜곡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지식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네 가지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으로 비판적 사고, 출처 비평, 전문가의 역할, 그리고 팩트 체크를 하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비판적 사고는 '무언가를 믿을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는가'와 같은 특정 질문의 반응에 주목한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근거를 평가하여 주장의 진실을 판단해야 한다. 이는 비판적인 마음을 가지고 반대되는 입장을 그저 거부하거나,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장에 대한 근거를 평가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한 개인으로서 인식 왜곡에 맞서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의 입장과는 다른 견해를 보이는 출처를 포함해 신뢰할 만한 다양한 유형의 출처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출처의 신뢰성을 주의 깊게 평가하기, 주장의 근거에 대해 숙고하는 연습을 하고 다양한 유형의 사고 함정을 피하기, 우리가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열어두고 우리 자신의 입장에 맞서는 최고의 반론을 고려하기, 전문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음모론과 곡해에 면역이 되는 경향에 주의하기,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에 책임을 지기, 양극화와 감정 과잉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공통된 출발점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하기' 등 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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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 - 아름다운 행성 지구별 여행을 마치며
틱낫한.찬콩.진헌 지음, 정윤희 옮김 / 센시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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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모든 생명을 위한 틱낫한 스님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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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 - 아름다운 행성 지구별 여행을 마치며
틱낫한.찬콩.진헌 지음, 정윤희 옮김 / 센시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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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이자 80여 년 동안 선불교의 승려로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틱낫한 스님이 인류에게 남기는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그 어느 때보다 상처 입고 고통받고 있는 인류와 아름다운 행성 지구별에 대한 사랑과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마음수련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틱낫한 스님이 말하는 진정한 깨달음이란 우리의 육체가 이토록 아름다운 지구의 일부임에 눈을 뜨는 것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겪고 있는 고통에 눈을 뜨는 것이다.

이 책은 개인과 세계, 지구 전체는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며, 명상 또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고통받는 모든 생명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먼저 나 자신의 고통이 줄어야 다른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며 손을 내밀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신부터 일깨워야만 다른 이들에게도 깨달음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렇듯 깨달음은 나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개인의 깨달음을 통해 집단적 변화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세상의 변화가 찾아온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경이로운 지구의 일부임을 깨달으며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다섯 가지 마음다함(MINDFULNISS)의 수련법을 제시한다. 경이로운 행성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우리 곁을 떠나간 틱낫한 스님의 마지막 글은 상처 입고 고통받고 있는 지구와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깨달음의 메시지를 선물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는 진정한 자각, 진정한 깨우침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전한다. 평화의 자각과 깨우침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며, 우리가 믿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나 자신에게 돌아가 마음의 고통과 두려움, 절망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는 용기와 사랑이 필요하다.

"절망에서 벗어나 두려움 없는 통찰력을 얻고 연민의 감정을 유지하면서 지구 안의 모든 생명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상이 중요합니다. 명상은 삶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시간을 내서 자리에 앉아 있거나 걸으면서,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마음을 그저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 책은 <금강경>에서 우리 자신과 현실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명상을 할 때 자아의 관념, 인간의 관념, 생물의 관념, 그리고 수명의 관념이라는 네 개의 관념을 완전히 놓아버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은 '내가 존재한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내던지는 것이 매우 중요한 까닭은 그 개념이 현실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이 마음다함은 도구가 아닌 길이라는 말을 남겼음을 이야기한다. 마음다함은 무엇가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며, 편암함과 집중, 평화나 깨우침 같은 것을 얻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 마음다함은 생산성을 높이고, 부를 축적하고, 성공으로 향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진정한 다음다함 속에서 우리는 내딛는 걸음마다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그 목적지는 바로 연민과 자유, 깨달음과 평화, 두려움 없음이기도 하다. 이 책은 마음다함으로부터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법과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이 책은 때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누군가가 살인을 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도 방관한다면, 비록 아무 짓도 하지 않더라도 이미 폭력에 가담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폭력은 행동일 수도 있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폭력이란 차별과 증오, 두려움과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사람들 사이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없애도록 돕는 것은 비폭력의 근원이 된다. 차별은 그 자체로 폭력의 일종이며, 차별적인 태도를 갖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서 기회를 앗아가고 그들을 소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포용력과 인내심은 비폭력을 실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는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존엄성과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명상의 기술은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단 세상이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를 오롯이 볼 수 있어야만 이를 변화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에 대한 통찰력은 삶을 보호하고 보살피려는 연민과 깊은 바람을 낳는다.

"염원과 야망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돈을 벌고 성공을 쟁취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와 신분을 얻는 것은 사회가 우리를 규정짓기 위한 꼬리표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염원은 그런 야망보다 훨씬 더 심오합니다. 염원에는 이번 생에서 세상을 위해 우리가 진정 기여하고 싶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시장 경제는 과학과 기술의 통찰력을 사용하여 지구를 구하는 대신 기술을 통해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지구를 착취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가 대부분의 기술을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하면서 현재의 순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구별을 위한 진정한 사람의 마음을 깨닫게 하여 인상적이다. 사랑의 마음은 평화와 연민의 도구이자 세상의 안녕을 위한 도구 역할을 하기로 맹세한 보살의 에너지와 같다. 사랑의 마음은 풍요로움을 가져다주고, 치유를 가능하게 하며, 환경과 지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이 명상의 전통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점은 삶에서 생명력과 활력을 가꾸는 것이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련의 과정에 '봄의 온기'를 가져다준 것이라고 전한다. 명상 수련은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활력과 사랑의 에너지를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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