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불편한 진실
안톤 숄츠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의 저자 안톤 숄츠는 평범한 한국 사람보다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다채롭고 깊이 있게 경험한 지성인이다. 오랫동안 한국에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사회와 사람들은 그에게 여전히 의문과 궁금증을 일으키는 대상이다. 1994년 ‘한국’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름 행복을 누렸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저자는 한국인들에게 깊은 사랑과 공감을 느끼지만, 때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의아하기만 한 모습들을 목격한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아갈 대한민국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모색과 조언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들의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불편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맵고 쓰고 독한 메시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한국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 그의 글에는 폭 넓은 이해와 애정, 응원이 가득 담겨 있다.

"나는 나의 반생을 이곳에서 살면서 1990녀내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의 사회 변화를 관찰하고 경험했다. 덕분에 한국 사람을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의 행복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을 찾기 위해 이 나라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많은 한국 사람을 불행해 보이도록 만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 책은 '1장 워라벨의 기술, 2장 여행, 모험을 꿈꿔야 하는 이유, 3장 집을 사는 행복, 집에 사는 행복, 4장 교육, 서열과 순위의 덫에 갇혀버린 행복, 5장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한국 사람, 당신에게'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공정성은 중요한 이상이고, 사회는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인생의 불공평함을 이해하고 그 분별력을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해 발휘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공정성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기도 아니고 나의 단점을 감추는 방패도 아니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당연하게도, 스펙을 쌓느라 책상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취준생들은 몇 년 전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을 때 청와대 청원 게시판까지 찾아가 불만을 토해냈다. 당연하게도, 영혼을 끌어모아 내 집 마련을 한 사람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민주택의 특별공급 대상하자 된다는 제도에 항의했다. 나처럼 공부해서 시험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면 정규직으로 채용될 자격도 없고, 나처럼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도 집을 얻을 자격이 없다고 여긴다.

자신만의 공정을 외치는 사회에서 타인의 행운이나 행복은 불공정한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긴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더 강해진 것 같다. 공정은 중요하게 다뤄야 할 주제지만 그 범위가 개인 혹은 특정 집단에게만 국한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진정한 공정에 도달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칼릴 지브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예언자>에 등장하는 베푸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베풂'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부자가 묻자 예언자는 말한다. "그대들은 오직 보답이 있을 때에만 베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수원의 나무와 목장의 양 떼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스스로 살기 위해 베푼다. 서로 나누지 않고 움켜쥐는 것이야말로 멸망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낮과 밤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은 그대들에게 다른 모든 것을 받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들이다." 저자는 내가 할 일에 마음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대상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일에서 록커이자 배우로 활동하며 유명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뮐러 베르턴하겐 마리우스아 아티스트의 자질에 대해 남긴 인상적인 견해를 소개한다. "예술가에겐 책임이 따른다. 예술가는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진실하고 솔직해야 한다. 나 역시 실패보다 성공이 좋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글을 쓰거나 음악을 하면 절대 안 된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예술가라고 말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의견에 덧붙이자면 예술가라면 공적인 영역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연예계의 유명 인사들이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는데, 그들은 부와 명성이라는 성공의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해 영혼에 큰 균열이 벌어졌고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전한다. 저자는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자신이 꿈꾸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복이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에 정착하고 굉장히 낯설었던 것 중 하나는 집의 의미였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 사람들에게 집은 곧 부동산,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저자는 한국에서 '집'은 곧 '값'이 되어 어느 지역의 집값이 얼마나 뛰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집의 얼굴에는 가격, 숫자 명찰이 붙여진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은 집은 사고파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니고, 그러다 보면 집은 '잠시 머무는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엇을 사든 몇 년 후에 팔 거란 걸 감안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이든 집이든 진짜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긴 샀지만 나는 잠시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귀면 헤어지는 것부터 생각하는 것과도 같다. 이런 관계가 온전한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일 리 없다. 관리만 하는 집에 마음을 내주고 정을 붙이기는 힘들다."

저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단기간에 발전시키기 위해 지방 대신 서울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우선시한 정부의 정책과 부동산 투기가 빚은 기형적인 발전, 여기게 부자가 되고 싶은 개인의 욕망까지 더해지면서 서울은 화려하고 세련된 욕망의 도시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 진정한 행복, '삶의 질'을 높이는 관점에서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고 지방 도시와의 균형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모두가 교육을 위해 힘쓰고, 모두가 비슷한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해 자신의 삶과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비슷한 틀 안에서 연마된 사람들, 이제 한국에는 고학력의 머리 좋은 전문가들이 가득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률적인 스펙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대다수라면 스펙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자각하지 못하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 알고 있는 것은 행복한 유년 시절과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애초부터 아이들의 행복의 목적이 아니라, 시험을 통과하고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배우는 것이므로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원하는 것을 배우고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야 진정한 교육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마음이 아픈 것은 이처럼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빼앗으며 이토록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들이는데도 결과가 너무도 시시하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투자를 정당화해 주는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는 얼마나 될까? 한 명도 없다. 노벨평화상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상은 기술이나 지식을 다루기보다 정치적, 윤리적 의미가 큰 상이라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 공부에 쏟아붓는 셀 수 없는 시간과 돈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대학가는 수많은 천재가 활보해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결과는 초라하다."

저자는 나와 다른 견해를 차단하고 심지어 그 견해를 남긴 사람까지 추방하려는 경향, 이른바 '삭제 문화'라고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의 온라인 문화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반대 의견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것을 비난하고 제압하려는 현상은 오래되었으며, 이미 우리는 서소를 감시하고 스스로 검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는 발언의 자유는 어떤 파장이 있을지 고려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우리가 혐오 발언과 모욕적인 언어는 물론 가짜 뉴스의 확산이나 의도적인 역사 왜곡 같은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언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모든 사람이 항상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같은 자유를 제한하면 언제나 전체주의적인 사회로 퇴화한다. 독일과 한국 모두 역사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누구도 그 길을 다시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지난날 심각한 우을증과 공황을 겪으면서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 채 총을 쏘겠다고 위협하는 듯한 공포가 수시로 찾아와 괴롭혔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선불교의 가르침과 명상이 그 암흑 같은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위기를 넘기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도 가끔씩 그런 불안이 찾아오곤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둠과 고통 속에서 자신의 약점과 한계에 대해 깨달았고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은 저자의 경험과 인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법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나온 말을 소개하여 인상적이다. 저자는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 밝은 햇살을 느끼고 싶다면 뒤로 돌아서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고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돌아오는 건 실망과 체념밖에 없다는 것, 우리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무엇에서 만족하며 행복할 수 있는지. 한국은 지옥도 천국도 아니지만, 둘 다 될 수 있고 무엇이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저자의 마지막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내가 그들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다만 그들도 햇빛 아래 서 있지만 태양을 등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뿐

그들은 오직 자신의 그림자만 보고

그 그림자를 자신의 법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란 것을.

그렇다면 그들에게 태양이란 그림자를 던져주는 것 외에 무엇인가?"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