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미술관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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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부터 색의 역사를 연구해온 프랑스의 학자 미셸 파스투로에 따르면 파란색은 18세기부터 유럽인이 가장 선호하는 색으로 자리잡았고,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색으로 꼽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백 수천 가지의 색 가운데서도 유독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세에는 성보마리아의 옷을 표현하는 색으로, 12세기부터는 유럽 왕권을 대표하는 색으로 사용되었고, 청신호, 청사진, 블루오션 등 긍정적이고 새로운 활로를 의미하는 단어에도 등장하는 파랑. 하지만 파란색은 눈부시게 찬란한 긍정의 의미만 내포하지 않는다. 서양에서 '블루'라고 하면 우울과 고독, 차가움과 냉정, 슬픔과 불안 같은 정반대 의미 또한 포함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점이 '파란색'의 매력이 아닐까.

파란색은 채도와 명도에 따라, 또 역사적 맥락에 따라 품고 있는 문화사적 의미가 다르게 전달된다. 그렇기에 색을 다루는 화가들에게 파란색은 감정과 감성을 담아내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었다. 그리고 여기, 각자의 인생에서 마주한 희망, 사랑, 고난, 슬픔, 고독을 다채로운 파란색 물감으로 화폭을 채운 열다섯 명의 화가들이 있다. 때로는 환희에 빛나는 '코발트블루'로, 때로는 절망에 빠진 '프러시안블루'로 내면을 푸르게 채색한 화가들. 책 <파란색 미술관>은 파란색이 돋보이는 그림을 중심으로 작품에 녹아든 예술가들의 삶과 감정의 파고를 따라가며 그들의 예술 여정을 살펴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도 저마다 내면을 채색할 '나만의 파란색'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연의 빛과 색채로 세상을 물들인 화가 모네의 작품을 소개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미술계의 '성실함과 지구력의 아이콘'으로서 인상주의를 개척해나간 모네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지나치기 쉬운 자연과 빛이라는 모티브를 사랑했다고 말한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기에 별 관심을 주지 않는, 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자연을 소재로 본인만의 감각과 개성을 담아 우리에게 감동과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모네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안분지족의 삶이 진정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현인으로 다가온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다양한 미술 사조 가운데 인상주의가 많은 이의 사랑을 지금까지 꾸준히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밋밋하지도 않은 고유의 잔잔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인상주의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떠한 해석도 필요하지 않은, 보이는 것이 전부인 솔직하고 투명한 미술이 주는 시각적인 쾌락이 아닐까 합니다. 색채가 빛의 변화와 함께 달라진다는 인상주의의 신념으로 하나의 모티브 아래 몇 시간이고 몇 달이고 철저히 같은 곳을 관찰하고 탐색하고 연구한 화가는 기나긴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모네가 유일합니다."

저자는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예찬한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가족과 친구, 연인과 같이 주변 '사람'에 중점을 두고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예찬한 인상주의 화가라고 말한다. 저자는 르누아르 예술 세계의 과도기에 그려진 <우산>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파리의 어느 봄날에 길 위의 사람들이 우산을 펼치고 걸어가는 찰나의 순간을 담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우산>은 무엇보다도 의상과 우산을 포함해 화면 전체를 구성하는 파락 색조가 흐린 날씨와 은은하게 조화를 이루며 이들을 더욱 차분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구현하는 데 일조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림은 언제나 즐겁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르누아르는 "그림은 아름답게 드려야만 하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하루를 이전의 그 어떤 화가도 그린 적 없는 유쾌하고 즐겁고 밝은 분위기로 담아낸 르누아르처럼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어렵고 고단하지라도 환한 긍정의 희망을 담아 생각을 전환해본다면, 우리 '인생의 그림'도 따스한 온기와 빛으로 가득 물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르누아르는 대중에게 화가로 인정받기 시작한 1890년 이전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겪었습니다. 또 젊은 시절에는 장티푸스로, 나이들어서는 극심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붓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몸무게가 47킬로그램까지 빠지며 건강 문제가 그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어요. 1870년부터 이듬해까지 치러진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은 그를 절망과 공포로 휘몰아 넣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르누아르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아픔과 실연, 고난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생애 동안 6000여 점을 그린 그의 캔버스에는 이 같은 상황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사랑과 행복, 삶을 예찬하는 노래만이 황홀하고 상쾌하게 울려퍼지죠."

저자는 전통적인 미술에서 탈피해 새로운 미술을 향해 나아가 현실을 일으킨 화가, 파란색 그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프랑스 현대 작가 이브 클랭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또한 저자는 IKB를 개발해 자신만의 파란 세상을 표현하고 잔 클랭처럼 독자들에게 뜨거운 열정으로 이루고 싶은 세상이 있는가를 질문하며 꿈꾸는 나만의 세상을 그려보기를 권한다.

"<캘리포니아>는 작품을 보지 않더라도 제목에서부터 클랭이 사랑하는 파란색으로 장관을 이룬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하늘과 산타모니카 해변이 떠오릅니다. 클랭은 자신의 첫 작품이라며 서명했던 니스의 파란색 하늘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었다고 해요. 그후로 클랭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언제나 파란색으로 푸르게 가꾸어나갔죠. 그가 그토록 파란색을 좋아한 이유는 자신이 가고자 한 비물질의 세계, 즉 바다와 하늘, 우주의 색이 바로 파란색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클랭은 우주의 별이 되기 전, 캘리포니아의 빛나는 맑은 파란색의 하늘과 바다, 그 너머에 있는 우주의 생명력을 IKB로 표현하고 싶었나 봅니다."

"혁신과 창조는 파괴에서 시작됩니다. 낡고 진부한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나와야만 새로운 세상에 도달한다는 믿음을 멋지게 실천한 이브 클랭. 그 덕택에 미술은 더이상 눈앞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각하는 것'으로 진보할 수 있었어요."

저자는 슬플 때도 행복할 때도 언제나 예술만을 찬미하며 독특한 색채 기법으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20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화자이자 파블로 피카소의 영원한 라이벌 앙리 카티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앙리 마티스가 1938년에 완성한 <두 명의 댄서>아 1947년에 제작한 <재즈의 이카루스>는 컷아웃 기법으로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들에서 활력이 솟아나는 역동적인 분위기는 배경과 인물이 아주 강렬한 파란색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마티스에게 파란색은 '무한'의 색이었습니다. 질병의 고통 때문에 힘에 겨운데다 무거운 벨트까지 차고 있어야 했기에 평생을 천직으로 삼고 걸어왔던 화가의 길이 좌절되는 건 아닌지, 전쟁만큼이나 큰 상심과 두려움의 시간을 겪었을 마티스에게 파란색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회복과 미래에 대한 낙관의 색, 무엇보다 움직임의 제약 속에서 너무나 간절히 누리고 싶은 자유의 색이었을 겁니다."

"다양한 색실로 그림을 짜넣은 질물인 태피스트리의 도안으로 마티스가 1946년에 완성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폴리네시아, 바다>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바람을 총체적으로 담은 역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로 196센티미터, 가로 314센티미터의 압도적인 크기에 마티스의 자유의지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파란색과 그 위를 너무나도 자유로이 헤엄쳐 다니는, 마티스 예술 생애에서 그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이국적인 무늬와 흰색의 다양한 바다 생물이 그의 내면에 자리한 자유에 대한 열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흡사 세계가 다시 태어난 듯 모든 것이 새롭다. 자연의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윤기가 드른다. 그 누구도 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대수술을 받고 난 후 새로 얻게 된 삶의 소중함 속에서 자연을 더욱 사랑하게 된 마티스가 한 말입니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후기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빈 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아를에 대한 빈센트의 환희와 감동은 1988년 아를데서 새출발한 빈센트가 그해 5월에 그린 <아를 근처의 작은 길>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를 근처의 작은 길>의 일관성 있고 조심스러운 붓 터치로 표현된 하늘에서는 아를에서 빈센트가 느끼는 심적인 자유로움과 넉넉함, 편안함이 전해지는 듯하고, 캔버스 맨 위쪽 끝에 채식된 짙은 파란색에서는 빈센트가 아를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최대치의 행복감과 안정감이 전해지는 것만 같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아를의 푸른 하늘은 그 바로 아래에 앙증맞게 자리한 노란색의 소박한 이층집과 대비되어 광활하고 넉넉한 분위기로 가득한 이곳의 정취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아를의 넓은 들판 사이에 나 있는 작은 오솔길을 그린 것인데, 화면 앞쪽을 보면 앞쪽에서 시작되는 노란색 길이 왼편을 따라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배려심 많은 마을 주민이 무성히 자란 풀들을 옆으로 치워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편하도록 길을 터놓은 것 같네요. 그 길 양옆으로는 아빠의 듬직한 어깨처럼 커다랗고 우직한 잎사귀들이 풍성하고 빼곡하게 달려매우 넉넉해 보이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요.

무엇보다도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처럼 '감탄할 만한 아를의 파란색 하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옅은 파란색에서 시작해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차 짙어지는 파란색 그러데이션은 그 높이만큼 더 깊어지는 듯 보입니다. 마치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프랑스 아를로 이어지는 화가로서의 빈센트의 삶을 표현한 것 같지 않아요?"

"빈센트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채워간 아를에서의 삶은 그의 고달프고 힘겨운 생애에서 가슴 벅찬 희열과 희망으로만 가득한 하루하루였으며, 화가로서 가장 큰 성장을 이끌어낸 순간의 연속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빈센트는 차갑고 외롭기만 한 자신의 가슴을 따스하게 품어주던 아를이라는 곳에서 어느 멋진 날 우연히 발견한 장면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죠. <아를 근처의 작은 길>을 그린 그날, 빈센터의 청아하고 순수한 눈동자에 비친 끝없이 파란 하늘과 들판이 얼마만큼이나 신비롭고 매혹적이었을지 조용히 눈을 감고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저자는 경제 대공황을 맞은 20세기 미국에서 산업화된 거대 자본주의 도시를 살아가게 된 인간의 소외와 고독의 일면을 이미지로 구체화해 보여준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세상을 떠나기 7년 전인 일흔여덟 살에 호퍼는 밝은 느낌을 넘어 안락한 분위기까지 느껴지는 작품인 <일광욕하는 사람들>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나무의자에 팔을 걸치고 앉아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은 떨칠 채 그저 무념무상으로 자연이 선사하는 빛의 넉넉함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듯해 호퍼의 작품 중 가장 평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항상 한두 명의 인물만 외로이 등장하던 호퍼의 이전 그림과 달리 여러 명이 무언으로 서로가 서로를 감싸며 보듬어주는 듯해 더욱 편안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빛은 화려한 도시 뉴욕에서 호퍼가 느끼는 고독과 소외 속에서도 당당하고 멋지에 살아가고가 하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매개체였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빛은 호퍼를 살게 하는 힘이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편한 신발을 신고 햇빛 아래서 정처 없이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손에는 향 좋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말이에요. 복잡하기만 한 도시에서 느끼는 적막함과 외로움은 모두 증발되어버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은 가볍고 포근한 희망의 울림만으로 가득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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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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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도, 경제도, 정치도, 과학도 윤리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연애도, 직장 생활도, 육아도, 인간관계도,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윤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지탱하는 윤리를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기준도 스스로 세우지 못하고, 사회의 요구에 따라, 누군가 정해놓은 답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은커녕 엑스트라도 될 수 없다.

책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윤리 철학의 핵심 원리를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며,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상 모든 일의 질서를 마법처럼 해독하고, 그 안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는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두 동등한 존재이며 난 그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이를 의식하는 것이 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그래서 억울한 것이다. 저자는 억울함이라는 감정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와 인간을 지탱하고 흔드는 아주 중요한 감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억울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정의와 관련된 정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자 이제는 물건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기술을 응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연명 기술이라는 의료 기술의 발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수명이 늘어나 오래 살 수 있게 됐지만 모든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진 않다 보니 안락사의 문제가 나타나게 되었다. 저자는 안락사 논란이 현대에 들어와 더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은 기술 발전이라는 배경이 있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특히 '잘'이란 무엇인가라는 윤리의 문제는 제쳐두고 무작정 '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의료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현혹되어 양과 수단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질과 목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렸고, 결국 주관적이고 모호한 것은 필요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저자는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애초에 행복은 개개인의 것이니 각자 스스로 찾아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정의는 객관적인 것, 사회적인 것이여서 개인이 혼자서 정할 수 없는 반면에 행복은 개인이 자유를 통해 주체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가 정할 수 없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극적 자유를 사용해서 먼저 어떻게 살아야 내가 행복한지를 정해야 합니다. 앞서 나온 자기 결정, 자율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일반적인 상식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행복은 무엇이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힘으로는 어찔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해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의 정의는 적극적으로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행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는 소극적이다. 그리고 저자는 친밀한 관계도 사회적 정의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활 기반을 제공해주지만 더 나아가 친밀한 관계는 우리의 행복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같은 친밀한 관계이지만, 가족이나 연인은 정말로 내밀하고 깊은 폐쇄된 관계이고, 친구와 지인은 밖을 향해 넓어지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회사처럼 공통성에 기반하는 종적인 관계는 바깥을 향해 더욱 펼쳐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터넷 환경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알리는 일은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인터넷의 발달로 극치 평범한 사람도 그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극단적으로 확대시킨다고 이야기한다. 인터넷에 타인의 험담을 쓰는 사람은 잠깐의 기분전환은 될 순 있어도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결국 본인에게도 사회에게도 상처를 남길 뿐이다. 저자는 우리는 모처럼 대단한 힘을 손에 쥐었는데 그 힘의 사용법을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인터넷 사용법을 포함해, 정보 기술의 발달로 확대된 인간의 힘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정보 윤리학의 큰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의 저자 히라오 마사히로는 이상적인 사회, 순수한 사랑, 완벽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들을 향해서 이상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를 좋게 만들고 싶다, 곤란한 사람을 돕고 싶다, 그녀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등 균형을 맞추어 사고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삶도 살고, 친밀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윤리학의 역할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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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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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부의 제한선>의 저자 잉그리드 로베인스는 불평등을 제어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시스템이 공멸하기 직전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저자는 불평등을 제어하려면 빈곤층을 보조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부도 제한해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주장한다. 그것이 결국 부유층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잉그리드 로베인스는 부의 극단적 집중화에 천착해온 세계적 석학으로 개인이 부에 상한선을 긋는 '부의 제한주의'를 주장해 왔다. '정치적 제한선'으로 순자산 기준 1천만 달러를, '윤리적 제한선'으로 1백만 달러를 설정한다. 정치적 제한선은 개인이 더는 축적할 수 없게 제도가 제약해야 하는 기준이고 윤리적 제한선은 돈이 더 있다고 해도 후생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기준이다.

이 책은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로서 탄탄한 연구 사례와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의 불평등 문제를 전개하며, 흔히 제기되는 반대 의견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 다시 반박한다. 부의 제한선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슈퍼 리치들의 사례도 포함되었다.

부의 제한선은 가난한 계층을 계속 빈곤에 묶어두고, 민주주의를 특권층의 의견으로 물들이는 지금의 세상을 더 나은 세계로 이끌 것이다. 태어난 지역이나 상속액의 차이로 인생 출발선부터 겨갗가 너무 벌어지거나, 부유층의 탐욕적 소비로 지구를 황폐화하는 폐해에도 해법으로 작동할 수 있도. 누구도 천만장자, 억만장자가 될 자격은 없으며, 거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을 그 엄청난 돈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책 <부의 제한선>은 '진짜' 슈퍼 리치들이 부를 어떻게 감추며 향유하는지 눈을 뜨게 한다.

저자는 만약 당신이 어느 누구도 빈곤에 계속 묶여 있지 않기를 원하고 불평등의 심화가 나쁜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개인이 얼마나 많이 가질 수 있느냐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말한다. 숫자로 말하자면, 불평등은 바닥과 꼭대기 사이의 거리다. 저자는 불평등이 줄어야 한다면 꼭대기에 한계가 있어야 하고, 자연히 그 상한은 개인이 축적할 수 있는 부에 제한선을 설정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극도의 부는 비가시적이라고 말한다. 많은 나라에서 부자들과 슈퍼 부자들은 다른 이들의 시야에 드러나지 않으려 한다. 저자는 겉으로 보이는 곳에서 불평등은 극단적인 부의 모습으로보다는 빈곤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고 이야기한다.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져서도 생기고 부자들이 더 부유해져서도 생긴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거나 중산층이 쪼그라들어서 불평등이 생길 때는 우리 눈에 더 잘 보이고 많은 사람이 피부로 이를 경험한다. (...) 반면,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경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별로 없고 우리 대부분의 일상도 적어도 곧바로는 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소득과 부는 다르게 경험된다고 말한다. 대개 가난한 사람들은 소득만 있고 부자들은 부득과 부가 둘 다 있다. 그런데 소득만으로는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다. 소득은 우리의 시야를 단기적인 문제에 집중시킨다. 저자는 반면 부는 장기적인 사고를 촉진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를 가진 사람은 미래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거의 모든 국가에게 소득 불평등보다 부의 불평등이 더 크다.

저자는 노동자 계급인 빈곤층과 극빈곤층, 중산층, 부유층, 그리고 슈퍼 부자 계층으로 계급을 나누어 이야기하지 않고는 극단적인 부에 반대하는 논의를 시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계급이 우리 사회와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계급이라는 용어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많은 사회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정치 원칙과 충돌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헌법에서는 모든 이가 평등하다고 선언했을지 모르지만, 삶에서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불평등하고 얻게 되는 결과고 매우 불평등하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우리가 단지 계급에 대해 말하지 말도록 독려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계급이라는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법 자체를 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달성할 성공을 우리 개인이 내린 선택의 결과이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달이라든가 상이한 집단 간 이해관계 충돌이나 권력의 차이, 또는 우리가 일하는 회사를 소유한 사람들과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같은 외부 요인들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가정 외부의 영역에서 인간의 행동은 이기심으로 추동되며 이를 전제로 해서 사회를 조직하면 모두가 더 부유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는 우리 사회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쳤고 특히 부의 분대가 대대적으로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는 슈퍼 부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한층 더 밀어붙이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매커니즘이 국내적으로도 글로벌 규모에서도 극단적인 부의 집중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빈곤을 영구적인 덫이 되게 만들기도 했다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 규제 완화, 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 해외에서 공격적인 지정학적 개입 등을 위해 로비를 벌였다. 이 모두가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득이 되었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해가 되었다."

저자는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도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빈곤을 다루려면 불평등을 다루어야 한다. 미국에서 부자들과 슈퍼 부자들에게는 다양한 세금 우대와 보조금을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훨씬 덜 너그러운 정책을 운영하면서 정부 정책이 빈곤을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자본 이득에 세율을 올리지 않는 것, 최고소득세율을 내리는 것, 막대한 조세 회피를 용인하는 것도 빈곤의 해소를 어렵게 만들고 불평등을 악화하는 정부 정책이다. 저자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나면 정부는 보편 의료, 공공 교육, 사회적 주거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정책에 쓸 돈을 충분히 갖지 못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슈퍼 부자들이 가질 자격이 없는 부의 가장 명백한 형태는 상속 재산이라고 말한다. 상속은 극단적인 부의 중요한 원천이고, 때로는 누군가를 정말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거액의 상속은 다른 사람들에게, 또한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기회의 평등을 훼손한다. 사회의 계층 이동성도 훼손한다. 또한 역인텐티브를 발생한다. 저자는 게다가 상속은 경제를 효율적으로 굴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회사를 자손에게 물려주면 그 회사를 가장 잘 경영할 사람이 경영을 맡는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속이 막대하게 불평등하다는 점이지 상속 자체가 아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상속이 문제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사회 계약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극도로 많은 부는 늘 다른 이들이 만든 토대 의해서 지어진다. 저자는 예를 들어 구글과 애플 같은 억만장자를 배출한 테크 기업들을 보면 가장 유명하게는 인터넷처럼 국가의 지원으로 기원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테크놀로지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많은 국가에서 정부가 공공재의 제공을 염두해 두고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테크 억만장자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가 실현된 세계에서 최상층은 금전적인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 막대한 기회를 열어주고 우리 사회가 더 정의로워지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다. 저자는 소수가 과도하게 부를 쌓을 기회를 제약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구 온난화의 피해가 큰 지역과 그 때문에 앞으로 삶의 기회가 빠르게 사라지게 될 사람들도 슈퍼 부자들이 과거에 일으킨 오염과 기후에 재앙을 일으키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야기한 피해에서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도 더 많은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이다. 조세 수입이 늘어나서 사회 안정망을 강화하는 데 쓰이면, 모든 사람이 돈 걱정을 해야 할 필요가 줄어들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가장 좋은 것들을 창조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저자는 부자들은 기부를 생각하기 전에 애초에 그 돈을 도덕적으로 건전한 방식으로 벌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려는 사람들이 물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가 정부를 왜 필요로 하는가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선가들이 정부가 못 채우고 있는 부분을 메운다면 정부는 자신의 의무를 계속해서 다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편리한 변명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필요가 누군가의 자선으로 충족되는 사람들은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보수주의자와 자유지상주의자들은 '큰 정부'를 반대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우리 삶에 너무 많이 간섭하고 있으며 우리 돈을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부당하게 가져가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평화롭고 효과적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시장은 정부 덕분에 구성될 수 있고 기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가 갖게 되는 부는 현시대의 타인들, 그리고 과거의 사람들이 전해준 지식과 공동의 인프라에 의존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지금의 우리 사회보다 집합적 후생이 더 크고 불평등은 더 작은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하는데, 정부는 이것을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매커니즘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모든 부유한 자선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과 부를 쌓는 과정에서 과거에 저질렀을지 모르는 피해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유한 자선가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내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산 과정이 지역공동체나 고객이나 지구의 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지는 않는가? 내야 할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을 주무르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는 어떤 부유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의 부는 사회의 구조적 불의를 타파하고 집합 행동의 문제를 다루며 충족되지 않고 있는 필요들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분배되야 한다고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는 안전성 있고 좋은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가지고자 해서는 안 되며 우리가 가진 것을 불운한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도덕적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자들은 수퍼 부자들이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부를 제한해야 할 건설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더 많은 돈이 있을수록 사회적 교류를 점점 더 나와 비슷한 사람들로만 한정하게 되고, 이는 다시 당신의 인간성을 변화시켜 현실 세계와의 접점을 잃게 된다. 또한 매일 부유한 사람으로서 날마다 내려야 하는 선택 각각은 다른 누군가의 삶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선택이 된다. 이러한 계산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은 당신의 인간성을 변화시킨다. 특히 저자는 더 우려스러운 점은 극단적인 부가 그 슈퍼 부자의 자녀들 심리를 부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슈퍼 부자의 아이들은 물질적인 것은 많이 받으며 자라지만 관심은 거의 받지 못하면서 자란다. 저자는 아이에게 물질적 재화를 잔뜩 뿌려주면 '지연된 만족'의 가치를 알지 못하게 되고, 이는 아이들이 화나고 좌절했을 때 인내하는 참을성을 배우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호화로움 속에서 자라면, 특히 또 다른 부유한 사람들로 둘러싸인 버블 속에서 자라면, 화려하고 낭비적인 소비 패턴이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저자는 우리는 불평등이 어느 범위 이상으로 커지지 않게 하고 부자들의 잉여 재산을 사회의 긴박한 필요를 해소하고 집합 행동의 문제를 다루는 데 사용하는 경제 체제를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 프로젝트에는 개인의 윤리에 대한 요소도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방식, 사회를 보는 방식, 어떤 규범과 가치가 중요한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 우리가 투표로 선출하는 정치인, 우리 경제에서 기업이 운영되는 방식, 우리의 기본적인 사회 제도의 구조를 바꿔놓았다.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상충한다고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가 계속해서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남아 있는 한 그것이 일으킨 영향과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우리는 근원을 공격해야 하고 신자유주의를 더 인간적인 무언가로 대체해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개념에만 협소하게 초점을 맞추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을 타협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공정성을 중심에 놓는 이데올로기로 말이다."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는 우리가 스스로를 '인적 자본'에 투자하는 존재, 또는 소비자, 또는 노동 시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로만 보게 할 뿐 이웃으로서나 정치 독서 모임 등의 회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활동가, 조직가, 토론가로 보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을, 지각을 가진 비인간 생물을, 지구를, 그리고 우리가 참여하는 모든 활동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우리가 '정치적 동물로서' 민주적 과정을 구상해가는 공동체적 실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정치를 다시 찾아와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다시 찾아와야 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가 필요로 하는 일로 계급 간의 분리를 줄이는 것, 경제 권력에 균형을 잡는 것, 조세 재정 당국의 역량 회복, 부정한 돈을 회수해 과거의 피해를 회복하는 데 쓰는 것, 국제 경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드는 것, 경영자의 보수를 제한하는 것, 세대 간 부의 전승을 막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우리의 경제와 사회가 부의 제한주의가 실현된 세상 쪽으로 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안들을 제시한 저자의 글을 읽으며 빈곤에만 주목하기보다는 부의 제한선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부의 제한선>은 극단적 부의 문제를 해부한 책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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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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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는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히키모코리의 에세이이자, '루마니아어'라는 희소한 언어에 대한 사랑을 외치는 언어 오타쿠의 에세이이다. 저자 사이토 뎃초는 흔히 청춘의 황금기라고 일컬어지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뒤 방 안에 틀어박힌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남아도는 것은 시간밖에 없지만, 그 1분 1초를 맨정신으로 보내기 어려웠던 저자는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았고, 이윽고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않은 세계 각국의 인디 영화들에까지 시선을 돌린다. 그런 그의 인생에 운명적인 한 편의 루마니아 영화가 등장한다. 운명적인 사랑이 모두 그러하듯이, 한순간에 루마니아어와 사랑에 빠진 저자는 이후 희귀하고 특수한 '루마니아어'를 홀로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사회와 융화되지 못하고 오직 모니터만 쳐다보던 히키코모리가 어떻게 희소하기로는 손에 꼽히는 루마니아어를 배우고, 그 언어로 소설을 쓰며, 세상에서 하나뿐일 유일무이한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데 대한 여정을 담고 있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라는 제목이 아깝지 않게 가능성과 희망을 있는 그대로 증명하는 이 책은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인 사이토 뎃초는 4년간의 고독한 대학 생활과 취업 실패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후, 우연히 루마니아의 영화감독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의 영화 <경찰, 형용사>를 접하며 독학으로 루마니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루마니아어를 독학하면서 루마니아의 문화에 더욱 깊게 빠져들었고, 루마니아어로 소설과 시를 쓰던 중 온라인 문예지에 엽편소설을 발표하며 '일본인 최초 루마니아어 소설가'가 되었다. 루마니아어에서는 독특한 필치의 일본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중 난치병인 크론병에 걸렸고, 투병 기간에 개인 블로그 note에 에세이나 자작 소설을 올렸다.

"말하자면 그거다. 히키코모리. 그러니까 은둔형 외툴이라는 거. 타고나기를 은둔하는 체질. 어린 시절을 보낸 방구석에서 아저씨로 늙을 운명을 짊어진 존재. 호두 껍데기에 갇힌 사회 부적응자. 무, 그런거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어떤 초월적인 존재는 나를 거기에서 끝나게 하지 않았다."

저자는 히키코모리 생활에서 가장 최악의 친구인 초조감이 고개를 불쑥 들 때 시작한 일이 바로 영화 비평을 쓰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처음에는 트위터에 대학 시절보다 길어진 감상문을 마구 적었고, 그게 더 길어지자 '하테나 블로그'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장문의 영화 감상을 적었다. 저자는 영화 비평가 흉내를 하며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요즘 세상은 세계 영화제에 쉽게 갈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그런 확대가 너무 급속도이고 끝없이 이루어지니까 이런 걸 다루는 비평가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과거 영화사에 매달리거나 일본에서 개봉하는 영화에 근시안적으로 주목할 뿐이며, 저자는 그런 것이 시시했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를 볼 때만큼은 마음이 편했다. 내 상황과 전혀 다른 광경들이 눈에 들어오면 이런저런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고급 차가 멋지게 폭발하거나, 아이들이 컬러풀한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거나, 할리우드 미남미녀가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광경이 그 무렵의 내게는 참을 수 없이 눈부셨고 그 자체만으로도 울컥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가끔 기어가득히 영화관에 간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TV나 컴퓨터나 태블릿으로 봤다. 그러니 화면도 작았다. 그래도 내 마음 상태는 훨씬 나아졌다. 이 현실 자체를 향한 폭발적인 애수, 파괴적인 불안, 차분한 분노를 잊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런 흉내 내기가 사실 중요하다.

비평이든 창작이든, 스포츠든, 어학이든, 나아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전부 모방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영화를 보고 영화 비평을 쓰고 영화 비평을 읽으면서, 나는 일본 영화 비평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일본의 영화 비평가는 영화가 말하는 방식에 대한 미학만 비대하고 말하는 것에 대한 미학이 없어 보였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그들은 일본에서 일본어 자막을 달고 상영하는 작품만 언급한다. 또 돈을 주지 않으면 쓰지 않고, 어떤 매체에서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을 매료한 대상은, 남에게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자기가 쓰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에 영화 이야기를 마구마구 써대는 재야의 시네필들이었다고 말한다. 온라인 세상에는 제한이 없으니 일본에 공개되지 않은 영화에 관해서도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았고, 구작이나 신작이라는 구분도 없고, 국경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는 일본 영화 비평가 중에는 계속 확장되어가는 세계에 흩어진 개개의 작품을 선으로 연결하려는 지성이 아예 사라진 듯했고, 자연스럽게 '일본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을 닥치는 대로 보고 비평을 쓰는 일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운명처럼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의 루마니아 영화 <경찰, 형용사>를 만난다. 저자는 영화 <경찰, 형용사>는 영화 비평가로서는 영화에 푹 빠져서 루마니아 비평가나 시나리로 작가와 관계를 맺은 계기가 되었고, 돌고 돌아 소설가로서 활동하기 위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말한다.

"루마니아어를 배우게 된 계기로서 특히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 영화가 언어, 바로 루마니아어 자체를 주제로 삼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수없이 루마니아어가 화제로 오른다. 이를테면 유튜브에서 흘러나온 왕년의 명곡을 듣더니 루마니아어 수사법을 토론하기 시작하거나, 주인공이 연인과 말다툼하는데 왜 그러니 지켜보면 정관사를 잘못 쓴게 원인이다.

즉 언어학적 통찰, 그것도 보편성보다는 루마니아어의 독특함을 둘러싼 통찰이 풍부하다. 영화도 훌륭하지만, 루마니아어 그 자체에 푹 빠지게 되는 작품이다."

저자는 루마니아어가 심금을 울릴 정도로 깊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요소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루마니아어에 관해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마이너한 언어를 배운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 것이다. 오로지 즐거움만을 위해 마음 내키는 대로 시작한 루마니아어 오타쿠가 된 저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대학에서도 일본 문학을 전공했지만, 강의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일본 문학 자체에 혐오감까지 들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히키코모리 생활을 시작해서 울적함에서 시작한 자신만의 영화 비평 쓰기가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비평을 쓰기 위해 이야기의 구조와 구성, 연출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야기와 연출의 교합이 어떤지를 끝없이, 영원히 분석하며 약 600편이나 되는 글을 올렸다고 말한다.

"이렇게 무사 수행을 하다 보면, 이야기를 어떻게 쓰면 좋은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어느 시기부터 나는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국 문학처럼 외국을 무대로 일본과 전혀 관련 없는 작품을 썼다. 영국, 아르헨티나, 슬로바키아...... 문학상에 응모하기에는 너무 짧은 외국'풍' 문학이었는데, 나도 소설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러니까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성공 체험을 선물해주었다. 이렇게 문학에 자존감을 키운 나는 필연적으로 일본 문학에 회귀했다. 대학 강의에서 그렇게 노이로제가 걸렸는데도 마침내 내 언어로 일본에 관해 쓰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저자는 로이로제와 은둔을 거치며 자신을 둘러싼 일본이라는 사회에 깊은 절망과 허무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러니 쓰고 싶은 주제도 바로 거기에서부터 농밀하게 피어났고,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여성 차별이나 외국인 차별, 일상에서 마주치는 놀라운 악의, 그런 것에 대한 분노가 자신에게 언어를 내뱉게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저자는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루마니아의 '사소설' 작가 랄루카에게 자신이 쓴 단편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한 작품을 읽어봐주기를 권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이면서 떠오르는 루마니아 신진 작가 미하일 빅투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내는 대담함을 선보인다. 특히, 히키코모리로 별 볼일 없이 살았던 자신이 루마니아 문단에 데뷔하게 된 것은 일본이 아니라 다른 나라인 루마니아가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좋은 형태로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작품을 보냈으니 그저 기다릴 뿐이다. 그러는 동안 <LiterNautica>에 올라온 작품을 읽으려고 하는데, 심장이 폭발할 듯이 긴장한 상태로는 루마니아어가 완전히 수수께끼 상형문자로 보였다. 그걸 해독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내가 놓인 상황이 대체 무엇인가. 흥분과 불안이 교차하는 공격적인 찌릿찌릿한 모호함이었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일그러져서 한순간은 가속한 것 같다가 처절하게까지 그려졌다.

히키코모리로 지내는 것이 극에 달했을 때의 시간 감각과 비슷해 보이는데, 그게 완만한 자살 같다면 이건 좀 더 극적인, 세계가 적극적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덜컥덜컥 흔드는 느낌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휘말려 내 마음이 어마어마하게 회전하는 것 같았다. 머리통에서 뇌가 쑥 날아가서 언덕을 데굴데굴 굴러가는 감각을 느꼈다."

저자는 루마니아 출판업계는 유럽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설을 써도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한다. 애초에 소설을 쓰는 사람 중에 소설을 써서 돈을 벌려는 인물이 거의 없고, 이런 사고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루마니아에서 소설가라면, 일본으로 말하면 자동으로 '겸업작가'가 된다. 미하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소설가, 랄루카 씨는 인류학자 겸 소설가, 이런 겸업이 기본이다.

다들 소설 밖에서 생활비를 벌고, 여가 시간에 아무런 걱정도 염려도 없이 그저 쓰고 싶은 소설을 쓴다. 그러니 소설을 쓰는 것은 직업이 될 수 없다."

"루마니아에서 소설 집필은 돈과 연결되지 않는다. 즉, 소설이라는 예술은 자본주의 논리 밖에 존재한다. '예술이 돈과 결탁하면 쓰레기가 된다'라는 고풍스러운 생각을 지닌 내게는 루마니아, 참으로 매력적이다."

저자는 일본은 작가가 신인상에 응모하는 형식이고, 상을 받으면 프로로 데뷔하는 권위주의적인 형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루마니아는 언제나 편집자와 일대일이어서 좋다고 이야기한다. 작품이 편집자의 마음에 들면 실리고, 마음에 안 들면 탈락하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소설가로서 일희일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루마니아 이주를 꿈꾸고 있었는데, 크론병이라는 난치병에 걸려 완전히 무너진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에 산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고, 일본인인 자신이 왜 루마니아어를 알고 있는가, 지금 자신은 왜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쓰는가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을때 지금 쓰고 있는 에세이에 대한 집필 의뢰가 들어왔다고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좋은 나쁘든 지금 네가 거기 있는 게 최대의 강점"이라는 저자의 좌우명은 우리 자신이 지금 거기 있다는 사실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작업은 나 자신의 인생, 루마니어와 함께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의미를 끄렁내는 과정이 되었다. 내 인생에도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런 내 옆에는 늘 루마니아어가 있었다. 지금까지 과거는 전부 쓰레기였고 미래는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저 고통만 가득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 과거도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는 크론병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싶다. '동유럽의 상상력' 시리즈에서 내 작품집을 내고 싶다... 제법 괜찮은 기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은 나 자신을 위해서 썼지만,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쓰기도 했다. 즉 문학을 좋아해서 문학으로 세계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약하거나 재력이나 시간이 없어서 일본에서 우물쭈물하며 방에 틀어박힌 녀석을 위한 거다. 외국으로 이주하거나 세계를 돌아다니며 외국어로 소설이나 시를 쓰고 문학을 연구하는 인간과 비교하면 나 같은 건 쓰레기라고 좌절한 당신 말이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지금은 모든 게 다 최악이니까, 일본 여기저기에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이 가득하다.

그래도 나는 바로 당신에게 다른 곳에는 없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게 나였으니까. 나 같은 건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나. 외국에 갈 필요가 없다는 소리는 안 할 것이다. 갈 기회가 있다면 가는 게 좋다. 그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곳이기에 해낼 수 있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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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디톡스 - 지친 마음에 시동을 거는 마인드 부스팅 수업
윤대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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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는 심각한 무기력 모드에 빠져 있다. 국가와 세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무기력을 경험하는 '집단 무기력'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팬데믹 후유증과 사회 전반의 대전환에 따른 정신적 에너지 고갈, 일상에 침투한 미세 스트레스와 번아웃, 기후재난 등의 환경적 요인이 무기력 현상을 부추기는 주원인이다.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무기력의 심각성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이에 현대인을 위한 무기력 매뉴얼을 전하고자 정신과 의사로서 30여 년간의 임상 경험과 연구를 집약하여 <무지력 디톡스>를 출간했다. 무기력을 해결하는 단발성 처방에서 벗어나 마음의 시스템을 바로잡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마음이 아닌 몸을 움직여 의욕을 만드는 근본적인 의욕 활성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책에서 '마인드 부스팅' 4단계 전략으로 체계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지친 마음을 활성화시키는 다양한 실천법과 함께 미니 브레이크, 역설적 마인드셋, 행동적 항우울제 등 최근 정신의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멘탈 관리법을 전하며 반복되는 무기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는 정신건강 관리의 제1원칙은 바로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무기력한 상황에서 억지로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리려고 정면 대결하면, 이미 에너지는 떨어질 때로 떨어져 있고 부정적인 감정은 증가된 상황이라 완전히 녹다운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묵묵히 견디는 태도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무기력한 마음을 디톡스로 활성화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견뎌낸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정체 상황처럼 보이지만, 그 상황을 그저 묵묵히 버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무기력한 마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마인드 부스팅' 4단계 전략을 소개하여 실천해보고 싶다. 무기력 마인드 부스팅 1단계는 2차 스트레스의 길목을 막기, 2단계인 자기 연민, 내 감정에 공감하기, 3단계인 무기력의 늪, 반추 사고의 고리를 끊기, 4단계인 마음에 시동을 걸기이다. 저자는 반추사고를 물리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동적 힐링이 아닌 능동적 힐링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하기 싫은 활동을 억지로 하고 나면 오히려 힐링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바로 능동적 힐링이다. 때로는 마음에 저항해서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하는 행동을 통해 내가 하는 생각과 감정까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깨달음을 전한다.

"억지로 뭔가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행동을 하면 반추 사고의 회로를 끊을 수 있고 외부 세계와 연결되면서 조금씩 동기가 차오른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 스스로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렇게 의욕과 자신감을 되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행동 활성화의 원리다."

"보통 먼저 동기를 부여해야 행동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선 동기부여 후 행동'이 자연스럽고 우리가 노력하는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요즘 같은 무기력의 시대에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기다리다 의미 없이 시간만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묵묵히 버텨낼 때 효과적인 전략을 '선 행동 후 동기부여', 즉 액션을 먼저 하는 것이다."

저자는 몸을 먼저 움직여 의욕을 만드는 것, 이것은 실제로 우울증 치료에 활용되는 행동 활성화법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활성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단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은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행동과 기분 간의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삶에 활력을 주는 작은 행동을 '행동적 항우울제'라고 한다고 이야기한다. 보통 항우울제라고 하면 복용하는 약물을 생각하는데 행동적 항우울제는 항우울 효과를 일으키는 행동을 직접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에서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기, 세 번 깊게 호흡하며 호흡의 흐름 느끼기, 조용한 곳에서 음미하며 식사하기, 일주일에 한 번 슬픈 영화 감상하기, 일주일에 시 세 편 읽기, 친구와 이야기하기 등 저자는 환자들에게 주로 추천하는 항우울 행동 리스트를 참고하며 자신만의 리스트를 만들어보기를 권하는 글을 읽으며 일상에서 행동 활성화를 위해서 실천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과거를 관리하는 것이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고 멘탈 관리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멘탈 관리를 잘한다는 것에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메모리 관리, 더 자세히는 매일 쌓인 오늘의 메모리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하루에 대한 기억을 마무리하는 감성인 '엔딩 감성'이 긍정적으로 쌓이면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기억 일지 작성하기, 나 자신과 대화하기, 긍정적인 기억 떠올리기라는 저자가 추천한 방법을 꼭 실천해보아야겠다.

"매일 저녁, 오늘 경험한 긍정적 순간을 기록한다. 하루 동안 있었던 사건을 정리하고, 그중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해보자. 이 과정에서 부정적인 경험은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요소를 확대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런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기억을 저장하는 도구가 되며, 힘든 날에 다시 꺼내 보며 기분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기록은 하루를 마무리할 때 긍정적인 상태로 잠자리에 들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역설적 마인드셋은 역설적 사고와 접근 방식을 채택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특히 어려운 상황이나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전통적 논리와 반대로 접근함으로써 새로운 통찰과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유용하다. 의도적으로 문제와 반대되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기존 행동 패턴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마음 관리 측면으로 설명하자면, 역설적 마인드셋은 겉으로는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생각이나 감정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여,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도 전통적 방법 대신 반대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무기력을 느낄 때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대신, 잠시 물러서서 휴식을 취하거나 그 상황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안을 해소하려고 하면 더 불안해질 수 있지만, 오히려 불안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느끼도록 허용하면 불안이 감소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도 역설적 마인드셋을 갖고 있는 이들이 실제로 긴장되는 위기 상황에서도 문제에 대한 새롭고 더 나은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반면에 역설적 마인드셋이 부족한 이들은 위기 상황에서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혀졌다."

저자는 사람들과 잘 소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한다. 열린 질문이란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붇는 대화 기술이다. 정해진 단답형 대답이 아니라 자유롭고 능동적인 대답을 끌어내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각을 자주 하는 이에에 "오늘도 지각이네요. 또 늦잠 잤나요?"라고 묻는다면 닫힌 질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든가요? 자꾸 지각하는 이유가 뭘까요?"가 열린 질문이다.

열린 질문을 하면 상대방의 저항을 낮추면서 마음을 열 수 있다."

저자는 현재 관계에 만족하지 못해 외로움과 무기력을 느끼고 있다면 이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내면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면 소통이란 내 감정을 살피고 타인과의 감정 및 관계를 살피는 사회 인지, 그리고 중요한 사건을 기억하는 기억 강화 기능, 마지막으로 내 과거, 현재, 미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계 소통에서 얻은 새로운 감정과 정보를 통합해 내 인생의 서사, 스토리텔링을 그리는 작업이다. 자기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이를 수용해보면 외로움의 감정을 관리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내면 소통은 자신의 내적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으로 감정, 생각, 경험 등을 성찰해 자기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가치관 등을 명확히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도 내면 소통의 일환이다. 이는 자신과 깊이 연결되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억지로 마음을 컨트롤하다가는 오히려 좌절감을 느끼고 무기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의 책 <무기력 디톡스>를 통해 직접 마음을 조정하기보다 행동을 통해 우회적으로 활성화하는 방법을 소개하여 무기력의 시대를 건너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실천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무기력과 번아웃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지친 마음에 시동을 걸어 의욕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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