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은 주역에서 답을 찾는다 - 부와 운을 끌어당기는 불변의 인사이트
오구라 고이치 지음, 류휘 옮김, 김승호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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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기원전 중국의 제왕들이 제력과 권력을 총동원해 모은 부와 운의 질서를 압축한 경전이다. 그래서 공자부터 이순신, 이나모리 가즈오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국적을 막론하고 수많은 시대의 거인들이 3,000년 넘게 동양 최고의 경전이자 삶의 전략서로 삼았다. 일본의 '주역' 커뮤니케이터이자 리더십 코치로 활동하는 저자 오구라 고이치는 탄탄대로였던 인생이 처참하게 무너진 순간 '주역'을 만났다. '주역' 64괘의 의미와 가르침을 깨닫고 삶에 직접 적용하자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했던 그의 인생관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주역'이 전하는 진리를 현대인의 부와 성공에 접목하는 통찰을 얻었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심리, 철학, 경영 이론을 총망라해 신간 <거인들은 주역에서 답을 찾는다>에 집약했다.

이 책에는 윈스턴 처칠이나 오타니 쇼헤이까지 '주역'과 맞닿은 거인들의 생각법부터 일하는 사람을 위해 새롭게 재편한 64괘에서 얻는 인사이트, 시대를 이끈 위대한 구루들의 명언으로 이해하는 인생의 진리, 퍼실리테이션, 퍼포스 경영 등 실무에 도움이 될 비즈니스 철학까지 가득하다.

이 책은 '1장 성장, 2장 연결, 3장 성공, 4장 역할, 5장 출세, 6장 재물, 7장 위기'라는 7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주역'은 이 세상의 끝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상은 영원히 변화를 거듭한다는 순환론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관점이 확고하기에 '완성'이라는 결과물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성취감 뒤에 감춰진 '방심'과 '자만심'을 우려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수화기제라는 괘는 이미 갖추어져 완성된 시기를 뜻하며 완성은 흐트러짐의 시작이기도 하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이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다른 곳에서도 통용될 새로운 배움에 시선을 돌리라는 조언을 담아 눈길을 끈다.

"평평한 것은 언젠가 기울고 정돈된 것은 결국 흐트러질 운명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즉 '완성했다 해서 자만하지 마라. 불필요한 욕심을 삼가라. 즉시 다음 준비에 착수하라'는 교훈을 전한다. 이는 '처세를 누림에 있어 난세를 잊지 않는다(평화로울 때일수록 방심하지 마라)'라는 경구와도 일맥상통한다. 본 괘에는 우리가 끊임없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저자는 '주역'의 괘인 화산려란 시시각각 변하는 여행길에서 삶의 고독을 느끼는 시기로, 여행은 성장의 계기가 된다는 의미를 말한다. 저자는 '여행의 덕'을 주제로 한 본 봬에서 말하는 바를 재해석하면 평소에는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도 여행지에서는 감사히 여기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적극적인 모험심으로 여행의 설렘과 새로운 성장을 즐기자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주역의 괘인 '산수몽'이란 미숙함을 의식하는 시기로, 배움을 통해 자타의 가능성을 발굴하라는 의미에 대해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기량이란 행위나 기술과 같은 '양=미는 힘'을 의미하고, 도량이란 경청이나 그릇의 크기, 마음가짐 같은 '음=당기는 힘'이자 '받아들이는 힘'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배우는 자세는 음의 힘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학문은 단순한 시직의 수집이 아닌 대화와 관대함, 어진 마음, 실행력 등 인간적 성장까지 포함한 개념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주역의 괘인 '풍지관'은 인생을 깊이 통찰하는 시기로, 보이지 않는 중요한 부분까지 면밀히 관찰하라는 의미에 대해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견'은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일, '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관찰하는 행위이며, 풍지관에서는 '관'이라는 한자는 후자에 속한다고 이야기한다. 대화할 때는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를 지휘해 2016년 일본 시리즈와 2023년 일본 야구 대표 팀 '사무라이 재팬'을 WBC 우승으로 이끈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도 '주역'에서 가르침을 얻는 사람으로 유명하다고 말한다. 구리야마 감독은 현역 시절 메니에르병과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다 29세의 젊은 나이로 은퇴해 갖은 고생을 하고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안게 된 고민을 극복하고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소타니 쇼헤이 선수를 키워낸 일은 구리야마 감독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다. 주역의 쾌인 '수풍정'은 표리부동하지 않고 꾸준히 일하는 시기로, 사람이 모이는 곳이란 정성스럽게 환경이 정비된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리야마 감독은 주역의 본괘와 같이 사람이 모이는 곳은 늘 관리를 게을리하지 말고 쾌적하게 유지하라는 조언을 잘 실천한 인물이다.

"본 괘에서는 '스스로 그 일을 하라'라고 말한다. 비록 누구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듣지 못하더라도 빈틈없이 꼼꼼하게 꾸준히 작업하는 것이다. 계속 노력하면 이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나타나 그동안의 고생을 인정받게 되며,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었듯 자신도 행복해진다. 지금은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재능을 더 갈고닦으라고 강조한다.

우물이란 많은 사람이 찾아와 물을 마시고 기뻐해야 존재 가치가 있다. 이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 세상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면 훗날 큰 보상이 돌아온다.

구리야마 감독은 '우물 뚜껑을 닫고 독점해서는 안 된다.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크게 길할 것이다'라는 본 괘의 가르침대로 닛폰햄 파이터스 시절 타자와 투수로 맹활약하며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오타니 선수를 흔쾌히 메이저 리그로 보내주었다."

저자는 주역의 쾌인 '수지비'는 사이좋고 화기애애하게 나아가는 시기로, 부름에는 신속하게 답하고 말은 먼저 나서서 건네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을 할 때 반응속도는 성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반응속도가 빠른 사람은 상대방의 신뢰를 얻기 쉽다. 나아가 저자는 본 괘에서는 리더는 집요하게 완벽함만 추구하기보다 관대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좋은 동료를 모은 이상 믿고 맡기는 것이 성공하는 리더의 비결이다.

"본 괘에서는 '뒤늦게 찾아오는 자는 타산적이고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흉에 해당한다'라고 말한다. 오기 전까지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다시 말해 즉시 가야 자신에게 득일지, 일단 가만히 있어야 득일지 따져보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상대방에 대한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설령 왔다고 해도 진심으로 도와줄지 의문이다.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나 늦은 반응은 상대방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어준다."

<거인들은 주역에서 답을 찾는다>의 저자 오구라 고이치는 '주역'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해설과 예시가 추가되면서 끊임없이 확장해가고 있으며, 마치 프랙털 구조처럼 '영원히 미완성인 상태로 끊임없이 성장하는 책'이라고 전한다. '거인의 어깨'라고도 하는 선조들이 축적한 성과물인 '주역'을 맛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계속 함께 등반해나갔으면 한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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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어떻게 삶의 에너지가 되는가 - 하루가 편안해지고 인생이 달라지는 분노 수업 10
황미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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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어떻게 삶의 에너지가 되는가>는 욱하는 감정을 좀처럼 다스리기 힘든 사람들, 자칫 피해를 볼까 봐 최대한 감정을 감추려는 사람들, 분노를 잘 이해해 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본격 '분노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황미구 저자는 30년간 2만여 시간의 심리상담 이력을 보유한 국내 최고의 상담심리 전문가다. 그는 수천 명의 내담자를 만나면서 한국인들이 유독 분노 감정에 대해서는 최대한 참거나 막무가내로 폭발시키는 양극단적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또한 우울, 불안, 사회부적응, 자살충동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털어놓는 마음의 고통은 다양해도 자기 자신과 세상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을 주목하며, 우리 사회가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다양한 예시와 각종 연구 결과는 물론이고 평범한 분노와 병리적 분노까지 촘촘하게 비교, 분석하며 분노에 관한 우리의 오랜 인식과 생각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줌으로써, 더 멋지고 열정적인 인생을 살기 위한 분노 활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1장 천만 명이 시한폭탄인 나라, 2장 감정과 정서는 다르다, 3장 화가 날 때 우리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4장 화가 날 때 우리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5장 우리가 느끼는 모든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6장 분노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7장 분노를 잘 활용해서 멋진 인생을 사는 법, 8장 일상에서 수시로 느끼는, 보통의 분노 유형, 9장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병리적인 분노 유형, 10장 분노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다'라는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분노는 부정적인 것, 문제가 되는 것, 제거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에게 큰 기회를 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분노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다른 모든 감정과 마찬가지로 분노는 뇌에서 생성되는 하나의 신호일 뿐이며 우리의 신체적, 심리적 욕구가 얼마나 잘 충족되고 있는지 알려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특히 분노는 자신이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잘 알려주어 우리 삶에 매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이야기한다.

"분노는 지금이 뭔가를 해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임을 알려주고,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고,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잘만 활용하면 대단히 긍정적이고 유익하며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감정이 분노인 것이다."

저자는 분노를 잘 통제하고 싶을 대 가장 먼저 자신에게 해야 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분노를 잘 조절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분노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분노 아래에는 아주 많은 감정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분노를 잘 조절하려면 먼저 분노 뒤에 숨어 있는 다양한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다수의 현대인은 평온하고 조화로운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고 늘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행위는 원망, 분노, 증오, 적개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는지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보니 어떤 행동을 할 때도 스스로 많은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할 때 느끼게 되는 극심한 수치심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의 잘못이나 실수를 더 엄격하게 평가하고 비난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비난은 일반적으로 분노와 관련이 있지만, 비난의 기저에는 단지 분노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난은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감정, 생각, 행동의 결과로 여러 단계를 거쳐 드러나며 다른 행동보다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 또한 비난은 죄책감, 수치심, 분노, 적개심, 실망, 혐오감, 경멸, 슬픔을 느끼게 한다. 만성적인 분노를 가졌다면 남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방식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가 피해자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하고, 피해자는 자신이 잘못해서 맞았다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방관자는 피해자에게 원래 문제가 있었다고 비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병리적 구조 때문에 가정폭력이 정당화되고 강화되고 지속된다."

저자는 타인을 비난하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막음으로써 자신의 내재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말한다. 또한 남을 비난할 때마다 우리 안에는 피해의식이 강화된다. 자신이 희생자라고 생각할수록 무력감, 무기력함, 비관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강해져 성찰과 반성으로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저자는 비난은 돌도 돌아 우리가 공격적으로 반응하면 할수록 우리 안에 내재된 공격성이 더 강화된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약점과 결점이 있고, 실수와 실패를 하면서 살아가는 만큼 어느 정도의 고통은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먼저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면 좋겠다. 나의 부족한 점, 부끄러운 실패와 실수를 너무 가혹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떤 경험이든 쌓이다 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게 되고, 본인과 주변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기회도 갖게 된다. 세상을 너무 엄격하게 감시하고 판단하기보다는 각자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자아를 개발해야 한다. 살면서 느끼는 고통을 부정하거나 최소화하거나 없애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 <스타워즈> 주인공인 다스 베이더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말한다. 그가 어린 시절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가득 차 있을 대 스승 요다가 그에게 두려움이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한다. "두려움은 고통을, 고통은 분노를, 분노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악한 쪽으로 이끄는 법"이라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는 두려움을 주고 '약함'으로, 분노는 '힘'으로 인식한다고 이야기한다. 두려움과 분노는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얼어붙게 만든다.

"두려움은 상황을 좀 더 위험하다고 예측하게 만들지만, 분노는 어떤 상황에 대한 위험을 낮게 인식해 더 위험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또한 두려움 때문에 분노하는 행동을 동기부여로 삼으면 어떤 행동은 더욱 발전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분노 아래에 감춰진 슬픔, 상처, 두려움을 잘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친구에게 작은 실수를 했다가 비난을 들을 것이 두려워 공개적으로 더 큰 망신을 주거나, 아예 관계를 끊어내는 경우가 있다. 회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혹시 해고당할까 두려운 마음에 상사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화를 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흔히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을 꼽지만 실제 임상 결과를 보면 무력감, 분노감, 억울함에 죄책감이 더해질 때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흔하다고 말한다. 엄청난 무력감에 시달릴 때는 자살이 자기 인생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주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충동이 올라오는 원인을 모른다면 이 문제의 해결책도 찾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삶이 곧 고통이라는 철학자 쇼펜아우어의 말을 한번쯤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일은 살아 있기에 겪는 것들이며, 삶에서 겪는 부정적인 것들을 무조건 고통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고통과 함게 찾아오는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작은 존재라고 여기고, 그런 느낌이 무력감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 큰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 때문에 그동안 소중히 지켜온 가치를 잠시 거스르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심은 '하루 만에 태산을 넘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한가지를 정해, 실제로 하는 것이다. 그 실천이 무력감의 원인을 직접 제거하는 활동이 아니어도 '지각된 통제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억제를 개인의 감정 조절법으로 활용할 경우, 사회적 소속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될 수 있지만, 억제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과 불안의 정도가 더 높다고 말한다. 타인과의 갈등이나 충돌이 두려워 감정을 자꾸 내면화하는 사람들은 결국 내적으로 고통을 겪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분노를 오랫동안 억제하다 보면 기쁨, 설렘, 행복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억제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습관이 굳어지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도 어렵고, 타인에게 깊은 애정이나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분노를 억제하는 데는 많은 에저니가 소모되며, 결과적으로 사람을 지치게 한다.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쏟는 에너지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건강에 무리를 준다. 더욱이 이런 사람들은 분노만 참는 것이 아니어서 자신이 가진 나쁜 습관을 방치하다가 더는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화병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니 참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맞다."

저자는 우리가 분노에만 사로잡혀 있을 때는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달래고 안정을 유지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때 수용과 용서를 잘 이해하고 내 삶에 도입하면 깊은 슬픔 뒤에 밀려오는 분노를 다스리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수용은 우리가 현실을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올라오는 여러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깊은 슬픔을 느낀 뒤에 화가 치솟는다면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용서는 우리를 분노에서 해방시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용서는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한 누군가의 행동을 잊어버리거나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소진시키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특히 자신을 용서한다는 개념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말은 스스로에게 무조건 면죄부를 준다거나 자신의 나약함을 내버려두고 회피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함께 용서함으로써 마음을 치유하고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개인적으로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용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고통에서 비롯되는 분노는 마음의 상처, 심리적 고통, 우울증 등을 대신해 드러나는 분노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화를 내는게 쉽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화가 나면 힘이 솟는 반면에 슬픔이나 우울감을 느끼면 자신이 나약해진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극심한 고통 끝에 슬픔이 밀려오면 오히려 분노를 무기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결과적으로 분노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분노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고통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후회, 외로움, 죄책감 등 더 많은 고통을 가중시킨다.

"고통, 분노,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밀접하고 결합되어 서로를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으면 분노가 올라오고, 화가 계속 나다 보면 우울해지기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우울증을 멜랑콜리아락 지칭하며, 나를 비난과 공격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증상이라고 주장했다. 억압된 분노가 내면으로 향할 때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노가 내면으로 향할 경우 우울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잇다. 물론 모든 분노가 우울증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분노가 어떤 행동의 결과를 만들듯, 어떤 분노는 우울증을 촉발시킨다. 분노를 억압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거나 부정하거나 무시하게 되는데, 정신분석치료에서는 억압된 분노가 우울증 치료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저자는 자해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누군가 내 고통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자해는 매우 은밀하게 일어나며, 대부분의 자해는 옷이나 소품 등으로 가릴 수 있는 부위에 시도한다. 저자는 이들은 늘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며, 삶을 끝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 살고 싶은데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니 자신도 모르게 자해하게 되는 것이 이들의 행동 패턴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들은 해결되지 않은 고통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자해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리적, 정서적 고통을 신체의 고통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해를 통해 일시적으로 긴장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어도 대다수는 또다시 죄책감, 수치심, 고통을 느끼고, 자해를 반복할수록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건강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자살성이라고 해도 자해를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고통 끝에 다가오는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화가 날 때 올라오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화를 내는 목적을 인식하기, 건강하게 자기주장하기, 비합리적인 신념 알아차리기, 개인적으로 느끼는 불평불만에 주목하기, 분노 일기로 트리거 알아차리기, 명상하기, 주의를 분산시키기에 대해 소개한다.

"자신의 상태를 막연하게 뭉뚱그리지 말고 단어나 문장을 통해 언어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자신에게 커다란 상처와 고통을 안겨준 사건에 대한 감정을 모두 편도체에 저장한다. 그런데 편도체에 저장된 기억은 시공간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오래전 기억도 마치 며칠 전에 겪은 일처럼 떠올라 현재의 삶에 수시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매튜 리버만 교수와 동료들은 뇌 영상 연구를 통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수록 슬픔, 분노, 고통의 강도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경생물학 측면에서 보면 슬픔이나 분노를 언어로 표현할수록 편도체가 덜 활성화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대뇌 피질 영역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좌절 후 밀려드는 분노를 다스리는 법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 감정을 환기하기, 나를 쉬게 하기, 회복탄력성 강화하기, 현실적인 목표 세우기, 계획된 우연이 있다, 4-7-8 호흡 연습하기를 소개한다.

"감정을 환기하면 두려움, 불안, 분노 등을 적절히 표출함으로써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운동, 일기 쓰기, 심호흡 명상, 나와의 대화 등으로 감정을 환기시킴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차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히고, 나에게 해로운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한 뒤에는 자신의 문제를 더 객관적으로 파악해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투사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투사가 우리의 인생 전반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싫어하는 어떤 특성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저자는 투사가 가진 묘한 특성은 자신이 불편감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뭔가 불편하지만 이게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상대방의 문제라고 확신하게 된다. 저자는 투사의 가장 큰 문제라면, 이처럼 매번 상대방에게 던져버리는 감정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지금 누군가에게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일부는 우리 자신이 만든 것일 수 있다. 상대방이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상대방이 나를 미치게 하는 언행을 하도록 무의식중에 내가 자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영화 <조커>의 주인공 아서 플렉은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세상의 부조리함과 불공평함 때문에 끊임없이 절망한다고 말한다. 사랑도, 직업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자신을 향한 편견에 맞서다 지친 아서는 끝내 최악의 악당 조커가 되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에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아서의 광기에 가까운 웃음은 어머니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자 아서의 조적방어로도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일부러 그와 반대되는 감정을 떠올리며 했을 수 있다. 그래서 평범한 웃음이 아닌 광기어린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불안하거나 어색하거나 부적절하다고 느낄 때 자아를 손상시킬 수 있는 생각이나 지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반사적인 행동이 이런 웃음이다. 저자는 조적방어의 핵심은 자신의 감정과 반대되는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상대방이 전능적인 통제감을 느끼는 것은 방지하고 본인의 무력감과 좌절감을 막으려는 일종의 방어라고 말한다.

"감정은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숨기는 것도 어렵다. 그래도 화를 참는 건 비교적 쉽지만 웃음이나 울음을 참는 일은 정말 어렵다. 영화 <조커>에는 주인공이 웃음을 참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전두엽이나 뇌의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기면 의지와 상관없이 웃게 된다. 이것을 가성감정표현 혹은 병리적 웃음이라고 한다.

우리도 항상 웃기만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이 워낙 긍정적이어서 늘 웃고 지낼 수도 있지만, 적절하지 않은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웃음을 보인다면 정신분석학 입장에서는 일종의 방어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아서는 어린 시절 심한 학대와 방치를 당하는데, 몇몇 장면을 통해 유추하자면 망상에 빠진 어머니가 아들의 고통은 완전히 무시한 채 아서가 항상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했다는 장면에서 이러한 방어기제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 어린 아서는 엄청난 슬픔과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어머니에게는 항상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을 수도 있다."

"조작방어는 정신분석학자이자 대상관계 이론가인 멜라니 클라인이 발전시킨 심리적 방어기제의 하위 유형으로, 그는 이것을 자기애적 방어기제의 한 변형이라고 정의했다. 이상화된 자아를 유지하고 상대방을 온전히 지배 또는 융합하려는 환상을 만들어내고자 할 때 어느 정도의 심리적 고통도 함께 느끼는데, 이 고통을 견디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조작방어다. 조작방어는 상대방에 대한 통제, 성취, 경멸이라는 세 가지 특성을 지니며 주로 과도한 웃음이나 광란에 가까운 활동 등 매우 경쾌하고 희열에 찬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전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슬픔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어떻게 안녕감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분노를 예방하는 4가지 방법으로 정확하게 의사소통하기, 문학 작품 읽기로 공감 능력 키우기, 나와 다른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기, 스트레스 관리하기를 소개한다. 끝으로 저자가 건강하게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관계에 집중하기, 지금 여기에 머물기, 용서하기, 감정 정화하기, 잠시 일상을 중단하기, 삶의 방향을 바꾸기를 소개한 글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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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10주년 개정증보판
오프라 윈프리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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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오프라 윈프리사 영화 평론가 진 시스켈에게 "당신이 확실하게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확신하 수 있는 것들에 대해 1988년부터 14년 동안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라는 제목으오 <O 매거진>에 칼럼을 연재했고, 그렇게 오랜 시간 이어진 그녀의 사유를 한데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기쁨, 회생력, 교감, 감사, 가능성, 경외, 명확함, 힘을 나 자신을 사랑하며 보다 윤택한 인생을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을 털어놓으며 출간 후 10년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출간 10주년을 기념한 이번 증보판에는 새로운 서문과 함께 '마음 씀'이라는 키워드 하나를 더 추가했다. 평범한 일상을 기적으로 변모시키는 이 아홉 가지 키워드는 다시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볼티모어 방송국의 뉴스 앵커였을때 제작 보조였던 게일 킹과 처음 만나 특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음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는 게일은 결코 자신을 판단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게일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는 자신의 '착한 자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고 말한다. 게일이라는 친구 덕분에 진정한 벗을 가지는 기쁨과 진정한 벗이 되는 기쁨을 모두 알게 되었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나는 회사에서 좌천당했고 해고를 당할 뻔했다.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으며 뒤틀리고 엉망진창인 관계에 매달려 발 깔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이십대를 보냈다. 그 과정 속에서 게일은 내내 나를 도와주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무엇보다 자신이 독서를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책 읽기를 통해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서는 우리가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준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글이 눈길을 끈다.

"한때 책은 내게 일종의 탈출구 역할을 했다. 지금의 내게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성스러운 즐거움이며, 내가 원하는 곳이라면 그 어디라도 갈 기회와 다름없다. 독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사용법이다. 독서가 우리의 존재를 열어준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안다. 독서는 우리가 자신을 드러내며, 우리의 정신이 흡수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접근할 방법을 선사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깊은 관계의 부재란 내가 '다른 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나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탱해주는 관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나를 치유해주고 완전하게 해줄 사람, '너는 아무 가치고 없다'며 항상 내 안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를 잠재워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면 그것은 시간 낭비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을 친구나 가족이 나서서 그렇지 않다고 완전히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우리가 믿고, 일상생활을 통해 더욱 공고히 굳어지는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나이가 들면 추해진다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예전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그 믿음의 잣대로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는 우리는 젊음에 집착하는 문화를 가진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젊지 않고 빛나지 않고 '핫'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거듭해서 세뇌당하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는 결코 나이를 속이거나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행동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병리 현상에 이바지하는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병 말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나이가 든다는 것의 핵심은 변화이며, 우리가 그렇게 하기만 한다면,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미처 모르고 있던 자신에 관한 새로운 것들을 계속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누구이며, 어떠한 사람인지를 인정해야만 삶의 충만함 속에 깃들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젊은 시절의 나로 머물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사람들은 가엾은 존재들이다. 나 자신을 부정하면서 내게 가장 좋은 삶으로 향하는 길을 걸을 수는 없다. 그 길은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인지하고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곳, 이 순간이 바로 내 것임을 주장함으로써만 걸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지금 당장, 두려움이 당신 앞을 막아서는 것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두려움과 함께 하는 법, 즉 당신의 앞을 막는 두려움의 물살에 휩쓸리기보다는 그 물결을 타는 법을 배워서 예전엔 가능하리라고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어떨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그렇게 된다면 오프라 윈프리는 '당신에게는 이게 필요해, 저게 필요해'라며 다른 사람들이 강요하는 것들을 뿌리치는 즐거움을 발견하고, 마침내 당신이 필요한 것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두려움 없이 산다는 것, 그리고 최고의 삶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당신이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글이 인상적이다.

"확신하건대,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힘을 가진 것은 당신이 품은 두려움 그 자체다. 두려움의 대상은 나를 건드릴 수 없지만, 내가 품은 두려움은 내게서 삶을 앗아갈 수 있다. 두려움에 질 때마다 우리는 힘을 잃고, 두려움은 반대로 힘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앞에 펼쳐진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초조함을 뒤로하고 계속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을 피할 수는 없으며, 그들을 결코 완전히 만족하는 법도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스스로 충분하다고 믿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에 항상 위협을 느낀다. 오프라 윈프리는 그런 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몸을 줄여서 작아지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더 활짝 피어나도록 만들어졌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글에 공감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소녀 시절부터 칭찬을 사양해야 한다고 배운다. 자신이 성취한 것에 대해 미안해 하고, 탁월함을 드러내는 대신 수면 아래에 숨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은 처지에 머무르려 한다. 운전석에 앉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조수석에 앉는 것으로 타협한다. 그 때문에 너무나 많은 여성이 성인이 되면 자신이 발하는 빛을 가린다. 열정과 목적의식으로 가득 찬 최고의 나를 세상에 내놓기보다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잠재우려 노력하며 자기 자신을 비워버린다."

오프라 윈프리는 우리는 살면서 겪는 모든 경험, 즉 생각 하나하나와 선택 하나하나를 통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과 선택 밑에 깔려 있는 것이 우리의 가장 은밀한 의도다. 그렇게 때문에 오프라 윈프리는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이 일을 하려는 나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라?'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고 이야기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삶에 발이 묶여 옴싹달싹 못하겠지만 앞으로 나아가도 싶다면 과거에 한 행동의 동기를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가장 진실한 의도는 종종 그늘에 숨어 있음을 배웠다고 말한다.

"자신의 진실한 의도를 점검하지 않으면 종종 자기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맞게 된다.

헤어져야 마땅해 보이지만 여전히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너무도 많이 보았다. 그들의 의도는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단지 결혼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들은 둘만의 친밀함도, 성장도, 강인한 삶의 건설도 없는 그런 무의미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에게 기적이란 우리보다 더 큰 무언가가 우리의 삶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적을 보겠다고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때때로가 아니라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는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글이 눈길을 끈다.

"내게 있어 기적이란 반짝거리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깜깜한 것 같아도 언제나 그곳에 희망과 가능성이 존재함을 아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기적의 존재에 마음을 꼭꼭 닫아걸거나 심지어 기적이 코앞에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을 때도 우연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다. 그러나 나는 기적을 기적으로 본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에게 '영성'이란 우리가 가진 정체성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영성에 특정 종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영성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 이 순간을 자각하는 것이 그러한 본질로 이어지는 열쇠다. 오프라 윈프리는 현재의 순간을 자각하는 것에는 변신의 힘이 있으며, 그것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새로이 규정한다고 말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당신이 돈을 쓰는 방식이, 당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의 당신에 대한 진실과 같은 선상에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당신의 돈이,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돈을, 당신이 지닌 좋은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강력한 도구로 잘 사용하기 바란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글이 인상적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모든 참사 뒤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커다란 교훈이 있다고 말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신이 왜 내게 이런 일을 일어나게 했느냐며 고통스러워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인간들이 고통을 받는 이유는 신의 탓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하지 않는' 일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라는 비극의 상당 부분은 인간에 의한 것이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는 허리케인 덕분에 우리는 절망과 공포, 무기력의 순간에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희망의 무지개가 되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친절하고 은혜롭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사람들이 행복을 찾고 있다는 말을 하면 그들에게 "당신은 세상에 무엇을 주고 있나요?"라고 묻는다고 말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행복이란 다른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느끼는 행복은 내가 베풀 수 있는 사랑에 정비례한다고 이야기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많은 사람들이 온정과 공감이 비슷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는 두 가지 모두 친절함과 타인에게 연착륙할 장소를 제공한다는 대단한 가치가 있는 미덕이지만 동시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걷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보는 것이며, 온정은 당신이 실제로 다른 이들의 손을 잡고 변화를 일으키도록 돕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당신이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꿀 기회를 찾으려 하지 않으면 공감도 온정도 발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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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세계 -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며 생각한 것들
신용욱 지음 / 부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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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같지만, 실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있다. 무대 위에서, 혹은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서 언제나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드는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다. 많은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정작 베일에 가려진 일. 책 <배우라는 세계>는 배우라는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살며시 문을 열어준다.

강동원, 원빈, 한지민, 한효주, 김지훈, 이준혁, 홍경 등 수많은 유명 배우의 연기를 지도해 온 저자 신용욱이 보여 주는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무대 위 화려한 배우의 모습이 아니다. 이 책은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며 겪어 온 지난한 시간이 페이지 곳곳에 새겨져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경험이 오롯이 담긴 이 책 자체로 아주 특별한 배우 수업인 셈이다. 실제로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꼭 한 번 들어 보고 싶다고 정평 나 있다는 배우의 수업도 마찬가지다. 마치 앞에서 거울을 들어 주듯 배우 각자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특성을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주고, 그 발견을 토대로 연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한다. 수업 자체가 삶을 읽고 감각하고, 호흡하는 연습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수록 알게 된다. 배우를 꿈꾸는 이들은 물론, 지금의 자리에서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애쓰는 모든 이를 위한 수업이라는 것을.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서 배우 홍경이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자신에게 고마움을 전했을 때 오랜 시간 배우들을 가르쳐 온 의미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저라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알아 가야 되는지 마치 앞에서 거울 들어 주시듯 들어 주셨거든요."라며 바들바들 떨면서 전하던 홍경의 진심 어린 말은 자신이 여태껏 그렇게 가르쳐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르칠 것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고 이야기한다.

"아마도 이 책은 잘 정리된 연기 고재가 아니라 연기를 하고 또 가르치며 겪은 시행착오들을 토대로 써 내려간 연기를 대하는 태도, 결국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없는 연기의 세계처럼, 이 글도 어떤 정답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난한 이 과정을 함께, 즐겁게 걸어갔으면 좋겠다. 나는 언제나 거울을 들어 주는 사람으로 남을 테니 그 거울 안에서 당신조차 몰랐던 수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저자는 탁구와 연기는 닮은 점이 많다고 이야기하면서, 탁구를 치다 보면 어느 순간 고도의 집중 상태에 놓일 때가 있다고 말한다. 머릿속의 잡음들이 일시에 사라지도 마치 명상을 하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저자는 그럴 때면 배역에 완전히 몰입해 내가 그 사람이 되는 순간이 묘하게 겹쳐 보이곤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어지는 찰나의 순간, 상대가 공을 어떤 식으로 나에게 넘겨주는지 잘 판단하고 반응하는 과정은 연기를 할 때 대사를 듣고 말하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연기 수업은 나만 잘하면 얼마든지 성취감을 맛볼 수 있지만, 오디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잘해서 생긴 성취감에 '합격'이라는 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좌절하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모든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떨어지면서 불필요한 좌절감을 일일이 느끼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잘 하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곳에 도달했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다음으로 나아가느냐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공고가 올라오는 모든 오디션을 보는 일은 이제라도 중단하고, 해야 할 연기 목록을 작성하는 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나는 어떤 이미지의 배우인지 어떤 색깔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 집중해서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나라는 배우를 구체적으로 그려 본 이후에 도전할 오디션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이 준비해 가는 대사가 누구나 쉽게 선택하는 대사는 아닌지 인터넷에 검색해 보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희소가치가 있는 독백 위에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연기를 울리려고 집중해야 한다. 독백의 참신함과 연기의 개성이 더해진 후에는 스스로를 믿고 자신 있게 연기하면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배우 원빈과 영화 <아저씨> 대본으로 수업할 때의 이야기를 전하여 흥미롭다. 저자는 배우 원빈의 가장 큰 장점은 연기하면서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해결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조금 애써 보다가 슬쩍 못 본 체하거나, 차라리 일찌감치 포기하고 스트레스 덜 받는 쉬운 방법을 찾을 법도 한데 배우 원빈이 한번 물면 절대 놓는 없이 없었고, 무엇이든 온전히 자기 몸에 꼭 맞게 맞들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었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재능은 어느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고, 인내심이 있는 것도, 소통 능력이 좋은 것도,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노력과 재능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됐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마침내 영화 시사회에서 본 그 장면은 수업에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깊이가 느껴졌다. 수업 시간이 아닐 때도, 스스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증거였다.

시작은 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을지 몰라도 배우 스스로가 연구하고 훈련해서 자신만의 연기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아이디어를 자기 것으로 착각할 만큼, 정말 그 정도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빈은 그런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성취를 즐길 줄 아는 친구였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배우 한지민이 주저 없이 영화 <미쓰백>이라는 작품을 선택하며, 작품을 통해 아동 학대의 심각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여 인상적이다. 배우 한지민은 평소 관심 있던 주제인 아동 학대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영화를 선택한 것이다. 남자 주인공이 원 톱이 대부분인 영화계에서 여자 주인공이 극을 끌고 나가는 작품은 설 자리가 비좁은 게 현실이었고, 영화 <미쓰백>은 지금까지 배우 한지민이 맡았던 역할과는 또 전혀 다른 연기 변신히 필요한 작품이었지만, 영화 <미쓰백>으로 배우 한지민은 데뷔 15년 만에 첫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저자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작품에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임했던 배우 한지민을 통해서 개인의 취향이 약으로 작용한 것에 대해 말한다.

"내가 평소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인지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것은 도움이 된다. 다만,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취향은 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취향은 '독'이 된다. 자신이 싫어하는 장르에 캐스팅되었다고 취향 타령하며 거절할 순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수업 때마다 로맨스물 연애 대사만 준비해 오는 제자에게 가족의 사랑 혹은 친구와의 우정에 관한 대사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개인의 관심사를 토대로 배우로서 취향을 넓혀 가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다. 사랑에도 갖가지 모양과 폭이 있으니까 여러 사랑을 경험해 보면서 점차 한 장르만을 고집하는 것에서 멀어져야 한다."

저자는 대본은 나의 스토리가 아닌 작가의 스토리고 배우는 자신이 표현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표현해야만 하니까 초반에 자기 뜻대로 연기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 불편함을 편함으로, 자유로움으로, 즐거움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배우의 과제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하나의 작품을 고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내 경험에 따라 능동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때 우리는 작품에 빠지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연기는 결국 상대 배우와 나, 감독과 나, 관객과 나라는 마음과 마음의 교류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처음이 대본과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교류이기 때문에 대본을 처음 보는 단계에서는 공들여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문장 하나하나의 표현,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오래도록 관찰해야 하고, 자신의 마음에 각각의 문장을 떨어뜨려 어떤 변화가 감지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대본 분석은 인물의 스토리를 마음으로 이해하는 과정이자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정적인 작업'이며, 이 작업이 끝나고 해야 하는 것이 느끼고 표현하고 말하는 '동적인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두 작업을 분리해서 훈련해야만 효율적인 연습을 할 수 있으며, 대본을 읽는다는 것은 곧 그 인물의 삶을 읽어 내는 것과 같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연기란 그저 감정을 잘 느끼고 표현하면 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습득하는 감각이 다를 뿐 연기도 일종의 공부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을 시간을 들여 '배워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배우는 현실에서든, 연기할 때든 의도를 드러내는 방법을 영리하게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도 매 순간 나와 타인 사이의 분위기를 읽어 내는 힘을 길러야 하며 작품을 볼 때도 날카로운 눈으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목소리의 높고 낮음이나 소리의 질감에 의해 그 인물의 의도가 파악되기도 하고 자세나 움직임으로 의도가 드러나기도 한다. 때로는 열 마디 대사보다 순간의 표정 연기가 의도를 더 잘 드러 낼 때도 있다. 평소에 잘 알아챌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는 배우 강동원은 영화 <전우치>를 마지막으로 자신에게서 졸업했지만, 그가 다시 자신을 찾아오는 이유는 그동안 혼자 힘으로 연기를 하며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금 일깨워 줄 수 있는 '액팅 메이트'가 필요해서라고 말한다. 새로운 관점은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연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저자는 본인이 이미 캐릭터를 연구해 만들어 오면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서 자신이 의견을 보태곤 하지만, 수업이라기보다는 대화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배우 입장에서 작품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건네는 조언은 신선할 것이라고 말한다.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경각심을 일으켜 주는 메이트가 있다면 얼마나 운 좋은 인생인가?

어렸을 때는 부모가 그 역할을 해 주지만 혼자 힘으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이럴 때 거울을 들어 서로를 보게 해 주는 메이트가 있다면 삶은 훨씬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저자는 연기 수업을 오래 하다 보니 처음 배우의 연기를 보고 에너지가 어떤지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에너지를 측정하는 능력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에너지란 단순히 힘 있는 발성과 큰 목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작게 말해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 에너지 있는 연기라고 이야기한다.

"작품에 관한 정확한 이해와 집중력이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큰 에너지를 쓰는 것을 경험하다 보면 작은 에너지를 힘 있게 전달하는 요령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 대사 하나를 내뱉을 때도 앞뒤 맥락을 파악해 에너지의 시작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기-승-전-결에 갇혀 무조건 처음에는 잔잔하다가 뒤에 가서 감정을 크게 터뜨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자는 배우는 작품이라는 여행지의 가이드와 같다고 말한다. 가이드는 직업 정신을 가지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여행객들이 여행지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배우 또한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좋은 연기는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기 자신을 좀 더 나은 상태로 만들려는 힘이자 자신을 부정적인 상태에서 긍정적인 상태로 바꿔 놓는 종합적인 연기력이라고 말한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과 더 나은 배우가 되고자 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날카로운 연기 지적에 고개를 숙일 줄 아는 힘,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상황이 오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 오디션에서 떨어졌을 대 실패를 긍정으로 수용하는 힘, 외롭고 지루한 훈련을 끈기 있게 해내 결국에는 마침표를 찍고야 마는 힘, 질투를 내 훈련의 재료로 번역해서 쓰는 힘도 모두 연기력에 포함된다."

책 <배우라는 세계>는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며 쌓아올린 배우들의 스승 신용욱의 사유의 조각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에세이 <배우라는 세계>는 연기 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필사할만한 문장들이많아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는 배우 지망생들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길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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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 -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생일선물과 삶의 의미
제너비브 킹스턴 지음, 박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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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엄마를 잃은 딸의 아주 긴 애도의 기록이자, 삶의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내일로 나아가는 용기 있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제너비브의 엄마는 죽기 전, 딸을 위해 커다란 판지 상자를 준비했다. 그 안엔 엄마가 함께하지 못할 딸의 기념일들, 이를테면 매해 돌아올 생일, 졸업, 약혼과 결혼, 출산과 같은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선물들이 담겨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제너비브는 수십 년간 어디를 가든 상자와 함께한다. 깊은 슬픔에 빠져 방황하고 불안해하던 시간을 지나, 엄마가 남긴 열렬한 응원과 사랑의 메시지들을 하나둘식 따라가면서 제너비브는 비로소 내일을 맞이할 용기를 얻는다.

'뉴욕타임스' 모던 러브(Modern Love) 색션을 통해 소개되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에세이 <판지 상자에 담은 못다 한 사랑>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된 <마지막 에세이>는 실화라고는 믿기 어려운 꼼꼼한 기록들과 섬세한 묘사가 소중한 사람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묵직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선물한다.

이 책은 '1장 엄마의 상자, 2장 칠흙 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다, 3장 빛을 향해 나아가다'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엄마가 자신이 죽어가고 있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면 1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고백을 듣는다. 저자가 어느 순간 오빠의 뺨 위로 눈물이 뚝 떨어지던 순간을 기억하던 모습과, 1년이라는 시간이 가진 의미가 무언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엄마의 말이 징을 때리듯 내 가슴을 때렸다. 1년, 열두 달, 52주, 365일. 1년이면 학교에서 한 학년을 마칠 수 있는 시간이고, 씨앗을 심으면 충분히 꽃을 피울 수 있는 시간이다. 머리카락이 15센티미터 정도 자라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부러진 팔이 나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제 막 일곱 살이었던 내게 이전까지는 1년이 꽤 긴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생각해 보니 1년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멍하니 탁자 위의 촛불 네 개를 바라보았다."

저자가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지 못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글이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나는 엄마가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안다고, 그리고 엄마와 떨어져 있었던, 아니 떨어져 있고 싶었던 시간과 엄마가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던 그 방에 가득 찬,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끔찍한 슬픔과 떨어져 있고 싶었던 시간에 매일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 한구석에서 이 모든 일이 끝나기를, 그래서 지금 모습의 엄마가 아니라 예전 모습의 엄마를 기억하고 싶었던 것에 가장 크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래도 잠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엄마의 죽음이라는 순간을 마주했던 내밀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엄마의 병에 대해 제이미 오빠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해 본 적 없었고, 그래서 적절한 표현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엄마의 장례식 마지막에 오빠가 "저는 오늘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진정한 지표라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백파이프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한 순간을 떠올리며 적은 글이 인상적이다.

"그날 밤, 오빠와 나는 둘 다 아래층에 있었다. 우리는 컴퓨터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는 '그 일'이 일어나면 내가 알아챌 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의 어떤 문이 열리거나 닫힌다거나, 빛이 어떻게 변한다거나, 내가 뭔가를 감지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오빠는 계속 게임만 했고, 나는 옆에서 오빠를 응원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아빠가 우리를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와 우리 삶의 한 부분이 이제 끝났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날 밤, 오빠는 엄마의 시신을 보고 나서 게임 CD를 전부 꺼내 뒷문 밖의 빗속으로 모두 던져버렸다."

"나는 곧 있으면 열여섯이 되는, 키가 훌쩍 커버린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오빠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짧은 몇 마디였지만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괜찮은지에 대한 무언의 질문에 오빠의 말이 답이 된 듯 안도의 눈빛을 보냈다. 이야기를 마친 오빠는 백파이프의 리드를 입술로 가져갔다. 그리고 악기에 숨을 가득 불어 넣으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엄마가 죽은지 다섯 살이 지나 열두 살이 되며 홀로 맞이하는 삶의 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엄마가 남긴 '그웨니그의 초경'이라는 편지를 읽고 발견한 회색 녹음테이프를 듣는 장면에서 남겨진 딸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처음으로 엄마에 대해,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자신이 태어나기 전 수십 년간 인생의 대부분을 '크리스티나 마이야드'로 살아온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부족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엄마는 네게 다른 시각을 갖게 해주고 싶구나. 생리를 한다는 건 네가 세상에 또 다른 그웨니와 제이미를 태어나게 할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해. 얼마나 기쁜 일이니! 이제 넌 진짜 여자로서 삶의 첫발을 내딛게 된 거야. 너와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그러면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여자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 더욱 성숙하고 깊어지는 네가 얼마나 대견한지 말해주었을 텐데."

"그웨니, 넌 정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아이란다. 그 열정은 되도록 너 자신을 위해, 너의 관심사와 너의 배움을 위해 아껴두렴.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의 생각에 맞추느라 네 열정을 너무 빨리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자애들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너무 빨리 내어주곤 하지. 하지만 네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야.

엄마도 알아. 어른이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걸.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우리 인생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4분의 3은 그 시절을 돌아보는 데 쓴단다. 그러니 그 시간을 즐기도록 해봐. 한순간 한순간을 최대한 만끽해 보는 거야. 너 자신과 친구가 되는 시간을 가져봐. 네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생각들을 하고, 어떤 감정들을 느끼는지 알아보렴. 세상에 대한 너만의 생각과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찾아봐.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해. 인간으로서 한 사람이 되어야 해.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거란다. 그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된다고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 우리는 인생의 단계마다 자신을 새롭게 발전해야 해."

저자는 엄마가 남긴 영상 속 이야기를 통해서 자식들이 정말로 힘들고 복잡한 문제를 만났을 때, 혹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헷갈릴 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엄마가 엄마의 모든 경험과 모든 지식, 모든 사랑을 작은 물건에 담아서 자식들이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게 해줄 방법을 찾고 싶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마흔 네 살에 인생의 끝을 마주하고 있었던 엄마가 쓴 편지들이 삶을 체념한 사람의 글이 아니라 여전히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며 싸우는 사람의 글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엄마가 준비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해주고 싶어. 지난 몇 달간 엄마는 너희에게 편지를 썼단다. 지금도 계속 쓰고 있어. 그 아이디어는 죽어가는 엄마가 딸에게 작은 인형을 선물한다는 바실리사의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랐지.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바실리사는 주머니에 그 인형을 넣어 다니다가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주머니에서 인형을 꺼내. 그러면 인형이 바실리사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었지. 사실 인형은 바실리사의 직감과 지혜, 그리고 딸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었어."

"인생을 살다 보면 엄마, 아빠와 함게하고 싶은 특별한 순간, 중요한 순간들이 있을 거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생일이라든가 고등학교 졸업식, 운전면허증을 따는 날, 약혼식, 결혼식, 첫 아기를 낳을 때와 같은 그런 날들 말이야. 그래서 그런 중요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편지를 썼어. 엄마가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엄마가 그런 일들을 겪을 때 어땠는지를 이야기해 주고 싶었단다. 그리고 엄마가 언제나 너희를 생각하고 있었단 걸 알 수 있게 그런 날들을 기념하는 작은 선물도 준비했어. 엄마가 그런 순간들에 너희와 함께할 수 없다는 건 너무 슬프지만 적어도 너희는 매 순간 엄마가 너희를 얼마나 생각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쉽게 떠난 게 아니란 것도."

저자는 많은 배우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데서 연기의 즐거움을 찾았다면, 저자는 자신에 더 몰두할 기회를 얻는 데서 즐거움과 위안을 얻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래 친구들, 심지어 제일 친한 친구에게도 엄마의 죽음에 대해 잘 말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나누기 위한 어휘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인물들은 자신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삶과 싸웠다고 이야기한다. 여자들은 같이 사는 남자에게 구타당해 목숨을 끊었고, 부모들은 사고나 전쟁으로 자식을 잃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굶주리고, 피 흘리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그런 사람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내가 우리 집과 내 인생의 모든 다른 환경에서 통제하기 어려워했던 감정들이 무대에서는 큰 자산이 되었다. 내가 무대 위에서 독백하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을 때,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같이 눈물 흘리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감정의 자유를 얻는 해답을 찾을 것 같았다."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 내내 느꼈던 산타로사의 장밋빛, 미국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여행하는 내내 간직했던 그 빛깔도 산타로사 경계선 안으로 다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고, 함께할 친구와 학교가 없는 도시의 풍경은 텅 빈 것처럼, 아무 색깔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삶을 붙잡는 데 실패하는 바람에 삶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고 말았다며, 주디 선생님의 말을 통해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주디 선생님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내게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썼다. 맞는 말 같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세상이 온통 흐릿해 보이고, 뼛속까지 피곤한 그런 증상들은 내가 느끼는 기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내가 왜 지금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나 제이미 오빠가 떠났을 때, 아빠가 다른 사람과 재혼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우울하지는 않앙ㅅ다. 그런 일들을 겪었을 때 뾰족하고 강렬하고 압도되는 감정은 느꼈어도 다음 날을 마주해야 한다는 암울한 공포심이 나를 덮친 건 처음이었다."

저자는 예전에는 엄마의 투병 생활을 생각했을 때 자신의 관점에서만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오고 몇 달 동안은 처음으로 '엄마'의 관점에서 죽어가는 삶이 어땠을지가 궁금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오빠와 함께 본 영상으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는데 혼자 죽어가는 삶, 어린 두 자식을 남겨두고 죽음을 맞는 기분이 어땠을지 생각해 보려 노력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다락방에 올라가 엄마의 물건들이 담긴 상자들을 뒤적였고, 엄마가 남긴 또다른 테이프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결국에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엄마는 우리가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진실한 모습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친절, 연민, 행복한 감정으로 기억되는 것, 고통과 아픔은 최소한만 남기고 떠나는 것,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해. 일과 성취는 어떠냐고? 그건 잘 모르겠구나. 엄마가 남기고 가는 것 중에 엄마가 이룬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 엄마가 남기고 가는 진짜 보물은 너희 둘뿐이고, 너희는 너희 스스로 이루었으니까."

저자는 엄마를 잃은 자신의 슬픔이 엄마가 죽은 날 시작되었다면 아빠의 슬픔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었고, 상처보다는 흉터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엄마의 죽음 뿐만 아니라 아빠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경험한 저자는 아빠를 죽음에 이르게 한 올가미나 그 올가미를 묶은 손이 아닌, 아빠의 깊은 절망이 목숨을 버린 원인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아빠의 죽음은 삶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는 증거였고, 아빠가 죽기로 결심했다는 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는 충분한 증거였다고 말한다.

"아빠의 죽음은 엄마의 과거에 대한 내 갈망은 엄마의 과거에 대한 내 갈망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다.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잃고 나니 내 안의 어떤 줄이 끊어진 것 같았고, 내 삶이 뿌리를 잃고 표류하는 듯했다. 나는 나를 묶어줄 수 있는 배경이 있다면 무엇이든 갈망했다."

저자는 엄마가 남긴 상자는 자신과 수년을 함께하며 그 자체로 소중한 물건이 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심지어 저자는 보이지 않게 옷장 속에 숨겨져 있는 상자의 존재만으로도 자신과 엄마의 관계를 지켜주는 듯했다고 이야기한다.

"상자는 16년 동안 엄마와의 마지막 대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안심시켜 주는 존재였다. 나는 이제 거의 바닥이 드러난 상자를 겨울 코트를 걸어둔 자리 아래에 넣어두고 옷장 문을 닫았다."

저자는 상자에서 처음 물건을 꺼냈을 때만 해도 자신의 세상은 엄마의 상실로 규정되고, 엄마의 존재가 안전함을 불어넣은 몇제곱킬로미터 안에 국한 될 거라고 믿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엄마가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를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엄마는 자신이 한때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보다 더 크로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주었다고 말한다. 딸이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랬던 엄마의 마음처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난 저자의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엄마의 가장 큰 바람은 엄마와 아빠가 너희에게 준 큰 사랑으로, 너희가 스스로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지혜롭고 행복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서 스스로 소중히 여겨질 가치가 있고, 마찬가지로 짝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는 거란다. 누군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이나 성공, 외모에 관한 게 아니야. 그건 상대방의 눈에 비친 가장 멋진 자신을,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신성한 자아를 보는 거지. 내가 어떠해야 한다는 타인의 생각이 아니라, 나에게 삶을 주는 신성한 불꽃을 통해 이미 나의 것이 된 것을 지지하는 것이지. 그건 우리 각자가 내면에 품고 있는 빛을 표현할 자유를 갖는 동시에 우리의 생명력을 다른 사람의 생명력과 결합해서 서로를 지지하고 위로해 주는 거란다. 이런 사랑을 위해 두 사람 모두 충분히 성숙하고 많이 노력해야 하지만, 먼저 자신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가 기본이 되지 않으면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아. 우리는 주는 것과 받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은 물론 상대도 용서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지녀야 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상대받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도 알아야 하지. 또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이 필요해. 우리는 이런 힘을 모두 내면에 지니고 있단다. 우리가 얻는 행복의 원천은 다른 곳이 아닌 자기 내면에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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