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고민하는 어른을 위한 한밤의 인생론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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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일상생활속의 다양한 고민들을 쉽게 예로 들면서 철학자의 이야기를 풀어서 답한다. 인간관계, 일, 사회, 망설임과 불안, 인생의 난관이라는 5가지 주제에 관한 다양한 고민을 소크라테스, 칸트, 사르트르, 니체, 하이데거 등 유명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저자인 오가와 히토시는 상담해준다.

 

"이 책의 구성은 장면별로 구체적인 고민을 들은 후에 고민 해결을 위해 가장 적합한 유명 철학자를 한 명 선별해 그들의 사상과 함께 상담해나간다. 따라서 철학자의 인품이나 관련 사항도 소개된다. 상담을 할 때는 대개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가능한 한 다양한 화제를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고민 상담은 내용이 무서워서 너무 담담하게 진행하면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 모두가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철학은 진리에 대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행위이므로 밝은 기분으로 해결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격언을 소개한다. 고민이 생기면 바로 도움이 되는, 핵심을 찌르는 조언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민을 떠올리며 읽어도 되고, 앞으로 생길 고민을 상상해 그때를 대비해서 읽어도 좋다. 물론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 약해졌을 때다. 인간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상황에 맞춰 상담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제쳐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이면 좋겠다."

 

부부사이가 나쁠때에 대한 상담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사상으로 해결해준 내용이 인상적이다.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스스로 답틀 찾도록 돕는 문답법의 철학적 방법을 제시한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는 만년에 젊은이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닥치는 대로 젊은이들을 붙잡고 질문을 해댔다. 질문을 거듭하면 사물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뿐만 아니라 답을 가르쳐주는 대신 상대가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부부사이가 나쁘다면 상대에게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결혼생활은 만족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해주길 바라지?' 하고 솔직히 묻는다. 답은 상대의 입에서 나올 것이다. 절대 화를 내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냉정하고 진지하게 질문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질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부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것이 대화로 이어져 상대로부터 진리를 이끌어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지에 대한 사랑이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깨달았다. 현자라는 사람도 아는 척하는 것뿐이지 사실은 자신과 다를 게 없다라고. 아니, 오히려 아는 게 없다고 자각하는 만큼 자신이 더 뛰어난 게 아닐까라고. 왜냐면 아는척한 시점에서 더 이상 알 기회를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알려고 하면 지식은 자연스레 늘게 된다. 다시 말해, 보다 현명해질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것이 저 유명한 무지의 지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쉬운 길은 남을 억누르기보다 그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스스로 선하도록 힘쓰게 하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저자는 가족의 이해를 얻지 못할 때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사상을 이야기하여 상담해준다. 자신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부터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데카르트는 "조금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것은 거짓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렇게 한 후에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부재이다. 가정 내에서도 분위기를 잘 파악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 때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까닭 없이 미움을 맏는다고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비굴해지고 하고 싶은 말도 나오지 않는다. 상대를 칭찬할 때는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을 '방법적 회의'라고 하는데, 의심하고, 의심하고, 꿈까지도 의심한다. 그래도 마지막에 남은 '의심하고 있는 나'라는 자신, 이것이 여행의 목적지다. 의심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고난과 갈등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꺾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부동의 나는 더 이상 고민할 것이 없다. 가족과 의견이 다르든 스스로를 질책하든 나는 다름 아닌 바로 나다. 자신감을 갖고 판단하고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세계를 의심하기 전의 나는 세계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에 묻혀 있던 자신이 외부에서 세계를 본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주관적으로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만의 편견에 불과하다. 무엇이지? 왜 그렇지? 의심을 거듭해 마침내 나라는 존재를 세계와 뗴어놓은 형태로 자각하면 그 순간 객관적으로 세계를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거짓이라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나는 반드시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데카르트

 

책을 읽으면서 서로 이해하는 상대가 없을때를 상담해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눈길이 이끌렸다. 나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타인에게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유대계 철학자인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사상을 이야기해준다. 타인이라는 존재를 자기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로 바꿔버리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서 레비나스의 사상이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는 타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존재하며 우리는 타인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진다고까지 말한다.

 

"인간이 원하지만 절대 만족될 수 없는 것, 레비나스는 그것을 '욕망'이라 부른다. 그는 욕구와 욕망을 구별한다. 욕망의 대상은 절대 만족되지 않는, 무한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타인이다. 그러므로 타인을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타인을 무한의 존재로 인식할 수 있을까? 레비나스가 주는 힌트는 '얼굴'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얼굴'은 타인의 상징이다. 그런데 타인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그것은 타인 덕분에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타인이 없는 세계는 전체주의 세계다.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지면 제거된다. 결국 거기에는 자신도 존재하게 않게 된다. 자신은 사물을 생각하는 존재인데 이렇게 해서 사고행위 자체가 부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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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
정혜신.최지현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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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은 화장품 광고, 전문가들, 연예인 등의 현란한 상술에 속지 않고 화장품에 관한 올바른 진실을 이야기해준다. 저자인 피부과 전문의 정혜신과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은 오직 진실과 앎만이 당신의 명품 피부를 지켜줄 것이고 말한다. 평소 궁금했던 화장품에 관한 진실을 알게되어 무척 유익했던 책이라서 추천하고 싶다. 진정한 미는 바로 건강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피부를 망치는 잘못된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었고, 화장품 회사와 광고, 언론의 상술에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정보를 꼭 알고 있어야겠다.

 

책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은 전문가들이 퍼뜨린 잘못된 정보, 광고가 주입한 이상한 생각, 너무 오래되어 버리기 힘든 믿음, 속지 않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진실, 퓨어 피루를 위한 최강의 조언이라는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전문가들이 퍼뜨린 잘못된 정보에서는 TV나 언론에서 우리가 자주 접했던 솜털 세안법, 세안 후 3초 안에 보습제 바르기, 진동 파운데이션 등의 잘못된 정보를 파헤쳐주어 소비자에게 올바른 화장품 정보를 제공해준다.

 

2장 광고가 주입한 이상한 생각에서는 기능성 화장품, 한방 화장품, 튼살 크림, 바디슬리밍 제품, 남자만의 화장품 등의 우리가 화장품 광고를 통해서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화장품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준다.

 

우리는 기적의 화장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 피부에 맞는 좋은 화장품을 찾아야 한다. 좋은 화장품이란 내 피부에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결점을 개선해주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해주며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는 순한 성분으로 채워진 제품을 뜻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나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저렴한 제품이어야 한다.

 

"화장품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에 우리가 압도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로서, 그리고 우리의 피부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화장품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화장품의 역할과 한계, 그 안에 들어가는 성분,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 쓸 데 없는 성분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광고가 만들어내는 허황된 정보를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예쁜 연예인이 광고를 하건, 어떤 할인행사나 기획 마케팅을 하건,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화장품 철학을 세워두러야 한다."

 

"기능성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약청이 고시한 기능성 성분을 함유해야 한다. 기능성 성분의 종류는 총 3가지로,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이 전부이다. 미백 기능성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미백 성분이 들어 있어야 하고, 주름개선 기능성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주름 개선 성분이 들어 있어야 하고, 자외선 자단 기능성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능성화장품 인증제도의 법칙이다."

 

3장 너무 오래되어 버리기 힘든 믿음에서는 우리가 오랫동안 잘못 생각해온 화장품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토너는 피부의 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피부결은 세포 하나하나의 건강 상태를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토너를 바른다고 해서 거친 피부결이 좋아질 수 없다. 사실 안에 담겨 있는 성분으로 볼 때 토너는 바를 필요가 없는 제품이다. 보습제와 진정제는 로션에도 듬뿍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습을 위해서라면 토너는 괜히 바르는 제품인 셈이다. 피부결을 정돈한다거나 보습을 위해서 토너를 꼬박꼬박 발라온 사람이라면 이제부터는 토너를 바를 필요가 없다. 다만 화장을 진하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토너가 한 통 필요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세안 후 화장솜에 토너를 적혀 피부를 가볍게 닦아냄으로써 메이크업의 마지막 잔여물을 말끔히 지워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중세안을 하느니 오히려 거품세안을 하고 토너로 살짝 닦아내는 것이 피부에 덜 자극적이다.

 

"화장품 회사들이 하나라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토너를 고안한 것처럼 에센스, 세럼, 앰플, 플루이드, 콤플렉스 등도 이들이 고안해 낸 상품일 뿐이다. 이 많은 화장품 종류 사이에는 분류상의 정확한 기준도 없다. 지금부터 모든 분류를 잊어버리자. 로션, 크림, 에센스, 세럼, 플루이드, 앰플 등등, 수많은 분류로부터 해방되자. 이 분류는 그저 화장품 회사들이 만들어낸 개념일 뿐, 실제로 이들은 모두 '모이스처라이저'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있다. 굳이 주름이나 미백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좋은 로션이나 크림 하나면 충분하다. 특히 지성 피부라면 에센스 하나만으로 모든 기초화장을 끝낼 수 있다. 에센스 제품은 대체적으로 모든 피부에 적합한 용도로 개발되기 때문에 유분이 과하지 않아서 지성이나 여드름 피부가 발라도 무리가 없다. 화장품은 많이 바른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많은 제품을 바를수록 많은 성분에 노출되고, 그만큼 자극을 받아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게다가 많은 제품을 바를수록 피부가 흡수하는 향과 색소의 양도 많아진다. 되도록 덜 바르는 것이 피부에도 좋고, 또 돈도 아낄 수 있다."

 

"아이크림이라고 해서 특별히 주름을 더 개선해주지도, 기미를 없애주지도 않는다. 정말로 눈가에 주름이나 기미가 생기는 걸 막고 싶다면 아이크림을 바를 것이 아니라 자외선차단제를 열심히 발라야 한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피부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4장에서는 속지 않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진실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기농화장품, DIY화장품, 예쁜 디자인, 미네랄 메이크업, BB크림, 신문기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준다.

 

화장품 디자인을 고를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꼭 알아두어야 겠다.

"첫째, 입구가 넓은 항아리 모양의 케이스는 무조건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화장품의 모든 좋은 성분들은 빛과 공기에 예민하다. 입구가 넓으면 뚜껑을 여는 동시에 곧바로 산화되어 사라져버릴 것이다. 둘째, 항아리 모양의 케이스를 쓰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위생상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찍어 바르면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투명한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병에 담겨 있는 제품은 무조건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몸통에서부터 빛을 받기 때문에 좋은 성분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반드시 불투명한 용기에 담긴 제품을 구입하자. 넷째, 과대 포장된 제품은 사지 말자."

 

"BB크림은 파운데이션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똑같다. 그러므로 BB크림을 구입을 때에도 파운데이션과 같은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즉, 피부톤과 색상이 일치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커버력으로 잡티를 가려주어야 하며, 건성 피부에는 보습을, 지성 피부에는 피지를 흡수해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낮에 모든 기초제품의 위에 바르는 제품이므로 반드시 SPF 15 이상이어야 한다."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면, 미용이나 패션면보다는 사회면과 경제면을 더 열심히 읽어야 한다. 여기에는 화장품의 부작용에 대한 기사, 화장품 회사들의 허위 과대광고에 대한 식양청의 단속기사, 식양청의 제도 변화와 화장품 업계의 동향에 대한 기사 등이 종종 실린다.

 

5장 퓨어 피부를 위한 최강의 조언에서는 각질제거, 좋은 세안제 사용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화장이 뭉치는 게 싫으면 많이 바르지 말것, 비싼 화장품 대신에 비싼 미용도구를 사용할 것, 이불 침대보 베갯잇을 자주 갈것, 과자를 멀리하고 담배를 버릴것이라고 조언한다.

 

"피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외부의 원인부터 찾으려고 한다. 이렇게 외부의 원인을 찾아다니며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쓰지만, 정작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원인에 귀를 기울여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화장품에 대한 헛된 기대와 잘못된 화장품 소비문화, 화장품 회사들의 온갖 거짓말과 비대해진 미용산업의 핵심에는 바로 이것이 있다. 즉, 어느 누구도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미의 본질은 건강이다. 피부를 좋게 만들어준다는 화장품에 수백 만 원을 쓰면서도 피부에 해가 될 것이 뻔한 각종 인스턴트식품과 기호식품들을 먹는다. 피부가 좋아지는 방법은 바로 당신에게 있다. 그것은 화장품도 아니고 피부과 시술도 아니고 고가의 마사지나 영양제도 아니다. 아름다워지는 열쇠는 바로 당신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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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한 유럽의 속살
원종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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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는 내용의 대부분이 유럽사와 관련되어 있긴 하지만 역사의 나열이나 사건의 세부적인 사안이 아닌, 인류가 성취하고자 하는 근대성과 관련된 내용이 주된 테마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역사서라 말할 수는 없다. 저자는 그것을 향해 나아가던 우리의 노력과 시행착오, 좌절, 성취,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집단과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주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이나 인물에 대한 느낌과 해석을 중요시한다. 저자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일은 이미 많은 사람이 하고 있거니와, 지적 흥미와 감성적인 공감, 인간에 대한 통찰을 끌어낼 수 잇는 내용들만 저자에게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역사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이야기들의 종합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유럽사와 유럽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과 같은데, 그 이유는 유럽의 역사는 단지 유럽만의 역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그들이 창출한 물질적, 정신적 성과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 사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만들어낸 기술과 사상, 종교, 철학, 그리고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이 보편적 인간성의 이름 아래에 수렴되고 행사될 때, 그제야 비로소 우리의 근대는 완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이름이 아닌 모든 다른 것은 그저 환상이고 껍데기라는 사실, 우리가 얻어내야 할 역사의 교훈은 단지 그 하나뿐이고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금지곡과 검열에서 드러나던 문화적 폐쇄성과 무지, 정치적 탄압과 독재에서 비롯된 자유의 제한, 새롭고 창조적인 것에 대한 방어적인 보수성, 개인의 주체성에 대한 불편함과 억압. 이것들이 통틀어 전근대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이후 자연스럽게 이런사회의 전근대성 문제는 내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20대 중반 문화평론가로 데뷔하고 서른 살 즈음부터 <딴지일보>에 글을 쓰면서 관심은 더 깊어져 갔다. 그리고 전근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대정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상적, 제도적 바탕이 만들어진 유럽과 서구 문명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가운데 캐나다에서 2년, 영국에서 4년의 뒤늦은 유학 생활을 하게 되고, 유럽인의 사고방식과 삶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명에 대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모든 경험과 기존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합쳐져 딴지관광청(지금의 노매드21)에 70여 차례에 걸친 연재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 책은 5년간의 연재 내용을 추려내 대폭 정비하고 재집필한 결과다."

 

책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는 유럽 문명의 시발점인 로마, 기독교는 로마를 어떻게 무너뜨렸는가, 게르만족의 등장과 중세 문명의 후퇴, 타락과 광기의 중세인 십자군과 마녀사냥, 르네상스의 도래와 인본주의의 성립, 근대와 인류의 진화, 최초의 근대적인 혁명인 프랑스 혁명, 마지막 정복영웅 나폴레옹, 권력을 앞세운 제국주의와 인간정신을 앞세운 사회주의, 일본과 독일의 망상이라는 10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었던 유럽 역사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의 챕터가 끝날때마다 저자가 영국이나 캐나다 등의 외국에서 생활한 외국인들의 실제 모습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과 지양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점에서 유럽이라는 선진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문명의 두 뿌리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고 일컫는데, 전자는 그리스 문명, 후자는 유대 전통과 기독교를 뜻한다. 그리고 이 두 사상적 기둥을 내부에서 통합, 부흥시키고 유럽 대부분 지역에 퍼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로마제국이다. 즉 로마가 없었다면 지금의 유럽 문명은 존재할 수 없었다. 로마에 의해 종교, 정치, 문화, 철학, 예술 등 자양분을 공급받은 유럽은 중세와 르네상스, 근대와 산업혁명,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유럽인의 장점 가운데 합리적, 관용적, 개방적, 실용적인 면은 로마인의 전통적인 장점이기도 하다.

 

로마를 이어받은 게르만게 왕조들이 로마에 이어 기독교 세계를 이끌면서 중세의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전반적으로 이 시기의 유럽 문명 전체가 이전의 그리스, 로마시대보다 오히려 야만적인 상태로 회귀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문명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저절로 발전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한다. 이때의 문명이라는 말 속에는 철학이나 신학 등 인간의 사고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정치체계, 법률과 제도, 과학기술 등 전반적인 모든 것이 포함된다. 저자는 역사는 발전해온 시기보다 정체된 시기가 더 많았던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급속한 단절과 퇴보를 경험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한다. 문명 차원에서 '발전'이라는 말을 쓰려면 인간의 존재 양식이 총체적인 의미에서 향상되어야 한다. 전구의 발명은 기술을 통해 어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문명적 차원의 개가지만, 이어진 형광등의 발명은 기술적 발전의 의미는 있어도 같은 무게로 평가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적 부의 획득 같은 비기술적인 사항의 경우도 그것이 일부 계급에만 편중될 떄는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불안의 요인이 되며 해당 문명의 붕괴를 촉진할 수도 있다. 인간의 삶이 행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계속 넓혀주는 물질과 정신적 풍요의 원활하고도 균형 있는 공급은 문명 발전의 중요한 척도다. 로마에서 중세 유럽으로의 전이는 서로마제국의 멸망과 더불어 오랜 세월 쌓아올린 그레코로만의 인본주의적 가치도 함께 사라졌다. 중세는 그리스와 로마의 1,000년에 걸친 관용과 다원주의 전통을 일신교의 도그마로 무너뜨린 억압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하에 출발하는 중세의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독교의 문화적 정치적 힘 강화, 둘째 게르만족의 발흥과 문명 중심의 북상, 셋째 사회 문화 예술에서의 폐쇄성과 정체, 넷째 그리스 자연 철학과 기독교 신학의 결합, 다섯째 봉건제도의 시행이 그것이다.

 

십자군과 마녀사냥의 배경에는 선과 악의 이분법이라는 유럽, 서양, 백인 문명 특유의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나누어진 '선악의 대립물로서의 세상'의 관념은 중세 유럽의 주요한 정신적인 특징인데 이 관념이야말로 동서양의 전통적 정신세게를 구분하는 핵심적인 차이점이기도하다.

 

"동양사상에는 선과 악이 극단적이고 이원적인 개념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순자의 철학적 배경으로 일컬어지는 성악설에서의 악도 '성나는 대로 행동하고 예의를 어기는 것'으로 서양의 악과는 거리가 멀다. 중세는 물론 현재까지도 서양의 악 개념 속에는 그 바탕에 신과 대립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사탄이나 악마가 상정된다는 점에서 행동윤리에 가까운 동양철학의 선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직 백인 문명에서는 십자군이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군대의 이미지로 남아 있고, 그 이미지가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퍼져 있다는 점은 놀랍다. 이런 십자군에 대한 환상은 사실관계로도 잘못된 것이지만 기독교 유럽 외에는 아무런 전통적 은원관계도 없는 이슬람 세계를 마치 악의 화신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십자군 원정 이전의 이슬람은 학문과 종교적 관용의 측면에서 중세 유럽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이슬람을 자극해 배타적인 태도로 바꾸어간 것은 타협과 관용을 모르던 중세 유럽의 잔인함과 무지였다. 지금의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등 이슬람 세계의 일부에서 드러나는 공격 성향의 상당 부분은 오만과 광기로 일관했던 유럽의 백인 문명에 원인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지 900년 전 비극적인 역사의 한 장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십자군으로 상징되는, 타 문명에 대한 서구인의 뿌리 깊은 몰이해, 특히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백인 사회의 중세적 무지와 편견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세계의 평화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9.11 테러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탈레반과 빈 라덴에 대한 보복을 언급하며 성전, 십자군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가 이슬람 국가들의 ㅎ아의를 받고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미국의 보복상대가 전체 이슬람 세계와 그 국민이 아닐진대 이런 표현은 통탄할 정도로 몰상식한 것이었다. 이 발언이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였다면 최강국 미국을 통치하는 인물의 암담한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고, 미국인과 기독교 사회를 흥분시키기 위해 계산된 것이었다면 900년 전 교황에 의해 자행된 술책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르네상스를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문예 부흥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관점이다. 르네상스는 문학과 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영역은 물론 사회 전체에 걸쳐 벌어졌던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결국 중세와 근대의 디딤돌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르네상스의 주요 주제 가운에 하나는 바로 고대로의 복귀였다. 우리는 은연중에 역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균등하게 발전해간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수시로 일어나는 역사의 정체나 퇴보가 가진 세계사에서의 의미는 의외로 쉽게 간과되곤 한다. 그리스,로마와 중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가 인간 중심주의임에 반해 후자는 신 중심주의라는 점이다. 르네상스가 근대를 향한 기지개라고 봤는 때, 근대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근대의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다양한 어휘로 설명, 정의할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기독교 도그마의 붕괴와 인본주의의 성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과 계몽주의 및 초기 사회과학자, 프랑스 혁명 등을 통해 발전, 전파된 근대사상은 사회를 억압적으로 지배하던 기독교의 독단적 가치관을 비판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고, 이어 이를 인본주의, 자유, 평등, 박애 등의 개념으로 치환하는 데 핵심이 있었다. 어떤 종교적인 가치도 인간의 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으며 개인의 기본권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근대는 시간적인 개념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상적,문명적인 개념이며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간적인 개념으로서의 근대조차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자유와 평등과 박애가 넘쳐흐르는 세상에 살고 있는가? 제3세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선진국에서들에서조차도 이 원칙의 구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침략과 살육, 증오와 범죄, 몰이해와 폭력이 곳곳에서 난무하고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뉴스는 우리 자신의 피로 얼룩져 있다.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기본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평등의 구현은 그저 꿈같은 소리일 뿐이다. 박애나 사랑은 직계가족의 울타리만 넘어서도 효력이 없다. 비록 프랑스 혁명 이후 지금까지 많은 성취를 해왔지만 이 몇백 년 묵은 강력들이 현실적인 수준에서 달성되지 않는 한 근대는 결코 지나간 옜날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근대는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끝내버린 숙제 같은 것인데, 이 숙제는 근대를 통해 최초로 생겨난 모종의 자각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근대는 생물학적인 인간이 출현한 지 수백만 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고자 한 시대였다. 근대의 출현을 통한 인류 문명의 변화는 실로 극적이고도 근본적인 것이어서 진보 같은 단어로도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문명적 진화'라는 느슨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자신감과 거대한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자신을 통해 전 유럽이 갈등과 반목을 딛고 통합되어 혁명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근대제국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신념, 그리고 당면한 현실에서 열악한 하층민의 삶을 해결하고 유럽을 시민사회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독재가 필연적이라고 믿은 것, 이것이야말로 나폴레옹이 직면했던 내적 모순에 대처하는, 아니 오히려 최대한 활용하는 극단의 이상주의자이자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나폴레옹의 사고구조였다. 그러나 이런 개인의 비전과 능력을 통해 세계를 변혁시킨다는 발상은 스스로에게 초인의 지위를 부여하는 위험한 것이다. 나폴레옹은 이상과 현실 양쪽의 의미에서 최대의 영웅을 꿈꾸는 슈퍼맨과 같은 초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배경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20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지만, 적어도 이후 70년 가까이 인류는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을 다시 겪지 않고 있다. 그것이 초래할 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상이 이전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되었는가'하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미국와 영국 등에 의해 건국된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은 피해자였던 자신의 처지를 잊고 그 지역의 원주민인 팔레스타인을 박해하며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오래전 십자군 원정 때부터 쌓아온 유럽계 백인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분노는 이스라엘을 적극 비호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란 등 무슬림 국가를 압박하는 미국을 향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불타는 중이다. 광신에 의한 테러가 자행되고 보복이라는 명문하에 더 큰 테러가 이어지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많은 사람이 질병과 배고픔에 고통받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노력은 미약하기만 하다. 인종주의와 증오의 참상을 겪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유럽에서마저 다문화주의, 관용주의 정책이 힘을 잃으면서 극우세력이 다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고, 미국의 금융가들은 범죄에 가까운 금융기법을 동원해 막대한 부를 끌어모으다가 국제경제에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인류는 여전히 탐욕과 증오, 광신의 포로로 살고 있다. 새로운 맹신이 과거의 맹신을 대체하고 새로운 미음이 예전의 미움을 대신하며, 소유에 대한 욕망은 무한대로 확장되어 타인의 땀과 피를 요구하고 있다. 중세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근대의 이상도 달성되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현대 유럽이야기 중에서 인종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인종주의에 대한 사고방식이 개인을 그가 속한 사회나 집단이 아닌 개인의 자질과 특성으로 이해하려는 현대의 인간관에 비추어보았을 때 공정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다. 민족 집단마다 공통된 성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부정적인 의미에서 일반화하여 각 개인을 그 범주 내에 일괄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분명한 전근대적 오류이다. 따라서 우리도 착취당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그저 불쌍하고 처량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외국에 대해 우리의 인권을 주장하듯 그들의 생존권도 떳떳한 기본 권리로 인식하고 같이 지켜 나간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돕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문명화된 사회의 구성원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강조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알고 지내는 외국인이 뒤에서 나를 욕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진 않지만 이것은 단지 개인적인 차원, 사람 사이의 문제일 분이다. 하지만 이때 "한국 놈들은"이라고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유는 이제 개인을 향한 비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욕하는 '한국 놈'의 범주 속에는 우리의 부모와 조상을 포함한 가족 전부, 친구 대부분이 속해 있다. 그리고 지금껏 일구어온 힘든 삶의 역사와 문화 모두가 포함되기에 우리 문명 전체에 대한 모독이 된다. 또 다는 문제는 그런 말이 나오는 순간 이것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개인에 대한 타당한 비판이라면 반성과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도 있지만, "한국 놈들은"이라면 우리의 단점은 이미 핏속에 고정되어 있고 고칠 수도 개선할 수고 없는 숙명적인 문제가 된다. 특성한 개인의 특수한 사계라 그가 속하는 인종,민족 전체로 확대되어 일반화하고 그에 따른 편견이 고착되어버리는 것이다."

 

유럽은 현대 문명의 발상지이며, 많은 내외의 경험을 가진 오래된 문명이고 포용력이 있는 문명이자 이상과 현실이 차분하게 공존하는 문명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럽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도 많이 존재한다. 유럽은 오래된 세계이지만 현대 문명의 발상지답게 새로운 면모로 다시 한번 인류 문명을 이끌어나가려 한다면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통합을 바탕으로 한 경제 및 정치력의 회복, 국제적 세력 판도의 재편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풍부한 문화와 전통, 경험을 토대로 한 새로운 정신적 가치체계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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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이 스펙이다 - 보이지 않는 강력한 이력서, 평판의 힘
아이하라 다카오 지음, 박재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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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평판이 스펙이다>는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좋은 평판을 얻는 방법과 평판의 형성 과정은 물론, 심리학 이론을 접목하여 평판 사례를 분석해 소셜 네트워크 시대, 새롭게 평판을 관리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책 <평판이 스펙이다>는 1부 평판 조회의 시대 성과보다 평판을 쌓아라, 2부 평판은 얻는 게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다, 3부 역할 모델을 찾아 벤치마킹하라, 4부 평판 관리의 핵심은 인간관계다, 5부 기본에 강한 사람이 되라로 구성되어 있다.

 

평가는 직장에서 승급이나 상여 같은 단기적인 처우와 보상에는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인사이동이나 승진 등 장기적인 퍼우에 관한 인사가 되면 평가 대신 평판이 전면에 나온다.

 

"평가와 평판은 비슷한 말이지만 그 특성은 매우 다르다. 평가는 목적한 바에 이르고 싶으면 조직의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면 되지만, 평판이란 주관의 집합체이기 떄문에 충족시켜야 할 뚜렷한 기준이 없다. 또한 평판은 장기간에 걸쳐서 구축되는 것이기에, 일단 추락하면 평판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평판을 중시하는 풍토가 강한데, 이는 '덕(德)'에 관한 영향에서 기인한다. '공'과 '덕'은 별개로 인식해야 한다. 공이 있다고 해서 덕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로 스포츠 팀의 감독을 보더라도, 과거 훌륭한 업적을 세운 선수가 훌륭한 감독이나 코치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편 과거에는 선수로서 그다지 활약하지 못했지만 이후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관리자로서 '덕'을 갖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은 결과이기 때문에 실적으로 얼마든지 갖추고 보일 수 있지만, 덕은 인망에 가까운 것이라서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평가로는 그 사람의 덕을 알 수 없고, 평판 안에서 덕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평판이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질까? 일반적으로 평판은 발아->강화->확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평판은 단순히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내린 판단이나 평가가 아니다. 그 판단이나 평가가 그 밖의 제3자에 의해 전해지면서 비로소 평판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의 행위에 대해 좋은 인상이나 나쁜 인상을 제3자에게 전하는 경우 거기서부터 평판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 때 상대방이 동일한 인상을 받은 경우나, 그와 같은 의견을 타자에게 들을 적이 있는 경우 평판은 강화되고 널리 퍼져 나간다.

소문은 어떤 사실을 전하며 퍼져 나가는 것으로 사실의 진위를 알 수 없다. 그러나 평판은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상이 동반되고, 여기에 평가나 판단이 더해져 전해진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이 나닌 다수의 사람이 관여하면서 비로소 평판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판은 일정 부분 신빙성을 가진다. 단순히 소문만 듣고 인재를 발탁하는 일은 없다. 평판을 듣고 인재를 발탁하는 것은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실제로 평판이 좋은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심리 효과가 작용하여 평판은 한층 강화된다. 대표적인 심리 효과로는 '후광 효과' '관대화 효과' '위광 효과' 세 가지가 있다.

 

"후광 효과란 '헤일로 효과'라고도 하는데, 어떤 특성이 뛰어나면 본래 그것과 관계없는 다른 특성도 뛰어난 듯이 느껴지는 효과이다. 예컨대 결단이 빠른 사람에게 리더십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후광 효과에 의한 것이다. 관대화 효과는 좋은 특성은 더욱 좋게, 좋지 않은 특성은 그다지 나쁘지 않게 해석하려는 심리 효과이다. 관대화 효과가 발생하면 평가가 좋은 사람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더욱 호의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위광 효과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저명한 사람이 그 일을 하면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마찬가지로 권위를 가진 사람이 하면 더욱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효과이다. 예컨데 똑같은 말을 해도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말한 경우에는 참신하다는 평가를 듣는 반면,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말한 경우에는 그와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자신이 신뢰할 만한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을 '자기 효력감'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밴두러에 의해 제창된 이 개념은 일본의 인사 분야에서 동기와 관련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이때 자기 효력감이 높은 사람은 '할 수 있다', '어디 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행동한다. 반면에 자기 효력감이 낮은 사람은 '어쩌면 실패할지도 몰라'라며 엉거주춤 뒤로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

 

나쁜 평판을 받는 사람과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의 유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나쁜 평판을 받는 사람들의 유형을 살며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자신의 실력을 오인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 유형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사람이다. 세 번째 유형은 자신의 입장을 모르고 지나친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으로, 이른바 분수를 모르는 타입이다."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유형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 유형은 다른 사람들의 일에 참견하면서 정작 도움은 주지 않는 평론가 유형과 반대로, 노력을 아끼지 않고 도움을 주는 실행력 있는 사람이다. 세 번째 유형은 자신의 입장이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평판이 좋은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만의 멘토가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좋은 만남을 가진 사람들은 유능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늘 겸허한 자세로 배우며 감사의 마음을 갖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중요한 것을 배우는 사람들은 유능한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타인에게 배움을 얻는 사람은, 상대가 누구든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유머만 발휘해도 평판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유머는 그 자리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긴장된 공기를 완화시키며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유머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사회심리학자 우에노 유키나가는 유머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블랙코미디 같은 공격적 유머이고, 둘째는 잡담 정도의 말장난으로 타인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오락적 유머이고, 셋째는 문제를 낙관적으로 다루어 타인을 격려하는 지원적 유머이다. 그 중에서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지원적 유머이다. 이런 유머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대개 서비스 정신이 왕성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주위의 시선만 신경 쓴다고 해서 평판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위의 분위기를 읽고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맞추는 것만으로는 평판이 높아지지 않는다. 어느 입장에 있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타인의 마음이나 생각을 읽어내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주위 사람을 모두가 늘 이해하기 쉽제 의견을 말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타인의 눈에 자신은 어떻게 보이는지를 적당히 의식할 필요는 있다. 평판을 높이는 행동은 주위 사람들에게 맞추는 행동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주위를 움직이는 행위이다. 역할에 맞춰 서로의 관계성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필요한 '자기주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여 평판은 추락할 수 있다. 능동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최소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이야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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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 유인경 기자의 더 생생하게, 즐겁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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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경향신문사에서 펴내는 시사 주간지와 여성지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는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선임기자인 유인경의 쓴 에세이이자 자기계발서이다. 50이 넘은 나이를 지혜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유인경 기자의 지혜와 유머를 놓치지 않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책이여서 추천하고 싶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이기심이 아닌 진정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이 책은 꼭 50대의 여성이 아니더라도 행복한 50대를 꿈꾸는 청춘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50세 이후의 시간이 인생에서 또 하나의 풍요로운 시기가 된다. 오십대에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닫고 실천한다면 남은 인생도 더 멋진 모험과 즐거움의 시기가 될 수 있다. 그 모험이 꼭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인 '버킷리스트'처럼 히말라야나 북극 탐험, 이십대처럼 팽팽한 몸매 되찾기 등이 아니다. 기말고사 끝나면 시험공부 하느라 미뤄두었던 소설책 읽기나 영화 관람을 하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정말 하고 싶었고 가슴 떨리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

 

책은 1부 지금이 딱 좋다, 2부 나는 내가 자랑,아니 사랑스럽다, 3부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그렇게 계속되지, 4부 나는 나잇값 하지 않겠다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언론인이며 번역가인 김홍숙씨의 책 <우먼에서 휴먼으로>에서 인용된 갱년기에 관한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위로를 주고, 좀 나태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열정의 불을 댕기고, 늘 타인을 향해 있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는 시기가 갱년기가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갱년기란 한자를 풀이하면 '해'를 바꾸는 시기입니다. 즉 이제껏 살아온 삶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갱년기는 그 한자어가 뜻하는 것처럼 평생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성 호르몬의 지배를 받으며 늙어가는 보통 여자와 남자에게 인생이 주는 선물입니다.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여자와 남자를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기회가 생기니까요."

 

오프라를 보내며라는 제목의 책 속 내용에 공감이 갔다. 내려와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는 아는 자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충분히 알고 즐겼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내적인 풍요와 만족에 더 비중을 둔 오프라에게 위로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

 

"나는 시청자로서 <오프라 윈프리 쇼>를 계속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 누구도 오프라처럼 진솔하고 푸근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방송 진행은 못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여성 연예인들이 툭 하면 '오프리 윈프리 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밝히지만, 과연 오프라처럼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나고, 삼촌과 사촌에게 강간당해 임신을 하고, 그 아이가 사산되고, 마약중독인 애인 때문에 마약도 하고, 살을 빼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고, 아직 결혼도 못 하는 삶을 똑같이 살라면 동의할까? 오프라는 '독서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독서광이고 수시로 기부를 하고 좋은 일에 앞장서는데, 그저 오프라의 명성과 인기만 닮고 싶다는 이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저자는 비교가 과로를 만든다고 말했다. 내가 불행해서가 아니라 남들의 행복을 나를 불행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글을 읽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과로는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나 또는 '~해야 한다'는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규율 사회'의 지표이다. 하지만 피로는 성과 사회, 즉 모두가 '할 수 있다!'라고 외치며 질주하는 긍정 과잉 사회에서 발생한다. 성과 사회는 불행한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지나치게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우리는 남에게 멋지고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느라 나를 피로하게 만들고, 남들이 나보다 더 멋지고 행복하고 잘사는 것 같아 상처 받고 우울해지고, 나에 대해 실망감을 느껴 심신이 피로한 것이다."

 

"인류의 삶을 바꾸었다는 스티브 잡스로 결국 강방증으로 병에 걸리고 말았고, 한국에서 돈이 제일 많다는 삼성가도 형제끼리 돈 싸움을 하고, 섹시 스타 이효리도 배꼽이 드러나는 춤을 출 떄는 이틀은 굶었다고 하고, 30년을 장수하며 웃음을 주는 개그맨 이경규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공황장애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행복 전도사 최윤희 씨는 자신이 병에 걸리자 불행한 상태를 견딜 수 없어 남편과 동반 자살했고 '행복하소서!'라고 외치던 전문 강사는 추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남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화려한 뷔페상 위 콩떡에 누구도 선뜻 손 내밀지 않지만, 그래도 콩떡을 좋아한다고 했다. 저자는 바로 50이라는 나이도 콩떡과 같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인 유인경 기자의 유머러스한 말들이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펄펄 뛰는 생선회는 아니지만, 이미 소금 뿌려져 구워진 꽁치처럼 상에 올려도 손길은 잘 안 가지만, 그래도 남겨뒀다가 다시 찌개거리로도 쓰일 나이가 50세인것 같다. 지난 50년간, 남의 꽃밭에 무슨 꽃이 피었나, 어떤 꽃이 더 예쁜가 구경하느라 열등감에 시달리고 내 꽃밭을 못 가꾸다가 이제야 내 꽃밭에 눈을 돌리는 나이가 50세다. 이웃 꽃밭처럼 화려한 장미나 백합은 없어도 내 꽃받의 친근한 채송화나 맨드라미의 소박함에 행복해 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더 감사하게 된다.

더 멀리, 더 많이는 욕심내지 말자. 그저 환갑에도 맛있는 음식을 음미할 수 있고, 노안이 오더라고 더 많은 책을 보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유니세프건 구세군 자선냄비건 흔쾌히 돈을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땐 말랑말랑한 콩떡이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곶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곶감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니 좋지 않을가!"

 

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에서 특히 2부 나는 내가 자랑, 아니 사랑스럽다는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30년을 버틴 힘, 한 번에 하나씩, 나의 촌스러운 수첩들, 없어서 행복하다, 전화번호를 지우며, 감기는 내 사랑, 어른 노릇한다는 것, 용서한다, 질투심은 어디갔을까, 버텨야 산다라는 제목들의 소소한 내용에서 저자 특유의 지혜와 감성, 재치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장생활에서 30년을 버텨온 힘이 실수와 기대하지 않는 것, 자축이라고 꼽는다.

 

"가끔 어린 후배들이나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비결은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들이 보기엔 2,3년도 지긋지긋한데 오십이 넘어서도 씩씩하게 직장에 다니는 내가 신기한가보다. 기자 정신이 투철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매일 받는 스트레스도 이미 익숙한 고통이고, 약간의 보람도 느끼고, 이젠 이 나이에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다 내가 버티는 진짜 힘이 뭘까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실수' 덕분이다. 직장 생활의 경우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심하게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실수를 통해 내공을 쌓은 덕분에 아직은 무사히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다. 얼굴에 숯불을 얹어놓은 듯한 실수를 했지만 다시 실수를 저지를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또다시 실수하더라도 뭔가 시도해본 덕분에 조금은 지혜로워진 것 같다. 각종 실수 퍼레이드를 통해 잔머리도 늘고 눈치도 생기고 맷집도 두둑해졌다.

'실수'와 더불어 나를 버티게 한 힘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막강 파워를 가진 이들에게 잘 보여 고속 출세를 하거나, 뭔가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벌거나 하는 세속적 기대는 물론 가족이나 지인들에 대한 기대를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너무나 넘치는 사랑과 대우를 받고 있지만, 평소에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사랑과 관심이 더욱 고맙다.

또 30여 년의 사회생활,경향신문사에서만 22년의 시간을 버틴힘은 '자죽'이다. 난 조그만 성취에도 내가 나를 축하해줬다. 엄청난 성공이나 대단한 성과를 거둘 때까지 아껴두지 않고 자죽의 시간과 선물을 줬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축하할 때는 반드시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만큼이나 나와 만나는 시간도 소중하다."

 

저자는 스티브 코비 박사의 책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등장하는 우선순위를 정해 일하라는 말에서 생각을 바꾸어 실천했다고 한다. 생각을 바꾸어 자신이 만난 사람이나 하는 일에만 그 시간을 보내자라는 이야기다. 기자라는 직업의 저자였기에 무엇이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지는 알기 힘들다는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스티브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일을 하라고 했지만, 나는 시간애 별로 벌어진 일을 순서대로 처리했다. 오랜 경험으로 내가 결론 내린 하나는 '무엇이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지는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아니고, 그 무렵엔 정말 대단한 파워를 가진 인물이라 만났는데 잠시 후에 교도소에 가거나 파렴치범으로 밝혀진 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명사보다 먼저 전화해 약속을 잡은 동창이 있으면 동창을 만나러 갔다. 물론, 그래서 출세를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낭패를 안 본 것도 그 덕분인 것 같다."

 

저자는 없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괜한 허기증에 필요도 없는 물건을 잔뜩 사들이고 그걸 처치 못 해 스트레스를 받고 흉한 쓰레기를 만든다는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의 책 속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많은 책을 읽은 경험을 통해 현자의 이야기를 인용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를 통해서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날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부족함'이 아니라 '넘침'이다. 반면 내게 부족한 것들, 혹은 가지지 못한 것들은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리 신문사의 행사 '알파레이디리더십'에서 2011년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가 강의를 했다. 제윤경 이사는 돈이나 재테크가 아니라 '인생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지극히 속물적인 나의 머리와 가슴을 두드렸다. 오십이 넘은 내게도 강한 충격을 준 메시지는 '욕구의 거품을 걷어내라'는 말이었다. 일단 돈을 벌면 부의 상징으로 큰 집, 커다란 냉장고, 대형자동차와 명품 핸드백을 사들이는데, 그걸 유지하고 자랑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과시욕과 허기증 탓이다."

 

저자는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용서에 관한 글귀를 강조한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은, 그들이 우월하거나 권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더 나약하고 약점이 많은 인간들이기 때문에 아닐까라고 말한다.

 

"용서는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자신을 위해 상처를 떨쳐버리는 것입니다. 용서를 미루는 사람들은 그들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이 알건 모르건 혹은 원하건 원치 않건 난 내게 실수하고 죄짓고 배신하고 치졸한 일을 한 사람들을 용서한다. 신께서 그들을 용서하는 것은 나와 별개 문제다. 난 무조건 용서한다. 내가 평화롭기 위해, 아니 내가 잘 살기 위해 말이다. 내가 부르르 떨고 상처 받고 펑펑 울며 괴로워할 줄 기대했던 이들에겐 정말 미안한데, 진심으로 그들을 용서해버렸다. 그리고 이제 평화롭다."

 

저자는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와 딸에 대한 사랑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버티는 이유는, 상을 받기 위해서나 대단한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이나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내 생명을 지켜내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날 버티게 한 힘은, 엄마의 사랑과 딸에 대한 책임감이다. 엄마는 항상 내게 "넌 잘 될 거야"라고 덕담을 해주셨다. 치매 말기에 나를 곁을 지키는 간병인으로 알았는지 "자네가 너무 고맙네,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걸세"라고 말을 해주셨다. 그 덕담이 날 버티게 했다. 딸에 대해서는 생산자 책임 원칙에 의해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떄까지는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 아무리 속상하고 암담한 일이 생겨도 딸아이가 "어 엄마아~"하고 달려와 안기면 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렸다."

 

저자는 동안은 동심이 만든다고 말한다. 동안의 비결은 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동심이다. 늘 아이같이 천진한 표정,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망울, 수시로 깔깔대며 웃는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도 동안으로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동안의 핵심은 주름 없는 얼굴이 아니라 다양한 표정과 천진무구한 마음이다.

 

"아이다움이란 뭘까.

첫째는 단순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호기심이다. 셋째, 감탄사를 연발한다. 마지막 특징은 잘 웃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포장지만 바뀔 뿐,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남아있다. 상처 받기 쉬웠지만 치유도 그만큼 쉽던 내 마음속의 어린이를 꺼내 다시 만나고 싶다."

 

저자는 사랑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내 시간을 추억으로 물들이는 것, 그게 사랑이다.

 

"내가 아무리 누굴 사랑한다고 해도 그게 단순한 열정이면 그건 집착일 뿐이다. 진짜 사랑은 마음만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게 아닐까.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마음밭에 불이 나고 머리가 터질것 같아도 그와 함께 내 시간을 추억으로 물들여 가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저자는 선물이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 받아서 기쁜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저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에게 시간을 선물했다. 1년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 가만히 평화롭게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저자처럼 이번 한해가 가기전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꼭 선물해야겠다.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감사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정도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몇 년 전에 한 기업체에서 직원들에게 2,000원씩 나눠주고 그 돈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만들어주고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한 적이 있다. 어떤 이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호빵과 우유를 선물했고, 어떤 이는 차비가 없어 쩔쩔 매는 할머니에게 버스비를 드렸고, 어떤 이는 엽서를 사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사연을 담아 보냈단다. 택시 기본료도 되지 않는 돈이지만, 다방 커피 한 잔, 짜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돈이지만 얼마든지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이런 말을 했다. 저자는 나이 들수록 자신이 선택한, 자신에게 허용한 자발적 고독을 즐기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고독한 상태란 텅 빈 방에 갇혀서 아무도 날 찾지 않고, 전화 연결도 안 되고 그 어떤 기쁨과 소통이 없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산책을 한다거나, 걷다가 지치면 공원 벤치에 앉아 거리 풍경을 무심히 본다거나, 가족들이 없는 집에서 혼자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거나,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쓴다거나 하는 시간도, 절대 고독의 시간이다. 이처럼 내가 스스로 만든 고독은 소중한 선물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차분하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 기회를 주고 지금 내 문제가 무엇인지, 내 상태는 어떤지, 해결 방안은 무엇일지를 자문자답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와 해결의 시간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혼자 있으면 당신은 완전하게 당신에게 속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반밖에 자신에 속하지 못한다."

 

저자는 일상이 주는 기쁨과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고 제대로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직업이 신문기자라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기기묘묘한 일, 복잡하고 심란한 일, 형이상학적이며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사건 등을 귀동냥, 눈동냥으로 알게 된다. 때론 시국 사건을 그 중심에 서서 목격하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국가 지도층 인사들을 지근 거리에서 보기도 한다. 지금 내 앞엔 국가와 사회적으로 지구 온난화, 통일 문제, 경제 자본주의, 반값 등록금과 88만원 세대, FTA 협정, 통합진보당 사건, 그리고 개인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정년, 퇴직 후의 노후 대책 등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하고 성찰해야 할 일들이 가득하다.

하루 24시간을 치열하게 사는 것,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것, 기꺼이 나 자신을 국가와 사회에 던지는 용기와 헌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신에게 기쁨을 주지 않고 남을 위해 살겠다는 것 역시 위선이 아닐까."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회사의 상속자인 존 로빈스의 책 <100세 혁명>에서 그는 장수의 가장 중요한 비결을 환경이 아니라 문화라고 봤다. 장수촌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는 어른들을 존중하고 아름답게 여린다. 흰머리와 주름살을 오랫동안 힘들게 수고한 표시이며 지혜와 성숙의 징표로 생각한다.

 

저자는 귀여움과 주책은 종이 한 장 차이라지만 나는 아잇값 하지 않고 계속 귀여워지겠다고 말한다. 니체는 인간의 생애를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앞으로 최대 목표는 귀여운 할머니로 늙는 이라고 말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처럼 내공은 가득하지만 항상 수줍은 미소를 짓고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그런 할머니 말이다. 나도 귀여운 할머니로 나이들어갔으면 좋겠다.

 

"낙타는 사람들의 말에 무조건 순종적이다.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한다. 무더운 사막에서 낑낑거리며 짐을 메고 간다. 이처럼 주위의 지시에 따라 의무에 따라 살아가는 낙타의 시기를 지나고 나면 사자의 시기가 온다. 사자는 절대 낙타처럼 순종적이지 않고 사납다. 주관이 강하고 타협을 싫어한다. 하지만 낙타든 사자든 자기보다 힘이 강한 생명체와 맞섰을 때는 납작 엎드린다. 니체는 최고의 단계를 어린아이라고 했다. 어린아이는 매우 천진난만하다. 어린아이는 신체적으로는 약하지만 낙타와 사자가 이기지 못한 생명체도 이길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고, 사자처럼 성질이 사납지도 않으면서 유연하게 모든 것을 이겨버린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귀여움으로 말이다."

 

책속에는 저자가 가장 부러워하는 친구 관계인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작가 사강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인상적이었다. 사르트르가 사망하기 1년전에 사강은 그의 일흔네 번째 생일에 <에고이스트>라는 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둘은 3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지만 생일이 6월 21일로 같아 더욱 깊은 연대 의식을 느꼈다. 저자는 어린 친구와 잘 지내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나이 차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베풀 줄 안다. 지혜건 물건이건 뭔가 얻을 게 있어야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당신은 판단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정의를 큰소리로 비난하지 않았고 칭송받기를 원치 않았기에 영광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당신 자신이 관대함 그 자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관대함을 환기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끊임없이 일하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었어요. 당신은 무관심해지는 것보다는 이용당하고 놀림당하는 것을 더 좋아했고,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보다는 낙담하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모범이 되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던 한 인간에게는 얼마나 모범적인 삶인가요."

 

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유인경 기자의 진솔한 삶의 철학과 지혜와 유머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값진 책이다. 당당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좋은 메시지가 풍만한 책이다. 5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치유를, 청춘에게는 친근한 언니나 이모가 들려주는 응원의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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