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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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한다>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의 사람공부>, <사람이 기적이 되는 순간> 등의 깊이와 통찰이 있는 글로 감동을 주는 저자 정진홍의 에세이이다. 그는 2012년 봄 산티아고 가는 길 900킬로미터 걷기를 결행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안의 진짜 나를 찾으려는 지독한 절실함이 없다면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한 길이 아닐까... 저자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50일간의 산티아고 여정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제와 다른 나, 오늘과 다른 내일의 나를 발견하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살아 있는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바로 산티에고 순례길이다.  

 

저자가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겠다고 나선 것은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정면으로 서는 일이었다. 삶의 과정만큼 내게 소중한 이들은 나를 기억할 것이다. 내가 살아온 만큼 기억되는 것이기에, 삶을 진정으로 제대로 사는 일은 중요하다.

 

산티아고를 순례하다 보면 죽은 이들의 무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순례자들의 무덤을 보면서 삶과 죽음은 나란히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순례자에게는 이 길을 걷다 죽었다고 기억되는 것이야말로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이란 생각이 들지 모른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우린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자기 인생길을 걷다 죽는다. 우리는 죽음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공평한 두 가지가 있다면 바로 태어남과 죽음일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건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간 인간은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다. 저자는 죽음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선생이라고 이야기한다. 책 속의 등장하는 산티에고 순례길에서의 무덤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떠오르게 한다.

 

저자는 삶의 기로에서 어디로 갈 지 모를 때는 먼저 나쁜 자석들을 치우라고 말한다. 내 안의 나쁜 자석이란 곧 내 안의 오만, 교만, 불평, 불만 그리도 괜한 거두름과 거들먹거리는 게으름 같은 것들이다.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렸을때 나쁜 자석들을 치우고 제대로 된 나침반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라고 말했던 돈키호테처럼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산티아고를 순례하는 일도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은 용기와 희망, 꿈에 미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싶은 꿈을 위해 무조건 달려나갔던 돈키호테의 호기를 배우고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꿈을 찾아 떠나고 싶다.

 

저자는 스스로를 용서한다는 것은 지나온 나날 속의 모든 회한과 후회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래 묵은 자책에서 스스로를 사면하고 해방시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고 싶었던 것도 나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서른 후반의 삶을 살아오면서 이루지 못한 꿈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소중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까라는 고민을 한다. 내가 꿈꾸었던 작가라는 꿈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왔던가? 사람들과 얼마나 소통하며 지내려고 했던가?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내 안의 나를 가두어놓기만 하고 나를 자책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를 만나고 나를 진심으로 용서하고 싶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한 시간을 만난다. 자신을 가장 사랑한 시간,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금 이 길을 걷는 나는 내 인생에서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한 번 자기 자신을 돌아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 한 번 자기 속이 우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 한번 자기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자기 자신을 돌봐줘본 적이 있었던가. 산티아고로 가는 이 길 위에서 난 그래서 나를 가장 사랑한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산티아고 가는 길은 그저 걷기를 위한 길, 극기훈련의 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길은 진정으로 나 되기 위해 걷는 길이다. 그러니 빨리 걷는 길이기보다 느리게 걷는 길이고 여럿이 더불어 걷는 길이기보다 홀로 고독하게 걷는 길이다. 물론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고독하지만 쓸쓸하지 않게 말이다. 그래서 걸을수록 비워지고 걸을수록 채워지는 묘한 길이다.

 

인생의 정지통인 사투기를 겪는 이들이라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기분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삶이란 어차피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외롭다, 슬프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이 인생이니깐. 이것을 알면 정지통으로서의 사추기도 사라진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누구와 경쟁하며 가는 길이 아니다. 여럿이 함게 가든 혼자 가든 결국에는 자아를 찾아가는 고독한 길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 마음의 가장 밑바닥이 드러난다. 저자는 그런 가운에 가족의 소중함과 기본의 절실함을 그 어느때보다 절감했다고 말한다. 진짜 소중한 것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라고... 산티아고 가는 길은 높고 높은 교회의 첨탑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낮고 낮은 바닥으로, 그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 가장 소중한 것이 있음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삶을 끝까지 나아가야한다. 끝이라 시작한 곳에 새로운 길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눈물을 흘릴 수 있을만큼 절실함이 찾아올 때 떠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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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좋은 날 -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전망 없는 밤을 위한 명랑독서기
이다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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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읽기 좋은 날>은 영화잡지 씨네21 기자 이다혜가 읽은 책들에 관한 에세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거의 새로 나온 신간들을 읽고 쓴 것이다. 책 자체의 내용만큼이나 그 책을 읽던 시기의 세상살이에 대한 내 생각이나 추억을 엮어 쓰려고 노력했다. 원고를 다듬으면서 다시 꺼내 읽은 책들도 꽤 있다. 잊혀도 좋은 책은 없다. 부디 이 책도 그러하면 좋겠다."

 

저자는 '맛있는 건 언제나 옳다'라는 제목의 책 <굿바이, 스바루>를 소개한다.

 

"은퇴 전까지 10억 원은 모아야 궁색하지 않게 산다는 언론의 협박이 무색하게도, 주변을 둘러보니 변변한 은행 잔고를 유지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의건 타의건 일단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은 사정이 허락하는 한 프리랜서로 살고 싶어 하고, 더 벌기보다 덜 쓰기에 적응해간다. <굿바이, 스바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런 자연친화적 노후에 관한 공상 때문이었다."

 

'매끄러운 사회생활을 위하여'라는 제목에 등장하는 책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거짓이 사회의 윤활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윤활유도 엔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엔진은 바로 정직과 솔직이다."

 

책 <오늘밤 모든바에서>에 등장하는 글귀도 인상적이다. 술에 관한 대목이다.

 

"바로 지우려 해도 그 생각은 일상의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밀었다. 참을 수 없이 마시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막연하게 여기서 한잔 마시면, 하는 것이다. 내 안에 그런 회로가 생긴 것 같다. 불안, 고통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마신다'는 회로에 접속된다. 정신병리학적으로 말하면 보상계 회로가 확립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읽었던 책인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다.

 

책 <부도덕 교육 강좌>을 이야기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참견에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남이 싫어하는 짓을 함으로써 스스로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고, 더구나 정의감이라는 이름으로 참견을 안전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이 싫어하는 짓만 하고 자기는 조금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의 인생은 영원히 장밋빛이다. 왜냐하면 참견이나 충고는 가장 부도덕한 쾌락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책 <책 읽기 좋은 날>을 읽으면서 내가 읽었던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이 거의 등장해서 다양한 책에 대한 소개를 알게된 느낌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다혜 기자의 책 정리법도 책 끝부분에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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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독설 - 합본개정판,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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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언니의 독설>에서 저자 김미경은 흔들리는 30대 여성을 위해 꿈과 일, 사랑, 가정, 돈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마치 언니가 이야기하듯이 대화체로 써내려갔다.

 

저자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절박함이야말로 사람을 키우는 자양분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직을 하려는 여성이 있다면 하루 세 시간의 프라임 타임을 정해놓고 일해보라고 권한다.

 

"아이디어라는 건 일하면서 부딪히고 깨질 때 나오는 거야. 창의적이 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창의적이 돼. 절박함이야말로 사람을 키우는 자양분이라고 하잖아. 절박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알아? 예전에 MBC에서 강의할 때야. 그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주제로 강의했어.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매주 한 번씩 다가오는 그 마감 시간 직전에 가장 창의적인 생각이 떠올라. 내일 강의해야 해. 그렇게 마감 시간이 정해지면 갑자기 생각이 잘 나. 그렇게 안 하면 죽는다고 나 자신을 몰아붙이니까."

 

저자는 일 힘든 건 참아도 사람 싫은 건 못 참는 여성들을 위해 조언한다. 저자 자신도 인간관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직원은 절대 뽑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정신적 체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직장은 오래 다닐수록 능력보다 근성이 중요하다는 것, 버티고 견디는 힘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사소한 인간적 마찰도 못 견디는 직원이 어떻게 회사의 굵직한 일을 처리할 수 있겠는가.

 

"사실 회사에서는 일 자체에서 배우는 것보다 사람한테 배우는 게 더 많아. 쉬운 문제 열 번 풀 때보다 어려운 문제 한 개 풀 때 실력이 확 크듯이 어려운 인간관게를 푸는 과정에서 분명히 네가 배우고 얻는 게 있을 거야. 여자들은 남자보다 인간관계에 더 민감해. 표정과 몸짓 하나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잖아. 여자들은 워낙 감성이 예민하다 보니 저절로 위축되지. 특히 상사가 한 달 동안 싸늘하게 대하면 무척 힘들어져. 이 회사 다녀야 되나 말아야 하나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지. 하지만 인간관계도 쿨 하게 일처럼 대해. 어려운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라고. 프로젝트는 언젠가 끝나게 돼 있어. 다른 부서로 옮기기도 하고 그가 회사를 떠날 수도 있어. 중요한 건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나한테 어떤 압박이 오건 간게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처리한다는 생각을 하라고."

 

저자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와 열정은 분리할 수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스트레스는 부정적이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많은수록 일의 난이도가 높고, 난이도가 높을수록 책임감이 강해지고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트세스 강도가 세지지만 스트레스는 일의 과정에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일을 10퍼센트 하면 스트레스도 10퍼센트 사라지고, 20퍼센트 하면 20퍼센트가 사라지고.

 

"지금껏 나는 스트레스와 긴장감 속에서 살아왔어. 그런데 그게 내 일의 과정인 거야. 스트레스는 내 일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양념인 거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파랑새 강의를 할 때마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아. 이번 달에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에피소드는 어떻게 찾을까? 이 많은 자료를 언제 다 읽지? 그런데 결국 다 해. 그러고 나면 스트레스 대신 열정의 흔적만 남아.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는 열정의 흔적'이라고 불러. 스트레스와 열정은 똑같은 거라고. 오늘도 스트레스 받았어? 오케이, 그건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야. 역시 훌륭해!"

 

"취미가 생기면 뭐가 좋은지 알아? 첫째, 낯선 사람들을 만나. 같이 얘기 하다 보면 세상만사 돌아가는 걸 거기서 배운다는 거야.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두 하나가 되는 거야. 친구가 되는 거지. 취미가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생겨. 활력이 쏟아지는 거지. 그런 취미를 하나하나 단계별로 정복하는 거야. 이번에는 살사를 배우고 다음에는 자동차 동호회에 가고 그다음에는 와인 클럽에 가서 와인을 배우는 거지.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거야. 나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배울 게 별로 없어. 왜냐하면 내가 하는 생각은 그 사람도 하거든. 그런데 모임에 가면 나와 다른 사람들만 있잖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 전혀 보지 못한 상황을 접하게 돼. 배우기만 하니? 그 자체로 인맥이 되잖아.

두번째로 좋은 건 취미가 '제2의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거야. 또 취미는 은퇴 후 제2의 직업이 되기도 해. 그것 뿐이야?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면 제대로 놀 줄 알게 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력 있는 엣지남 엣지녀가 저절로 되는 거지. 새로운 것에 접근해야 새로운 자산을 얻을 수 있어. 새로운 취미를 가지는 것도 그런 거지. 일주일에 하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도 쌓고 제2의 직업으로 만들 수 있어. 이건 완전히 일석삼조지. 취미는 내 안에 숨겨진 미지의 대륙이야.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기회의 땅."

 

특히 돈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돈은 결핍으로 사람을 가르친다는 내용에 공감이 간다. 저자 김미경은 IMF때 집이 망하면서 인생의 악재가 몰려왔다고 한다. 많던 강의도 다 끊겨버린 그녀는 IMF에 대해서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독기로 출판까게 하게 되었다. 책을 내고 나니 방송국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고 그녀는 인기 강사가 되었다. 저자 김미경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가난을 축복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읽고나니, 가난하고 힘든 지금을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급한 사람은 자기 안에 없던 능력까지도 다 꺼내 쓰게 돼 있어. 이전에는 몰랐던 자기 안의 가공할 만한 어떤 것과 처음으로 만나지. 그러면서 엄청난 발전을 하는 거야. 돈이 많으면 나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기회를 영원히 놓쳐."

 

저자는 주식에 투자할 때 중요한 게 믿음과 신뢰인 것처럼, 자신을 믿고 일관성 있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 가장 강해지는 자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생 투자 대상을 찾아다니면서 정작 자신은 쏙 빼고 생각하거든. 그러나 최고의 투자처는 바로 자기 자신이야. 일단 안전하기 때문이야. 먹고 튀지 않아. 자기 자신이니까 먹튀할 사람이 없잖아.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한테 투자하는 걸 제일 불안하게 생각해. 자기를 오히려 주식 한 주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거야. 주식에는 20만 원 투자하면서 왜 자기에게는 투자를 안 하냐고. 물론 우리 모두 처음에는 상장도 못한 주식이었지. 그러다 상장주로 키우고 관심주에서 주목주로, 그다음에는 우량주로 만드는 거지. 의미가 있잖아.

 

" '계발 공과금'이 해내는 최고의 작품이 '셀프 이자 시스템'이야. 나를 근사한 빌딩으로 만들어 스스로 이자를 받는 거지."

 

저자는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인 여행을 꼭 떠나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나를 발견하는 여행을 하기위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도 당부한다. 나도 2012년이 가기 전에 나를 위한 여행을 꼭 떠나야겠다.

 

"첫째, 가방은 제발 최소한으로 줄여. 필요한 건 거기서 사라는 거야. 둘째, 먹을 것 좀 싸가지 마. 셋째,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꼭 다이어리를 챙겨 가. 다이어리에 스탬프도 찍고 엽서도 끼어고 붙일 거 다 붙이고 그날의 느낌 같은 것도 다 적어. 여행의 전리품이 되는 거지. 잊어버릴 만하면 꺼내서 보는 거야. 여행의 즐거움은 전리품이 얼마나 많은지로 결정 나는 것 같아. 비싼 명품 들고 오다가 걸려서 세금 내는 거 말고 그 나라 고유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거 말이야. 넷째, 여행에서 돌아올 때 꼭 빠뜨리면 안 되는 게 있어. 남편 선물이야. 마지막으로 여행 가서 돈은 절도 있게 써야 해. 올해만 여행갈 거 아니잖아. 내년에 떠나는 여행이 더 재밌거든. 돈 아껴서 쓰고 1년에 한 번 항상 새로운 곳에 나를 던져. 그러고 나면 모든 것들이 충전이 돼. 그걸 가지고 1년을 사는 거야. 번도 안 간 사람은 계속 못가. 그런데 한 번 갔다온 사람은 두 번째 여행을 떠날 용기가 생기지. 그래서 여행은 일단 떠나는 게 중요해. 낯선 곳에 나를 멋지게 보내주는 거야. 그 전에 적금통장 만드는 거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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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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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는 중국 소설가 위화의 에세이이다. 위화는 이 책을 통해서 인민, 영수(領水),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忽悠) 등 열 개 단어 속에 중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우리는 매일 벌떼처럼 모여드는 결과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원인을 찾는 일에는 무척 소극적이다. 그래서 지난 30여 년 동안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란 각종 사회갈등과 사회문제가 초고속 경제발전이 가져다준 낙관적인 정서에 가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지금까지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휘황찬란해 보이는 오늘의 결과에서 출발하여 어쩌면 오늘의 불안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원인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간단명료한 작업을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일상생활을 평범하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삼라만상을 담고 있다. 일상생활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격동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풍부하고 넉넉하다. 정치와 역사, 경제, 사회, 문화, 기억, 감정, 욕망, 사삿일 등이 모두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소리를 낸다. 일상생활을 광활한 숲과 같다. 중국의 속담에서 말하는 것처럼 숲이 크면 어떤 새든 다 그 속에 사는 법이다.

내가 이 책을 쓰는 것은 일정 구간을 왕복하는 버스기사와 마찬가지로 출발점과 종점을 왕복하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이야기를 가득 실은 버스를 몰고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출발하여 정치와 역사, 경제, 사회, 문화, 기억, 감정, 욕망, 사삿일 등의 정거장을 거쳐 지명을 알 수 없는 어느 시골로 가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들은 도중에 차에서 내릴 것이고 또 다른 이야기들이 중간에 차에 오를 것이다. 이렇게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장거리를 달린 다음에는 버스를 몰고 다시 중국인의 일상생활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위화는 첫번째로 인민을 이야기한다. 저자인 위화는 유년시절 가장 먼저 배운 단어가 바로 인민과 마오쩌둥이라고 말한다.

 

"인민은 내가 가장 먼저 인식하고 가장 먼저 쓴 단어였지만 살아가면서 연이어 망각하고 배신했던 단어다. 내 눈앞에 무수히 나타났고 내 귀에 무수히 올렸던 이 단어가 진정으로 내 마음속에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가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에 아주 깊은 밤의 경험 덕분에 마침내 이 위대한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 단어를 거짓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만났다고 할 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언어학 또는 사회학, 또는 인류학적인 의미에서의 만남이 아니다. 그건 인생의 경험 속에서 얻은 진실한 만남, 모든 이론과 정의를 제거하고 난 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만남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나 자신에게 '인민'이라는 단어가 절대로 공허한 단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잇었다. 나는 이미 피와 살을 갖추 '인민'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인민'의 심장이 강렬하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위화는 두번째로 영수를 이야기한다. 영수는 바로, 마오쩌둥을 의미한다.

 

"영수가 서거했다는 소식에 우리는 미친 듯이 눈물을 쏟았다. 천여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울음소리 속에서 나도 울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숨이 끊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곧 숨이 막혀 죽을 것처럼 심하게 기침을 하면서 우는 소리도 들렸다. 문득 나의 사유가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더이상 비통함이 나를 어쩌지는 못했다. 이상한 울음소리가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소리내어 울고 있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틀림없는 슬픔이었다. 하지만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대한 공간에서 한꺼번에 울부짖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유머였다."

 

위화는 세번째로 독서를 이야기한다. 위화의 독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말한다. 

 

위화는 중학교시절, 이른바 독초라 불리는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책들이 수천 개의 손을 거쳐서인지 이미 심하게 낡은 상태였다. 그는 책 제목도 몰랐고 작가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도 몰랐고 어떻게 끝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는 상상의 세계에 들어가 이야기의 결말을 지어내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시작도 끝도 없는 소설에 감사할 수 있었다. 이 소설들이 처음으로 위화의 창작 열정에 불을 붙여 주었고, 여러 해가 지나 작가가 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결말이 없는 이야기들은 나를 훈련시켰다.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못했다. 마침내 나는 스스로 이야기의 결말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위화는 네번째로 글쓰기를 이야기한다.

 

위화는 어떻게 해서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냐는 질문에 대답은 하나라고 말한다. 바로 글쓰기 덕분이었다. 글쓰기는 경험과 같다.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스물두 살 무렵, 나는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이를 뽑으면서 한편으로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를 뽑는 것은 생계를 위해서였고, 글쓰기는 나중에 더이상 이를 뽑지 않기 위해서였다. 맨 처음에는 글을 한 자 쓰는 것이 치아를 하나 뽑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하지만 천국 같은 문화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계속 써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문화관에서 일할 때도 형편 없는 가난뱅이였고 치과의사로 일할 때도 형편 없는 가난뱅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치과의사는 아주 힘든 가난뱅이고 문화관 직원은 아주 행복하고 자유로운 가난뱅이였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이미 27년이라는 글쓰기 경력을 갖고 있고 이제는 "나는 글쓰기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잇다. 누구나 일생을 통틀어 표현하고 싶은 무수한 욕망과 감정을 품게 된다. 하지만 실제 현실과 개인의 이성과 지혜가 이를 억누르고 만다. 하지만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억압된 욕망과 감정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다. 나는 글쓰기가 사람의 심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인생을 더욱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또는 글쓰기가 사람들에게 두 갈래 인생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도 있다. 하나는 현실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허구의 길이다. 이 두가지 길은 건강과 질병의 관계와 같아서 하나가 강대해지면 다른 하나가 필연적으로 쇠약해진다. 내 현실에서의 삶의 길이 갈수록 평범해지는 것은 허구에서의 내 삶의 길이 갈수록 풍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한 가지 생각을 고집스럽게 믿어왔다. 한 사람이 성장해 온 과정이 그의 일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가장 기본적인 그림이 바로 이때 그의 가슴 깊은 곳에 새겨져 마치 복사기처럼 한 장 또 한 장 개인의 성장에 계속 복사되는 것이다. 그가 자라 성인이 된 뒤 성공한 사람이 되었건 실패한 사람이 되었건, 위대한 사람이 되었건 평범한 사람이 되었건, 그가 행하는 모든 것들은 이 가장 기본적인 그림을 부분적으로 수정한 데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그림 전체는 변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 그림을 많이 바꾸고 어떤 사람들은 조금밖에 바꾸지 못한다. 나는 나의 성장 이력이 1980년대에 내가 그토록 혈기와 폭력으로 가득 찬 글을 쓰도록 결정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거의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나는 아직도 마음 속에 두려움을 느낀다. 나는 20년 전의 내가 사실은 정신이 허물어지는 아슬아슬한 가장자리를 걸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끝장나는 꿈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기억이 되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줄곧 피비린내와 폭력이 난무하는 글쓰기에 파묻혀 정상적인 정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 이 순간 나는 베이징의 집에서 이렇게 이성적인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열악하지 그지없는 어느 정신병원 병상에서 거대한 암흑을 마주한 채 멍하니 앉아 있었을 것이다.

사실 삶과 글쓰기는 아주 간단할 때가 있다. 어떤 꿈 하나가 어떤 기억 하나를 되돌리면,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변하고 마는 것이다. " 

 

 

위화는 다섯번째로 루쉰을 이야기한다. 위화가 루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위화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루쉰은 더이상 한 작가의 이름이 아니라 모든 중국인이 다 아는 단어, 정치와 혁명의 의미를 내포한 중요한 단어라고 말한다. 루신은 부녀자들이 남들이 설정해놓은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자들과 대등한 경제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하여 루쉰은 냉소와 풍자가 가득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돈이라는 단어는 듣기 좋지 않다. 때로는 고상한 군자들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의 의견이란 어제와 오늘이 다를 뿐만 아니라 종종 식사 전과 식사 후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밥을 먹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돈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비천한 일로 여긴다.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푸짐하게 먹은 생선과 고기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하루 정도 굶어본 다음에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지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그 긴 세월 동안 억지로 루쉰의 작품을 읽어야 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루쉰이 아이들의 작가가 아니라 성숙하고 민감한 독자들의 작가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때때로 한 독자와 한 작가의 진정한 만남에는 어떤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나는 다른 작가들의 수많은 작품들을 읽었다. 위대한 작품도 있고 평범한 작품도 있었다. 나는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을 때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당장 그 작가의 작품을 내려놓는다. 그 작가를 싫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루쉰의 작품을 내려놓지 못하고 한 번 또 한 번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때문에 루쉰은 평생 내가 싫어했던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

 

위화는 여섯번째로 차이를 이야기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극단적으로 억압된 시대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반드시 극단적으로 방송하는 시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네를 타는 것처럼 한쪽 끝이 높이 올라가면 반대쪽 끝도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은 모든 것을 순간적으로 바꾸어버렸다. 우리는 멀리뛰기 경기라도 하듯이 물질이 극단적으로 결핍된 시대에서 낭비가 넘치는 시대로, 정치 지상의 시대에서 금전 제일의 시대로, 본능이 억압된 시대에서 욕망이 넘쳐나는 시대로 건너뛰었다. 이 30년이란 세월이 몸을 한 번 웅크렸다가 도약하는 시간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3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차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차이는 공허한 사상의 차이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회적 차이다. 빈부의 차이와 도농의 차이, 각 지역의 차이, 발전의 차이, 추입의 차이, 분배의 차이 등 무수한 차이가 존재한다. 사회의 거대한 차이는 필연적으로 과격한 집단행동과 개체행동을 유발한다. '차이'라는 단어가 좁은 의미에서 넓은 의미로 확대되고 공허한 사상에서 실제적 상황으로 변해버린 뒤, 오늘날 중국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의 확장과 사회갈등의 격화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중국은 격차가 몹시 심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는 이런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한쪽은 휘황찬란하고 평탄한 길이며 다른 한쪽은 각박하고 가파른 절벽 길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주 이상한 극장에 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곳은 같은 무대에서 절반은 희극을 공연하고 절반은 비극을 공연하는 극장이다."

 

"그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의 이미지에 푹 빠져 아직도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가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나는 중국인의 진정한 비극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빈곤과 기아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 빈곤과 기아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우리는 국가는 부유하고 백성은 가난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위화는 일곱번째로 혁명을 이야기한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내 과거 기억 속의 해답은 온갖 주장들로 뒤죽박죽이었다. 혁명은 우리의 삶을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채웠다. 한 사람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어떤 사람은 순식간에 하늘을 날았고 어떤 사람은 사회적 유대도 혁명을 따라 수시로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오늘까지 혁명이 전우였던 사람이 내일은 계급의 적이 될 수 있었다."

 

위화는 여덟번째로 풀뿌리를 이야기한다.

 

"중국의 풀뿌리들은 과감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과감하게 행동에 옮겼다. 그들은 경제발전의 조류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법률을 위반하거나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전혀 서슴지 않고 과감하게 시도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엄청난 담력을 갖고 있었고 뭔가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일도 없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속담으로 표현하자면 맨발인 사람은 신발 신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고.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자면 프롤레타리아인 그들이 잃을 것은 족쇄뿐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였다." 

 

"중국의 속담에 사람은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건장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일단 유명해지고 나면 안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돼지는 살이 쪄서 몸이 튼실해지면 곧 도살장으로 끌려간다는 뜻이다."

 

"공산당이 이끈 지난 60여 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나는 마우쩌둥의 문화대혁명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중국의 풀뿌리 계층에 거대한 기회를 두 차례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한다. 문화대혁명은 정치권력의 새로운 분배라고 할 수 있고, 개혁개방은 바로 경제권력의 재분배였던 셈이다."

 

위화는 아홉번재로 산채를 이야기한다. 중국어에서 '산채'라는 단어는 원래 울타리 등 방어시설을 갖춘 산장을 의미했는데 점차 '가난한 지역' 또는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또한 이 단어는 옛날 녹림의 호환들이나 강도들이 점거하고 있던 영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단어에는 또 정부가 관여하지 못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기능이 고루 갖춰진 산채 휴대전화가 유행하면서, '산채'라는 단어가 '모방'이라는 단어에 새로운 함의를 가져다주었다. 동시에 '모방'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던 원래 의미의 경계가 무너져 짝퉁 제조, 권리 침해, 규범 위반, 농담, 못된 장난 같은 단어가 의미 검증을 거칠 필요 없이 '모방'이라는 단어의 국경안으로 진입하여 '산채'의 신민이 되었다. 요컨대 '산채'는 오늘날 중국어에서 무정부주의 정신을 가장 잘 반영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산채 현상은 풀뿌리 문화가 엘리트문화에 던지는 도전장이자 민간이 정부에 던지는 도전장, 그리고 약자집단이 강자집단에 던지는 도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산채 현상이 폭풍처럼 일어나 구름처럼 중국 사회를 뒤덮은 것도 사회학적인 의미에서 말하자면 중국 사회의 단편적인 발전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이다. 더욱 넓어진 사회갈등이 세계관과 가치관의 혼란을 유발하고, 이어서 산채 현상을 촉진하는 것이다. 산채 현상은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사회정서가 누적되다 어느 날 갑자기 폭발되어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잇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끊임없이 반권위, 반주류, 반독점에 대한 소란스런 사회혁명으로 발전된다.

오늘날 중국 사회의 생태는 기이하고 다양한 색채를 과시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진과 낙후, 엄숙과 방종이 항상 같은 사물 안에 공존한다. 산채 현상도 바로 이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진보를 나타내면서 동시에 사회의 후퇴를 상징하는 것이다. 건강이 나빠졌을 때 염증이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채 현상은 오늘날 사회생태의 염증을 상징한다. 염증은 한편으로는 세균에 저항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종과 고름을 동반하고, 조직이 문드러지거나 괴사하기도 한다. 산채 현장은 중국 사회의 단편적 발전이 부른 필연적인 결과로서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적극적인 의미의 반대편에서는 중국 사회의 소극적인 의미가 충분히 표출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 사회의 도덕성 살실과 시비의 혼돈이 산채 현상을 통해 유감없이 표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잇다. 바로 이러한 사회생태에 기초하여 '산채'라는 단어는 중국인들의 마음속 깊이 틀어박혔다. 표절과 모방, 악의적 조롱, 비방 등 원래를 불법적이고 저급한 것으로 간주된 행위에 존재 이유를 제공하고, 사회여론과 사회심리적인 측면에서 점차 합리적인 지위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풀뿌리 계층은 지난 30년 동안의 빛나는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업적을 이루어냈다. 그들은 모든 곳에서 스스로 정치적 역량을 발휘했다. 그들이 성공한 과정은 신기하면서 이상했고 그들이 실패한 과정도 신기하면서 이상했다. 이어서 그들은 신기하고 이상한 사회생태를 창조해냈다. 때문에 '산채'라는 단어가 환골탈태하여 옜 단어에 새로운 의미가 더해진 뒤로, 중국 사회가 20년 동안 발전하는 과정에서 줄곧 존재해왔던 각종 현상을 일깨웠던 것이다. 마치 군영 안의 집합 신호가 잠자던 사병들을 전부 깨우는 것과 같았다. 누군가 광장에서 큰 소리로 '산채'를 외치자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를 향해 볼려드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들은 모두 '산채'로 개명했던 것이다."

 

위화는 열번째로 홀유를 이야기한다. 홀유(홀유의 본질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남을 속이거나 남에게 뭔가를 덮어씌우는 것이다. 하지만 '사기'라는 단어에 비해 비교적 부드럽고 장난스러운 함의를 지닌다. 때문에 사람들은 사기범에 대해서는 분노를 드러내지만 홀유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냥 웃어넘기는 경우가 많다)란 무엇인가? 맨 처음 홀유의 의미는 매우 모호하고 확정적이지 않았다. 어선이 파도를 따라 위아래로 오르내리거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같았다. 그러다가 점차 하나의 속어가 되어 중국 동북 지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속어로서 홀유는 똑같은 발음의 '호유' 즉 '어지럽게 잘못 인도한다'라는 단어에서 왔다. 유행병의 바이러스에 끊임없이 변이가 일어나듯 홀유도 그 이후에 끊임없이 변이가 일어나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뜻을 갖게 되었다. 과장해서 말하거나 말이나 글로 군중심리에 영합하는 것을 홀유라 하기도 하고, 교묘하게 함정을 설치해놓고 남을 그 안에 빠뜨리는 것도 홀유라고 한다. 전자는 허풍과 선동, 종용의 의미를 갖고 있고 후자는 허튼소리나 뜬소문, 사기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학과 조롱, 근거 없는 날조와 투기의 의미로 사용되이고 한다.

 

"홀유라는 단어는 빠른 속도로 전국을 풍미하면서 산채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중국 사회의 윤리 및 도덕성 결핍과 가치관의 혼란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중국 사회가 최근 30년 동안 지속해온 단편적 발전의 후유증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홀유 현상이 사회의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진 정도는 산채 현상을 크게 능가한다. 이처럼 홀유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지하지 못한 사회, 또는 원칙이 중시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홀유가 당당하게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되고 있는 사이에 개인이건 국가건 누구나 홀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홀유하는 사람들은 최종적으로는 자신을 홀유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속담을 빌리면 돌을 들어 옮기다가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위화가 책 끝부분인 에필로그에 쓴 글이 인상적이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고통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쉽게 소통하도록 해주는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통이 소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사람들의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뻗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나 자신의 고통을 함께 썼다. 중국의 고통은 나 개인의 고통이리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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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을 통한 삶의 위로
이성규 지음 / 아비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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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경제를 전공하고 관련 서적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저자 이성규는 책 <소년을 철들지 않는다>를 통해 전형적인 베이비부모 세대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테마로 50여가지 저자 자신의 어릴적 추억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돌이켜보면 하루해가 짧다하고 골목길을 누볐던 유년의 기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그 시절 골목길 친구들과 하루하루 쌓아갔던 추억들이 오늘, 다시금 위로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추억의 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만 간다. 벌써 40년 전의 기억들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어머니가 어두운 방안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주문을 걸면 추억 속 친구들이 대문 밖에서 뛰어놀고 있다."

 

40여년전의 추억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1960~7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쉬운 책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풍경이나 공감하기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추억 속 워간 잡지 이야기, 회충약과 채변봉투, 뽑기, 불량식품 등 베이비부머 시대의 추억 속 향수는 저자의 어릴 적 경험으로 되살아난다. 그러나 1960~70년대를 살아온, 시골에서 생활했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저자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추억 속 향기를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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