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묘묘 이야기 - 「어서와」 고아라 작가의 따뜻한 감성 만화
고아라 글 그림 / 북폴리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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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묘묘 이야기 초판한정 특별부록 2013 캘린더가 책과 함께 들어있어요~^^

 

 

 

<곰곰묘묘 이야기>는 고아라 작가의 다섯번째 만화 작품이며 두 번째 출판물이다. 사람 같은 곰과 고양이가 나오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편하게 그림을 그리고 시은 마음에 블로그에 몇 편의 낙서 만화를 올렸고 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책 끝부분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에서 동물들이 나오는 만화를 그릴 때 순수하게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큰 각오를 하지 않으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동물들의 힘을 빌려서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것이 제가 성장하지 못한 증거인 것인지 성향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제가 동물들이 나오는 만화를 그릴 때는 순수하게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 개월 동안 이십 대 후반 여자의 머릿속엔 곰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1년 만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동화 같은 세상 속에서 살 수 있었던 것, 그들과 함께 숨 쉴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곰곰묘묘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는 동안 무던한 성격의 붙임성 좋은 곰곰과 까칠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묘묘가 어우어지는 모습에서 웃음과 따스함이 묻어난다.

 

 

<곰곰묘묘 이야기>는 수채화 같은 만화의 심플한 스타일이 미소짓게 하는 만화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곰곰과 묘묘가 만나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즐거움을 준다.

 

 

<곰곰묘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성격으로 힘들어하는 이들, 사랑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곰과 고양이라는 동물을 마치 인간처럼 표현한 만화 <곰곰묘묘 이야기>로 유머와 이해의 감성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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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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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곱명의 술래잡기>는 일본추리소설계의 대표작가인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다.

 

'생명의 전화'에서 상담원으로 자원봉사를 하던 누마타 아에는 어느 날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중년의 남자로 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는 벚나무에 밧줄을 묶어놓고 매일 옛 소꿉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고 한다. 그 중 한명이라도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바로 목을 매고 자살하기 위해. 야에는 사람들을 동원해 황급히 남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지만 그곳에는 혈흔만 남아 있을 뿐 그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한편, 자살을 하려 했던 남자가 전화를 걸었던 소꿉친구 중 한 명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 하야미 고이치는 옛 친구의 기묘한 증발에 의문을 느끼고 독자적으로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한밤중에 걸려온 이 기묘한 전화가 30년 전 함께 놀던 옛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30년전 어린시절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던 친구들이 한명씩 연쇄살인사건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이유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추리해가는 과정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자살을 하려 했던 남자가 전화를 걸었던 소꿉친구 중 한 명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 하야미 고이치가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30년전에 표주박산에서 소꿉친구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발생한다.

 

"고이치를 비롯한 다섯 아이들은 원래부터 낯을 가리거나 무리짓는 것을 싫어하거나 따돌림받고 있던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고독의 정도나 그것에 대한 생각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지만, 적어도 서로의 처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지금 고이치 주위에서 일어나는 친구들의 연속된 죽음은, 말하자면 일곱 명 중의 술래가 나머지 여섯 명을 한 명씩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는 아닐까. 문자 그대로 일곱 명의 술래잡기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뭐든 그렇지. 쌓아올리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 하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주 작은 계기와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책 <일곱명의 술래잡기>는 연쇄살인의 범인이 밝혀지는 추리의 내용이 섬세하고 몰입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였다. 호러 미스테리 장르의 책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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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고민하는 어른을 위한 한밤의 인생론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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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일상생활속의 다양한 고민들을 쉽게 예로 들면서 철학자의 이야기를 풀어서 답한다. 인간관계, 일, 사회, 망설임과 불안, 인생의 난관이라는 5가지 주제에 관한 다양한 고민을 소크라테스, 칸트, 사르트르, 니체, 하이데거 등 유명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저자인 오가와 히토시는 상담해준다.

 

"이 책의 구성은 장면별로 구체적인 고민을 들은 후에 고민 해결을 위해 가장 적합한 유명 철학자를 한 명 선별해 그들의 사상과 함께 상담해나간다. 따라서 철학자의 인품이나 관련 사항도 소개된다. 상담을 할 때는 대개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가능한 한 다양한 화제를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고민 상담은 내용이 무서워서 너무 담담하게 진행하면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 모두가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철학은 진리에 대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행위이므로 밝은 기분으로 해결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격언을 소개한다. 고민이 생기면 바로 도움이 되는, 핵심을 찌르는 조언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민을 떠올리며 읽어도 되고, 앞으로 생길 고민을 상상해 그때를 대비해서 읽어도 좋다. 물론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 약해졌을 때다. 인간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상황에 맞춰 상담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제쳐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이면 좋겠다."

 

부부사이가 나쁠때에 대한 상담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사상으로 해결해준 내용이 인상적이다.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스스로 답틀 찾도록 돕는 문답법의 철학적 방법을 제시한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는 만년에 젊은이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닥치는 대로 젊은이들을 붙잡고 질문을 해댔다. 질문을 거듭하면 사물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뿐만 아니라 답을 가르쳐주는 대신 상대가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부부사이가 나쁘다면 상대에게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결혼생활은 만족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해주길 바라지?' 하고 솔직히 묻는다. 답은 상대의 입에서 나올 것이다. 절대 화를 내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냉정하고 진지하게 질문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질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부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것이 대화로 이어져 상대로부터 진리를 이끌어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지에 대한 사랑이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깨달았다. 현자라는 사람도 아는 척하는 것뿐이지 사실은 자신과 다를 게 없다라고. 아니, 오히려 아는 게 없다고 자각하는 만큼 자신이 더 뛰어난 게 아닐까라고. 왜냐면 아는척한 시점에서 더 이상 알 기회를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알려고 하면 지식은 자연스레 늘게 된다. 다시 말해, 보다 현명해질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것이 저 유명한 무지의 지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쉬운 길은 남을 억누르기보다 그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스스로 선하도록 힘쓰게 하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저자는 가족의 이해를 얻지 못할 때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사상을 이야기하여 상담해준다. 자신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부터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데카르트는 "조금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것은 거짓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렇게 한 후에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부재이다. 가정 내에서도 분위기를 잘 파악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 때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까닭 없이 미움을 맏는다고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비굴해지고 하고 싶은 말도 나오지 않는다. 상대를 칭찬할 때는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을 '방법적 회의'라고 하는데, 의심하고, 의심하고, 꿈까지도 의심한다. 그래도 마지막에 남은 '의심하고 있는 나'라는 자신, 이것이 여행의 목적지다. 의심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고난과 갈등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꺾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부동의 나는 더 이상 고민할 것이 없다. 가족과 의견이 다르든 스스로를 질책하든 나는 다름 아닌 바로 나다. 자신감을 갖고 판단하고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세계를 의심하기 전의 나는 세계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에 묻혀 있던 자신이 외부에서 세계를 본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주관적으로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만의 편견에 불과하다. 무엇이지? 왜 그렇지? 의심을 거듭해 마침내 나라는 존재를 세계와 뗴어놓은 형태로 자각하면 그 순간 객관적으로 세계를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거짓이라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나는 반드시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데카르트

 

책을 읽으면서 서로 이해하는 상대가 없을때를 상담해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눈길이 이끌렸다. 나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타인에게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유대계 철학자인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사상을 이야기해준다. 타인이라는 존재를 자기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로 바꿔버리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서 레비나스의 사상이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는 타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존재하며 우리는 타인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진다고까지 말한다.

 

"인간이 원하지만 절대 만족될 수 없는 것, 레비나스는 그것을 '욕망'이라 부른다. 그는 욕구와 욕망을 구별한다. 욕망의 대상은 절대 만족되지 않는, 무한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타인이다. 그러므로 타인을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타인을 무한의 존재로 인식할 수 있을까? 레비나스가 주는 힌트는 '얼굴'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얼굴'은 타인의 상징이다. 그런데 타인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그것은 타인 덕분에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타인이 없는 세계는 전체주의 세계다.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지면 제거된다. 결국 거기에는 자신도 존재하게 않게 된다. 자신은 사물을 생각하는 존재인데 이렇게 해서 사고행위 자체가 부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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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
정혜신.최지현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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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은 화장품 광고, 전문가들, 연예인 등의 현란한 상술에 속지 않고 화장품에 관한 올바른 진실을 이야기해준다. 저자인 피부과 전문의 정혜신과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은 오직 진실과 앎만이 당신의 명품 피부를 지켜줄 것이고 말한다. 평소 궁금했던 화장품에 관한 진실을 알게되어 무척 유익했던 책이라서 추천하고 싶다. 진정한 미는 바로 건강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피부를 망치는 잘못된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었고, 화장품 회사와 광고, 언론의 상술에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정보를 꼭 알고 있어야겠다.

 

책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은 전문가들이 퍼뜨린 잘못된 정보, 광고가 주입한 이상한 생각, 너무 오래되어 버리기 힘든 믿음, 속지 않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진실, 퓨어 피루를 위한 최강의 조언이라는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전문가들이 퍼뜨린 잘못된 정보에서는 TV나 언론에서 우리가 자주 접했던 솜털 세안법, 세안 후 3초 안에 보습제 바르기, 진동 파운데이션 등의 잘못된 정보를 파헤쳐주어 소비자에게 올바른 화장품 정보를 제공해준다.

 

2장 광고가 주입한 이상한 생각에서는 기능성 화장품, 한방 화장품, 튼살 크림, 바디슬리밍 제품, 남자만의 화장품 등의 우리가 화장품 광고를 통해서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화장품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준다.

 

우리는 기적의 화장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 피부에 맞는 좋은 화장품을 찾아야 한다. 좋은 화장품이란 내 피부에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결점을 개선해주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해주며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는 순한 성분으로 채워진 제품을 뜻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나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저렴한 제품이어야 한다.

 

"화장품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에 우리가 압도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로서, 그리고 우리의 피부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화장품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화장품의 역할과 한계, 그 안에 들어가는 성분,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 쓸 데 없는 성분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광고가 만들어내는 허황된 정보를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예쁜 연예인이 광고를 하건, 어떤 할인행사나 기획 마케팅을 하건,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화장품 철학을 세워두러야 한다."

 

"기능성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약청이 고시한 기능성 성분을 함유해야 한다. 기능성 성분의 종류는 총 3가지로,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이 전부이다. 미백 기능성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미백 성분이 들어 있어야 하고, 주름개선 기능성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주름 개선 성분이 들어 있어야 하고, 자외선 자단 기능성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능성화장품 인증제도의 법칙이다."

 

3장 너무 오래되어 버리기 힘든 믿음에서는 우리가 오랫동안 잘못 생각해온 화장품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토너는 피부의 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피부결은 세포 하나하나의 건강 상태를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토너를 바른다고 해서 거친 피부결이 좋아질 수 없다. 사실 안에 담겨 있는 성분으로 볼 때 토너는 바를 필요가 없는 제품이다. 보습제와 진정제는 로션에도 듬뿍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습을 위해서라면 토너는 괜히 바르는 제품인 셈이다. 피부결을 정돈한다거나 보습을 위해서 토너를 꼬박꼬박 발라온 사람이라면 이제부터는 토너를 바를 필요가 없다. 다만 화장을 진하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토너가 한 통 필요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세안 후 화장솜에 토너를 적혀 피부를 가볍게 닦아냄으로써 메이크업의 마지막 잔여물을 말끔히 지워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중세안을 하느니 오히려 거품세안을 하고 토너로 살짝 닦아내는 것이 피부에 덜 자극적이다.

 

"화장품 회사들이 하나라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토너를 고안한 것처럼 에센스, 세럼, 앰플, 플루이드, 콤플렉스 등도 이들이 고안해 낸 상품일 뿐이다. 이 많은 화장품 종류 사이에는 분류상의 정확한 기준도 없다. 지금부터 모든 분류를 잊어버리자. 로션, 크림, 에센스, 세럼, 플루이드, 앰플 등등, 수많은 분류로부터 해방되자. 이 분류는 그저 화장품 회사들이 만들어낸 개념일 뿐, 실제로 이들은 모두 '모이스처라이저'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있다. 굳이 주름이나 미백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좋은 로션이나 크림 하나면 충분하다. 특히 지성 피부라면 에센스 하나만으로 모든 기초화장을 끝낼 수 있다. 에센스 제품은 대체적으로 모든 피부에 적합한 용도로 개발되기 때문에 유분이 과하지 않아서 지성이나 여드름 피부가 발라도 무리가 없다. 화장품은 많이 바른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많은 제품을 바를수록 많은 성분에 노출되고, 그만큼 자극을 받아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게다가 많은 제품을 바를수록 피부가 흡수하는 향과 색소의 양도 많아진다. 되도록 덜 바르는 것이 피부에도 좋고, 또 돈도 아낄 수 있다."

 

"아이크림이라고 해서 특별히 주름을 더 개선해주지도, 기미를 없애주지도 않는다. 정말로 눈가에 주름이나 기미가 생기는 걸 막고 싶다면 아이크림을 바를 것이 아니라 자외선차단제를 열심히 발라야 한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피부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4장에서는 속지 않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진실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기농화장품, DIY화장품, 예쁜 디자인, 미네랄 메이크업, BB크림, 신문기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준다.

 

화장품 디자인을 고를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꼭 알아두어야 겠다.

"첫째, 입구가 넓은 항아리 모양의 케이스는 무조건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화장품의 모든 좋은 성분들은 빛과 공기에 예민하다. 입구가 넓으면 뚜껑을 여는 동시에 곧바로 산화되어 사라져버릴 것이다. 둘째, 항아리 모양의 케이스를 쓰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위생상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찍어 바르면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투명한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병에 담겨 있는 제품은 무조건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몸통에서부터 빛을 받기 때문에 좋은 성분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반드시 불투명한 용기에 담긴 제품을 구입하자. 넷째, 과대 포장된 제품은 사지 말자."

 

"BB크림은 파운데이션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똑같다. 그러므로 BB크림을 구입을 때에도 파운데이션과 같은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즉, 피부톤과 색상이 일치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커버력으로 잡티를 가려주어야 하며, 건성 피부에는 보습을, 지성 피부에는 피지를 흡수해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낮에 모든 기초제품의 위에 바르는 제품이므로 반드시 SPF 15 이상이어야 한다."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면, 미용이나 패션면보다는 사회면과 경제면을 더 열심히 읽어야 한다. 여기에는 화장품의 부작용에 대한 기사, 화장품 회사들의 허위 과대광고에 대한 식양청의 단속기사, 식양청의 제도 변화와 화장품 업계의 동향에 대한 기사 등이 종종 실린다.

 

5장 퓨어 피부를 위한 최강의 조언에서는 각질제거, 좋은 세안제 사용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화장이 뭉치는 게 싫으면 많이 바르지 말것, 비싼 화장품 대신에 비싼 미용도구를 사용할 것, 이불 침대보 베갯잇을 자주 갈것, 과자를 멀리하고 담배를 버릴것이라고 조언한다.

 

"피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외부의 원인부터 찾으려고 한다. 이렇게 외부의 원인을 찾아다니며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쓰지만, 정작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원인에 귀를 기울여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화장품에 대한 헛된 기대와 잘못된 화장품 소비문화, 화장품 회사들의 온갖 거짓말과 비대해진 미용산업의 핵심에는 바로 이것이 있다. 즉, 어느 누구도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미의 본질은 건강이다. 피부를 좋게 만들어준다는 화장품에 수백 만 원을 쓰면서도 피부에 해가 될 것이 뻔한 각종 인스턴트식품과 기호식품들을 먹는다. 피부가 좋아지는 방법은 바로 당신에게 있다. 그것은 화장품도 아니고 피부과 시술도 아니고 고가의 마사지나 영양제도 아니다. 아름다워지는 열쇠는 바로 당신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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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한 유럽의 속살
원종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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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는 내용의 대부분이 유럽사와 관련되어 있긴 하지만 역사의 나열이나 사건의 세부적인 사안이 아닌, 인류가 성취하고자 하는 근대성과 관련된 내용이 주된 테마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역사서라 말할 수는 없다. 저자는 그것을 향해 나아가던 우리의 노력과 시행착오, 좌절, 성취,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집단과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주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이나 인물에 대한 느낌과 해석을 중요시한다. 저자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일은 이미 많은 사람이 하고 있거니와, 지적 흥미와 감성적인 공감, 인간에 대한 통찰을 끌어낼 수 잇는 내용들만 저자에게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역사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이야기들의 종합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유럽사와 유럽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과 같은데, 그 이유는 유럽의 역사는 단지 유럽만의 역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그들이 창출한 물질적, 정신적 성과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 사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만들어낸 기술과 사상, 종교, 철학, 그리고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이 보편적 인간성의 이름 아래에 수렴되고 행사될 때, 그제야 비로소 우리의 근대는 완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이름이 아닌 모든 다른 것은 그저 환상이고 껍데기라는 사실, 우리가 얻어내야 할 역사의 교훈은 단지 그 하나뿐이고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금지곡과 검열에서 드러나던 문화적 폐쇄성과 무지, 정치적 탄압과 독재에서 비롯된 자유의 제한, 새롭고 창조적인 것에 대한 방어적인 보수성, 개인의 주체성에 대한 불편함과 억압. 이것들이 통틀어 전근대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이후 자연스럽게 이런사회의 전근대성 문제는 내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20대 중반 문화평론가로 데뷔하고 서른 살 즈음부터 <딴지일보>에 글을 쓰면서 관심은 더 깊어져 갔다. 그리고 전근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대정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상적, 제도적 바탕이 만들어진 유럽과 서구 문명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가운데 캐나다에서 2년, 영국에서 4년의 뒤늦은 유학 생활을 하게 되고, 유럽인의 사고방식과 삶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명에 대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모든 경험과 기존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합쳐져 딴지관광청(지금의 노매드21)에 70여 차례에 걸친 연재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 책은 5년간의 연재 내용을 추려내 대폭 정비하고 재집필한 결과다."

 

책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는 유럽 문명의 시발점인 로마, 기독교는 로마를 어떻게 무너뜨렸는가, 게르만족의 등장과 중세 문명의 후퇴, 타락과 광기의 중세인 십자군과 마녀사냥, 르네상스의 도래와 인본주의의 성립, 근대와 인류의 진화, 최초의 근대적인 혁명인 프랑스 혁명, 마지막 정복영웅 나폴레옹, 권력을 앞세운 제국주의와 인간정신을 앞세운 사회주의, 일본과 독일의 망상이라는 10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었던 유럽 역사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의 챕터가 끝날때마다 저자가 영국이나 캐나다 등의 외국에서 생활한 외국인들의 실제 모습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과 지양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점에서 유럽이라는 선진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문명의 두 뿌리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고 일컫는데, 전자는 그리스 문명, 후자는 유대 전통과 기독교를 뜻한다. 그리고 이 두 사상적 기둥을 내부에서 통합, 부흥시키고 유럽 대부분 지역에 퍼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로마제국이다. 즉 로마가 없었다면 지금의 유럽 문명은 존재할 수 없었다. 로마에 의해 종교, 정치, 문화, 철학, 예술 등 자양분을 공급받은 유럽은 중세와 르네상스, 근대와 산업혁명,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유럽인의 장점 가운데 합리적, 관용적, 개방적, 실용적인 면은 로마인의 전통적인 장점이기도 하다.

 

로마를 이어받은 게르만게 왕조들이 로마에 이어 기독교 세계를 이끌면서 중세의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전반적으로 이 시기의 유럽 문명 전체가 이전의 그리스, 로마시대보다 오히려 야만적인 상태로 회귀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문명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저절로 발전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한다. 이때의 문명이라는 말 속에는 철학이나 신학 등 인간의 사고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정치체계, 법률과 제도, 과학기술 등 전반적인 모든 것이 포함된다. 저자는 역사는 발전해온 시기보다 정체된 시기가 더 많았던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급속한 단절과 퇴보를 경험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한다. 문명 차원에서 '발전'이라는 말을 쓰려면 인간의 존재 양식이 총체적인 의미에서 향상되어야 한다. 전구의 발명은 기술을 통해 어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문명적 차원의 개가지만, 이어진 형광등의 발명은 기술적 발전의 의미는 있어도 같은 무게로 평가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적 부의 획득 같은 비기술적인 사항의 경우도 그것이 일부 계급에만 편중될 떄는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불안의 요인이 되며 해당 문명의 붕괴를 촉진할 수도 있다. 인간의 삶이 행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계속 넓혀주는 물질과 정신적 풍요의 원활하고도 균형 있는 공급은 문명 발전의 중요한 척도다. 로마에서 중세 유럽으로의 전이는 서로마제국의 멸망과 더불어 오랜 세월 쌓아올린 그레코로만의 인본주의적 가치도 함께 사라졌다. 중세는 그리스와 로마의 1,000년에 걸친 관용과 다원주의 전통을 일신교의 도그마로 무너뜨린 억압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하에 출발하는 중세의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독교의 문화적 정치적 힘 강화, 둘째 게르만족의 발흥과 문명 중심의 북상, 셋째 사회 문화 예술에서의 폐쇄성과 정체, 넷째 그리스 자연 철학과 기독교 신학의 결합, 다섯째 봉건제도의 시행이 그것이다.

 

십자군과 마녀사냥의 배경에는 선과 악의 이분법이라는 유럽, 서양, 백인 문명 특유의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나누어진 '선악의 대립물로서의 세상'의 관념은 중세 유럽의 주요한 정신적인 특징인데 이 관념이야말로 동서양의 전통적 정신세게를 구분하는 핵심적인 차이점이기도하다.

 

"동양사상에는 선과 악이 극단적이고 이원적인 개념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순자의 철학적 배경으로 일컬어지는 성악설에서의 악도 '성나는 대로 행동하고 예의를 어기는 것'으로 서양의 악과는 거리가 멀다. 중세는 물론 현재까지도 서양의 악 개념 속에는 그 바탕에 신과 대립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사탄이나 악마가 상정된다는 점에서 행동윤리에 가까운 동양철학의 선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직 백인 문명에서는 십자군이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군대의 이미지로 남아 있고, 그 이미지가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퍼져 있다는 점은 놀랍다. 이런 십자군에 대한 환상은 사실관계로도 잘못된 것이지만 기독교 유럽 외에는 아무런 전통적 은원관계도 없는 이슬람 세계를 마치 악의 화신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십자군 원정 이전의 이슬람은 학문과 종교적 관용의 측면에서 중세 유럽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이슬람을 자극해 배타적인 태도로 바꾸어간 것은 타협과 관용을 모르던 중세 유럽의 잔인함과 무지였다. 지금의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등 이슬람 세계의 일부에서 드러나는 공격 성향의 상당 부분은 오만과 광기로 일관했던 유럽의 백인 문명에 원인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지 900년 전 비극적인 역사의 한 장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십자군으로 상징되는, 타 문명에 대한 서구인의 뿌리 깊은 몰이해, 특히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백인 사회의 중세적 무지와 편견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세계의 평화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9.11 테러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탈레반과 빈 라덴에 대한 보복을 언급하며 성전, 십자군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가 이슬람 국가들의 ㅎ아의를 받고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미국의 보복상대가 전체 이슬람 세계와 그 국민이 아닐진대 이런 표현은 통탄할 정도로 몰상식한 것이었다. 이 발언이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였다면 최강국 미국을 통치하는 인물의 암담한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고, 미국인과 기독교 사회를 흥분시키기 위해 계산된 것이었다면 900년 전 교황에 의해 자행된 술책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르네상스를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문예 부흥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관점이다. 르네상스는 문학과 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영역은 물론 사회 전체에 걸쳐 벌어졌던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결국 중세와 근대의 디딤돌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르네상스의 주요 주제 가운에 하나는 바로 고대로의 복귀였다. 우리는 은연중에 역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균등하게 발전해간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수시로 일어나는 역사의 정체나 퇴보가 가진 세계사에서의 의미는 의외로 쉽게 간과되곤 한다. 그리스,로마와 중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가 인간 중심주의임에 반해 후자는 신 중심주의라는 점이다. 르네상스가 근대를 향한 기지개라고 봤는 때, 근대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근대의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다양한 어휘로 설명, 정의할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기독교 도그마의 붕괴와 인본주의의 성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과 계몽주의 및 초기 사회과학자, 프랑스 혁명 등을 통해 발전, 전파된 근대사상은 사회를 억압적으로 지배하던 기독교의 독단적 가치관을 비판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고, 이어 이를 인본주의, 자유, 평등, 박애 등의 개념으로 치환하는 데 핵심이 있었다. 어떤 종교적인 가치도 인간의 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으며 개인의 기본권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근대는 시간적인 개념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상적,문명적인 개념이며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간적인 개념으로서의 근대조차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자유와 평등과 박애가 넘쳐흐르는 세상에 살고 있는가? 제3세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선진국에서들에서조차도 이 원칙의 구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침략과 살육, 증오와 범죄, 몰이해와 폭력이 곳곳에서 난무하고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뉴스는 우리 자신의 피로 얼룩져 있다.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기본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평등의 구현은 그저 꿈같은 소리일 뿐이다. 박애나 사랑은 직계가족의 울타리만 넘어서도 효력이 없다. 비록 프랑스 혁명 이후 지금까지 많은 성취를 해왔지만 이 몇백 년 묵은 강력들이 현실적인 수준에서 달성되지 않는 한 근대는 결코 지나간 옜날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근대는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끝내버린 숙제 같은 것인데, 이 숙제는 근대를 통해 최초로 생겨난 모종의 자각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근대는 생물학적인 인간이 출현한 지 수백만 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고자 한 시대였다. 근대의 출현을 통한 인류 문명의 변화는 실로 극적이고도 근본적인 것이어서 진보 같은 단어로도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문명적 진화'라는 느슨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자신감과 거대한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자신을 통해 전 유럽이 갈등과 반목을 딛고 통합되어 혁명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근대제국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신념, 그리고 당면한 현실에서 열악한 하층민의 삶을 해결하고 유럽을 시민사회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독재가 필연적이라고 믿은 것, 이것이야말로 나폴레옹이 직면했던 내적 모순에 대처하는, 아니 오히려 최대한 활용하는 극단의 이상주의자이자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나폴레옹의 사고구조였다. 그러나 이런 개인의 비전과 능력을 통해 세계를 변혁시킨다는 발상은 스스로에게 초인의 지위를 부여하는 위험한 것이다. 나폴레옹은 이상과 현실 양쪽의 의미에서 최대의 영웅을 꿈꾸는 슈퍼맨과 같은 초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배경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20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지만, 적어도 이후 70년 가까이 인류는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을 다시 겪지 않고 있다. 그것이 초래할 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상이 이전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되었는가'하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미국와 영국 등에 의해 건국된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은 피해자였던 자신의 처지를 잊고 그 지역의 원주민인 팔레스타인을 박해하며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오래전 십자군 원정 때부터 쌓아온 유럽계 백인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분노는 이스라엘을 적극 비호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란 등 무슬림 국가를 압박하는 미국을 향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불타는 중이다. 광신에 의한 테러가 자행되고 보복이라는 명문하에 더 큰 테러가 이어지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많은 사람이 질병과 배고픔에 고통받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노력은 미약하기만 하다. 인종주의와 증오의 참상을 겪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유럽에서마저 다문화주의, 관용주의 정책이 힘을 잃으면서 극우세력이 다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고, 미국의 금융가들은 범죄에 가까운 금융기법을 동원해 막대한 부를 끌어모으다가 국제경제에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인류는 여전히 탐욕과 증오, 광신의 포로로 살고 있다. 새로운 맹신이 과거의 맹신을 대체하고 새로운 미음이 예전의 미움을 대신하며, 소유에 대한 욕망은 무한대로 확장되어 타인의 땀과 피를 요구하고 있다. 중세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근대의 이상도 달성되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현대 유럽이야기 중에서 인종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인종주의에 대한 사고방식이 개인을 그가 속한 사회나 집단이 아닌 개인의 자질과 특성으로 이해하려는 현대의 인간관에 비추어보았을 때 공정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다. 민족 집단마다 공통된 성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부정적인 의미에서 일반화하여 각 개인을 그 범주 내에 일괄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분명한 전근대적 오류이다. 따라서 우리도 착취당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그저 불쌍하고 처량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외국에 대해 우리의 인권을 주장하듯 그들의 생존권도 떳떳한 기본 권리로 인식하고 같이 지켜 나간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돕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문명화된 사회의 구성원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강조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알고 지내는 외국인이 뒤에서 나를 욕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진 않지만 이것은 단지 개인적인 차원, 사람 사이의 문제일 분이다. 하지만 이때 "한국 놈들은"이라고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유는 이제 개인을 향한 비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욕하는 '한국 놈'의 범주 속에는 우리의 부모와 조상을 포함한 가족 전부, 친구 대부분이 속해 있다. 그리고 지금껏 일구어온 힘든 삶의 역사와 문화 모두가 포함되기에 우리 문명 전체에 대한 모독이 된다. 또 다는 문제는 그런 말이 나오는 순간 이것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개인에 대한 타당한 비판이라면 반성과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도 있지만, "한국 놈들은"이라면 우리의 단점은 이미 핏속에 고정되어 있고 고칠 수도 개선할 수고 없는 숙명적인 문제가 된다. 특성한 개인의 특수한 사계라 그가 속하는 인종,민족 전체로 확대되어 일반화하고 그에 따른 편견이 고착되어버리는 것이다."

 

유럽은 현대 문명의 발상지이며, 많은 내외의 경험을 가진 오래된 문명이고 포용력이 있는 문명이자 이상과 현실이 차분하게 공존하는 문명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럽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도 많이 존재한다. 유럽은 오래된 세계이지만 현대 문명의 발상지답게 새로운 면모로 다시 한번 인류 문명을 이끌어나가려 한다면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통합을 바탕으로 한 경제 및 정치력의 회복, 국제적 세력 판도의 재편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풍부한 문화와 전통, 경험을 토대로 한 새로운 정신적 가치체계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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