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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김재진 지음 / 시와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싯구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의 김재진 시인의 시는 '치유와 위안'이다.
나의 치유는
너다.
달이 구름을 빠져나가듯
나는 네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는 내게 그 모든 것이다.
모든 치유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는
그 모두였고
내가 꿈꾸지 못한 너는 나의
하나뿐인 치유다. -김재진, <치유>-
'나는 네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는 내게 그 모든 것'이라는 문장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문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이런 거겠지...
'나'로 가득차 있던 마음의 방을 비우고 그곳에 '너'의 자리를 만드는 거...
비우려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안 돼...
나를 지키기 위해 꼭꼭 닫아 걸었던 그 문을...
문이 열리면, 미처 '너'가 당도하기도 전에 세찬 비바람이 먼저 들이닥치지...
그래도 괜찮겠니...?
아파도 괜찮겠니...?
그래도 괜찮다면, 진짜 사랑인 거야.
시인은 바로 이 순간을 말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서, 아픈 것이고...
'그 사람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라서, 힘겨운 것이며....
또한 '그 사람의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이라서, 두려운 것이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아프고 힘겹고 두려워도 괜찮다고...
사랑으로 아픈 이 순간, 괜찮다고...
그리고...
이어서, 또 다시 내 눈길이 오래도록 머문 시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가장 많이 닮았어.
-<그 산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사랑하지 않기 위해 사랑을 감추고
마음 아프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감추고
더 이상 감출 것 없는 생의 끝에서
끊어진 울음 따라 마음 누르는
네가 숨 가쁜 탄식이라면
오래된 탄식이 만날 침묵이라면
내가 바친 기도는 메마른 숲.
아무것도 더 해볼 수 없어 울음 누를 때
늦도록 꽃 못 피운 산이라네.
-<슬픔의 나이>-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해서
우주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내가 네게로부터 멀어진다 해서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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