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NFF (New Face of Fiction)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 이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류드밀라 페트루셉스카야,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작가 이름도 책 제목도 내용도 참 독특하다.

사실 우리에겐 매우 낯선 이름이지만 러시아를 대표하는 칠순이 넘은 여류작가란다. 특히, 그녀의 작품은 어둠고 비참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는 이유로 외면받다가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야 러시아의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작가의 한명으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총 스물한편의 단편들이 하나같이 미완의 작품처럼 읽혀졌던 이유가...

너무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묘사하면 검열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전설이나 옛이야기 하듯.... 어느 시절 어느 곳에서나 일어났을 법한,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처럼 힘을 한껏 뺀 것일까...

 

페트루셉스캬야의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산다. 그저 그런 운명을 타고났을 수도 있고 시대를 잘못 만났을 수도 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하루하루는 늘 힘들고 고통스럽다.

 

어떤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딸을 불의의 사고로 눈앞에서 떠나보내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고통에 몸부림친다. 어떤 주인공은 사랑하는 이를 따로 두고 재미없고 구질구질하기만 한 가정이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

 

한편 이 주인공의 아내는 한 번도 자신을 봐주지 않는 남편만을 바라보며 해바라기처럼 살아간다. 치료약은 고사하고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도는 도시가 배경인 이야기도 있다. 이 도시의 주민들은 외부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채 고립되어 오로지 살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는 상태가 된다.

 

뭔지 모를 위험을 피해 도시의 안락하고 윤택한 삶을 스스로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오지 중의 오지를 찾아 숨어드는 가족도 있다. 이 가족이 찾아든 시골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노파들이 있다.

 

아이를 유산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업둥이를 제자식처럼 잘 키워보려는 엄마도 있고 사랑을 잃고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잃은 여자들도 있다. 법마저 포기한 극악무도한 강도들로 하루하루 숨죽인 채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도 있다. 하나 뿐인 딸을 잃은 아버지도 있고 하나 뿐인 아들을 잃은 어머니도 있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만 들어도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는가.

 

-류드밀라 페트루셉스카야,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옮긴이의 말 中-

 

이렇게 단순화시켜 이야기의 큰 틀만 살펴보니,

그 어떤 곳에서 그 누군가에게 일어났었고...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며...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그런 이야기들이지 않은가.  

이유야 제각각이요 원인이야 분명 있겠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세상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도 피할래야 피할수도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며, 나와 당신 또한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점 한가지 뿐이다.

 

재미있는 책이라곤 말 못하겠다....

훌륭한 책이란  말도 못하겠다...

다만,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는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볼때, 이 책은 충분히 의미심장하다.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