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밥 없이 반찬만 먹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빵 없이 잼만 먹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반찬은 밥없이 먹을 수 없고,

빵 없이 먹는 잼은 허기를 채워주지 못한다. 

 

밥과 빵은 그 자체로는 별맛은 없지만 도움이 된다.

장편보다 별 재미는 없지만 단편이 때론 위로가 되어주듯이,,,  

 

 

 

 

레이먼드 카버는 알콜중독에 시달리다가 막 중년을 벗어나려는 순간 폐암으로 생을 마감한 미국의 단편소설작가다. <대성당>은 그의 세번째 단편 모음집으로 <대성당>을 포함하여 열 두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파산한 후 거처를 마련하려고 찾아온 일가족...

가출한 아내를 대신하여 어린 남매를 돌보다가 고열에 시달리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

십년 넘게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아들을 만나러가는 도중, 내려야할 역에서 내리지 않은 남자...

약속시간에 생일 케익을 찾아가지 않는 고객에게 밤낮으로 전화를 걸어대는 빵집 주인...

 

여기에는 특별함이라고는 조금도 묻어 있지 않다. 시선을 끌만한 구석은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그런 사람들에 그렇고 그런 일상들이 뭐가 중요하다고 이렇게 시시콜콜 써내려간 것일까?

 

이제 막 마지막 책장을 넘긴 나에게 열 두편이나 되는 그의 작품들이 남긴 이미지는 딱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시다시피,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들과 이야기들은 마음먹고 찾아보면 우리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내가 좋아하는 단편들을 일일이 꿰고 있다.

이건 바꿔말하면 그만큼 그 수가 한정되어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단편에 감동받은 경우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적다는 뜻이다.

 

간혹, 유명한 문학작품상 수상작품집들을 읽다보면 슬그머니 짜증이 나곤 한다. 개인적 일상과 감상의 어느 한 찰나를 포착하여, 그것만 질리도록 물고늘어지는 것에 공감하지 못한 탓이다.

 

단편소설을 통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너무 현실을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잊고 싶은 현실...

피하고 싶은 현실...

멀어지고픈 현실....

 

그런 현실 속으로 자꾸만 끌어당겨지는 것에서 오는 거부감과 불편함...

 

이런 것이다.

단편을 읽는다는 건,,,

 

눈물도 웃음도 그 어떤 것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단편은 쓰지도 달지도 않은 밋밋한 쌀밥이나 식빵과 같다. 쌀밥은 다른 반찬과 함께 먹어야 한다. 반찬이 없으면 간장에라도 비벼먹어야 한다. 식빵 역시 그냥 먹으면 별 맛 없다. 딸기잼이든 땅콩잼이든 뭔가와 함께 곁들어 먹어야 한다. 더불어 우유와 같은 마실 것도 함께...

 

그래서 슬픈 현실을 잊고자 하는 이들에게 단편은 결코 탁월한 선택이 되지 못한다. 현실이 잊혀지기는 커녕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현실마저 일깨우는게 단편이라는 것이니까...

 

그러므로, 단편은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꼭 집어 표현할 순 없지만, 최소한 장편보다는 어렵다.

그래서 단편을 장편보다 더 좋아한다면,

아직 인생을 몰라도 한참이나 모르거나 아니면 삶(현실)을 관조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타인의 삶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거나 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별거 아니지만, 정말 도움이 되는 작품집이다.

 

 

 

 

+)

 

 

이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역자 때문이었다.


그의 문장에 기대어 힘겹게 숨쉬던 청춘의 그 시절... 

별 것 아닌 것같지만, 정말 도움이 되었던 청춘의 문장들...

그립구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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