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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7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두 말 하면 잔소리일 만큼 유명한 작가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20세기 초중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특히,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라는 작품은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이렇게나 유명한 작품이건만 난 재밌게 읽지 못했다.
하루키의 작품 역시 나와는 잘 맞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가....
특히, 남들이 극찬하는 그 '문체'가 나는 불편했다.
뭐랄까...
책을 읽으면서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다른 쪽으로 생각이 분산되었다.
스토리 역시 다소 비현실적이다.
억만장자의 방탕한 딸이 나오는가 하면,
그녀와 결혼한 그것도 두번씩이나 결혼한 상이용사가 사건을 주도(?)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부부의 삶 또한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린 웨이드는 실비아 레녹스를 왜 죽였을까?
테리 레녹스는 왜 자신이 누명을 쓰고 범인 행세를 자청했을까?
아이린 웨이드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아이린의 자살 뒤 그의 모습은 너무도 홀가분에 보인다.
테리 레녹스의 위장 자살도 로저 웨이드의 자살 소동과 실종 사건도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고, 웨이드 부부의 집사(혹은 하인)인 캔디의 역할
또한 불분명해서 혼선을 자아낸다.
1950년대에 쓰여졌음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라하겠다. 하기사, 20세기 최고의 영미소설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역시 읽고나서 무척이나 실망을
했더랬다. 도대체 뭐가 위대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특히, 등장인물들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비춰졌다.
'왜 그럴까? '
그 당시에는 소설의 주독자층이 상류층으로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중하류층 독자들의 꿈과 환상을 자극시키고 대리만족감을
전해주려는 '의도'였을까...?
암튼,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중반에 널리 알려진 특히 미국 작가들의 작품은 뭔가 비현실적이고 주제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문체 마저도 낯설다.
전형적인 사립탐정의 모습을 새롭게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필립 말로우' 역시 나에게는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부와 미모를 겸비한 젊은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 사랑에 목 매달아하지 않는 말로우...
돈과 권력 앞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멋있기보다는 불편했다.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필립 말로우는 작가 더 나아가 모든
남성들의 욕망을 투영시켜 만들어낸 인물에 불과하다. 이런 남성상이 당시에는 각광받았을지 모르겠으나 요즘에는 거칠고 건방지고 자기세계에 빠져 사는
현실감각 전무한 문제 인간으로 치부되기 십상일 것 같다.
추리소설의 주독자층은 남성보다는 여성이라고 하던데 왠지 이 작품과 작가만큼은 남성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아무튼,
이 작품, 남들은 좋다고하는데 난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