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과 석유
송재욱 지음 / 애플트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2010년이던가...

아무튼 몇 년전 중동지역에는 민주화 열풍이 거샜더랬다. 그 시작은 튀니지의 젊은 대졸 노점상의 분신이었다.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의 독재자들이 줄줄이 물러나거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다.

 

중동...

지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멀고 먼 나라다. 이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를 듣고자 선택한 책이 바로 <자스민과 석유>이다. 비교적 최근에 나왔고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책이었다.

 

'중동의 경제: 석유와 복지의 넥서스'라는 부제를 단 1부에선 중동 국가의 경제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20세기초까지 대부분 유럽 열강의 식민지였던 이 지역 국가들은 독립하여 나라가 세워지는 초기 과정에서 석유 자원이 개발되면서 소위 '지대경제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지대경제구조'란 토지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것처럼 노동이나 생산없이 석유를 팔아 나온 돈으로 운영되는 경제구조를 말한다.

 

석유매장량이 많고 인구규모가 적은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산유부국들은 '오일머니'로 세금 없이 정부가 운영되고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면서 정권을 유지하는 한편, 석유자원이 비약하고 인구가 많아 비교적 가난한 이웃 중동국가들을 경제적으로 원조한다. 주로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이들 비산유국들은 외부의 경제 원조에 의지하면서 쿠데타 등으로 집권한 사람들이 군사력을 이용하여 장기독재 체제를 구축했는데, 리비아의 카다피 등이 대표적이다.

 

 

2부는 '아랍의 봄' 즉 '자스민 혁명'으로 명명되는 중동의 민주화 열풍이 일어난 원인과 과정 그리고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혼란한 상태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국가가 나서서 부자에게 고율을 세금을 부과하고 그 돈으로 저소득층의 생활기반을 튼실하게 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부의 재분배라는 '경제 민주화' 논리를 적용해 시장의 고유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는 시장의 재편과 일자리 창출 과제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풀어내라고 숙제를 던져 준 것이다. 반면 아랍의 시민들은 자본과 자원을 독점하고 경제를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가 보다 생산적인 시장에 자리를 양보하라는 주문을 내어놓고 있다.

 

-송재욱, <자스민과 석유> p117 中-

 

정부의 역할을 자유방임으로 한정할 것이냐? 아니면 적극적인 개입과 조정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다. 자유방임의 경우 시장에게 주도권이 넘어가 '무한경쟁'을 야기시키고 '부의 재분배'라는 국가 본연의 임무는 소홀히 하면서 이로써 작아진 국가의 존재 이유를 치안에 두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범죄예방과 치안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사회가 될 개연성이 커진다. 반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관리하면서 시장의 역할을 자처한다면 과거 계획경제 사회주의나 중동 산유국의 전철을 밟게 된다.

 

 

3부는 아랍 국가들의 왜곡된 경제구조와 이로 인한 문제점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중동의 석유 중심 경제구조는 제조업등의 발전을 정체시켜 결국 청년실업문제 및 국제유가와 식량 생산량에 따라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허약한 경제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1970년대 석유 국유화 조치이후 아랍의 독재국가들은 석유수출을 통해 번 돈으로 과도한 복지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권력을 지탱해왔다. 국가가 독점하는 공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빵과 주택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려 온 것이다. 하지만 청년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낡은 산업구조가 개선되지 않아 실업률이 증가했고 불안정한 국제유가가 바닥을 칠 때마다 서민복지에 쏟아 붓는 돈이 고갈되었다.

 

-송재욱, <자스민과 석유> p186 中-

 

 

4부에서는 중동의 복잡다단한 현대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어딘지 모르게 우리와 닮은 구석이 엿보였다. 제국열강의 식민지였으며, 독립 후에도 유럽과 미국 등 열강세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등등...

 

특히, 석유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중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석유 자원의 중요성을 모르던 시절에는 동서양 간의 중개무역 등으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한때 화려한 문명을 꽃피우던 지역이 오히려 석유로 인해 국민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정책에 의지해 살아가면서 그 대신 정부의 부패와 장기 독재를 용인하는 비극을 초래했으니 말이다.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유럽을 중심으로 한 열강들은 팔레스타인 문제 처리에 부심했다. 1947년 UN이 제시한 팔레스타인 분할안은 영국의 위임통치가 끝나면 아랍과 유태인 국가의 분할과 예루살렘을 국제도시화하는 '두 국가 체제'를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아랍국가들의 거부로 무산되고 결국 1948년 5월14일 위임통치가 사실상 종료되자 유태인들은 독립국가인 이스라엘을 선포하였고 다음날인 5월15일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연합군이 팔레스타인으로 진주하면서 제1차 중동전이 발발한다. (...)

1957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했고 이에 맞서 이스라엘이 시나이 반도를 공격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공군기지를 공격하면서 제2차 중동전이 발발한다. 제2차 중동전은 오스만 제국이 붕괴한 후 이 지역을 대표하던 영국과 프랑스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미국과 소련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냉전체제가 중동지역에 확립하는 계기가 된다. (...)

1967년 제3차 중동전으로 이스라엘은 시리아로부터 요충지인 골란고원을, 요르단으로부터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이집트로부터는 시나이반도를 획득하게 된다. (...)

제4차 중동전쟁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한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세계적인 오일파동을 불러왔다.

 

-송재욱, <자스민과 석유> p165~170 中 요약함-

 

전반적으로 중동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신문 기사 등을 자료로 활용해서 그런진 몰라도 통계자료 등을 직접 인용한 부분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미국적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동측 자료나 입장은 누락(?)된 채, 미국의 언론매체에 실린 자료만 참고/인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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