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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ㅣ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기이하고 낯설다.
마치
하루키 소설과 같은 느낌이랄까...
참고로,
나는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려고 무지막지 노력했건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니까...
나에게
하루키 풍의 소설이란 남들은 좋다고 난리인데 나에겐 그저 그런 작품을 의미한다.
이장욱의
이 소설 역시 나에겐 하루키 풍의 소설에 속하는 셈이다.
웬지
나만 속은 것 같고... 웬지 나만 작품 속에서 뭔가를 놓친게 아닐까... 싶어, 웬지 자꾸만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그런, 괘씸한
작품이다.
이장욱이라는 이름은 책소개 블로그를 통해서 최근에 알았다.
블러거들의 급칭찬에 급영업을 당했다고나 할까...
이야기
구조는 아주 마음에 든다.
A라는
친구의 급작스런 사망소식에 김, 정, 최, 염이라는 네명의 절친이 문상을 가면서 제각각 A를 회상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반전과 역설 그리고 물론 패러디까지 담겨 있다.
주제목격인 <천국보다 낯선>을 비롯해서 13개의 소제목 역시 모두 영화 제목을
차용했다. 내가 본 영화는 단 한편도 없었다. 그나마 <천국보다 낯선>이라는 오래된 영화 제목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고, 나머지는
하나같이 어렵고 난해한 영화들이다. 일반 독자들보다는 평론가들이 좋아할 법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영화제목만을 따온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와 장면은 물론이고 분위기와 영화 자체가 주는 느낌까지 효과적으로 차용한 듯
싶다. 결론은 이 열 네편의 영화들을 다 섭렵한 다음에야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A는
모든 친구들의 뮤즈가 아닌가 싶다.
경영대를
나와 금융권에 입사한, 김이 가장 먼저 A의 연인이 되었다.
예민한
최 역시 A를 남몰래 좋아했지만 고백 한번 하지 못한 채, A가 김의 연인이 된 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제일 마지막까지 학교에
남아있다가 결국 대학교 강사가 된다.
한편,
염은 대책없는 망난이로 나온다. 학교 생활 엉망으로 하고 어찌어찌하여 졸업은 했지만 뭐 하나 잘 풀리지 않는 인생 중 하나다. 친구의 문상가는
길에도 약속을 어겨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간다. 그도 A를 짝사랑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A와 가장 거리감이
있기에ㅡ혹은 사심이 없었기에ㅡ 그는 앞으로도 혼자서 잘 살아갈 것이다.
문제는
정이다.
정은
A와 가장 가까운 친구다. 그리고 A와 헤어진 김과 결혼한다. 정이 직접 밝힌 김과의 결혼 이유는 김이 속한 세계의 공기때문이었다. 그가 속한
세계의 공기는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지 않는 세계, 불안이나 비관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해 의아해하는 세계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게 된다. 정이 김과 결혼한 진짜 이유는 바로 A 때문이라는 걸...
아, 여기까지 줄거리를 대충 끄적이고나니 머리속을 휘젓고 다니던 것들이 한줄로
정리되는구나...
그러니까, A란 존재하는 실존인물이 아니라 각 주인공들이 상상하고 마음 속에 담아뒀던 그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다.
꿈꿔왔던 삶의 이상일수도 있고...
추구해오던 삶의 본질일수도 있고...
아니면,
영원히
알 수 없는 '세상의 끝'일지도 모른다.
연애소설인 줄 알았더니, 성장소설이고...
추리소설인 줄 알았더니, 순수소설이며...
한편의
소설인줄 알았더니, 여러편의 영화이고...
여러편의 영화인줄 알았더니, 한편의 영화로구나....
아니, 한편의 영화같은 소설이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