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껏해야 십여년 전의 가까운 '과거'일 뿐인데 말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tv와 독서 혹은 신문 및 잡지 등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매개체였다. 그리고 간혹 흥미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어 추가로 알고 싶은 내용이나 궁금증이 생겨도 상황과 조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가슴에 담아둬야 했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즉시 궁금증이나 추가로 알고 싶은 내용 등을 접할 수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와 유용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막연했던 궁금증은 명확해졌으며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문제해결 능력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다보니 우리 삶 속에서 체험과 경험을 통한 내적인 성장은 더 멀어진 것 같다. 궁금증과 지적인 욕구를 너무나도 손쉽게 해결하다보니 오히려 호기심은 사라지고 생각하는 힘과 문제 해결 능력은 갈수록 결여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면서도 이게 '과연 스마트한 삶일까?'라는 질문을 불연듯 던지게 된다.

외식을 할때도... 쇼핑을 할때도... 여행을 갈때도...

우선 인터넷으로 소위 '정보'라는 걸 먼저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정보'가 알려준대로 '그곳'을 찾아가서 '정보'가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한다.  맞으면 기뻐하고, 다르면 화를 내면서 말이다.

 

소위, 낯섦을 통한 배움이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성장이란 접해보지 못했던 사물과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과 지혜를 총동원하여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즉, 기존의 지식과 지혜가 맞는지를 재확인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뛰어넘어 더 큰 질서와 더 넓은 세계와 마주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는 언뜻 보면 유용한 것 같지만, 새로움(낯섦)과 마주했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체험의 기회와 성장의 계기를 우리로부터 앗아간다. 우리가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에 집착하고 의지한다는 건, 바꿔 말하면 '낯섦에 대한 거부요, 새로움으로부터의 도피'라 하겠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기를 멈춘 채 인터넷의 정보를 확인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를 '스마트한 삶'이라고 착각한다.

 

'인터넷 보고 찾아갔는데 맛은 별로.'라던지...

'인터넷으로 본 모습과 실제 모습이 똑같네.'라던지...

'인터넷에서는 이러저러 하더니 실제는 저러이러할 뿐.'이라던지...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우리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나 수많은 시행착오을 거치면서 마침내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도전과 실패를 통한 성장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패와 거듭된 도전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배워나가는 것 대신 타인의 지식과 지혜(인터넷의 정보)에 무임승차하여 단 한번의 선택과 시도가 곧장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심지어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리석고 비문명적인 인간으로 치부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인간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 인간 관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뢰의 부재'라고 하겠다. 신뢰란 서로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때에만 가능하며 이런 관계는 함께 한 시간과 경험의 깊이와 두께로 결정된다.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서로 천천히 이해하고 알아갈 때에만 생기는 것이 믿음이다.

 

그런데 요즘은 SNS등으로 소통은 활발해졌으나 인간 관계는 빈약해졌다.

접속이 쉽고 빠른 만큼 관계 단절 또한 간편해졌다. 해고도 이별도 문자로 한다. 이를 두고 서로 어색하게 얼굴 맞대지 않아서 좋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렇게 인간관계가 편리함(?)만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말그대로 인관관계 또한 소비하는 극단적인 소비사회를 맞이하게 될 뿐이다. 아니, 이미 이런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하리라.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설네크워크)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심지어 생중계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세상이니 말이다.

 

현대인이 이렇게 SNS에 사생활을 공개하는 건, 그만큼 외롭다는 방증이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지만 1:1 대면접촉은 낯설고 불안하다. 일단 나와 다른 사람은 두렵고 무섭다. 어느 순간, 타인은 나와 또다른 세상을 연결해주는 매신저가 아니라 나의 세계를 침범해 들어온 이질적인 존재가 되었다. 인간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가 아닌 '나와 남'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나'에게 있어서 '너'는 나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거울이요 창(窓)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남'이란 나의 세상 너머 존재하는 그러므로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낯선 대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안쓰럽게도 상처받을까 두려운 나머지 나의 세계 밖에 있는 외계인과도 같은 대상과 끝없이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는 너무나도 '스마트'하고 '스피드'하다. 바야흐로 인간관계 또한 인스턴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마디로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접속하지만 관계부재 소통부재의 사회라하겠다. 이를 엄기호라는 학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단속(斷續)사회'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는 동명저서 <단속사회>에서 현대사회를 '같고 비슷한 것에는 끊임없이 접속해 있지만 타인의 고통처럼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것은 철저하게 차단하고 외면하며 개입하려 하지 않는, 소위 자기를 '단속(團束)'하며 타자와의 관계를 차단하고 동일성만 추구하는 단속사회'라고 정의한있다.

 

바야흐로, 우린 모두 단속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과 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현대사회의 '편리함'이야말로 우리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면서 접속과 차단을 수시로 하면서도 또 다른 타인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인간 본연의 심성을 포기한 댓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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