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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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뱀파이어(흡혈귀) 물 중, 고전 중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1897년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순수 창작물이라기보다는 발칸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던 '불사귀(不死鬼)' 전설에 15세기 루마니아에 실존했던 블라드 체페슈라는 영주를 모티프로 한다.

'드라큘'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그는 오스만투르크제국의 공격을 막아낸 용감한 장수였지만 군법이나 법을 어긴 병사와 민간인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벌주었던 것으로도 유명했다.

 

번역자(이세욱)에 따르면, 동유럽 발칸 지역은 서유럽에 비해 기독교의 수용이 수백년이나 뒤늦게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단다. 그래서 동유럽 사람들 특히 슬라브인들이 조상 대대로 믿어왔던 토속 민간 신앙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기독교가 밀려들어오면서 기존의 전통과 신흥 종교가 충돌하게 되었고, 이런 현상이 가장 심했던 지역이 바로 작품 속에서 드라큘라 백작의 고향으로 나오는 트란실바니아 지방이었단다.

 

작품은 조너선 하커라는 신참 변호사가 영국에서 저택을 구입한 고객 드라큘라 백작에게 법률 서비스를 하기 위해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 지방에 있는 백작의 성(城)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괴기소설답게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도입부분은 자연스럽게 에드가 앨렌 포의 <어셔가의 몰락>을 떠올리게 만든다. 찾아보니, 역시나 <어셔가의 몰락>이 50여년이나 앞선, 1839년에 발표되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브램 스토커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 중 한명에게 '아서(어셔)'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드라큘라>를 포함하여 17편의 작품 대부분이 공포 추리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스토커가 그만큼 이쪽 방면에 관심이 많았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포의 작품도 애독 내지는 탐독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스토커가 포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야기는 주요 등장인물 여섯 명 중, 조너선 하커와 미나 하커 부부 그리고 정신과 의사인 존 수어드 박사의 일기를 통해 전개된다. 이들은 펜으로 종이에 기록할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엔 새로운 발명품이었을 타자기와 축음기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세 사람의 일기가 번갈아가며 나열되어 있어, 마치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브램 스토커는 '일기(기록)' 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그 당시 영국 신사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자기 절제와 반성(되돌아보기) 그리고 지성의 추구라는 시대적 가치관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진 모르지만 영혼의 안식을 얻지 못한 망자(亡者)가 밤마다 무덤에서 나와, 살아 있는 사람들의 피를 마신다는 발칸 지방의 민간설화가 지금처럼 널리 알려진 뱀파이어 법칙(?)을 형성하게 된 데에는 18세기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영국(서유럽)과 그들이 믿는 기독교의 영향 때문이었다.

 

소위, '뱀파이어 법칙'이란,

일출에서 일몰사이에는 그들은 주로 은신처(관 속)에서 죽은 듯이 휴식을 취하고, 해가 진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며, 신선한 피를 마시기 위해 살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렇다고 해서 흡혈귀들이 아무나 공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처음에는 반드시 사람의 초대를 받아야만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참고로,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얻은 바 있는 <렛미인> 이라는 작품이 이런 흡혈귀들의 습성을 가장 잘 이용한 것 같다. 

 

한편, 일단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은 흡혈귀를 '주인님'으로 모시면서 서서히 흡혈귀로 변해간다. 그리고 (존 수어드 박사의 환자인 동물탐식증에 걸린 렌필드를 드라큘라 백작이 조정했듯이) 일부 사람들은 흡혈귀에 의해 손쉽게 조정된다. 이들은 또한 신출귀몰하고 자연현상이나 짐승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들개나 다른 것들로 변신할 수도 있다. 

 

흡혈귀를 물리칠 수 있는 것으로는 햇빛, 마늘, 십자가, 성체 등등으로 하나같이 기독교의 상징물들이다. 이 점만 보더라도 19세기 후반에 쓰여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을 필두로, 그후 100여년 넘게 재창조(?)된 뱀파이어 작품들이 결국은 '토속 신앙(기타 종교포함)에 대한 기독교의 압도적 승리'라는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주인공들은 역마차와 전차, 기차 및 화물여객선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뿐만 아니라 전화와 전보 그리고 축음기와 타자기 등등 당시 신기술에 의한 발명품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이성과 지성 및 과학적 탐구'로 대표되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의 시대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사이자 변호사인 반 헬싱 선생을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부유하고 정의로우며 영국 신사 숙녀로서 일말의 손색도 없다. 이 점 역시 19세기 후반 영국인이 추구하던 가치관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름이 '믿음의 아버지'라는 뜻인 구약성서의 아브라함인 아브라함 반 헬싱 선생이야말로 선으로 악을 물리칠 수 있다는 신념과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학적 지식과 지성을 갖춘 인물로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인인 퀸시 모리스는 드라큘라 백작을 물리치는 마지막 순간에 죽음으로써 그 당시 미국인은 신대륙을 개척했으며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 최강국으로 세계 질서을 새롭게 만들어가던 영국은 하루가 다르게 경제가 발달하고 사회질서가 재편되고 현대화되어가는 동시에 추리공포문학이 싹트고 발전하는 가장 좋은 터전이 되었다. (이렇게 보면, 샤록 홈즈의 코난 도일과 애거사 크리스티가 모두 영국인이라는 점 역시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렸던 영국인들은 도대체 왜 공포 추리소설에 열광한 걸까?

 

브램 스토커의 <드라큐라> 역시 흡혈귀인 백작이 수 백년 동안 머물던 자신의 안식처를 떠나 영국으로 잠입해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려 동시에 3명의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은 매혹적인 여성인 루시를 첫번째 희생양으로 삼아 새로운 흡혈귀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고자 했다. 비록, 여섯명(이중 한명은 여성이다.)의 용감한 인물들에 의해 계획이 좌절되어 다시 고향 트란실바니아로 돌아가려다가 결국은 최후를 맞이하지만...

이처럼 영국인들은 어째서 나날이 부강해지고 발전하는 자신들의 영토 위에 흡혈귀가 출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걸까?

 

공포문학은 역설적이게도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사회에서 유난히 발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사회의 변화 속도를 당대인들이 따라가지 못함에서 오는 불안감과 과거와 현대 사이의 정신적 간극으로 인해 생겨난 사회 부조리 현상들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인들은 이와 같은 심리적 불안전한 상태를 공포와 추리 소설을 통해 해소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탄생을 단순히 토속 신앙에 대한 기독교의 절대적 승리만으로 해석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품 속에서 드라큘라 백작 뿐만 아니라 백작의 성에 감금되어 있을 때 조너선이 마주쳤던 세 명의 젊은 여성들 또한 수려한 미모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후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흡혈귀들은 성적인 매력이 더 한층 강조된다.

 

영원한 젊음과 어딘지 모르게 남다른 매력과 인간보다 더 강하고 인간적인 흡혈귀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제 '흡혈귀'는 공포를 통해 사회 부조리 현상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부산물이라기보다는 소비 지향적이고 외모 지상주의인 현대사회에서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된 듯 하다.

 

'거울'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떠올랐는데,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처음 도착했을때 조너선은 그 넓은 성 어디에서도 거울을 찾을 후 없어 면도를 하는데 애를 먹는다. 

 

잘 알다시피, 흡혈귀는 거울에 비춰지지 않는다. 이는 흡혈귀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좁은 틈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가 하면 연기처럼 공중 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흡혈귀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허상 즉 인간의 마음 속에 자리한 상상에 불과할 뿐임을 의미한다. 연기나 빛이 거울에 비춰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가 접해왔던 현대 뱀파이어 물들은 하나같이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에 빚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작품을 고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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