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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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낯선 이름이다. 그런데 약력을 보니 1959년생에 이미 <공중그네>로 나오키상까지 수상한 작가였다. 나오키상은 작품성을 중시하는 아쿠타가와상과는 달리 대중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니, 이 작품 역시 당연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장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섯 편의 단편으로 묶어져 있었다. 각각의 작품들은 이라부 이치로라는 신경과 전문의가 주인공들(환자)을 치료하는 내용으로,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로 나오는 이라부 이치로는 우리로 치면 정신과 전문의가 아닐까 싶은데, 신경과로 번역하니 다소 헷갈렸다. 일본에는 뇌신경 구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경과가 없다는 말인지, 아니면 신경과가 아닌 다른 명칭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치만,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식 체제를 꽤 많이 답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그럼, 또 번역 '탓' 인가?)

 

한편, 작품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 재미는,,,?

고민된다. 

나는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재밌다고 생각하는 부류는 결코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선 재밌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는 그만큼 이야기가 단순하고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계도와 훈계를 목적으로 쓰여진 이야기책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글쎄, 내용은,,,?

선단공포증(뾰족한 걸 무서워 하는 일종의 강박증)에 걸린 야쿠차와 공중그네뛰기를 실패하기만 하는 서커스 공연자가 나오는가 하면, 비슷한 작품을 과거에 쓴 적이 없는지 전전긍긍하는 전업작가나 1루 송구를 처리하지 못하는 3루수가 나온다. 다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나름 일가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강박증을 보인다. 원인도 이유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좌절... 좌절... 좌절... 만 하다가 괴짜 의사를 만나 완쾌(?) 된다는 줄거리다.

 

내용이 아무리 긍정적이고 교육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작품에 소위 '문학상'을 안겨 줄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솟구쳤다.

 

독후감도 서평도 쓸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을 접하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아무도 모른다>를 시작으로 화요일엔 <걸어도 걸어도> 그리고 <공기인형>까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아무도 모른다>는 영화가 아닌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읽혀졌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자막이 올라간 순간,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영화 제목이 어째서 '아무도 모른다'인지를...

 

한편, <걸어도 걸어도>는 일본의 어느 가족 이야기다.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얕은 구릉 속에 자리잡은 마을과 좁은 안마당에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화단 등등... 내가 자랐던 그 시절 그 동네를 닮아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조금씩 벌어질 수밖에 없는 가족관계는 마치 걸어도 걸어도 자꾸만 멀어지는 달빛 같다.

역시,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공중그네>를 떠올렸다.

작품 속 주인공들 역시 하나같이 소외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고통과 고민이 주위에 알려질까봐 몹시 두려워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꽁꽁 숨기고 살아간다. 행복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두꺼운 '가면'을 뒤집어 쓴 채, 위로받는 방법도 위로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외로움에 젖어 천천히 죽어간다. 그리고 아무도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을...

 

작가가 꾸밈없이 직접적이고도 노골적으로 비정상적(?)인 인물들을 그려낸 이유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작품을 읽고선 '어, 바로 내 이야기인데...'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즉, '아무도 몰랐던 것'들을 '누구나 아는 것'들로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는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관심을 민폐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초상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다. 그래서 일찍이 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작가는 '행복해보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라고 말했나 보다.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

이런 작품이 커다란 반향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은 그 정도로 인간소외라는 병이 깊지 않다는 방증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보단 예술이라는 틀에 얽매여 현실 반영이라는 문학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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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에서 고급까지 일본 문화의 스펙트럼은 참으로 넓고도 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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