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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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슴에 품으면 상처를 입게 되는 법.
비르기니아가 관계를 이어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을 가슴에 품지 마. 그들이 들어오면 상처받을 일도 많아져. 너 자신외에 너를 위로해줄 사람은 없어. 너 자신만의 문제라면 고통스러워도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거야.

희망을 품지 않는 한 괜찮을 거야.

 

- 욘 A. 린드크비스트 <렛미인> p338 -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동명의 영화가 먼저 개봉된 후 책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린드크비스트와 <렛미인>은 뜻밖의 흥행(?)을 불러오는 대기만성형 작가와 작품이 갖는 특징이란 특징들은 죄다 갖춘 것 같다.

 

<렛미인>은 불우한 십대와 불안정한 직업을 전전했던 사람이 작심하고 쓴 작품으로, 완성 후 여러차례(무려 8번) 출판사 문을 두드렸으나, 모두 거절당하고 포기하기 직전. 기적처럼 출판되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서부 외각 지역에 위치한 '블라케베리'다.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란다. 그러니까 복지천국인 스웨덴 정부가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공동주택을 짓고 단기가내에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이주시킨 그래서 80년대초까지 과거도 교회도 없는 곳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비슷비슷한 콘크리트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

저 너머 멀리 보이는 들판과 숲들...

사회와 단절된 채 각종 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술로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

그리고,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새하얀 눈송이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열 두살 소년 오스카르 역시 이런 곳에서 산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오스카르의 유일한 낙은 범죄사건을 다룬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는 것이다. 

 

이런 오스카르의 옆집으로 한 소녀가 이사를 온다. 아빠와 단 둘이서...

어느날 저녁. 

놀이터에서 마주친 소년와 소녀...

둘은 금방 친해진다. 

어쩌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죽을 만큼 외롭고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서로를 끌어당겼는지도 모른다.  

 

 

뱀파이어가 나오지만 무섭지 않다. 아니 무섭다. 그러니까 뱀파이어가 나오기 때문에 무서운 그런 무서움은 없다는 말이다.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차곡차곡 차오르는 무서움에 차갑고 서늘해진다. 마치 칼날같은 얼음에 새하얀 피부가 닿기라도 한 것처럼......

 

영화에 비해 원작은 훨씬 더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며 다양한 사건들이 전개된다. 그리고 영상으로 담아내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도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보다 훨씬 더 세기말적이고 음울하다.  

 

 

1897년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탄생한 이후, 뱀파이어 작품에는 일정한 규칙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햇빛을 싫어해서 저녁에만 활동한다든지, 뱀파이어에게 물린 사람 역시 전염되어 뱀파이어가 된다든지... 퇴치방법은 낮에 자고 있는 틈을 타 심장에 십자가를 박는다든지...

 

지난 50년대 리처드 매디슨의 <나는 전설이다>와 70년대 스티브 킹의 <샬렘스 롯>에 이르기까지 뱀파이어의 모습은 공포스럽고 잔인하며 무서운, 그래서 인간에 의해 마땅히 응징되고 사라져야 할 존재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런 뱀파이어의 모습이 2000년대에 들어와 새로운 형태를 띄게 된다. (대표작으로는 스테파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매력적이고 감성적일 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보듬어 안아주고픈 사랑스런 모습으로 나타난다. 요즘 뱀파이어는 진화해서 오히려 인간보다 더 매력적이고 강하다.  <렛미인>의 소녀 역시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를 들여보내 줘." 라는 소녀의 부탁을 과연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스카르는 소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또한 소녀을 선택할 경우 다가올 자신의 미래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소녀를 선택한다.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를... 말이다. 

 

앞으로 오스카르는 제2의 호칸이 되어 소녀를 위해 피를 조달해야 하리라. 그리고 어쩌면 호칸과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리라. 그래도... 그래도... 소년은 소녀를 선택했다. 인간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말이다.  

 

누군가를 가슴 깊이 들여놓은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리며 들여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는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슴을 열어준 상대를 위해 모든 걸 불사하는 것! 이런 게 바로 사랑인 거다. 소년은 뱀파이어가 아닌 사랑을 선택한 거다.

 

 

한때, 나는 복지강국 스웨덴 같은 곳에서 살길 꿈꿨더랬다.

그런데 스웨덴도 마찬가지더라...

살인, 강도, 납치, 변태, 왕따, 등등....

인류 사회은 어디든 비슷한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인류 사회가 발전할수록 '선' 대신 '악'이 넘쳐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 사회는 과거에도 '선'하지 않았더랬다.  인간은 존재할때부터 줄곧 불안하며  불안정한 미완의 존재였을 뿐이다. 과거에 비해 현재가 더 비극적으로 비춰지는 건 예전엔 쉽게 감춰지고 들어나지 않았던 '악'이 오늘날엔 기술 발달로 더 쉽고 더 빠르게 알려지기 때문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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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가 한창이다.

산간지방 어딘가에는 폭설이 내렸다지...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내 마음 속에도 눈이 내려 어느새 내 키만큼 쌓여버렸다.

쌓인 눈이 녹아 세상과 '통'하려면 아무래도 한참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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