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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2 - 두 개의 탑, 양장본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김번 외 옮김, 알란 리 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두개의 탑'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반지의 제왕>3, 4권은 읽었다기(read) 보다는 보았다는(watch)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1탄격인 '반지 원정대'를 다룬 1,2권을 간신히(?) 다 읽은 후, 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을 봤을 땐 가히
충격이었다. 책으로부터 얻지 못했던 재미가 영화 한편으로 '종결'되었다고나 할까. 아무리 책을 꼼꼼하게 읽어도 스토리만 이해될 뿐, 원작이 담고
있는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도무지 떠올릴 수가 없었더랬다. 한마디로, 상상력의 부재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셈이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2편은 1편의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훨씬 더 빨리 그리고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1편에서 9인으로
형성된 반지원정대는 모리아 전투에서 간달프를 잃고 요정(갈라드리엘)의 도움으로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더 이상 일행이 위험해지는 걸 원치 않았던 프로도가 홀로 길을 나서면서 원정대는 그만 해체되고 만다.
곤도르 출신 보로미르가 반지의 유혹에 빠졌다가 다시 벗어나 오크와 맞서 싸우지만, 호빗족인 피핀과 메리가 붙잡혀가는 걸 막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흩어진 원정대를 찾아나선 아라곤과 김리 그리고 레골라스는 회색의 마법사에서 백색의 마법사로 환생(?)한 간달프와 극적으로 재회하면서
로한 왕국으로 향한다.
로한의 왕 세오덴은 사루만의 첩자인 뱀혓바닥(그리마)의 농간으로 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간달프의 도움으로 원래의 기백과 정신을
되찾는다. 세오덴의 지휘하에 로한 왕국은 사루만이 불러모은 적들과 헬름 계곡에서 치열한 싸움을 치룬다.
2편격인 영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에서는 헬름 계곡의 전투가 스펙터클하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코끼리처럼 생긴 어마머마하게 큰 괴물 '무마킬(올리파운트)'를 비롯해서 곰, 늑대, 하이에나를 합한 와르그스(wargs)를 탄
오크들...
하늘 위의 어둠을 몰고 날아 오는 나즈굴 등등...
볼거리가 충만하다. 오랜만에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세 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웃고... 울고... 박수치고... 발
구르고...
헬름 계곡에서 사루만의 부대를 물리친 로만 왕 세오덴과 간달프는 이센가드로 사루만을 찾아간다.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은 간달프를 여전히
회색의 마법사로 알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자, 결국 간달프가 사루만의 지팡이를 두 동강 내고 만다. 이제 사루만은 탑위에서 물에 잠긴
자신의 영토를 바라보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부분은 영화에선 다루지 않은 듯...)
한편, 오크족에게서 간신히 도망친 피핀과 메리는 팡고른 숲에서 나무수염(엔트)을 만난다. 엔트들은 중간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존한 존재로
일찍이 사루만과 오크의 공격으로 숲이 황폐화된 후 서서히 쇠락해가고 있는 중에 두명의 호빗족을 통해 상황을 전해 듣고는 사루만의 본거지인
이센가드를 공격하여 물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책에서는 헬름 계곡 전투에서 승리한 세오덴과 간달프 일행이 이센가드로 가는 도중, 나무수염과 함께 와 있던 피핀, 메리와 만나지만
영화에서는 원정대가 3조로 갈라져서 각개전투를 펼친다.
피핀-메리와 아라곤-김리-레골라스 등 일행과 헤어진 프로도-샘은 에뮌 무일 언덕에 이르어 길을 잃고 만다. 바로 이때, 골룸(스메아골)이
나타나 그들을 모르도르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1편에서도 느꼈지만 골품이라는 존재는 톨킨이 창조해낸 캐릭터 중 단연 최고가 아닐까 싶다. 절대반지에 대한 욕망으로 자아가
분열된 골룸이야말로 물질문명에 잠식당한 인류의 모습을 가장 가깝게 반영하고 있다. 절대반지 운반자인 프로도를 마스터(주인)로 섬기는 골룸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절대반지에 경도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악한 악이 화신 골룸과 일말의 도덕성을 간직한 호빗족 스메아골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용감무쌍한 난쟁이족이 금속(보물)에 대한 욕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모리아 광산에서 멸망했듯이 절대반지에 대한 지배와 욕망에 갖혀 있는 골룸을
지켜보는 것 또한 매우 큰 즐거움이었다. 골룸이라는 캐릭터의 완성은 전적으로 컴퓨터그래픽의 기술적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골룸은 사악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결국 프로도를 왕거미 '실롭'에게 재물로 바치고, 프로도가 죽은 줄 알았던 샘은 용기를 내 스스로
반지운반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때마침 나타난 오크족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절대반지를 낀다. 그리고 프로도가 죽은 게 아니라 거미 독에
마취되었다는 사실을 오크들의 대화를 엿들어 알게 된다.
프로도 일행은 곤도르 병사를 이끌고 있는 대장 파라미르와 만나 함께 길을 걷다가 뜻밖에도 파라미르가 보로미르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프로도에게 호감과 호의를 함께 보이던 파라미르...
영화에서는 형처럼(?) 절대반지에 대한 유혹으로 프로도를 위협하지만 결국에는 프로도와 절대반지 그리고 골룸마저도 풀어주지만(모르도르로 가는
길을 안내할 '가디언'이라는 프로도의 설명과 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원작에서는 절대반지에 대한 욕망을 내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톨킨은
파라미르의 인물됨됨이를 그의 형이자 아버지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던 보로미르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반지 전쟁의 때가 점점 무르익었고 데네소르의 아들들도 장성해 갔다. 다섯 살 연상에다 아버지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큰 아들
보로미르는 용모와 자존심에서는 아버지를 닮았으나 다른 면에서는 닮은 점이 없었다. 보로미르는 오히려 저 옛날 에아르누르 왕이 그랬듯이 아내를
취하지 않고 오로지 무예를 연마하는 데만 기쁨을 느끼는 부류였따. 그는 두려움을 모르고 강인했으나 과거의 전투담을 빼고는 학문에도 관심이
없었다. 아우 파라미르는 용모에서는 형과 닮았으나 마음은 전혀 달랐다. 그는 부친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빈틈없이 읽을 줄 알았지만 그것으로
상대방을 멸시하기보다는 가엾이 여겼다. 그는 온화한 태도의 소유자로 학식과 음악을 사랑했기에 당대인들은 그의 용맹이 형만 못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쓸데없이 위험에 몸을 내맡김으로써 영예를 얻으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파라미르는 간달프가 도성을 찾을때마다
크게 반기고 그의 지혜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다른 모든 일들도 그랬지만 특히 이 일이 그의 부친을 언짢게 만들었다.
-J.R.R. 톨킨<반지의 제왕> 부록A-왕들과 통치자들의 연대기 p283~284
中-
<반지의 제왕> 제3편 '왕의 귀환'을 암시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영화나 원작 속에서 주인공으로 비춰지는 프로도는
반지운반자일 뿐 결코 '왕'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영웅이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그의 용감한 행동은 중간계에서 전설과 노래가
되어 길이길이 전해 내해질것이다.
<반지의 제왕> 3편에서는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모르도르의 용암속에 던져넣음으로써 중간계에 또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기울었던
왕국들이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곤도르 왕국은 새로운 왕을 맞이하게 되리라. 귀환한 왕은 과연 누굴까? 아마도 아라곤이지
않을까...
참!
2편의 원서에는 부록이 있어 각 왕국의 배경 스토리와 여러 종족들에 대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아마 톨킨이 처음부터 이렇게 편집한 것
같다. 톨킨 책을 출판한 출판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 역시 최대한 원작자와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부록에 요정
엘론드의 딸 아르웬과 아라곤의 러브스토리도 실려 있다.
부록을 보며 느낀 건데, 정말 톨킨은 인류 역사와 비슷한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려고 했고 또한 그렇게 했음을 알 수 있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모두 중간계 재3기시대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이고, 부록을 보면 톨킨이 제3기뿐만 아니라
제1기시대와 제2기시대까지 세심하게 구성해 놓았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들 시기를 바탕으로 한, 소위
'미들어스(중간계) 스토리' 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으리라.
(3부 '왕의 귀환'편을 보면, 배긴스 집안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샘 와이즈 감지 집안이 이야기를 이끌어 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어, 톨킨 또한 자신이 창조한 미들어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엿 볼 수 있다.)
마치, 인류의 역사가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앞으로 톨킨이 창조한 중간계와 그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반지의 제왕'과 같은 이야기들이 탄생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내
생애에 접할 수 있을런지...
끝으로, 반지의 제왕 2편의 소제목인 '두 개의 탑'이란 사루만의 '오르상크'와 사우론의 '바랏두르'를 가리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