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로부터 이유없이 거부받는 일만큼 억울하고 슬픈 일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이런 아픈 경험들을 한두번쯤 갖고 있으며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그리고 때론 상처가 아문 후에도 각인처럼 심한 흉터가 남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은 이기적이라서 내가 '받은' 상처만 기억할 뿐, 내가 '준' 상처는 금방 잊고 만다.  마치, 땅에 떨어지자마자 사라져 잊혀지는 눈송이처럼...

 

이유 없이 좋은 사람이 있듯, 이유 없이 미운 사람도 분명 있다.

특별히 못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나에 대해 그 어떤 악의를 표시한 적도 없건만, 그냥 만난 그 순간부터 무조건 싫은 사람...

이런 사람, 분명 있다.

 

내가 악의적 감정을 갖고 상대방을 위기에 빠뜨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저 멀리하고 싶을 뿐이다. 그냥 내 시야에서,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리면 그뿐이다. 

 

이런 감정....

불편하고 피하고 싶지만 종종 마주하게 된다.

 

일회적 접촉이라면 별 상관없겠으나 이런저런 인연들로 묶여있거나 일적으로 일정 기간 반드시 함께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상대가 나보다 연배가 많거나 지위가 높다면 오히려 천만다행이다. 특히, 위계질서 속에서 상대가 '上'이고 내가 '下'라면 더욱더...

 

상대방을 실컷 미워하고 아무리 저주해도 세상이 나를 용서해줄 것 같은 터무니 없는 당당함이 마음속에 슬그머니 자리잡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세상은 이런 '못난(혹은 못된)' 감정에 너그러운 편이다. 

 

문제는...

상대가 나보다 아래 사람일때다. 

나이도 지위도 능력도 월등히 내가 앞서 있으며, 상대는 내 도움과 호의를 원하거나 필요로 한다. 절대적은 아닐지라도 나의 사소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커다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그를 고양시킨다. 이런 경우, 나의 감정은 세상으로부터 면죄부를 구할 수 없다. 이해는 커녕 손가락질만 되돌아올 뿐이다.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마음속 깊은 감정일 뿐인데, 지탄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다소 억울할 수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억울함과 함께 남몰래 밀려오는 죄책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쓰나미처럼 밀려온 죄책감에 솔직한 내 감정은 저만치 떠밀려 흘러가 버린다.  

 

 

 

ㅡ나의 감정을 감춰야 하나?

(좋아하는 감정처럼 싫어하는 감정 역시 숨길 수 없는 법이지...)

 

ㅡ상대방을 좋아하도록 노력해야 하나?

(감정이 노력으로 바뀌는 거 봤어...?)

 

ㅡ그럼, 어떡하지...?

(정답은 없어. 다만, 선택만 있을 뿐...)

 

 

이처럼 우리는 늘 '감정'에 휘둘린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거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한 죄책감마저도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무한증식하여 폭발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저는 도덕적 의무감과 사회적 체면 그리고 솔직한 감정 사이에서 감정을 선택하는, 감정적인 너무도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라고 큰소리로 고백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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