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한동안 소원했던 친구들을 만나느라 정신없이 분주해진다. 그러나 친구를 만난다고해서 우정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쉽게도 현대인에게 친구는 많으나 우정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일찍이 그리스인들은 세가지 사랑을 찬미했더랬다.
피조물(인간, 자식)에 대한 조물주(신,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인 아가페(agape)와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정열적 사랑인 에로스(eros)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바로 필리아(Philia)다. 필리아는 우정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인간이 갖추어야 하는 덕의 하나로 규정한 바 있으며, 키케로는 우정을 사랑의 근간으로 보았다. 키케로가 우정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아미키디아(amicitia)'의 어원은 사랑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모르(amor)'다.

우정이란,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 그리고 기쁨을 얻을 수 있으며, 마치 거울에 비춰보듯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진정한 친구를 통해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는다.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한점 부끄럼없이 '고백'할 수 있는, 나 아닌 또 다른 타인을 갖고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며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정은 당연하게 주어지거나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하고 기꺼이 헌신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서로의 목소리에 기꺼이 귀기울여주고,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선의와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처럼 특별한 감정이 사랑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취급받는다는 게 너무나도 유감스럽다.

진정한 우정이란 술 몇잔에 안부 몇마디에 돈 몇푼에 얻을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고해서 잊혀지거나 퇴색되는 것 또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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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친구...

내가 아무것도 아닐때,
사는게 너무 괴롭고 힘들때,
그저 말없이 내곁에 있어줬던 친구...
나에게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줬던 친구...

자신을 인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몸소 보여줬던 친구...

뜻을 이루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면서도 뒤돌아설땐 모든 걸 내려놓았던 친구...

내가 끊임없이 친구의 우정을 의심할 때 진정한 우정을 보여주었던 친구...

그리고,

내가 진짜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 때 내 곁을 떠난 친구...

나는 친구를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났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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