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 - 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에두아르도 푼셋 지음, 유혜경 옮김 / 새터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기나긴 제목만큼이나 상당한 두께를 자랑한다.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소제목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이 책은 사실 법률가이자 경제학자이며 유럽연합(EU)의 외교장관을 역임한 권력가이기도 한, 저자의 지적 호기심의 산물이라 할만하다.  

즉, 저자는 풍부한 자료들을 리서치할 비서들을 고용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전문가들을 집접 만날 수 있는 '권위'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줄 편집자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이 책을 만들어낸 것같다. 

 

우주의 탄생과 인간의 진화 그리고 생명의 탄생 및 인류의 행동 유형까지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내용들만 골라서 다루고 있으나, 단 한가지의 호기심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

바로, 저자의 지적 욕심(혹은 '허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런 책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나 책으로써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바로 '감동'이다.

'감동'이 없다는 건,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느낌이란 외부로부터 들어온 자극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을 말한다.   

그리고 반응의 정도는 우리 몸 속에 축적되어 있는 기억에 의해 달라진다.

 

아! 이제야 알 것 같다.

저자의 논리 전개 방식을 따라가다 보니 우연히 의문점이 풀렸다.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한 나의 반응이 유난히 적은 까닭은 이런 분야에 대한 나의 경험, 즉 내 몸속에 쌓여 있는 관련 기억(지식)들이 너무나도 빈약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는 반대로 과학적 호기심과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힐 책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나의 비(非)호감은 너무나도 '과학적'이라는 데에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종족 번식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며...

푸른 하늘과 쪽빛 물결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는 건, 두려움이 부재한 상태 속에서의 신경화학적 작용일 뿐이고...

격렬한 감정과 분노는 원시 인류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흔적일 따름이며...

등등...

이런 주장들은 인간의 생각과 느낌과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나의 모든 욕망과 욕구를 좌절시킨다.

 

 

예술이란, 즉 아름다움이란 노력을 우아함으로 가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학은 예술적일 순 없는 걸까?

예술가들이 엄청난 노력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듯, 과학자들의 엄청난 노력을 통해 과학에 예술성을 부여할 수는 없는 걸까?

아쉽게도 저자는, '모든 예술은 실체가 아닌 뇌의 착각(?)에 불과하며, 인류의 탄생과 발전 역시 우연일 뿐이고, 과학은 바로 이와 같은 사실 자체를 확인하는 학문'이라고 못박고 있다.  

 

나에게 문학이란 예술이 없다면,

나에게 문학이 주는 아름다움이 없다면,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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