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 -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이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내일을 예측할 여유도 주어지지 않은 채, 오늘 하루에 적응하기에도 숨이 가쁘다.

물론, 인류는 역사적으로 여러번의 기술혁신과 사회 변혁을 거쳐왔고 초기의 혼란이 없진 않았지만 변화에 잘 적응해왔다고 볼 수 있다. 


린다 그래튼의 <일의 미래>는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를 '일'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 수작이다.

그녀는 일의 변화를 다섯가지 원동력 즉 기술발전, 세계화, 인구통계와 구조, 사회변화, 에너지 자원이라는 큰 주제로 묶어 통찰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일단,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화석 연료가 귀해지면서 에너지 비용 증가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된다는 점이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전형적인 직장인의 모습이란 깔끔한 정장에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일어나자마자 클라우딩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개인 아바타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료(?)와 가상회의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의 모습일 것이다. 고용 형태 역시 지금과 같은 회사 즉 조직에 소속되어 있기보다는 개별적 신분 아마도 현재의 프래랜서와 비슷한 고용형태가 널리 확산되리라. 24시간 올(All) 로그인 세상인 펼쳐지면서 일과 휴식의 경계는 더한층 불명확해지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업무량을 처리하게 되겠지만, 수준 높은 기술을 갖춘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일만시간의 법칙'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관찰력과 집중력 그리고 상당히 긴 시간의 연마가 필요한데, 24시간 로그인 상태에서는 한가지 일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3분이 한계인 세상'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즉, 한가지 일에 3분이상 할애하지 못하고 또 다른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작업을 중단한다는 뜻하다. 

그러고 보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SNS나 문자 착신음 속에서 수시로 하던 일을 방해받고 있다.


이 밖에도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모습은 개인의 파편화와 소외다.

직접 만나지 않고 일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인간 관계는 더한층 기계화, 파편화될 것이다. 그 누구도 직접 만나지 않고 모든 일을 처리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사이버상의 커뮤니티가 인간 소외를 어느 정도 메꾸어 주고 일말의 행복감을 전해줄 순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일대일 대면 접촉으로 얻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 리가 맞이할 미래는 역설적이다. 미래의 세상은 연결성이 증가하고 세계화하지만 동시에 점점 더 파편화되고 고립된다. 이런 문제를 헤쳐나갈 방법을 찾는 것은 의미와 가치가 있는 업무 생활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하다. 과거에는 인간관계와 네트워크가 발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미래에는 자연스러운 발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자신과 여러 면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사람들과 기꺼이 교류하며, 키케로처럼 진실한 우정을 찾아내고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태도 및 습관을 길러야 한다.


-린다 그래튼, <일의 미래> p 302~303-


앞으로 인류가 직면하게 될 일의 미래는 생각보다 암울해 보인다.

저자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듯, 일에 대한 정의와 목적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과 거 우리는 일에 대한 댓가로 제공되는 금전적 보상으로 탐욕적인 소비를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이제부터는 의미 있는 경험과 생산적인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저자의 외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 그렇다면 앞으로 변화할 일의 미래에 대비하여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저 자는 의미 있는 혁신과 발견 등 뜻밖의 성과들은 주로 일이 아닌 놀이의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하기 싫고 따분해하지만 만약 놀이라고 한다면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즐긴다. 그러므로 앞으로 일로써 성공하려 한다면 아니러니하게도 놀아야 한다. 그것도 아주 재밌고 신나게...


광 고 에이전트, 작가, 디자이너, 설계자, 사회이론가 같은 창의집단은 상상력과 공상을 통해 창의성에 불을 지핀다. 운동선수는 시합을 하고, 컨설턴트와 학자는 탐구를 하고, 수학자는 퍼즐을 풀고, 심리치료사들은 치료 게임을 이용한다. 이들은 놀이 없이는 진정으로 전문성을 이루지 못한다. 자신의 일에서 전문성을 기르려면 놀 준비를 해야 한다. 자신의 일에 열광해야, 전문성을 쌓기까지 따르는 긴장감을 사랑해야 그리고 도전의식을 발휘해야 일에 필요한 전문 능력을 쌓을 수 있다. 일의 미래에는 일과 개인생활, 일과 놀이를 구분하는 장벽이 계속해서 무너지게 될 것이다.


-린다 그래튼, <일의 미래> p 244~245-


일과 놀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려면,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설령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자신의 흥미와 취미를 살려 끝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 하다보면 일의 외연이 넓어지고 확장된다.

우리는 기자에서 작가로 번역가에서 소설가로 공무원에서 배우로 은행원에서 다큐멘터리 작가로 변신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일 의 미래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면 그 일에 헌신하고 일 자체를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탐욕적인 소비에서 생산적인 경험으로 옮겨가려 할 때는 그런 선택이 더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미래에서는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도전에 응하고 의미를 창조해주는 경험으로의 전환이 무대의 중심으로 올라온다. 생산적 경험과 의미가 보수와 소비를 대신해 일의 주요 동력이 된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어떤 능력을 계발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식, 창의성, 혁신은 우리가 미래의 삶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자기 일을 싫어하거나 중요하지도 의미가 있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자기 일이 따분하거나 똑같은 일상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을 보살피거나 코치를 해줄 수 없다. 물론 별 탈 없이 일을 할수는 있겠지만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생기는 에너지는 절대 발휘할 수 없다.


-린다 그래튼, <일의 미래> p 240~241-


자, 이제 결론은 하나다.

우 리 앞에 펼쳐질 일의 미래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변하겠지만 일적으로 성공하려면 남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 하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개개인의 작업 공간이 파편화되어 있고 집단 지성과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미래의 세상에서는 중세 길드와 같은 동종 업종 종사자끼리 이익을 보장하고 독점해주는 '방어벽'이 끊임없이 공격받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예를 들면, 학위만 따면 그저 그런 교수로 대학에 자리잡아 먹고 살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되면서 다른 교수의 수업을 '카피'하거나 그저 그런 교수는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역시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문성이란 장시간의 수련을 통해 연마되는 것이므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승산이 있다. 일을 놀이처럼 즐겨야 한다는 건 비단 과거와 현재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린다 그래튼의 <일의 미래>는 폭풍질주하는 현대사회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미래 직업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라 할만 하다.

다 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와 같은 책들이 그렇듯이 주로 사무, 연구직의 미래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래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먹어야 하고 사랑을 나누고 문화 생활을 즐겨야 할것이므로 누군가는 식량을 재배하고 가공하고 배달하고 음식으로 만들어야 하며, 누군가는 가상 공간이 아닌 현실 공간에서 대면 접촉을 준비하고 진행해야할 것이고, 누군가는 인간에 의한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효율성과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또한 뜨거운 피와 땀을 흘리는 감정적인 존재라는 점 역시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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