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대만 작가 싼마오의 수필집 <사하라 이야기> <흐느끼는 낙타> <허수아비 일기> 등 3권을 다 읽었다.

1943년에 태어나 20세때부터 54개국을 여행하고 스페인 남자 호세와 결혼하여 서사하라에 정착했다. 그후 스페인 식민국이었던 서사하라가 내전에 휘말리자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로 이주한 그녀는 남편 호세를 잠수 사고로 잃기 전까지 그곳에서 생활했다.

 

이번에 번역 출판된 3권의 산문집은 대부분 그녀가 서사하라와 카나리아제도에 머물던 지난 70년대에 쓰여졌다.

상당히 긴 시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들은 마치 바로 어제 일인 것처럼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타고난 그녀만의 솔직담백함 때문이리라.

 

<사하라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서사하라에 머물때의 경험담이 집중적으로 담겨 있는 그녀의 첫번째 산문집이다.

사하라에서의 이국적인 삶과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 그녀만의 자유분방한 글쓰기로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두번째 산문집인 <흐느끼는 낙타>는 내용도 문장도 전작(前作)보다는 훨씬 더 성숙해진 싼마오를 만날 수 있다.

단순히 독특한 일상과 풍경을 그려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이는 아마도 그녀가 당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서사하라가 모로코와 모리타니 등 이웃국가들의 이익 쟁탈전으로 돌변하는 혼란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읽은 싼마오의 책 세 권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세번째 작품 <허수아비 일기>는 카나리아 제도로 이주한 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카나라아 제도는 그녀의 손끝에서 지상 낙원으로 그려진다. 물론 그곳에도 관광지의 떠들썩함과 은퇴한 노인들의 외로운 삶이 드리워져 있지만 말이다. 

 

 

70년대 후반.

대만으로 돌아와 글을 쓰고 문학 강의를 하던 그녀는 1991년 48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생전에 그녀가 남긴 글들은 대만을 넘어 중국 대륙까지 폭넓게 읽히면서, 2007년 루쉰, 조설근, 바진, 진융, 이백의 뒤를 이어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 작가 6위에 오르기도 했단다.

이는 작가로서의 능력이 높게 평가된 것이라기보다는 21세기에 접어들었어도 여전히 해외유학이나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 대륙인의 간절한 소망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누구나 싼마오처럼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아무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녀의 글들은 유쾌하지만 왠지 모르게 스산함을 자아낸다.

마치 비극으로 치닫는 영화의 아름다운 한장면을 보는 것만 같다.  

 

남편 호세의 잠수 사고는 그녀의 마지막 산문집인 <허수아비 일기>가 한창 쓰여지던 바로 그 시기의 어느날 일어났을 것이다.

비극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고오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싼마오와 호세는 해변가를 거닐고 들판을 산책하는가 하면 거동이 불편한 옆집 노인들을 도와주는 등 하루하루를 완벽하게 채워나간다. 

 

카나리아제도에서의 삶이 안정되어갈수록 그녀의 글들이 평온하고 아기자기해질수록 내 마음은 심하게 요동쳤다.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마치 내가 읽기를 멈추면 싼마오의 시간도 함께 멈출 것만 같았다.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거나 혹은 다른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되돌아오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야만 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싼마오에게 들이닥친 비극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도 삶은 계속되는 법.  

일곱살 연하인 남편 호세를 잃은 싼마오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십여년 남짓했던 고국에서의 그녀의 삶은 어떠했을까?

싼마오가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버린 후, 호세의 죽음과 그 이후의 자신의 삶에 관한 글들을 남겼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 이후 그녀의 삶에 대한 분명한 한가지 사실은 그녀가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에 너무도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녀는 스스로 사막을 선택한 이방인이 되었듯이, 다시 이방인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싼마오를 만나 가장 좋았던 건, 그녀가 그 당시 여성으로서는 흔치 않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다 갔다는 점이다.

그녀는 숨쉬고 있는 매순간을 다른 누구의 모습도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았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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