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는 한장의 초상화로부터 시작된다.

'북구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는 '진주 귀고리 소녀'는 17세기 네델란드 델프트 출신 화가인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이다. 렘브란트, 루벤스, 고흐 등등 네델란드 출신 화가들의 명성에 철저히 가려져 있던 베르메르처럼 초상화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없다.

 

갈망과 체념이 함께 담겨 있는 눈빛...

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짧은 탄식을 내놓는 것 같기도 한,

살포시 벌어진 촉촉한 입술...

푸르고 노란 머리두건을 두르고 진주 귀고리를 한 채,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쳐다보는 소녀는 과연 누구일까?

그러고 보니,

정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바로 이와 같은 베르메르 작품에 대한 작가의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화가와 작품속 주인공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을수록 작가의 상상력은 빛을 발하게 된다.

스승과 제자일수도 있고, 부모와 자식 사이일수도 있으며, 나이를 뛰어넘은 연인일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단순히 초상화를 의뢰한 고객과 화가의 관계일수도 있다.

 

슈발리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베르메르의 출생년도 및 일대기와 남아있는 그의 작품 서른 다섯 점을 기반으로 하되, 특히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 설정에 공을 드린 것 같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진주 귀고리 소녀'가 그려진 시기로 추정되는 1665년도이고, 공간적 배경은 도기로 유명한 네델란드의 소도시 델프트다. 

 

 

도자기 타일 장인의 딸인 그리트는 아버지가 사고로 두 눈이 멀게 되자,

생계를 위해 마리아 틴스의 저택으로 하녀살이를 하러 간다.

저택에는 타네커라는 그리트보다 열살 정도 많은 하녀가 있었으며,

마리아 틴스의 딸과 사위...

그리고 다섯명의 손주들이 있었다.

 

열 일곱살인 그리트는 타네커의 지시를 받아 운하에서 물을 길어 빨래를 하고,

 시장으로 생선과 고기 등을 사러 가는 심부름을 도맡는다. 

저택의 주된 수입은 큰마님의 사위가 그린 그림을 판매하는 것이고, 

2층에 있는 그의 화실은 집안의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금지구역이다.

그런 화실의 청소를 맡게 되면서 그리트는 서서히 다가간다.

화실에 달린 다락방에서 염료를 갈면서...

한밤중 바라보는 미완성 그림들을 보면서...

 마침내 그의 작품 속으로 천천히...



 

하나의 예술 작품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들은 많았지만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처럼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진 못했던 것 같다.

<진주 귀고리 소녀>는 문학작품 자체로만 보자면, 지극히 평이한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17세기 네델란드 델프트을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염료가 만들어지고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묘사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로 충분치 않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깍아 내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나,  이 작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어쩌면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고리 소녀'에 바쳐진 건 아닐까 싶다.  

 

 

끝으로,

루벤스의 초상화 중, 조선 청년을 그린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흔히, 일본으로 끌려갔던 조선인 노예가 어찌어찌하여 그 당시 일본과 통상을 하고 있던 네델란드까지 흘러 들어갔고, 루벤스 작품의 모델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루벤스의 '안토니오 코레아' 속 주인공의 일대기가 '진주 귀고리 소녀'의 그것보다 훨씬 더 파란만장하지 않았을까.

 

[명화] 루벤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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