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덧 가을이 저물어간다.

여전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월.

우연히 세라 워터스의 소설을 접하게 되면서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흥미가 발동했다.


큼지막한 패티코트와 실크 헷을 착용한 신사, 숙녀들..

주된 이동수단으로는 기차와 마차를 이용했으며...

하녀와 집사 그리고 귀족들이 살았고...

유서 깊은 저택마다 비밀 한두가지씩은 품고 있었던...

그런 빅토리아 시대는 애드가 알렌 포우와 찰스 디킨스와  마크 트웨인 등의 문호들이 태어나 살다갔으며,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 등등 소위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책들이 탄생한 시대였다.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세번째 이야기>는 빅토리아적 분위기가 잔뜩 묻어나는 소설이다. 그래서 '고딕소설'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절대로 시대소설의 테두리 안에 국한시킬 수 없는 독특한 소설이다. 추리소설적 요소도 있지만 범죄와 범인과 범죄 방법을 탐구하는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독자들은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빅토리아 시대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비다 윈터 여사의 목소리에 숨죽이게 된다.




옛날 옛적...

영국 요크셔 지방에 엔젤필드라는 대저택이 있었지...

그곳의 주인인 조지와 그의 아내 마틸드, 그리고 그들의 장남 찰리가 살았어...

그러던 어느날 마틸드가 딸 이사벨를 낳다가 그만 죽고 말아.


아내를 잃은 슬픔에 조지는 문을 걸어잠근 채

자기방에서 나오지 않게 되면서,

정원사와 가정부와 하녀들에 의해 잘 가꾸어지던 엔젤필드는

소리없이 쇠락하기 시작해...

찰리와 이사벨은 정직하고 성실한 가정부와 정원사가 아니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몰라...

사실 부모로부터 철저하게 방치되다시피 한 찰리가,

아버지 조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사벨에게 집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몰라...

이 사실이 이사벨에게는 비극이었지만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

집을 나갔던 이사벨이 6개월 뒤 결혼한 몸으로

쌍둥이 여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거야.

하나는 에덜린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하나는 애멀린이라고 불렀지...

그런데 이상한 건 쌍둥이의 외모는 이사벨의 남편쪽과는

조금도 닮지 않은 거야.

오히려 외삼촌 찰리의 적갈색 머리카락과 초록빛 눈동자를 물려받았지...

타고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쌍둥이는 정상이 아니었어.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이 있었지...

찰리의 진짜 자식말이야...

비록 부모 양쪽 모두로부터 버림받고 엔젤필드의 화원에 버려졌지만

충직한 가정부와 정원사에 의해 엔젤필드 정원에서 살았더랬지...

쌍둥이 자매인 애덜린, 에멀린과 함께 말이야.




비다 윈터 여사의 고백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작가가 꾸며낸 소설이 아닌 그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 같다.


이 작품은 정말 그냥 이야기다.

우리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의 이야기일수도 있고...

우리 엄마 아빠 혹은 삼촌 이모의 이야기일수도 있으며...

나의 자식 혹은 손주의 이야기일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내 이야기일수도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비다 윈터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멸감은 어느덧 경외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쌍둥이 자매에게 보여준 그녀의 사랑과 희생은 가족애와 인간애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다이안 세터필드가 들려주는 <열세번째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이자 맨처음 이야기이며, 또한 영원히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 스토리'다.


무릇, 소설가란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문조차도 사실로 믿게끔 만드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라고 한다면, 비다 윈터 아니 다이안 세터필드야말로 진정한 소설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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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6 1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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