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코니 윌리스의 작품 중,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해봐야 <화재 감시원>과 <둠즈 데이 북> 을 포함하여 3편 뿐이지만...
참고로,
코니 윌리스 특유의 수다와 빅토리아 시대의 재현 그리고 제롬 K 제롬의 <보트 위의 세남자>에 대한 '오마주' 등등...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 대한 부연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작가의 명성은 SF와 시대 소설를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에 있지 않나 싶다.
<둠즈 데이 북>을 재미있게 읽고 난 후, 작가와 작품에 이어지는 각종 리뷰와 호평을 통해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아무래도 참패한 것 같다.
도무지 그녀의 수다 속에서 그 어떤 위트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다.
이는 작가나 역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나의 독서 취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교의 새(鳥) 그루터기가 무엇이고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책읽기에 집중하지 못한 내 잘못도 크다.
그렇지만 작가가 바라는 바대로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독자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이 책은 대중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일부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책이라 하겠다.
궁금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서 책을 다 읽은 후, 주교의 새 그루터기를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 관한 리뷰는 대부분 내가 이해한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겨우 겨우 코번트리 성당의 마지막 사제인 돌트 신부의 부인인 리지 여사가 2018년도에 1940년으로 시간 여행을 하여 주교의 새 그루터기를 훔쳐와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아냈을 뿐이다.
그래서 그게 어떻단 말인가?
코니 윌리스는 <둠즈 데이 북>과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통해 인간은 설령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그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그녀의 주장을 견고히 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사소한 실수로 시공체가 붕괴-역사 자체가 바뀌는 것-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 역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려고 갖가지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무의미한 짓(?)으로 판명이 나니 말이다.
'역사는 개개인의 특성과 용기와 배신과 사랑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도 조정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고와 우연한 기회에 의해서도, 그리고 유탄과 전보와 팁에 의해서도, 그리고 고양이도. 'p229
인간의 작은 개입으로 역사가 바뀔 수 있다는 가정이야말로 역사(신)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이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