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번호 113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0
류성희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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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113>은 범죄추리소설이지만 초반에 범인이 들어나므로 '누가, '어떻게'에 기반한 정통추리물이라기보다는 '왜, 어째서'에 무게가 실려 있다.


한 젊은 남자가 무참히 살해된다.

범인은 젊은 여자다.

그녀는 어째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을까?

여자는 엄마에 대한 과거의 기억에 집착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가정적으론 불행한 중년 여인이 있다.

우연히 딸의 살인 현장을 보고는 딸의 범행을 감추려 한다.

모성이란 이렇게 무모하리만치 강한 걸까?

여인은 딸의 죄를 뒤집어 써서 희생양이 됨으로써 자신의 과거 잘못을 스스로 징벌하려 한다. 이런 행동이 자신이 받았던 고통을 딸에게 똑같이 주는 것이라는 건 모른 채.


엄마로부터 벗어나려는 또 다른 젊은 여자가 있다.

엄마의 집착이, 자신을 향한 엄마의 그 사랑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검사가 되어 사건을 파헤치고, 다시 변호사의 신분으로 진범을 밝혀낸다.

이 과정에서 비록 너무 늦었지만 엄마에 대한 미움이 결국은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깨달음은 이렇듯 언제나 한발 뒤늦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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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류성희 작가의 단편추리소설들을 읽고는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그녀의 장편인 <사건번호 113>은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대형서점에서 심심풀이로 몇 페이지를 넘겨 읽다가는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명절 연휴 기간 동안 다 읽어 버렸다.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아쉬움 또한 큰 작품이다.

법률과 법정 및 재판 과정 등등...

작가 나름대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여 사실성을 높이려 했으나, 지나치게 주제의식에 매몰되었다는 느낌이다. 

작품속에서 작가는 철저하게 등장인물 뒤로 자신을 감춰야 한다. 등장인물보다 작가의 목소리가 커지면 생동감이 사라지고 사실성이 떨어져 독자는 감정이입을 방해받게 된다.


작가는 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단다.

변호사 혹은 검사로 또는 딸이나 엄마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실'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으며, 법의 잣대 역시 신분과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의 부조리를 말하고 싶었으리라.


법의 잣대는 어떤 상황에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정한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살인에는 무조건 사형'과 같은 법이 공정하다고 할 순 없듯이...

법이 공정하고 공평하기 위해선, 상황과 입장에 따라 불공정하고 불공평해 질 수 밖에 없다.

바로, 법의 부조리다.


하긴 뭐...

우리의 삶 자체가 부조리함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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