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렵고 무섭다.

각고의 노력으로 힘겹게 쌓아올려 지켜온 평범한 일상들이 순식간에 물속 저편으로 가라앉아 버릴까봐...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바로 누구나 갖고 있는 이런 두려움에 대한 '재인식'이요 '재발견'이라 하겠다. 

철옹성같은 거대한 댐이 새오라기같은 미세한 균열에 무너지듯, 평탄한 일상으로 채워진 삶이 예기치 않게 무너질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그 불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불행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게 '기회'였음을 너무 뒤늦게 깨닫는다는 것.

어쩌면, 인생이란 애당초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쌓아온 자신만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주인공 최현수도... 그의 아내 강은주도...

오영제도...

역시 그랬다.


힘겹게 쌓아 올린 자신만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 쳤다.

그러나,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자 하는 그 몸부림이 타인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자각은 하지 못한다.



<7년의 밤>은 바로 그런 '몸부림'의 교향곡이다.

작가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와 같다.

각기 다른 악기들이 모여 전혀 다른 세상을 연주해내듯,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행동들을 하나의 정점으로 집결시켜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주인공 최현수와 '우물'에 얽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는 교묘하게 '세령호'와 연결되고...

월남에서 돌아온 아버지 최상사에 대한 반감과 어린 아들 서현에 대한 집착 사이에는 '부성애'라는 본능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영제와 그의 딸 세령은 어떻게 연결될까?

최현수의 일상을 뒤흔든 작은 균열이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아들에 대한 집착이라면, 오영제의 일상에 파고든 균열은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도록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가족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렇다면 가족에 대한 폭력은 자학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런지...



최현수와 최서현의 7년의 밤이 '후회'와 '외면'이었다면, 오영제와 그의 아내 하영의 7년의 밤은 어떠했을까?

500페이지가 넘는 적잖은 분량 어디에서도 그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첫번째 아쉬움이다.


최현수의 아내 강은주의 삶에 여러 지면을 할애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퇴장' 장면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두번째 아쉬움이다.


세번째 아쉬움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시작해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다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마무리되는 액자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승환이라는 인물의 '소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형식을 취한 점이다. 


전반부와 중반부의 고강도 흥미와 재미에 비해, 거칠고 장황하며 기대했던 '반전' 따윈 없었던 후반부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

.

.

작가의 말처럼,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언제나 '그러나'가 있는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