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렘스 롯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11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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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에 이은 스티븐 킹의 두번째 작품이다.

2012년 여름의 끄트머리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어렵사리 구입한 책인데, 처음에는 아까워서 그 다음에는 게으름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서야 완독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흡혈귀'란 존재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담겨 있는 공포심을 건드리는 가장 강력한 자극제가 아닐까 싶다.


'어둠은 빛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흡혈귀는 죽음의 공포를 강력하게 체험하면서 살아있음을 절감하려는 인간의 심리 기제에 의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뉴잉글랜드의 '살렘스 롯'이라 불리우는 작은 마을에 흡혈귀가 출현한다.

악은 선의 모습으로 가장하여 나타나듯 흡혈귀는 다소 예민하고 맑은 영혼을 갖은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감가는 인물로 다가온다.


마을에 이방인이 나타난 후, 공동묘지 입구에 죽은 개의 사체가 내걸리는가 하면 어린 형제가 사라지고 심지어 죽은 시체가 없어지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마을과 함께 늙어간 노인들은 어렴풋이 과거의 불행이 재현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함에 휩싸이고...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19세기 브람 스토커의 <흡혈귀>를 필두로 그려진 여타 '흡혈귀 문학'의 궤를 잇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마을이 죽음에 이르는 불행만큼은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기회를 모두 놓쳐버렸다는 점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오래된 '믿음'과 '타성'때문이다.


역사가 깊은 마을일수록 비밀 역시 많은 법이다.

그리고 그런 비밀일수록 그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사이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서로에게 전해지며, 그 누구도 입밖으로 발설하려 하지 않는 일종의 '불문율'이 형성된다.

비밀이 깊고 어두울수록 두려움도 커진다.


집단적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있는 그대로 사실을 기억하고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두려울수록 두려움의 실체를 직시하기보다는 외면하려 한다.


흡혈귀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성직자와 십자가의 등장인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 극도의 공포심을 갖는 인간 특유의 '성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무지(無知)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은 무분별한 경외심을 낳고 이와 같은 경외심이 세월과 함께 쌓이면 맹목적인 '믿음'과 함께 '복종'을 불러온다.

신에 대한 복종이나 종교에 대한 믿음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처럼 경외심이 불러온 공포심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흡혈귀의 출현'이라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살렘스 롯'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작품 <살렘스 롯>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우리는 흡혈귀의 출현을 믿지 않을 만큼 충분히 문명화된 세상을 이룩했지만, 흡혈귀를 불러일으키는 원시적인 심리적 기제만큼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문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류의 진화 속도야말로 현실 사회의 부조리를 만드는 '원흉'이 아닐까.


스티븐 킹과 그의 두번째 작품 <살렘스 롯>은 공포 호러 문학이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반증해주는 또 하나의 '열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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