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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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은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인 '미미여사'(미야베 미유키의 애칭?)의 대표적 시대소설이다.

상하 두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이지만 나는 1년전  <혼조 후카가와의 이상한 이야기>와 <괴이>를 시작으로 일명 '미야베 월드'에 입성했기에 그녀의 시대 추리물이라면 읽기도 전에 군침(?)부터 넘겼다. 

'그래서였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 장편시대소설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단편처럼 허를 찌르는 반전이라든지 가슴을 울리는 애틋함의 깊이는 한결 얇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다.


그러나 <외딴집>은 에도 시대의 특징과 시대적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길라잡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의 에도 시대(1603년~1867년)는 '사무라이(무사)'가 지배하던 사회로 일반 민중들은 생존을 위해 숨죽이고 살아야만 했던 시기다. 


<외딴집> 역시 해안가 마을인 마루미라는 작은 번에서 벌어지는 지배층의 암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암투를 둘러싼 추리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가의 시선은 암투를 꾀하고 심지어는 전염병으로 꾸민 살인까지 일삼는 지배층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른 채 지배층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중간계급(사지: 의원)과 일반 서민에게 향해 있기 때문이다. 


"속는다"

"응, 그래. 가가 님이 오는 바람에 마른 폭포 저택에서 깨어난 나쁜 존재가 마루미 사람들에게 원한을 갚으려고 고토에 님을 노리고 목숨을 빼았았어. 고토에 님은 정말로 착하고 좋은 분이기 때문에 노린 것인지도 모르지. 마른 폭포의 나쁜 존재는 고토에 님이 돌아가신 일을 둘러싸고 우리가 많이 고민하거나 괴로워하게 하려고, 너에게 미네 님의 환상을 보여 주어 미네 님이 고토에 님을 죽인 것처럼 보이게 했어. 나쁜 존재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해서 괴롭히기 위해 그런 짓을 하거든."

앞으로도 나쁜 존재는 더욱더 나쁜 짓을 할 것이다. 마루미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곤란하게 하려고 갖은 짓을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반쯤은 스스로에게 들려주듯이, 우사는 이야기했다.

"우사 씨." 꺼질 것만 같은, 작은 목소리다.

"왜?"

"그러면 이 세상에는 나쁜 존재가 정말로 있나요?"

"응."

"마루미에는, 마른 폭포 저택에 있나요?"

"그렇지. 가가 님도 모레가 되면 거기에 들어갈 테니까."

호가 입을 다물자 바람이 울었다.

-미야베 미유키, <외딴집> p187-



소통과 교류가 차단되고 정보가 통제된 사회에서는 소문과 미신이 크나큰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이런 면에서 볼때, <외딴집>은 미스터리 시대물이라기보다는 사회 고발물에 더 가깝다 하겠다.

사리사욕에 가득 찬 권력층들은 정보를 통제하고 사실을 조작하여 대중을 호도하고 공포로 몰아넣으면...

진실로부터 차단된 대중은 소문과 미신에 휘둘리게 되면서 서로를 불신하고 결국엔 죽고 죽이는 살육전까지 벌이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같은 사람은 그냥 속으면 그만이고, 호와 우사처럼 진실에 근접한 사람이라면 죽거나 입을 다무는 것 둘 중 한가지 밖에는 다른 선택은 없다.

400여년 전 일본의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근현대사의 한끝과 너무도 닮아 있지 않은가.


미야베 미유키는 <외딴집> 출간 후, 갖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에도 시대의 번 단위의 세계는 매우 작아서, 어느 정도의 높은 지위에 잇는 사람은 거의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서민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살짝 보이는 것에도 매우 무서워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뭐라고 해 보려고 해도 아무것도할 수 없는 채로 도중에 좌절하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도망칠 곳은 점점 사라져 간다. 현대 소설에서 이러한 것들을 쓰기는 매우 힘듭니다. 지금이아면 인터넷을 무기로 하면 단 한 사람의 시민이 사회문제를 파악할 수도 있으니까요. 진실은 감춰져 있고, 호소할 수단조차 없던 시대를 살아 온 서민들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겠지요.


- 미야베 미유키 <외딴집> 편집자 노트 中-

 

'진실은 감춰져 있고, 호소할 수단조차 없던 시대'가 과연 일본의 에도시대 뿐이었을까?

이제야 할 것 같다.

<외딴집>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평가는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힘없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진실로부터 차단되어 자신도 모르게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말이다.


인터넷이 발달된 정보화시대에는 진실왜곡과 여론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작가의 말은 지나치게 겸손하거나 순진함의 발로이리라.  우리는 어쩌면 모두 다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더욱더 교묘한 수단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여론이 조작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바다토끼가 뛰는 것을 본 '호'와 '우사'처럼 순식간에 뜻모를 불안감이 밀려든다.


시대를 막론하고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지배와 지위를 공고히하기 위해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고 퍼뜨리는데 열심히였다. 진실로부터 차단된 대중은 마치 안개와 같은 무지(無知) 속을 헤매다가 불안과 공포속에 내몰려 결국은 지배계급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된다. 여기에서 말한 이데올로기란 거창한 이론이나 학설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통념과 분위기를 말한다. 더 이상 봉건제사회도 아니며 민주선거제도가 정착된 현대사회에서는 이를 일컬어 '정치'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입을 다물자, 바람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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