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 생존기계가 아닌 연애기계로서의 인간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제프리 밀러의 <연애>는 '섹스, 인간을 창조하다'라는 원제목처럼 인간의 진화를 성선택에 의한 '제한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저자의 상상력은 수컷 공작의 거추장스러운 꽁지깃으로부터 시작된 듯 하다. 즉, 모든 생물체의 형질은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하기 마련이건만 오히려 생존에 불리한-그동안 불리한 것처럼 보였던-형질을 갖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프리 밀러는 수컷 공작의 꽁지깃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처럼 생존에 불필요한 형질 습득은 다름아닌 '짝짓기'를 위한 성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제프리 밀러는 자신이 세운 '선성택 가정(假定)'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설득력 있게 논리를 펼쳐 나간다. 저자는 인류의 언어, 미술, 음악, 문학 분야에 걸친 빛나는 예술적 성과들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인품과 같은 우리 마음의 진화까지도 이성에게 잘 보여 짝짓기에 성공하기 위한 자기과시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출산과 양육에 불리하거나 소극적인 수컷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암컷과의 교섭에 성공하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발달시켜 온 형질들이 수컷뿐만이 아니라 암컷에게도 나타나는 것에 대해 저자는 돌연변이적 특질들은 암수를 구별하지 않고 후대로 유전되기 때문에 암컷에게도 수컷의 성선택적 형질들이 상당수 나타날 뿐만 아니라 상호성의 원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아름다운 노래를 다양하게 부를 수 있는 수컷을 선택하도록 암컷의 성선택 형질이 선택, 진화되었다면 암컷 역시 노래를 잘 부를 필요는 없지만 노래를 듣고 호불호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란다. 수컷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후대가 번식에 성공하려면 역시나 이와 같은 형질을 갖고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식별 능력이 뛰어난 암컷을 선택하도록 진화되어 왔기 때문이란다.


인간 마음의 능력에서 남녀차이가 드러날 때, 평균적으로 여성들은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남성들은 공간능력과 수학능력이 뛰어나다.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더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데, 이러한 남녀차이는 어휘력에서의 개인차의 거의 5%를 설명해 준다. 하지만 성선택은 보통 남성에게 더 큰 장식을 진화시킨다. 언어가 성적 장식으로 진화했다면, 남성의 평균 어휘력이 더  뛰어나야 한다. 이것은 치명적인 문제점 아닐까?

(......)

보통 성선택은 수컷을 과시 행위자로, 암컷을 과시 판별자로 만든다. (......)인간의 언어능력에 대한 테스트들은 대부분 언어생산력에 대한 테스트가 아니라 언어이해력에 대한 테스트다. 엄격한 '남성-과시, 여성-고르기'의 짝짓기 시스템이었다면, 우리는 여성은 언어이해력이 뛰어나고, 남성은 언어생산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제프리 밀러, <연애> p498 中-



여성이 남성보다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여성이 남성보다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앞설 뿐 언어를 창조해내는 능력은 남성이 여성보다 앞선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저자는 마치 많은 여성 독자들의 반발을 예상이라도 한듯, '여성들은 독해능력이 더 우수하고 책을 더 많이 사지만, 그 책의 저자들은 대부분 남성들이다'라는 부인할 수 없는 단 한마디로 '정곡'을 찌른다. 


지난 몇 천년간 인류가 이룬 지적, 기술적 성취는 애초에 성선택에 의해 형성된 마음의 능력들과 동기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선택된 우리의 마음은 수년간의 의도적인 가르침에 의해 훈련받고, 정교한 지위 게임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고, 세대에 걸쳐 지식의 축적을 가능케 해 주는 문화적 기록들로 무장함으로써 그리스 수학, 불교철학, 영국의 진화생물학, 캘리포니아의 컴퓨터게임 등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성취는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큰 뇌의 부산물이 아니라, 구애적응들로 가득한 마음의 부산물이다. 이러한 구애적응들은 사랑에 빠져 있지 않을 때보차 재훈련과 방향조정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발명할 수 있었다.


-제프리 밀러, <연애> p35 中-



이런 관점에서 볼때,

인류의 역사 과정에서 거의 전 분야라고 해도 될만큼 모든 분야에서 남성이 이룬 성과가 여성의 그것보다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압도적인지 충분한 설명이 된다. 물론,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에게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도 일견 타당한 지적이지만, 저자에 따르면  남성의 성과물인 'history'는 여성에게 성적으로 어필하여 짝짓기에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생존상의 이유가 여성보다 훨씬 더 절박했기 때문이란다.


페미니스트들이 들으면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다윈 역시 진화론을 발표하던 1850년대에 이미 '수컷이 구애하고 암컷이 선택한다'는 자연 법칙이 인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왔다는 사실을 간파했지만, 그 당시 성선택권이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있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고 생각했단다. 남성들은 짝짓기와 번식의 주도권이 자신들이 아닌 여성에게 있다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리라. 이 점은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지 어언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다지 크게 바뀐 것 같진 않다.


제프리 밀러의 <연애>는 상당히 창의적이고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물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특히, 진화생물학 이론들을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가는 앞부분은 개념에 대한 이해의 한계 혹은 낯섦으로 인해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 고생을 했다. 그러나 중반부를 지나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인식의 새로운 지평이 펼쳐지니 부디 마지막 페이지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당부 아닌 당부를 남긴다.


이해가 잘 안되거나 난해한 부분은 그냥 넘어갔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100% 이해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대부분 그렇지 못한다. 자신의 전공이나 좋아하는 분야 이외의 책들을 읽으면서 어떻게 전부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자신에데 낯설거나 어려운 분야의 책에 도전할 때에는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면 끝까지 완독을 할 수없으므로.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이데올로기 현상들이 모두 '밈'-주위의 고나심을 사로잡고 깊은 인상을 남겨 타인에게 쉽게 학산됨으로써 자신을 증식시키도록 문화적 차원에서 진화한 바이러스 같은 아이디어들-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밈 가설은 인간의 문화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지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왜 인간은 그러한 생각들을 청년기, 특히 구애기간에 열렬히 과시할까? 왜 사람들은 그들을 유명하게 만들 새로운 밈을 발명하려고 경쟁할까?

왜 대부분의 밈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을까? 왜 자연선택은 인간이 이데올로기의 헛소리에 취약하도록 내버려두었을까? 이데올리기 과시를 구애의 일환으로 본다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대체로 성적,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밈을 이용한다. 밈만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제프리 밀러, <연애> p559 중-



호미니드-우리 직계조상 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몇 백만 년 동안 살았던 직립원인-의 모든 지적 예술적 성과물들과 언어적 유희 및 스포츠 등이 고작(?) 짝짓기를 위해 추동되었다니, 한편으론 어이없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지만 생존 본능의 관점에서 저자의 상상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자연은 원래 무관심하다. 포식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몇 종의 먹잇감 이외에는 모든 것을 무시한다. 기생생물도 자기가 좋아하는 숙주한 종에게만 관심을 갖는다. 다윈은 폭력적인 경쟁은 대부분 종 내에서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같은 종의 동물들은 같은 자원과 같은 짝을 놓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이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도 유전자들 사이의 경쟁이 진화를 추동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제프리 밀러, <연애> p392 中-



인류 역시 다른 생물종들과 본질적으로 같다.

즉,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우리의 삶은 먹고 살고 번식하기 위한 것으로 귀결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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