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씽커블 -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
아만다 리플리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재난에 직면하여 내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며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하는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타임>지 기자인 저자는 9.11테러 생존자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엄청난 재난에 처한 사람들은 뜻밖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원인을 찾아나선다. 반드시 읽어야 할 '재난보고서'로 알려진 <언씽커블>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이처럼 여기자의 호기심 덕분이었다.


저자는 2001년 9.11테러와 2005년 미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카트리나) 등등 각종 재난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과 심층 인터뷰를 갖고 인간은 절체절명의 위급한 상황에서 현명한 행동을 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사고 발생 초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건 발생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낙관하고, 심지어 컴퓨터 끄기 소지품 챙기기 등등 불필요하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하므로써 시간을 지체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왜 지체할까? 거부 단계는 사실 비참한 단계다. 우리가 직면한 불운을 인정하고 거기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로울리는 이렇게 말한다. "화재는 남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죠."우리는 만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거의 언제나 그래왔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경향을 "일상성의 편견(normalcy bias)"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패턴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재에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의 정보를 이용하는 전략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우리는 패턴이 없는 상황에서도 패턴을 찾는다. 즉, 예외적인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외에 동료집단의 압력이라는 요소도 있다. 누구나 한번쯤꼭 무슨 일이 터질것 같은 상황에 닥쳐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십중팔구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이때 우리가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과잉반응으로 다른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위헙이 있다. 따라서 과소반응을 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아만다 리플리, <언씽커블> p35~36 中-



우리가 심봉해마지 않는 인간의 이성적 뇌는 위기의 순간 전혀 이성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극단적인 공포가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마비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난시에는 감정과 직감이 이성보다 오히려 우리의 생명을 살릴 가능성이 훨씬 크단다.


다마지오는 많은 것을 알면 알수록 점점더 감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감정과 느낌은 이성의 훼방꾼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실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었다. (......) "감정은 우리에게 옳은 방향을 가리켜준다. 감정이 우리를 의사 결정의 공간에서 적당한 곳으로 데려가주면, 우리는 그곳에서 논리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감정의 요소를 도입한다면, 리스크 방정식은 실제로 훨씬 더 정교해질 것이며, 결코 부정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마지오의 발견 덕분에 나는 리스크를 더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누르려하지말고 감정을 활용해야 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두려움은 잘만 활용하면 우리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아만다 리플리, <언씽커블> p80 中-


특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직전 <중년의 뇌>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서 사람은 중년에 접어 들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젊었을때보다 상황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점은 <언씽커블>에서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즉,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점이 행복감을 높여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로 이와 같은 특징들로 인해 중년이후의 사람들이 재난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권위적이고 위계질서와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저자는 주로 백인 남성들 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재난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단다. 물론, 모든  백인 남성들이 모두 해당되는 건 아니다. 백인 남성일지라도 사회에서 차별받거나 소외되었거나 경재력이 낮다면 여성이나 소수집단처럼 위기감을 훨씬 더 잘 느낀다고 한다.


재난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기도 하는데, 저자는  똑같은 재난을 겪었더라도 회복력이 월등히 뛰어난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 한다. 


회복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선 세 가지 강점이 있다. 삶을 결정짓는 사건에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믿음, 인생의 소용돌이에서 의미 있는 목적을 찾으려는 경향,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경험에서 모두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이 그것이다. 이런 자세는 일종의 완충 장치로서 재난의 충격을 오나화시켜준다. 이런 사람들은 위험에 훨씬 더 잘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행동들을 보여준다.

-아만다 리플리, <언씽커블> p145 中-


위기의 순간에 서로에게 의지하려는 행위는 인류의 오랜 진화의 결과이다. 으르렁거리는 거대 육식 동물의 공격을 피하려면 혼자보다는 무리가 훨씬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무리지어 행동하기'처럼 육식동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인간이 발달시킨 또 다른 생존방식은 바로 '마비현상' 이다. 움직임을 멈추어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시,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어 목숨을 건진 생존자가 있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마비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너무 놀란 나머지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마비현상-심한 경우, 신체이탈이라는 해리까지 겪을 수 있다-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뜻밖의 상황에서 흔히 겪게 된다고 한다. 강간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다수 강간 피해자들은 온몸이 마비되는 현상을 겪곤 하는데 이점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인류를 육식동물로부터 생명을 지켜주었던 위와 같은 집단행동과 마비현상이 오히려 화재나 스나미 혹은 전쟁과 같은 현대적인 재난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탈출을 방해하여 생존 가능성을 낮춘다고 하니 진화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간에게 "이기적인 무리"를 형성할 만큼 충분한 포식자가 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가장 두려운 포식자는 늘 다른 인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막강한 포식자인 재난을 끝없이 유발하고 있으며, 대체로 우리의 생존 확률은 뭉칠수록 높아진다. 그렇다면 집단 사고는 집단의 화합을 우선시하는 적응적 전략일 것이다. 집단에서 의견의 불일치는 곤란하다. 개개인이 위험해질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우리 자신의 견해보다 집단의 견해에 따를때, 우리는 실제로 완전히 다른 무엇인가를 하게 된다. 


-아마단 리플리, <언씽커블> p181-


이 처럼 재난이 발생하여 군중집단이 만들어지면 반드시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들은 대부분 차분해 보이고 신뢰감을 주며 존경을 받는 이들이었다. 리더들은 또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똑똑하고 과감했다. 그리고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읜견에 개방적인 특징을 갖고 있단다. 리더의 탄생과 역할은 재난시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비행기 추락사고처럼 탈출의 성공 여부가 몇 분이 아니라 몇 초 만에 결정나는 항공 재난시 승객들이 비상구로 달려가지 않고 한동안 우왕좌왕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여 재난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곤 하는데, 이는 모두 대중이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명령을 내려줄 리더를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생각보다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고 한다. 오히려 불필요할 정도로 격식을 차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므로써 빠른 대피를 방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혼란은 언제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 바로 공황이다. 사람들은 재난 자체가 아니라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을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해지고 혼란스럽게 행동한다. 특히, 성지순례와 같은 대규모 군중이 모여 있을 때 자주 발생하는 압사사고는 잠시잠깐 균형을 잃은 사람들의 집단 공황 상태와 물리학의 원리가 결합하여 발생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탁월하고 놀랍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긴 악몽에서 깨어난 듯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읽는 내내 바짝 긴장된 상태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리라. 이와 같은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제 명을 다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식은땀 위로 솟구쳤다. 그렇지만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각종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낀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라고 생각하는 때는 이미 늦었다.

불운한 재난 뉴스를 접하면서,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라는 생각부터 갖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욕심을 좀 더 부리자면,

국가 차원에서 더 늦기 전에 발생 가능한재난에 실질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대피훈련등을 실시하고 가상으로 지진 화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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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과 휴식을 위한 독서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독서가 가져다 주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몰입'이라는 점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스트레스를잊게 해줄만큼 '몰입'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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