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 뇌과학이 밝혀낸 중년 뇌의 놀라운 능력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김미선 옮김 / 해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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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막 접어든 나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책이다.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중년에 대한 정의를 뒤바꿔 놓는다.


사실,이 책이 막 한국에 출판 소개되었던 2011년 초 당시 신문의 책소개글에 낚인(?) 나머지 일부러 대형 서점에 가서 찾아 읽었던 책이었다. 그 당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순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빠져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제 막 마흔에 접어든 나로서는 저자가 도입 부분에서 적나라하게 밝혔던 '망각' 혹은 '설단현상'-사람 이름이나 명사가 입에서만 맴돌 뿐 떠오르지 않는 현상-을 조금씩 체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영화배우 특히 내가 20대를 보낸 90년대의 영화배우 이름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의 뇌가 이렇게 늙어가는구나'하고 씁쓸해하던 시절 바버라 스토로치는 단호하게 말해주었다.

중년에 접어들면 뇌의 기능 중, 특히 기억하는 능력과 빠른 계산력 등 민첩함을 요하는 능력이 저하될 뿐,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고 유추하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은 훨씬 뛰어나진다고...

물론, 저자는 이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많은 과학적 성과들을 열거하는데 인색하지 않는다.  


중 년에 접어든뇌는 세심하게 구축된 연결고리와 경로를 지니며 우리를 더 영리하고, 더 평온하며, 더 지혜롭고, 더 행복하게 한다. 이러한 연결망이 바로 우리가 순간적으로 주위의 기본 패턴들을 인식하고 올바른 판단(좋은 선택이냐 나쁜 선택이냐, 친구냐 적이냐?)을 내리게 하는 것들이다. 중년이 되면 우리의 뇌는 복잡한 상황과 주위 인간들을 거의 자동조종 상태로 누빈다. 우 리 중년의 뇌는 최신 화상회의 휴대폰이나 다이어리의 할인가는 전혀 할인이 아님을 그냥 알고, 딸애가 최근에 사귀는 유별난 남자친구도 결국 오래 가지 않을 것이므로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며, 말해서 도움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정말 낫다는 것을 알고, 변화를 부리기위해서는 언제 소리를 높여야 하는지를 안다.


-바버라 스트로치,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中 p293-


모두 3장으로 나누어진 책에서 제1장은 중년이 겪게 되는 증상들로 주로 기억력 감퇴에서 오는 해프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고 다양한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는 놀라운 중년 뇌의 능력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 히, 대부분의 중년-물론 저자가 만나본 중년들은 저자를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은 기억력 감퇴에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이 젊은 시절에 비해 상당히 지혜로워졌음을 인정한다는 저자의 지적에는 나도 모르게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정 말 그렇다. 나 역시 일말의 거짓도 보태지 않고 말하자면 2,30대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더 똑똑하다고 느낀다. 물론, 정서적으로도 훨씬 더 안정되어 있고 행복감도 더 많이 느낀다. 그리고 뭐랄까 자신감이 커지면서 훨씬 더 원숙해졌다고나 할까.  저자처럼  나 역시 때론 '보면 그냥 아는 일들'이 점점 많아짐을 느낀다.


중년에 접어들면, 사회적 책임감이 막중해지고 돌보아야할 가정사도 복잡다단해지는 법인데, 청년시절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점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을 들어보자.


새 로이 발견한 이 평온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저 나쁜 일에 신물이 난 나머지 방어막을 친 것일까? 분명히 중년의 만족은 우리에게 주입되어온 끔찍한 중년의 그림과는 도대체 일치하지 않는다. 중년의 위기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빈둥지 증후군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탐색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뇌의 안쪽, 특히 편도(amygdala)라 불리는 곳이다. 편도는 뇌 안 깊숙한 곳의 조그만 조각이다. 뇌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자신의 편도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편도는 신체의 국토안보부이다. 비행기에서 무섭게 생긴 승객을 보았을때, 상사와 당신의 성과에 관한 면담해야 할 때, 심지어 십대 자녀와 섹스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때 편도가 작업에 들어가 당신의 신체를 깨우며 중요한 판단, 즉 싸울 것이냐 달아날 것이냐를 결정하게 한다.

편도는 뇌의 원시적인 부분이다. 그것은 작다. 아니, 염밀히 하자면 "그것들은 작다."라고 해야 한다. 편도는 뇌의 양쪽에 하나씩 위치해 있고 영어의 복수형은 amygdalae인데, 라틴어로 '아몬드들'이라는 뜻이다. 형태와 크기가 아몬드와 비슷해서 얻은 이름이다. 아무튼 초기 인간들을 미쳐 날뛰는 사자로부터 멀리 떼어놓기 위해 설치된 이 오래된 경보 장치가 우리 현대의 중년에게는 어떤 역할을  하기에 바쁜 것일까? 얼마 전 마라 매더가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스탠퍼드 의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 현재 MIT 뇌영상ㅇ연구실의 실장으로 있는 존 가브리엘리와 공동으로 젊은이와 나이든 이의 편도를 스캔해본 매더와 동료들은 나이가 들면서 놀라울 만큼 비례적으로 우리 자신도, 우리의 편도도 부정적인 것들에 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버라 스트로치,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中 p69-




'아 그렇구나!'

나이가 들수록 우리 뇌의 편도가 부정적인 것들에 덜 반응하게 되어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되지만, 또한 상황을 낙관함으로서 종종 피할 수 있는 위험에 종종 노출되기도 한다. 이는 2005년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때 도시를 떠나라는 대피 명령을 어기고 남아 있나 희생된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가 매우 늙은 사람들이었다는 점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나중에 밝혀졌듯이, 카트리나의 희생자들은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매우 늙은 사람들이었다. ' 나이트리더'의 조사에 따르면, 사망자의 4분의 3이 60세를 넘었고, 절반은 75세를 넘었다. 그들은 카밀(1969년에 상륙했던 5등급 태풍)이 상륙했을 때 이미 중년이었다. "카밀이 카트리나 때 왔다면, 아마 1969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을 겁니다." 국립허리케인센터 소장 맥스 매이필드는 말했다. "경험이 언제나 훌륭한 스승인 것은 아니죠"


-아만다 리플리, <언씽커블> 中 p61-



경험이 언제나 훌륭한 스승은 아니며, 중년 이후의 지나친 낙관적 사유가 언제가 복(福)을 불러오는 건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나이가 들수록 슬퍼지고 인생의 허무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회색의 중년'에 밝고 새로운 서광이 비쳐들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알고 이해하는 바가 커질수록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져서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단다. 그렇다면, 폐경기를 맞이한 중년 여성의 '빈둥지증후군'과 중년 남성들의 이른바 '사추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사실 우리가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중년의 그림을 잘못 이해하게 되었는지는 알기 쉬운 일이다. 앞서 언듭했듯이, 우리는 중년이라는 이 짐승을 전에 마주친 적이한 번도 없었던 적이다. 실로, 중년의또 다른 거대한 신화인 '빈 둥지 증후군'역시 지금은 대개 허구로 여겨진다. 

(......)

자 라나는 십대의 높은 에너지와 활력에 찼던 집을 그리워하며 애석함을 느끼는 것은 확실하지만, 핑거만의 말대로 빈둥지 '증후군'은 대중문화가 어떤 식으로든 대개 남성을 대상으로 했던 '중년의 위기'에 상응하는 '여성 대응물'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빈 둥지 증후군'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신의 모든 시간을 자녀 양육에 바친 여성들조차 아이들이 독립하게 되었을 때 대체로 '대단한 만족감'을 느꼈다.


-바버라 스트로치,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中 p109~110-


저자는 중년에 대한 인류의 정의와 이해는 잘못되었음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중년이라는 특수한 연령대는 저자의 지적처럼 역사적으로 규정되고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에 국한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앞에 펼쳐진 중년의 세계는 과거 인류 역사가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기가 될 확률이 지극히 높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과거 조부모나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활기찬 중년과 노년을 맞이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중년과 노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새로운 이해와 접근은 필수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바버라 스트로치의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는 어떤 식으로든 중년을 이해하고 맞이하는데 도움이 되는 줄 것같다. 누구나 나이먹음을 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중년의 뇌에 대한 풍부하고 다양한 연구들을 언급한 제2장과 3장은 다소 지루한 면이 있다.

그 렇게 많은 연구자들의 이름과 연구 프로젝트들은 이제 막 청년기를 지나 활기차게 망각하고 공상하기 시작하는 나의 뇌가 다 받아들이기에는 역시 역부족인 것 같다. 그리고 뇌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 예를 들면 블루베리 등등 각종 음식에 대한 지나친 선호는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개별 식품들이 갖고 영양소들의 효능이 각종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식품을 섭취하여 소화시키고 흡수되는 전과정에서 마찬가지로 똑같은 효과와 효능을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세계는 단편적이고 개별적이며 또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분석, 이해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뇌의 세계는 그렇게 단편적이지도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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