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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 - 중국인의 행동을 읽는 7가지 문화코드
유광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한때 중국은 경외와 선망의 대상이었다.
굳이 역사책의 내용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성(姓)과 이름(名)의
조합에서부터 우리는 중국의 영향을 참 많이도 받았다. 그런 중국이었건만 냉전 시대 중국은 우리에게 잊혀진 대륙에 불과했다. 가까이
있지만 가볼 수 없는 나라, 역사적 문화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라는 커다란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나라였다. 그런 중국이 고립무원에서 걸어나와 우리 곁으로 걸어오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중국와 중국인에 대해 논한 책들은 많지만 주로 <손자병법>
<삼국지연의>로 대변되는 고대 문헌에 입각한 분석이나 개인적 체험에 의존한 흥미위주의 여행안내서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중국과 중국인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모호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라는 책은 색다른 관점으로 중국인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라 하겠다.
홍콩에서 고대 중국 문자학을 연구했고 대만과 대륙 곳곳에서 특파원으로 머물렀던 저자는 중국인의 정신세계와 행동양식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바로, 무(武) 담(城) 모략(計) 축선(軸線) 회색(灰色) 현문(賢文) 황금몽(黃金夢)이
그것이다.
이들 키워드에 입각하여 중국인을 간략하게 정의하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예를 닦고, 안과
밖 남과 나 사이에 담을 쌓아 철저하게 구분하며,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되 둘이 충돌한다면 실리를 택하고, 내세움과 드러냄을
경멸하고 가림과 숨김을 처세술로 익혀 왔으며 현세에서의 물질적 풍요를 노골적으로 지향한다'라고 하겠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 대륙인들이 무를 숭상하는 것에는 과거 북방 유목민의 빈번한 공격과 군웅할거로 인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 땀흘려 조상 대대로 지켜온 땅과 곡식을 빼앗기는 건 순식간이었다. 영토가 너무 넓어 변방까지 황제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다보니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건 개인의 몫으로 남았다. 이와 같은 중국인의 피해의식과 자위의식이 만리장성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담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특히, 광둥성 카이핑(開平) 일대의 가옥 형식 중 하나인 토치카식
집(중국명:碉楼)과 푸젠성과 장시성 접경 지역에 자리한 집단 거주지인 토굴식 집(중국명: 土楼)은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베이징의 전통 가옥인 사합원(四合院) 역시 매우 폐쇄적인 형태로 중국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불안감과 피해의식을 엿볼 수 있는 중국의 전통 가옥 형태라 하겠다.
전쟁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환경 속에서 중국인이 의(義)와 예(禮)를 숭상하기보다는 임기응변식 권모술수가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걸
간파했음은 당연하다. 물론, 인의(仁義)를 핵심으로 한, 공자의 유교와 같은 사상이 없지 않았으나 일반 민중들의 의식과 생활을
지배하는 생활 규범으로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중국 대륙으로부터 유교를 받아들인 조선에서 유교적 사유방식과 행동양식이 굳건히
자리잡게 된다.
중국인은 '전통'보다는 '정통'을 중시한다.
옛것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애착이 아니라 '정통' 즉 '정중앙'에 대한 집요함이랄까.
세
계의 중심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욕망은 왕조의 도읍을 정하고 왕궁을 지을 때에도 남북의 축을 중심으로 좌우 양옆으로 정방형 혹은
장방형을 취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중국인들이 현재 명품을 가장 많이 모방하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정통을 중시하긴 하지만 정통보다 금전을 더 중시하는 중국인 특유의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관우가 '재물의 신'으로 중국에서 널리 추앙받는다는 점 하나만 보더라고 중국인들이 얼마나 돈에
집착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관우가 재물의 신으로 둔갑(?)하게 된 건, 그가 산시성 출신으로 과거 산시성에는 소금이 풍부하게
생산되어 이곳 사람들은 중국 각 지역으로 소금을 내다파는 장사에 종사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고 한다. 그 유명한 진상(晉商)이
바로 이들 산시성 사람을 가리킨단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관우상 숭상을 통해 과거 진상(晉商)처럼 현세에서의 재물 획득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 하면 붉은색을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붉은 색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일뿐이다. 오히려 회색이야말로 호불호와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구분하려 하지 않는 중국인의 애매모호한 특징을 대변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십분 공감한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중국인들 역시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지 않고
얼버무리곤 했다. 이처럼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마저도 어둠 속에 숨기고자했던 중국인의 사유 방식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인들에게 자신을 낮추고 감추는 것은 겸손이나 겸양의 미덕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갖추지 않으면 안 되었던 처세술이었다.
중국의 고문자를 연구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한자성어와 중국어 표현을 통해 중국인들의 의식구조를 해석한 부분은 매우 참신하면서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저자가 최고로 꼽는 현문은 유명한 사자성어인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중
국의 처세훈은 매우 깊고 넓다.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성어의 세계를 닮았다. 중국이라는 바다가 다른 바다보다 훨씬 더 거칠었을까.
중국이라는 바다는 늘 바람이 불고 사나운 비가 몰아닥쳤다는 얘기일까. 감히 그랬을 수도 있다고 추정할 만큼, 중국인이 건너야 했던
인생의 바다는 다른 어느 곳에 비해 무섭고 어두웠으며 거칠어싿. 중국의 처세훈은 비바람이 늘 몰아치는 암흑의 바다를 건널 때 꼭
필요한 등대의 빛이었따. 좋은 처세의 교훈을 얻으면 비바람이 잦아들고 성난 물결이 숨을 죽이는 인생의 항로로 배를 몰아 갈 수
있었다.
필자에게 5만 개가 넘는중국 성어 중 가장 인상적인 처세훈을 꼽으라면 단연 변방 요새의 늙은이를 일컫는 '새옹지마'를 들 것이다.
(......)
새
옹은 중국인들이 가진 통찰의 대역이다. 전운이 몰려와 곧 피비린내가 번질 수 있는 변방에서 말을 키우며 살았던 늙은이는 매우
상징적이다. 변방의 높은 요새 위를 뒤덮는 구름은 사람의 능력으로는 제대로 통제하기 어렵다. 구름이 상징하는 전쟁 또한 사람이
피하려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험악한 변방 요새는 우리가 태어나서 맞닥뜨리는 천변만화의 인생 무대일 수
있다. 변화가 다시 변화를 부르는,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위협적인 환경에 몸을 드러내야 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편안한
일상에서도 불행은 늘 예고 없이 찾아든다.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을 키우며 일상을 살던 늙은이의 변방 요새는 어쩌면
우리가 머무는 삶의 무대라는 얘기다.
(......)
추정컨데, 늙은이는 인생의 거친 바다를 노련하게 헤쳐 나가는 사람이다. 즉 굴곡이 심한 변화무쌍한 인생의 길을 요령있게 넘어가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는 시시각각으로 다가서는 변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면서 순간적으로 닥치는 감정의 기복을
이겨내는 인물이다.
-유광종, <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 p220~226 중 발췌-
저 산위의 소나무처럼 굳게 뻗은 우직과 정직을 훌륭한 인간됨의 본보기로 배워온 우리들에게 중국인의 처세술은 과연 무엇을 말해주는가?
정
의롭지 못하며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을 어리석다고 할 순 없지 않을까. 어찌되었던 전쟁이
빈번하던 변방의 요새에서 살아남은 자는 강인하고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힘없는 늙은이였듯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쪽은 어쩌면 우리가 아닌 그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