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알라딘중고서점 강남점까지 일부러 찾아갔더랬다. 내가 원하는 책이 입고되었기 때문이다.

정가의 1/2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손때 하나 묻지 않은 새것이나 다름없는 책을 품에 안았다.

바로 스티븐 킹의 <살렘스 롯>이다.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살렘스 롯>은 한가롭기만한 뉴잉글랜드의 한 마을에 어느날 갑자기 흡혈귀가 출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언뜻 보기에 그렇고 그런 공포소설로 보이지만 작품이 던지는 주제의식은 사뭇 묵직하다. 지금으로부터 30년도 훨씬 더 전에 쓰여진 작품이건만 놀라우리만치 지금의 한국 사회를 비추고 있다.

 

다들 요즘 뉴스 보기가 겁난다고 한다. 그 어떤 공포추리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훨씬 더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강력범죄들은 마치 인간이 아닌 혹은 인간이기를 거부한 또 다른 '인종'에 의해 저질러진 것만 같다. '괴물의 탄생'이라는 선정적인 부제처럼...

 

다시 스티브 킹의 작품 얘기로 돌아가보자.

일찍이 스티브 킹은 인터뷰에서 <살렘스 롯>에서 정말로 무서운 건 흡혈귀 자체가 아니라 흡혈귀의 출몰을 불러온 '마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소통과 교류가 단절된 마을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신하며 경쟁 일변도로 치닫는 마을...

스티븐 킹은 작품속에 흡혈귀를 등장시켜 소통 부재인 현대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4가구 중 1가구가 1인가구라고 한다. 앞으로 20년 뒤인 2030년이 되면 그 비율은 1/3로 높아질 전망이란다.

다닥다닥 벽을 마주하고 들어서 있는 집들...

서로 서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익명의 바다...

일대일 대면접촉보다는 최첨단 기기를 통한 간접접촉이 주류가 된 사회...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소위 '괴물의 탄생'을 부채질한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강력범죄자들은 가족과 인연을 끊고 혼자 생활해 왔으며 변변한 직장이나 친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사회적 관계망의 부재야말로 괴물의 탄생을 불러온 온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참고로,

흥 미로운 점은 얼마전에 자수한 한 용의자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평범한 젊은이로 아버지가 공개수배사진을 보고 아들임을 직감한 후, 아들을 설득하여 자수하게 했다고 한다. 만약 이 아버지가 자식의 범죄를 모르는 척 했거나 아니면 '너 같은 놈은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하며 외면했다면 그 용의자는 아마도 서서히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범죄를 반복하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괴물로 변해가지 않았을까.

 

가족의 역할과 의미 그리고 부모의 역할과 도리는 무엇이며 인간의 길은 또한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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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을이다.

장르추리소설을 탐독하다 문뜩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쪽빛 하늘만 계속되었으면 싶다.

그럼, 그 하늘 아래 세상도 아름답기만 할 것같은데...

 

 

ㅡ마쓰모토 세이초의 <짐승의 길>을 읽다가 문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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