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차이나의 미래 - 중국이 말하지 않는 12가지 진실
윤재웅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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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의 중국 관련 출판물은 어학 방면 아니면 고전물과 관련된 자기개발서에 집중되어 있는 감이 없지 않았다. 이는 분명 나날이 성장하는 중국의 현재 모습과 그런 중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파급력에 대해 한국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일반인들은 중국을 주목하고 있는 반면, 각계 전문가나 학계에서는 중국에 대한 연구가 10~2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해서 중국을 제대로 분석한 책들을 찾아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분석서가 출판되어 있는 일본과는 사뭇 대조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잠자고 있는 거인의 옆에서 무사태평하게 지내다가 거인이 잠에서 깨어나려고 하자 깜짝 놀라 우와좌왕하기만 할 뿐 거인이 도대체 얼마나 크며 얼마나 강하지 그 실체를 확인해 보려고는 하지 않는 난장이의 모습이요, 마치 무섭다고 두 눈을 꼭 감아버리는 어린 아이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런 실망감 속에서 최근 상당히 의미있는 책 한권을 발견했다.

 

김광수연구소 소속의 연구원인 윤재웅이 <슈퍼차이나의 미래: 중국이 말하지 않는 12가지 진실>이라는 책을 올 2월 출간한 것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중국에 대해서 가장 적확하게 분석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중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도 새로운 각도로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니 분명 다른 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중국이 말하지 않은 12가지 진실'이라는 부제처럼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정치, 사회와 경제 각 분야에 걸쳐 12가지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전체 네 파트 중, 첫번째 파트에서는 중국의 대외외교노선의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1978년 개혁개방 당시 중국의 대외외교 노선 '도광양회(韜光養晦: 실력을 과시하지 않고 내공을 쌓는다)'였다. 8,90년대에 중국의 지도자들은 철저하게 이 노선을 견지했다. 비록,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두자리 수를 기록하면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구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 군사적으로는 철저하게 몸을 낮추어 충돌을 피해왔다.

 

 

이와 같은 중국이 21세기에 접어들면서-정확하게는 2002년- '도광양회'대신 소위 '유소작위(有所作爲: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하고 싶은 대로 한다)'를 기본 전략으로 채택하게 된다.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내는가 하면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 시도로도 읽혀지는 일련의 외교 분쟁을 일으킨 것 역시 우발적인 개별 사안이라기보다는 도광양회에서 유소작위로 바뀐 중국의 외교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현재 명실상부한 G2로 거듭난 중국은 과거 입버릇처럼 '패권을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발전하겠다(不谋霸权和平崛起)'라고 강조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이런 겸손한(?) 표현은 찾아볼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다. 오히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등 중국이 드러내놓고 패권을 추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올 연말이면 중국의 5세대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시진핑과 리커창은 집단지도체계라는 중국 공산당의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선출된 아니 공인된 지도자들이다. 이 밖에 상무위원으로 새로 이름을 올릴 여섯 명의 지도자들에게 미래의 중국 아니 더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미래가 걸려 있다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서양의 학자들은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정치 제도 역시 '민주화'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서구화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측은 틀린 것 같다. 최소한 향후 10년 안에 중국 사회에서 격변이나 민주화가 일어날 공산은 크지 않다. 아니 일어나더라도 중국 지도층에 의해 신속하게 진압될 확률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나 역시 그동안 중국의 정치 민주화를 필연적으로 받아 들여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국의 정치 민주화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중국의 민주화가 한국에게 '득(得)'이 될지 아니면 '실(失)'이 될지에 대해서는 부끄럽게도 구체적으로 고민해 본적이 없다.

 

중국의 정치 민주화를 지지한다는 것은 반대로 중국의 정치적 독재가 한국에게 도움이 되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과연 중국의 정치적 독재가 우리에게 '실'이기만 한 것일까? 이와는 반대로 중국의 정치 민주화가 반드시 우리에게 '득'만을 가져다 줄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로서는 단 한명도 없어 보이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현재 전세계가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중국발 자스민 혁명은 심각한 혼란만을 야기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려는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지금과 같은 대외수출전략이 아니라 내수시장확대에 달려 있으며, 내수시장을 확대시키려면 필연적으로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상승시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향후 중국은 값싼 인건비에 의존하는 수출전초기지로서가 아니라 중국 내수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수출과 소비의 종착지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지난 90년대 중국은 국영기업의 민영화(國退民進)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금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을 앞세워 기술력과 브랜드를 갖춘 다국적기업 매입(國進民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엄청난 달러 보유고로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마저 위협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꿈꾸는 것처럼 중국 위안화에 의해 '팍스 달러리움'시대가 몰락할지 그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렇지만 중국에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중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13억 거대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의 인구구조변화는 전세계에 핵폭탄과도 같은 파급력을 미칠 것이다. 만약, 상당히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난관에 직면하거나 심지어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면 그 시작은 인구구조의 변화일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의 '하우스푸어'에 해당되는 '房奴(집노예)'라든가 '蚂蚁族(중국판 88만원세대)'등의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중국의 주택가격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조장했으며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이와 같은 지방정부의 부동산 분야의 난개발과 중복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蚂蚁族'란 2001년 100만명에 불과하던 중국의 4년제 대졸자 수가 2009년도에는 500만명으로 불어나 '고학력청년실업자'가 양산되면서 나타난 신조어다. 중국 역시 우리나라처럼 고학력 청년실업자는 많은 반면 저학력 젊은 노동자(15세~35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기업들이 만성적인 '인력난'에 처해 있는 반면, 대도시에서는 젊은 청년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일명, 중국사회는 '미부선로(未富先老: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는다)'라는 기현상에 직면해 있다. 고령층의 증가로 사회보장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저임금 노동자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중국 사회는 고령화에 따른 심각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책의 세번째 파트는 이처럼 현재 중국 사회가 직면해 있는 어려움을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 등을 통해 열거하고 있다. 마지막 네번째 파트는 중국의 성장 혹은 변화를 한국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로 요약된다. 조선(造船)을 포함한 일부 제조업 분야는 이미 중국에게 추월당했고 태양광이나 전지차량 등 신소재 분야는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의 발전과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래 발전의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 외교적으로는 철저한 실용주의 외교 일명 등거리 외교를 구사하되, 경제적으로는 과감하게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북 관계를 지렛대로 역이용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한이 미국와 일본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무게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유능한 외교가 및 각 분야에서 중국 전문가를 발굴 양성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넘쳐 날뿐만 아니라 재중교포의 수 또한 많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단순히 중국어를 구사하는 데에 그쳐서는 결코 안된다. 중국 사회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추지 않는다면 떠오르는 중국과 함께 성장의 과실을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본의 아니게 서평을 쓰다보니 책의 내용과 나의 생각들이 혼합되어 버렸다.

그만큼 이 책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저 단순히 생각을 던져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읽는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을 확대 발전시켜 전체적으로 중국 사회를 조망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슈퍼코리아의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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