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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블로그, 카페, 개인홈페이지, 알라딘서재... 등등 다양한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바야흐로 서평쓰기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같다.
니나 상코비치 역시 평범한 개인의 특별한 독서프로젝트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친언니를 암으로 떠나 보낸 후 슬픔에 잠겨 있던 그녀는 어느날 장장 400페이지가 넘는 <드라큘라>를 하루만에 다 읽고 나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언니의 죽음 후 3년 동안 그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한 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그녀의 신경세포들이 장시간의 독서 끝에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것이리라.
그 다음날.
니나 상코비치는 1년 동안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고 개인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기로 결심한다. 그녀에게 글읽기와 글쓰기는 일종의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나나 상코비치의 프로젝트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뉴욕 타임즈>에 'The 365 Project'로 소개되는 등 화제가 되었다.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독후감을 올리고 있으며, 올초에 '1년동안 100권 읽고 서평 100편 쓰기'를 한해 목표로 정해 실천중인 나에게 니나 상코비치와 그녀의 책 <혼자 책읽는 시간>은 호기심과 질투심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혼자 책읽는 시간>을 읽기에 앞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점은 '과연 그녀의 프로젝트는 무사히 달성되었는가? 달성했다면 어떻게 달성했는가?'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하루 평균 두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고 있는 나로서는 하루에 책 한권 읽고 서평까지 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줄곧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나나 상코비치는 비록 나처럼 매일 출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은 아니지만 남편과 4명의 어린 자녀들을 돌보아야 하는 전업주부로서 어린 자녀들을 등하교시켜야 했으며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를 도맡아 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장보기와 사교모임 및 가족행사등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멋지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물론, 그녀는 슈퍼우먼이 아니며 슈퍼우먼이 되려고 하지도 않았다. 목표가 세워지자 남편을 필두로 하여 어린 자녀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밝히고 양해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설거지 당번 정하기 등 구체적으로 가족의 도움을 구했다. 그저 말로만 양해를 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 구성원에게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는 점이 신선했다. 한국이라면 그러니까 니나 상코비치가 미국이 아닌 한국의 가정주부였더라도 과연 저런 발칙한(?)발상과 행동이 받아들여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생각과 행동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심히 부럽기까지 했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은 서평집이면서 또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니나 상코비치는 무슨 책을 읽었고 책의 내용은 이러저러하며 어떤 느낌을 받았노라...식의 글쓰기로 독자들을 식상하게 만들지 않는다. 어렸을 때 추억이 묻어나는 책들을 넘기면서 자신의 어린시절과 부모님-특히 아버지- 더 나아가 조부모代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세 명의 형제들을 잃었다. 독일군 점령하에서 빨치산이 된 러시아군이 집안으로 갑자기 들이닥쳐 세 명의 자녀를 죽이고 만 것이다. 그때 니나의 아빠는 외출중이어서 다행이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부엌방에서 앓아 누워 있던 엄마 즉 니나의 친할머니와 함께 가족을 죽음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시달려야했다.
타인의 슬픔을 알게 되면 내 슬픔이 가볍게 느껴지는 법이라고 했던가.
니나는 자신의 이름이 스물 세살 꽃다운 나이로 숨을 거둔 고모 안토니나의 이름을 본따 지어졌음을 알고는 언니가 숨을 거두던 순간 아빠가 어째서 "하룻밤에 셋"이라고 외쳤는지 이해하게 된다. 아빠는 딸을 먼저 떠나보낸 그 순간 어린 시절 누나와 형들을 동시에 잃어버려야 했던 슬픔을 떠올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서평집을 멀리하는 편이다. 이유는 읽으면서 느끼는 심리적인 거리감 즉,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책들을 내가 읽지 않았다는 데에서 오는 '낯설음'으로 저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서평집은 읽으면서 집중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 읽고 나서도 아무런 감흥조차 남아 있지 않기 일쑤다.
그런데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은 이와같은 심리적 거리감을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저자가 책소개와 감상에 무게 중심을 두지 않고 독서를 통한 마음의 변화와 상처의 치유 과정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와 공감하기 위해서 반드시 저자가 읽은 책들을 읽어야 할 필요도 없고 그 내용을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마치 한편의 잘 짜여진 1인 모노드라마라고나 할까.
니나는 독서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고 자신의 상처에 직면했다. 그녀의 성공은 1년동안 매일 한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매일 매순간 자기 자신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의 자기 자신까지 포함하여 니나는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했으며 또 이를 가감없이 표현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나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과정은 자기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다.
그래서였을까? 책 속의 소제목들이 하나같이 마음속을 파고 든다. 마치 니나 상코비치가 말을 걸어 오는 것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영롱하다고나 할까. 그냥 그대로 한편의 시나 명언으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친구는 떠나도 책은 남는다
꼭 한 번 보물 같은 순간
밤 10시, 책장을 넘길 순간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것
종이로 슬픔을 흡수하는 법
선물 받은 책의 딜레마
남의 사랑이야기로 복습하는 옛사랑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이해되는 순간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데 어찌 절망으로 생을 끝내는 걸까
나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
톨스토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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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그녀가 읽은 책들 중에 몇 권은 꼭 읽어 보고 싶다. 만약,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