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통신 - 유쾌한 지식여행자가 본 러시아의 겉과 속 지식여행자 13
요네하라 마리 지음, 박연정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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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차이와 사이>이후 두번째로 접하게 된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아 통신>은 영토 크기의 차이만큼이나 정서적으로 멀리 있는 러시아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1991년 소련 해체이후 공산주의체제에서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해 가는 혼란기의 러시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통신>은 일본인으로서 어린 시절 러시아의 위성국 체코에서 수학하면서 러시아어와 러시아인을 '일찍' 그리고 '직접' 접하고 무엇보다도 일러동시통역사로 활동했던 그녀의 독특한 이력이 없었더라면 탄생할 수 없었으리라. 그 어떤 신문기사나 다큐멘터리보다도 훨씬 더 실감나고 정확하게 구소련과 러시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나를 포함한 그녀의 열혈 독자들은 요네하라 마리에게 어느정도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하면, '시베리아의 혹한과 독한 보드카 및 예술의 나라' 정도의 이해 수준밖에 갖고 있는 못한 나에게 요네하라 마리는 러시아의 화장실 문화(?)와 '다챠' 그리고 그들의 순박한 인간애에 대해 때론 일본인 특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설명해주는가 하면 때론 러시아인 특유의 열정에 찬 목소리로 웅변한다. 그러나 그녀의 펜끝은 언제나 '사랑에 진실'을 향하고 있다.

 

충격적인 발견이나 재발견을 무한히 안겨주었던 실험국가는 소멸했다. 하지만 그 실험 자체가 무의미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산주의는 과학이라고들 하지만 적어도 자연과학은 아니지. 자연과학이라면 인간에게시험해보기 전에 동물실험을 했을 테니까.

 

러시아인들의 이와 같은 재담으로 웃어넘기는 그 실험의 무참하고도 익살스러운 소멸 과정 역시 또 하나의 실험이었다. 생각해 보면 1917년에는 '노동자와 농민의 국가'를 탄생시켜서 세계를 뒤흔들더니 이제 다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향하는 노정에 돌진하려는 러시아는 인류를 대표해서 20세기 최대의 역사적 실험 두 가지에 도전한 것이다.

                                                                         요네하라 마리 <러시아 통신> 中-

 

74년만에 해체되는 대국의 모습은 '환란' 그 자체였다. 국민투표로 러시아 최초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옐친은 불과 3년만에 소련 공산당이 70년 동안에도 이루지 못 한, '사회주의가 더 좋다'라는 인식을 러시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주었다. 소련이 해체된 후, 자본주의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기까지 10여년 동안 러시아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자행되었다. 권력과 연이 닿아 있는 사람이거나 눈치 빠른 사람들에게 이 시기는 부를 축적하는 '행복한 시절'이겠지만 대다수 일반 민중의 삶은 처참하게 내동댕이쳐졌다.

 

중국은 이런 러시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기 전의 정치 민주화는 없다'라는 굳건한 자세로 21세기를 맞이했다. 만약, 중국이라는 또 다른 실험국가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경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선진화된다면 여기에는 러시아의 공(功)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하겠다.

 

동시 통역사로서 러시아 지도층을 가까이에서 접한 요네하라 마리의 예리한 시각 덕분에 우리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그라스노스트(개방)로 상징되는 고르바초프와 탱크위의 연설로 유명한 옐친의 인간성까지 살짝 엿볼 수 있는 행운까지 잡을 수 있다.

 

끝으로, 인문 사회학자로서 손색이 없는 그녀의 에세이집들과 소설 등 많은 작품들이 너무 늦게 한국에 소개되었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 1998년 일본 현지에서 출판된 <러시아 통신>역시 2011년 요네하라 마리가 우리곁을 떠나지 5년이나 훌쩍 지나 한국에 번역, 출판되었다. 만약 우리가 요네하라 마리를 조그만 일찍 만날 수 있었더라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소련과 서서히 무대위로 등장하는 러시아를 조금은 더 관심있는 자세와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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