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인터넷 세상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의 편리함과 컴퓨터를 인류 두뇌의 대체물로 확신하고 있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1부에서는 문자와 도구가 인류의 사고를 어떻게 확장시켰는지를 다루고 있다. 기록 이전의 시대 즉 문자가 없던 시대에 인류의 지혜는 곧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이 바로 인류의 기억력이었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기억력에 의지하여 연설을 통해 지혜를 전수시켰다. 그후, 문자가 탄생하고 기록 문화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두뇌의 기억력에만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여러 권의 저서를 남긴 플라톤이야말로 글쓰기를 통해 사상 체계를 이루고 전달한 최초의 학자일 것이다.


완전한 구어 문화에서 사고는 인간의 기억력의 지배를 받는다. 지식은 기억해내야 하는 무엇이며, 기억해내는 대상은 머릿속에 품고 있는 것 내에서 가능하다. 인간이 문자 없이 살았던 수천 년 동안 언어는 개인의 기억 영역에서 복잡한 정보를 저장하도록 하고, 말을 통해 이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기 쉽도록 진화했다. 진지한 생각은 기억 쳬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반면, 글로 쓰여진 말은 개인의 기억력이라는 속박에서 지식을 자유롭게 했고 기억과 암송을 위한 리드미컬하고 형식적인 구조에서 언어를 해방시켰다. 글쓰기 능력은 매우 중요하며 인간 잠재력의 보다 완벽하고 내적인 실현을 위해 진정 핵심적인 것이었다. 글쓰기는 의식을 고취시킨다.

-<생각하지 핞는 사람들> '문자, 새로운 사고의 도구'中-


니콜라스 카는 학자들이 실시한 의미있는 실험이나 논문들을 인용하여 깊이 있게 몰입해서 문자을 읽을 때 인간 두뇌의 시냅스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반면, 인터넷에서의 글읽기는 몰입과 사색을 방해하며 장시간에 걸친 집중적인 읽기 작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과 같은 반복적인 작업은 우리의 뇌구조까지 바꾼다는 것이다! 사실, 정보의 바다라고 일컬어지는 인터넷에서 정보와 정보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만 다닐 뿐, 의미 있게 정보를 활용하고 재생산하는 일은 극히 일부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되지 않았는가.


인터넷에서 쉽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인류는 예전처럼 많은 정보들을 뇌속에 저장하려 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인류는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망각의 바다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건 인류는 스스로 컴퓨터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생각하는 힘을 컴퓨터에게 위임한 후 컴퓨터에 속박되어 있는 노예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억을 인터넷에 아웃소싱하는 것을 환호하는 이들은 은유를 호도하고 있다. 그들은 생물체의 기억이 지닌 근본적으로 유기적인 인격을 간과한 것이다. 정말 기억을 풍부하게 하고 그 특징을 형성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신비함과 연약함뿐 아니라 우연성 때문이다. 몸이 변하듯이 변화하면서 시간 속에 존재한다. 기억을 되살리는 바로 그 행동은 새로운 시냅스의 말단을 만드는 단백질 형성을 포함하는 모든 강화 과정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셉 르두가 설명했듯이 "기억을 하는 뇌는 기억을 처음 형성하는 그 뇌가 아니다. 오랜된 기억을 현재의 뇌가 이해하기 위해 기억은 업데이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검색과 기억' 中-


또한 저자는 구글 북서치 즉, 구글도서관이라 불리우는-도서관의 종이책들을 스캔하여 검색과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려는-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책의 미래> 저자인 로버트 단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하버드 강단에 서며, 도서관 시스템을 관장하고 있는 로버트 단턴은 이렇게 말한다. "구글과 같은 사업체는 도서관을 단지 학문의 전당으로서만 보지는 않는다. 그들은 도서관을 발굴 준비가 된, 자신이 '콘텐츠'라 부르는 것 혹은 잠재적인 자산으로 본다." 그는 이어서 비록 구글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증진시킨다는 찬사받을 만한 목표를 추구해 오긴 했지만 이윤 추구를 위한 기업에 철도나 철강도 아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독접을 허락한다는 것은 너무 많은 위험을 수반한다."고 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구글이라는 제국' 中-


로버트 단턴의 <책의 미래>를 읽었을 때는 솔직히 핵심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으나,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로버트 단턴이 인류를 위해 한, '위대한 행적'을 깨닫게 되었다. 즉, 인류에게 악마의 유혹은 언제나 천사의 선물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해 준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탐구서을 쓴 조지 다이슨은 구글플렉스를 방문한 후 그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그 안락함은 거의 압도적이었다. 행복한 골든 리트리버들이 잔디 위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스프링클러 사이를 느긋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고, 도처에 장난감이 널려 있다. 나는 이내 생각지도 못한 악마가 어두운 구석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가 지상으로 내려온다면 몸을 숨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이 같은 반응은 분명히 과하긴 하지만 이해할 만하다. 구글의 엄청난 야심과 어마어마한 자금 그리고 지식 세계에 대한 제국적인 디자인과 함께, 구글은 우리의 희망뿐 아니라 두려움 또한 담고 있는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세르게이 브린은 "어떤 이는 구글이 신이라고 말합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또 어떤 이들은 악마라고도 합니다."라고 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구글이라는 제국' 中-


1544년 경. 금 주조 기술자였던 구덴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여 종이책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그 당시 지나치게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와 독서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인류를 게으르게 만들고 정신 세계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난이 있었던 것처럼 구글의 '도서검색서비스'와 '인터넷의 편리함'에 가해지는 비난의 목소리들이 '기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류의 뇌를 컴퓨터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인류의 두 다리를 대신했던 기차, 자동차의 탄생이나 눈을 대신하는 망원경의 발견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차와 자동차 그리고 망원경과 같은 발명품들은 인류에 의해 인류를 위한 편리함을 제공할 뿐 인류의 지위에 위협을 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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